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98
396. 착생의 신 (2)
만신전.
본디 어둠의 신에게 설명을 들은 바에 의하면 그곳은 수많은 신격의 집합과도 같다.
한마디로 말해서 개념 신성을 토대로 하여 드높은 경지에 도달한 이들 중 대부분이 만신전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설마, 착생의 신이 만신전 측에게 배제당한 정식 신격들을 잔뜩 모아놓았을 줄이야…….’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참…….’
사실상 이곳에 있는 신격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죽인다고 한들 그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박이잖아?’
그럴 만도 했다.
만신전 측은 고대 신격 중 일부마저도 소속되어 있다고들 하지 않은가.
아마, 이 우주에서 만신전이 가지는 영향력은 결코 적잖은 수준일 터다.
‘신들의 전장 같은 곳이 아니고는 신격들을 많이 죽일 기회는 더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간단할 뿐이었다.
착생의 신을 주축으로 하여 새로운 파벌을 구축하려는 정식 신격, 혹은 상위 신격들은 거리낄 것 없이 죽여도 되었다.
어차피, 착생의 신 같은 고대 신격을 뒷배로 두고 싶어 하는 이들이니, 아무리 많이 죽여봤자 보복 따위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나는 입가에 슬슬 미소가 지어졌다.
‘재밌네.’
어느새 고대 신격, 그리고 수많은 상위 신격들을 상대로 승리한 끝에 얻어 낼 보상이 어떤 것일지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최소한 고대 신격 중 상위권의 반열은 아니어도 그 중간쯤에는 도달할 수 있겠어.’
이제는 어둠의 신, 혹은 마신이나 용신 같은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고대 신격 중 이쪽이랑 비슷한 실력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착생의 신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을 터.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나는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에 대해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착생의 신은, 고대 신격 중 하나에 속하는 것도 모자라, 만신전 측에서 성유물까지 훔쳐 왔다고 했었지…….’
당연했다.
이쪽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울 테니까.
설령, 백 년 전쯤에 고대 신격의 반열에 들었다고 해도, 착생의 신 또한 고대 신격이라고 불릴 자격은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다.
착생의 신은 만신전 측에서 성유물들을 훔친 덕분에 전투에 있어서 더 많은 변수를 자아낼 수 있을 것 아닌가.
최대한 이쪽에 유리한 상황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착생의 신에 대해 약간 알아볼 필요는 있겠네.’
그것을 끝으로 생각은 끝냈다.
[ 이야-. ]다름이 아니라…….
[ 슬슬 초대자가 다 도착했나 본데? ]어느새 이쪽을 안내해주겠다고 나섰던 어느 나른한 인상의 남성이 씩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으니 말이다.
[ 자, 이곳이 바로 착생의 신을 기다릴 연회장이야. 멋지지? 만신전 측에서 받은 대우를 생각하면 훌륭한 곳이야. ]그제야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선 고개를 들어 재빨리 주변에 대한 파악을 마쳤다.
‘대충 정식 신격, 혹은 상위 신격들은 수십쯤 모여있는 것 같네.’
훌륭했다.
굳이 따지자면 수많은 음식이 잔뜩 모여있는 뷔페를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수많은 개념의 신성을 얻어 낼 생각을 하니 실로 즐겁기 그지없는 감각이 일었다.
그대로 내가 눈빛을 반짝이고 있자니 옆에 있는 어느 나른한 남성이 무언가를 오해한 듯 헛소리를 뱉었다.
아마도 이쪽이 연회장 내에 모인 수많은 신격을 보고 긴장한 줄 아는 것 같은데…….
[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 가보자고. ]그에 나는 그 나른한 인상의 남성에게 한없이 친근한 미소를 지어주며 대꾸했다.
[ 사실, 나도 이 연회장에 있는 신격들에 대해 알고 싶은 게 꽤 많아서 말이야. ]사실은, 이쪽도 네크로맨시로 얻어 낼 보상에 대해 알아볼 필요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 참, 크게 기대하고 있어. ]그것도 아주 확실히.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나는 어느 나른한 남성을 따라서 연회장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사실상 이쪽이 만신전 측에게 의뢰받은 채 이곳에 왔다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착생의 신이 뭔 개수작을 부리려는지는 알아볼 시간은 충분히 있겠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이쪽에 대해 약간의 호의를 느끼는지 그는 친근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
[ 압축의 신. 그게 나야. 사물을 압축하여 다룰 수 있지. 뭐, 필멸자 시절의 이름도 있기는 한데……. 그딴 건 이미 수백 년 전에 버렸어. 그냥 압축의 신이라 불러. ]아마도 이쪽이랑 시답잖은 친분이라도 나누고 싶은 것 같은데…….
[ 그래. ]그에 나는 대충이나마 압축의 신이랑 말을 섞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어차피 이곳에서 정보 수집을 이어갈 생각이었기에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썩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어쩌면, 운이 좋다는 가정하에서는 압축의 신과의 대화로 뭔가를 얻어 낼 수도 있을 터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 그래서……. ]단.
[ 너는 어떤 개념의 신인 거야? ]이쪽에 대해 알게 해줄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태연히 거짓을 뱉었다.
‘그냥, 아예 대놓고 써도 들킬 일 없는 신명쯤이면 되려나?’
다름이 아니라…….
