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56
청풍표국 최강식객 156화
156화. 다시 시작되는 악연(4)
묵풍조 장로들과 정보각주 구용식, 수비대주 나윤천, 총표두 홍국헌, 그리고 풍림개, 마지막으로 사준혁까지 함께한 청림회의가 열렸다.
외부인인 풍림개와 사준혁은 사실 이 회의에 참석할 권한이 없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특별히 참석했다.
특히 풍림개는 개방주를 대신해 참석을 한 것이다.
아무리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라고는 하나 개방의 방주가 이런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급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칠검 부단주, 이번 습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하네.”
일검의 말에 칠검이 상체를 숙이며 말했다.
“우선 습격 인원은 6명으로 수장이 초절정의 무위를, 나머지 5명은 절정의 무인들이었습니다.”
“허어. 대단하군.”
풍림개가 턱을 쓰다듬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말이 초절정이고 절정이지, 이 정도 전력이면 대문파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일례로 지금 두진호 국주가 절정이었으니까.
대체로 중소방파의 수장이 절정급이란 것만 봐도 그들의 이번 습격이 얼마나 큰일이었는지 말해준다.
“맞습니다. 습격을 예상했다고는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구용식도 십 년 감수했다는 표정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수장은 칠검 장로께서 맡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는 두 분께서 어떻게 해치운 겁니까?”
묵풍조 장로 중에서도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이미 표국 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이검 장로가 물었다.
“우선 최초 제가 나타나면서 두 명을 해치워서 네 명이 되었습니다. 수장을 빨리 처리하고 붙으려 했지만 끈질기게 달라붙는 통에 저도 미처 발을 못 뺐지요. 그런데 소국주님의 가락지가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가락지라고 했습니까?”
풍림개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예. 아마 임 총사님께서 가시기 전에 선물을 한 것 같은데, 그게 내기를 불어넣으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빛을 내뿜는 기물이었습니다. 그 틈을 타 매부단주와 소국주님이 연합하여 그들을 무찌를 수 있었습니다.”
“호오. 사랑의 힘이로군요.”
풍림개가 미소 짓자 다른 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떠올랐다.
“후후. 사랑의 힘은 그게 다가 아니지요. 소국주님께서 입고 계신 호신용 보의 역시 기물이라 그들의 치명적인 공격을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자자, 그건 그렇고 이렇게 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아무래도 조만간 그들로부터 습격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회의 소집의 주체인 일검의 말에 다들 침묵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음 말은 흑월 단주께서 해주게.”
일검의 말에 흑월, 사준혁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시작했다.
“일단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오황자의 은신처로 하남상단의 명의로 되어 있는 하남의 작은 장원이 유력합니다. 그리고 이건 극비 내용인데, 택화림주가 꾸미는 일 중에 이혼대법이 있다는 거지요.”
“정말 충격입니다. 저도 이번에 하남상단에서 이혼대법을 실험하다가 임 총사에게 발각되었단 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택화림과 관계되었다니….”
풍림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과거 간악한 마두들이나 행하던 사술이라고 들었는데…. 도대체 저들이 뭘 꾸미고 있는 걸까요?”
풍림개도 이혼대법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단지 개방의 장로들에게서 사악한 비술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뿐이다.
사준혁이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희도 정확히 그것을 어디다가 사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택화림에서 이혼대법을 연구 중이라는 사실은 확인했기에 이번 하남상단의 일도 그들과 연관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뿐. 하지만 이번 일로 택화림주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건 확실하죠.”
사준혁은 택화림주를 과거 대학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알 수도 있지만, 굳이 황궁의 전직대학사가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 치부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무튼 임 공자님께서 묵룡이라는 점, 그리고 이번 하남상단과의 마찰로 택화림 측에서 임 공자님의 과거 행적을 면밀히 추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습니다. 그 말은….”
사준혁의 말을 일검이 받았다.
“조만간 복수를 위해 이 표국을 습격할 거라는 말이군? 좋네. 다들 사단주의 말에 어떻게 생각하나?”
모두의 의견을 묻는 듯하면서 가장 먼저 일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구용식이었다.
정보각을 맡아서 소주의 모든 정보를 손안에 보듯 하는 그였다.
당연히 그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최근 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이번 소국주님에 대한 습격도 그래서 알 수 있었죠.”
“그렇군. 그러면 최대한 경계를 하면서 대비해야겠군.”
일검이 고개를 끄덕일 때 구용식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그런데… 차라리 우리가 먼저 치는 건 어떻습니까?”
“우리가?”
“그렇습니다. 과거라면 힘이 없어서 웅크리며 소극적으로 막아내는 전략을 짰다면, 이젠 우리도 먼저 공격할 힘과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소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묵천도뿐만 아니라 팔선녀분들도 계시고, 무림맹 강소지단도 어떻게든 저희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루가 멀다고 대문을 넘나들고 있지요. 게다가 개방도 분들도….”
