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57
청풍표국 최강식객 157화
157화. 다시 시작되는 악연(5)
표국 안팎으로 은밀하게 택화림의 습격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을 때, 청풍표국의 정문 앞에 두 사람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헛! 초, 총사님! 총사님이 오셨다!”
표국 정문의 수문위사가 총사를 알아보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죄, 죄송합니다, 총사님. 저 녀석이 너무 흥분되었나 봅니다.”
2인 1조로 정문을 지키고 있던 한 위사가 포권을 취했다.
아까 뛰어 들어가던 이보다는 나이가 있어 보였다.
보통 수문위사들은 나이가 많고 적거나 경력의 길고 짧음으로 나눠서 근무를 선다.
경비대원들은 과거 백도 문파로 위장했던 흑도 방파인 백련방의 무인들로 거의 다 채워져 있었기에 나이 차이로 조를 짠 것 같았다.
“괜찮네. 그나저나 나 대주는 어떤가? 잘 대해주는가?”
임요성의 물음에 사내가 빙긋 웃었다.
“훈련할 때는 그보다 더한 악귀가 없지만, 보통 때는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줍니다.”
임요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에 있어서 그보다 더한 칭찬은 없었다.
“계속 수고해주게.”
“예. 아, 그리고….”
“음?”
임요성이 들어가려다 말고 수문위사를 쳐다봤다.
“만약에 총사님을 뵙게 되면 훌륭한 무공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희들 같은 아랫사람들한테도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중히 읍을 하는 사내를 보며 임요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당연한 일이지. 표국에 있는 이들이 성장하는 것이 곧 표국이 성장하는 길 아니겠나.”
임요성이 어깨를 한 번 툭툭 두드려 주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주위로 몰려드는 표국 식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수문위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처음 백련방의 방주인 황만충을 따라 표국을 습격할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실력 차로 방주와 딸린 고수들이 죽어 나갈 때만 해도 자신도 꼼짝없이 죽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 악귀 같던 사내는 방도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는지 기회를 준다고 했다.
그리고는 다른 사내를 통해 수련을 시켰다.
처음에 이게 뭔가 싶었다.
자신들을 적당히 써먹기 좋게 만들어서 고기 방패로 삼으려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흑사회라는 무시무시한 이들이 습격했을 때였다.
표국의 미래를 생각해서 조직했다는 교룡각의 소년들과 함께 자신들에게 주어진 송엽탄이라는 물건과 잠력환이라는 단약.
이 두 가지 물건으로 그 무서운 살수들한테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신들은 고기 방패 따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라는 이름을 얻은 표국의 식객 청년이 내려준 무공.
이것 또한 자신들 같은 하류 무사들이 꿈에도 그리던 상승절학이었다.
삼류무공과 상승절학의 위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같은 내공을 가진 사람이 펼치더라도 배운 무공 자체의 수준 차이는 나타나는 위력도 그만큼 차이가 났다.
뿐만 아니라 밖에 나가면 쳐다도 보기 힘들 고수들이 자신들을 지도해주었다.
감히 흑도 방파에 있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진 것이다.
당연히 과거 백련방의 방도들은 다짐했다.
이 청풍표국에서 뼈를 묻기로.
그리고 그 다짐에 화답하듯 이제는 총사가 된 이의 활약이 연일 그들의 귓가를 따갑게 때렸다.
‘총사님! 감사합니다.’
사내의 눈에 다시 한번 감사함이 떠올랐다.
* * *
“오라버니!”
임요성이 자신을 보러 나온 수많은 표국 식솔들을 거쳐 내원에 도착하니 두혜련이 이미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잘… 다녀오셨나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그녀의 앞에 선 임요성이 찬찬히 두혜련을 뜯어보았다.
“오는 길에 들으니 습격을 당했다고? 별일 없었더냐?”
“예…. 다행히 칠검 장로께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 가던 두혜련의 가슴이 다시 한번 덜컥 내려앉았다.
임요성의 넓은 가슴팍에 자신이 안겨 있었기 때문이다.
“오, 오라버니….”
“다행이구나. 걱정했다. 혹시라도 다쳤을까 봐.”
사랑하는 사내의 가슴에 안긴 것보다도 제일 먼저 자신의 안위를 물어 봐주는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가 앉아주자 떨리던 그녀의 마음이 오히려 진정되었고, 가만히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흠흠. 거참, 강북에 다녀오시더니 화끈함만 배워오셨나.”
임요성을 보러 나온 교룡대원들 속에 있던 엄충식이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나 참, 형이 왜 부끄러워해?”
“뭐? 내, 내가 언제 부끄러워했다고?”
이제는 진정한 형으로 생각하고 있는 임요성을 보러 뛰어나온 곽현이 엄충식을 보며 핀잔을 주자 모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두진호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피었다.
“허허, 거참 보기 좋군, 보기 좋아.”
큰 전투를 앞둔 그들에게 임요성의 복귀는 그 무엇보다 든든한 소식이었다.
* * *
“전투 준비가 완료되었다구요?”
임요성이 오른편에 앉은 일검을 보며 물었다.
그의 오른편에는 묵풍조 장로들이, 왼편에는 표국의 다른 수뇌부들이 앉았다.
임요성은 두혜련과의 짧은 만남을 나눈 채 곧바로 청림회의를 소집했다.
“예. 주군께서 오심과 동시에 그들의 본거지를 털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습니까?”
“예. 하루 이틀 상간에 그들도 저희를 습격할 수도 있기에 오히려 저희가 선수를 치려는 겁니다.”
“흠….”
임요성이 턱을 매만졌다.
그 똑똑하다는 대학사가 이렇게 쉽게 습격을 허용할까?
