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55
청풍표국 최강식객 155화
155화. 다시 시작되는 악연(3)
매영옥이 양손에 비수를 뽑아 들며 두혜련의 앞을 막아섰다.
“뭐냐?”
스릉.
두혜련도 일전에 진천비무제에서 얻었던 월령보검을 빼 들었다.
달빛을 머금은 보검은 시리도록 푸른 빛을 발했다.
고된 수련의 효과로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을 정도가 된 것이다.
“얌전히 따라가는 것이 좋을 거다.”
팡!
“크읍”
앞에 선 복면인이 기도를 방출하자 매영옥이 한 발짝 뒤로 밀렸다.
‘초절정의 고수다.’
처음 내려서는 순간 이들이 모두 최소 절정 이상의 고수라는 건 알았다.
그런데 이들의 우두머리는 최소 절정의 수위, 또는 초절정에 이른 고수였다.
“비겁한 새끼들. 고추 달고 나와서 여럿이 덤벼야겠냐?”
하지만 이어진 매영옥의 말에 복면인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거참. 말투 한번 걸쭉하군.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받은 명이 그러한 것을. 그대야말로 얌전히 따라와 주는 게 어떤가? 해치진 않겠네.”
“흥.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일단 너네들은 첫인상부터 글렀거든.”
복면인의 수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겠군. 호위는 죽이고, 여인은 제압하라!”
그의 명령에 다섯 명의 복면인이 그녀들에게 쇄도했다.
푸슈슛!
쇄도하던 두 명의 복면인이 목에서 선혈을 내뿜으며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남은 세 명의 복면인들이 멈칫했다.
“뭐, 뭐야!”
놀라 소리치는 복면인들의 수장 앞에 한 인영이 내려섰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칠검이었다.
그녀는 택화림이 이곳 소주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일검의 지시로 두혜련을 은밀히 호위 중이었다.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은 혹시 모를 기습에 있어서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작전이 먹혀들어 갔다.
단숨에 두 사람을 해치울 수 있었으니까.
칠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복면인 수장의 눈이 게슴츠레 변했다.
‘내가 이걸 느끼지 못했다니.’
초절정에 이른 자신의 기감을 비껴가 있었다는 건 최소 동수, 아니면 자신보다 높은 경지라는 말이었다.
그리되면 계획 변경이다.
“모두 죽여라! 적어도 저년만은 죽인다!”
그가 쇄도하며 독이 묻은 표창을 날렸다.
채재재쟁!
칠검의 휘두른 검에 표창이 모두 쓸려가고 두 사람이 맞붙었다.
콰아앙!
검기와 검기가 충돌하며 기파가 발생하며 두혜련과 매영옥의 몸이 휘청했다.
“죽어!”
두 사람이 죽고, 남은 세 복면인이 그녀들을 덮쳤다.
채쟁!
매영옥이 비도를 날려 두 사람의 움직임을 묶자, 남은 한 명이 두혜련에게 쇄도했다.
챙! 채쟁!
두혜련이 침착하게 복면인의 공격을 막아내자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듣던 것과는 달리 제법이군. 하지만 거기까지다!”
두혜련의 목을 노리는 듯하던 검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심장을 찔렀다.
퍽!
‘흡!’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뒤로 쓰러진 두혜련의 손에서 비수가 날아오자 복면인이 급히 몸을 틀어 피했다.
‘이, 무슨!’
분명히 심장을 정확히 찔렀는데 살을 꿰뚫고 들어가는 소리가 아닌 마치 북을 치는 듯한 소리에 복면인이 당황했다.
그사이 매영옥이 비수를 날리며 복면인과의 거리를 벌렸고, 쓰러진 두헤련을 다시 공격하려던 복면인을 막아섰다.
챙!
매영옥이 검을 뽑아 든 채 세 명의 복면인과 대치하는 사이 두혜련이 옆에 섰다.
옆에서는 칠검과 복면인들의 수장이 벌써 수십 합이 넘어가는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비겁한 새끼들아! 여럿이서 이러기 있냐?”
매영옥의 도발에도 복면인들이 음산한 웃음을 흘릴 뿐 넘어오지 않았다.
세 복면이니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는 셋 다 매영옥 쪽으로 쇄도했다.
“흥!”
어느새 한 손에 뽑아 든 비수 두 개를 날렸지만, 매영옥을 향한 것은 허수였다.
비수를 쳐냄과 동시에 두 사람이 두혜련에게 쇄도한 것이다.
“안 돼!”
매영옥이 두혜련을 막아서려 했지만 복면인이 검과 함께 몸을 부딪치며 막아서자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크흐흐. 끝이다!”
처음 여섯 명의 복면인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두혜련은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칠검이 나타남과 동시에 두 명이 먼저 죽고, 몇 차례 합을 섞다 보니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복면인의 치명적인 일검을 천잠보의가 막아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행히 좀 전에 매영옥과 임요성이 온다는 대화를 나눴던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그가 떠나며 주고 갔던 가락지가 생각이 났다.
다른 복면인이 매영옥을 막아서는 동안 남은 복면인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에도 두혜련의 마음은 차분했고,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순간 임요성이 말해주었던 데로 가락지의 특정 부분을 잡고 내력을 불어넣자,
화아아악!
“크윽!”
“헉!”
칠검은 복면인의 수장에게 발목이 잡혀 있었고, 매영옥 역시 다른 복면인이 몸을 날려 붙잡자 반지의 공격에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태양광을 눈앞에서 터트린 듯한 빛이 가락지에서 터져 나오자 아무리 고수라도 순간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잠깐의 빈틈은 매영옥의 비수가 두 사람의 목을 뚫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매영옥의 등을 향한 복면인의 공격을 두혜련이 막아섰고, 그 순간 몸을 돌린 매영옥의 검이 그의 목을 날렸다.