구용식이 그렇게 말하면서 풍림개를 쳐다봤다.
“걱정 마시오. 방주께서도 최대한 임 공자, 아니 임 총사에게 도움을 주라고 했으니 만약 그들을 친다면 우리도 최대한 지원하겠소.”
풍림개의 말을 사준혁이 받았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명분도 저희들에게 있습니다. 오황자를 빼돌린 역모 세력이라는 명분은 관의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관무합동작전이라면 그들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을 겁니다.”
일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오? 혹시 반대 의견은 없소?”
그의 말에 아무도 손을 드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아무리 교룡각과 저희 경비대원들의 수준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습격해오는 적을 맞아 싸우기엔 손색이 있지요. 차라리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저희 쪽에서 먼저 치는 것이 현명할 듯합니다.”
나윤천의 말에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날은 언제로 잡는 게 좋겠나?”
“오늘 밤입니다.”
“오늘 밤? 너무 빠르지 않나?”
구용식의 의견에 일검이 고개를 갸웃했다.
“완전한 준비란 없지요.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조금 준비가 덜해도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총사님과 신의께서도 오실 테니 차라리 그에 맞춰 바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실제 오늘 받은 전서에는 저녁 늦게는 도착할 거라고 되어 있었다.
물론 예상이긴 하지만 대부분 그 전서에 많이 놀랐다.
그 거리를 한나절 만에 주파하다니.
하지만 임요성이 상천십좌라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총사님께서 오시면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나윤천이 웃으며 말했지만 아무도 따라 웃는 이가 없자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따라 웃진 않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임요성이 있는 상태에서 그들을 맞이한다면 큰 걱정이 없다.
상천십좌에 오른 파천황이 있는데 무에 걱정이랴.
게다가 신의도 같이 있다.
무공은 잘 몰라도, 저번 습격 때 그의 활약만 보더라도 어지간한 초절정 고수 뺨치는 암기술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염주로.
이미 의각에는 꽤 많은 염주가 구비되어 있었다.
이번에 무림맹에 방문한 일로 이미 수뇌부들은 백의원이 ‘그’ 신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외부로의 발설은 금지되었다.
신의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상천십좌가 있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번거로운 일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저도 최대한 개방도들을 모아보겠습니다. 방주께서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럼 전 무림맹 강소지부장에 연락해 최대한 인력을 지원받겠습니다.”
풍림개의 말에 구용식도 나섰다.
“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표국 식구들 중 노약자와 쟁자수들은 미리 다른 곳을 피신시키고, 그들에 맞서 싸울 이들을 추려두겠습니다.”
나윤천이었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역으로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방비는 필요했다.
이제 수비대는 그를 중심으로 꽤 똘똘 뭉쳐 있었다.
과거 흑도문 소속이었던 그들은 나윤천과 의기투합하여 이제는 청풍표국을 진짜 자신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공격은 우리 청풍표국에 국한된 일은 아니오. 이들은 역모를 꾸미고 있으며, 강호에 큰 환란을 가져오려는 악의 무리들이오. 그러니 미리 친다고 해서 전혀 양심의 가책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무인들에게도 전파해주시오. 우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임 총사께서 오는 즉시 그들을 습격할 것이오. 그리고 혹시 모르니 국주님과 소국주님을 위해 호위대는 국주전을 위주로 철통같은 방어를 해야 할 것이오. 그 외 나머지 최소 일류 이상의 무인들까지 집결토록 알리시오.”
일검의 말이 끝나자 모두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일어섰고, 그들을 바라보는 일검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 * *
“후우.”
“괜찮으세요?”
표국으로 돌아온 뒤 수욕을 하고 따스한 차를 마시자 그제야 놀란 가슴이 진정되었다.
매영옥이 그녀의 옆에 앉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묻자 두혜련이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응. 괜찮아.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께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았네? 이 천잠보의랑 신비의 반지! 왠지 오라버니가 나랑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임요성이 준 가락지를 만지작거리며 두혜련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그냥 마음의 징표라고 생각했던 가락지가 자신의 생명까지 구해주자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청림회의가 소집되었다지?”
“예. 장로들께선 저희에게 있었던 습격이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오늘, 늦어도 내일 대대적인 습격이 있을 것 같다며 저한테도 오늘 내일은 낮에 자고 밤에는 소국주님 곁은 지키라고 하더라구요.”
“후우.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두혜련이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매영옥이 피식 웃었다.
“그게 강호잖아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
“그렇게 말하니 너무 삭막하구나.”
“뭐, 그러니까 가끔씩 들려오는 협행이나 낭만적인 사건들에 더 열광하는 것이겠죠.”
“그런가….”
두혜련이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가락지를 쳐다봤다.
자신은 그냥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탐내는 이들로부터 제 한 몸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가지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럴 거면 산속에서 속세와 연을 끊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자신은 상천십좌가 된 임요성의 여인이자 강호팔문 중 하나인 청풍표국의 소국주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 가봐야겠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좋든 싫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