왠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알면서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기다리기만 하다가 습격을 허용할 필요는 없었다.
이들의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란 것은 임요성도 알고 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임요성의 표정에 일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걸리는 게 있으십니까?”
“음…. 뭔가 좀 쉬운 것 같군요. 내가 아는 ‘그’라면 이렇게 쉽게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텐데.”
임요성의 의문에 사준혁이 나섰다.
“제가 쫓아온 것도, 그리고 은밀히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를 겁니다. 당연히 준비를 하고 있긴 힘들겠죠. 전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합니다.”
사준혁이 임요성을 바라보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
하지만 은연중에 풍겨오는 단단한 기도가 왠지 든든한 느낌을 주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지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 아닌 확신.
처음 본 사람임에도 강한 신뢰의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준혁을 임요성도 마주 바라봤다.
호위장의 추천으로 그의 직속 정보단의 단주인 그가 하는 말이니 틀린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했다.
“혹시 팔선녀분들도 이번 일에 참여하십니까?”
임요성의 물음에 구용식이 답했다.
“예, 주군. 홍연 님께서 흔쾌히 그분들의 도움을 허락하셔서 지금 따로 모여계십니다.”
“그럼 택화림의 공격대는 저와 묵풍조 장로들을 비롯한 청풍대원들, 그리고 풍림개님과 개방도들, 그 외 무림맹 무사들로 구성합니다. 다른 분들, 그러니까 팔선녀분들과 경비대, 교룡대는 남습니다. 특히 방주님과 백 의원님은 만일을 대비해 남도록 합니다.”
임요성의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공격대에 모든 전력을 투입해 한 방에 쓸어버리는 게 낫지 않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임요성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 자신의 걱정이 현실화된다면, 그들을 막아줄 고수가 있어야 한다.
개방주 노준경과 신의 백운학이라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팔선녀들의 무위도 상당하니 그녀들만으로도 절대고수 한둘 정도는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임요성의 이런 걱정이 전해졌음인지 다른 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청풍표국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터전이다.
애써서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자, 공수 배분은 그렇게 하고 우린 택화림으로 갑시다. 강호팔문의 자격을 보여줄 때가 왔습니다.”
임요성의 발언에 다른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상천십좌에 오른 임요성과 강호팔문에 오른 청풍표국.
이번 공격은 그 둘 모두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 * *
“저들이 표국을 나섰다고 합니다.”
사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얼마 후 흑위가 조상연 앞에 부복했다.
이미 그들이 있는 곳은 폐가 아래 위치한 안가가 아니었다.
소주에서 양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객잔의 별채가 바로 그들이 있는 곳이었다.
흑위는 객잔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전서응이 도착하자 곧바로 전서를 읽고는 조상연에게 달려온 것이다.
“후후. 멍청한 놈들. 아마 우리가 안가에 있는 줄 알고 달려오겠지. 준비는?”
“전에 말씀하셨던 마적단이 표국에서 꽤 떨어진 곳에 나눠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혹시나 해서 분산하여 위장해 있습니다.”
“우리가 역으로 자신들을 염탐하고 있었다는 걸 안다면 얼마나 놀랄까. 후후후.”
조상연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한이구나. 다른 건 몰라도 표국의 소국주라는 년은 꼭 죽여야 한다. 그래야 그놈도 충격을 받겠지. 안가로 간 인원은?”
“예. 임가놈을 따르는 묵풍조 장로들이랑 청풍대라는 무인대가 모두 이동했습니다. 그 외 개방도들과 무림맹 무사들까지 같이 이동했으니 주전력이 모두 이동한 것과 같습니다.”
“흠. 그럼 남아 있는 건 그 거지 왕초란 자 정도인가?”
조상연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묻자 흑위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거지왕은 혈천이 상대해줄 것이고, 그사이 무룡이 소국주를 처리하면 되겠군. 가능하다면 그 아비까지도 처리할 수 있겠고. 귀왕들은?”
“대계를 위해 목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깊이 끌어들인 다음….”
“후후후. 좋네. 아주 좋아. 그럼 우리는 단목세가로 이동하세.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
“예. 몇 가지 전달 사항만 혈천에게 보낸 다음 제가 길을 잡겠습니다.”
“음.”
조상연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사실 그는 이미 표국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전력으로 붙는다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쪽은 오황자를 데리고 있는 상태.
괜히 소주부 관아랑 얽히기라도 하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그래서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는 것이다.
지금 가장 자신을 성가시게 하는 존재는 바로 흑표.
그렇다면 흑표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바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안가로 유인한 다음 몰래 적의 본진을 치는, 이른바 암도진창(暗渡陳倉)의 계략이다.
그리고 자신과 오황자는 이미 예비된 단목세가로 가서 유유히 다음을 준비하면 된다.
하남상단의 일로 산서상인 장만철이 제안을 해왔다.
봉문한 단목세가에서 강호인뿐 아니라 관의 눈을 피해 다시 대계를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고.
무림세가라서 관의 감시를 피하기도 좋고, 봉문한 상태기 때문에 무림의 이목을 속이기도 쉽다는 의도였다.
자신이 길을 닦아 두겠다며, 동남동녀 등의 자질구레한 준비는 양주상단에서 거들 것이라 했다.
조상연 또한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남상단이 털렸을 때는 사실 자신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단목세가라는 훌륭한 대안이 준비되자 다시 조상연의 눈에 빛이 들어온 것이다.
“흑표여, 흑표여. 네가 모든 걸 알아채고 표국으로 돌아갔을 땐 너의 행복한 보금자리가 갈기갈기 찢겨 있는 모습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후후후후후.”
조상연의 짙은 웃음과 함께 황궁에 이어 또다시 질긴 악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