“헉헉! 아가씨! 그 빛은 대체…?”
매영옥의 의문을 풀기도 전에 저 옆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악!”
푸악!
어깨에 꽂힌 검을 빼냄과 동시에 복면인의 목을 날린 칠검이 다급히 두혜련에게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후우. 괜찮아요. 다행히 오라버니께서 주고 가신 가락지가 도움이 되었네요. 헤헤.”
해맑게 웃는 두혜련이었지만 가슴은 터질 것처럼 두근거렸다.
‘오라버니.’
기영란이 주었다는 환희궁의 신물은 그렇게 미래 며느리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공자님, 빨리 오세요.’
두혜련의 시선이 저 멀리 북쪽을 향했다.
* * *
“뭐라고?”
두진호가 눈을 부릅뜨며 벌떡 일어섰다.
“련아가 습격을 받았다고!?”
“예, 그렇습니다.”
총관 이천호의 보고에 두진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구겨졌다.
“다친 데는? 다친 데는 없다고 하던가?”
“예, 다행히 모두 무사하다고 합니다. 혹시 몰라 위현보 각주가 진찰을 하고 있습니다.”
두진호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옆에 놓인 식은 차를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허허. 진짜 습격을 받다니.”
사실 일검은 사준혁과의 만남 이후 조상연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폐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혹여 들킬까 봐 묵풍조 장로들이 돌아가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특히 두혜련을 납치하여 인질로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한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태호상단에서 새롭게 취급하는 물품에 대한 표행 의뢰 건으로 물건 확인도 하고, 간 김에 계약도 마무리 짓기 위해 잠시 나온 참이었다.
“그 잠깐 사이에 습격을 하다니. 일검 장로의 의견대로 칠검 장로를 붙이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군.”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모자라 한 사람이라도 더 표행에 붙어야 해서 아쉬웠는데, 이번 일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후우. 그러게 말일세. 그렇지 않아도 밀려드는 의뢰로 몸살을 앓을 지경인데.”
“그래도 홍 표두가 돌아와서 그나마 일을 분담해주어서 숨통이 좀 트이는 느낌입니다.”
두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표국은 밀려드는 의뢰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중간에 홍국헌이 돌아와 업무 분담을 해주는 바람에 숨통이 트였지 지금까지 두진호와 이천호 둘이서 밀려드는 의뢰를 처리한다고 두 사람 모두 눈에 시커멨다.
제대로 된 표사들도 없다 보니 묵풍조 장로들까지 임시표사로 투입되어 표행을 가는 실정이었다.
“그러게 말일세. 그나마 홍 표두라도 없었으면 우리 둘이서 죽어날 뻔했지.”
“하하. 그래도 전 요즘처럼 일이 많은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전에는 일보다도….”
이천호가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군. 나도 이해하네. 그때는 되지도 않는 표국 내 힘겨루기 때문에 자네가 많이 힘들어했지.”
“뭐, 지난 일이지요.”
두진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그 여파는 컸다.
믿고 의지하던 아내가 실어증에 걸려 절에 유폐되다시피 했고, 아들은 군역을 나갔으니 말이다.
그의 분위기에 이천호도 입을 다문 채 찻잔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아, 일검 장로가 청림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국주님께서도 가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됐네. 회의 내용만 알려달라고 해주게.”
택화림이 소주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구용식은 당분간 표행의 의뢰를 뒤로 미루어 임요성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모든 전력을 표국으로 집중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랬다고 두진호는 하나라도 더 받고 싶었지만, 이런 일은 임요성이 만들어 둔 청림회의 일원들이 전문가였기에 그들의 말을 따랐다.
그런데 이번 일로 그 말을 따른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어쨌든 늘그막에 이렇게 일복이 터질 줄은 몰랐군.”
“모두 임 총사 덕분이지요.”
“음. 사실 나는 두 사람에게 표국을 맡겨두고 유유자적 살고 싶었는데, 사위 될 사람이 너무 능력이 출중하다 보니 그것도 힘들게 됐군. 게다가 그 때문인지 련아도 무공에 맛을 들여서 말이야.”
두진호가 차를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적당히 실력이 좋았다면 이 청풍표국을 소소하게 키워나가면서 둘이서 알콩달콩 살면 되었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어.”
그런데 연일 들려오는 소문은 이 청풍표국이 너무 작다고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두진호는 원림생활을 청산하고 표국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래서 소국주님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입니까?”
“그렇지. 이제는 소주의 청풍표국이 아니라 천하의 청풍표국이 되지 않았나. 어설픈 마음가짐으로는 이끌어 나가기 힘들게 되었어. 어차피 임 총사는 이런 서류 업무랑은 어울리지 않네. 마음껏 밖에서 웅지를 펼 수 있도록 우리가 밀어줘야지. 자네도 각오하게.”
“하하.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인원 충원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조금씩 조금씩 늘려왔는데, 이제는 양적 성장도 필요할 때인 것 같아서요.”
“음. 그건 총관이 알아서 하게. 각 부서의 장들과 의논해서.”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뽑으면 그 인원들을 다 수용할 수는 있겠는가?”
“충분합니다. 아시다시피 예전에 증축해둔 시설들이 많아서요. 부지는 기존 강 부인 때 넓혀둔 것도 있고. 오히려 그동안이 불필요하게 컸지요.”
“하긴.”
두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표국을 넓히냐고 아내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래를 위해서라는 게 답이었는데 결국 그 결실은 그녀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누리게 되니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음. 계속 수고해주게.”
이천호가 나가고 잠깐 한숨을 내쉰 두진호가 다시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미래를 위한 노력은 자신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