[ 수확의 신. ]바로.
신들의 전장에서 오래전에 얻어 낸 개념 신성의 주인 중 하나의 이름을 댄 것이다.
구태여 따지자면 딱히 거짓말도 아니다.
사실상 신성 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이쪽도 수확의 신이라고 자처할 자격이 충분히 갖춰진 것이니 말이다.
[ 흠……. 오케이. 뭐, 괜찮아 보이네. 어디 딱히 모난 신성 같지도 않고 말이야. 아마, 너랑은 그렇게 나쁜 관계가 되지는 않겠어. 잘 지내보자고. ]실제로 저쪽이 의심하는 기색도 없었다.
[ 그나저나……. 착생의 신 밑에 있는 신격들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었나? 그거, 내가 알려줄 수 있으니 물어봐도 돼.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 일단은 착생의 신이 어떤 자인지에 대해 알고 싶은데 말이야. ]그러나…….
[ ……어. 착생의 신? 그분에 대해서? 글쎄. 그걸 알고 있는 놈은 거의 없을걸? 끽해야 백여 년 전쯤에 고대 신격이 되었다는 거나 알고 있겠지. 뭐. ]그다지 의미 있진 않았다.
[ 그분은 고대 신격이다 보니 다들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을걸. ]사실상 고대 신격 중 하나이다 보니 착생의 신에 대해 의미 있는 정보들은 풀리지 않은 듯했다.
‘과연, 그래도 나름대로 고대 신격이라는 격에 걸맞게 아무것도 정보가 알려지진 않은 건가.’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실망하진 않았다.
어차피, 착생의 신에 대해 알아낼 시간은 충분히 있지 않은가.
그에 나는 약간의 고민을 거친 끝에 압축의 신에게 가볍게 궁금하다는 듯 말을 건넸다.
[ 그렇다면 착생의 신에게 초대받은 신격들은 어떤 수준이지? ]그리고…….
[ 나름대로 꽤 훌륭하지. ]압축의 신은 이쪽이 내던진 질문을 듣고는 간단하다는 듯 답했다.
[ 애초에, 만신전 측에 배제되었다고는 해도 고대 신격 중 하나인 착생의 신에게 초대받은 신격들인데 하찮을 리 없잖아. ] [ ……. ] [ 대충 너나 나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될 거야. 정식 신격에서 상위 신격의 사이에 걸쳐져 있는 느낌이지. 아, 그 외에 상위 신격들도 있긴 한데, 그래도 큰 차이는 아니야. ] [ 그래 보이긴 하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싸늘하게 눈빛을 발했다.
눈앞에 보이는 연회장 내의 신격들은 하나같이 특출난 것 하나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압축의 신이랑 얼추 비슷하거나, 혹은 그것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신성을 이룩했다고 해야 할까.
이쯤 되니 감이 왔다.
‘가능하겠네.’
간단했다.
‘이쪽이 선공을 칠 수 있다면 단숨에 하나도 남김없이 죄다 죽여버릴 수 있겠어.’
어느새 나는 이곳에 있는 수많은 신격을 단숨에 몰살할 수 있음을 확신한 것이다.
‘흥미롭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단지, 이쪽이 궁금하다는 티를 내는 것만으로 압축의 신은 경계심 하나 없이 수많은 정보를 알려줬다.
그에 나는 연회장의 한 곳에 터를 잡은 채 압축의 신이 해주는 이야기들을 조용히 귓가에 담았다.
[ 아-. 바다의 신. 개념 신성은, 세계 어딘가에 있는 대량의 해수를 죄다 끌어모아서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저놈, 강해. ] [ 흠. 상실의 신. 꽤 악질이긴 한데 강하긴 해? 개념 신성 자체는 별로 강하진 않은데 스스로 쌓아 올린 신화와의 시너지가 훌륭하……. ] [ 오. 허상의 신. 저놈, 만신전 측에 배제되기 전에는 상위 신격 중 하나로 이름을 알렸었지, 아마? 개념 신성으로 허상 공간을 다룰 수 있어서 엄청 각광받았……. ]“…….”
재미있었다.
흡사 어떤 제품의 사용 설명을 듣는 것 같은 느낌.
그대로 나는 수많은 신격이 어떤 개념 신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찌 사용하는지 들은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며 정보 수집을 마쳤다.
이내 이쪽이 싸늘한 눈빛을 발하며 최후의 질문을 건넨 순간.
[ 현재 착생의 신이 만신전에서 훔쳐 왔다는 성유물은 어디에 있지? ]그것을 들은 압축의 신이 눈을 찌푸리며 알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굴었다.
[ ……그야, 착생의 신께서 가지고 있겠지. 어둠의 신, 그리고 교만의 신에게서 훔쳐 온 고대 신격의 성유물이니까. 그분이 초대하실 때 말했잖아? 스칸디아의 힘을 흡수한 후, 착생의 신께서 성유물을 모두에게 배분할 거라고. 그때까진 아무도 성유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 ] [ 그렇다면 착생의 신은 어디에 숨었을까. ] [ ……야. 그거,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잖아? 착생의 신께선 스칸디아 그 자체의 생명력을 다 흡수할 때까진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고 했으니. 아마, 그분이 어디에 있는지는 고대 신격이 와도 알 수 없을걸. ] [ 그것참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네. ]그에 나는 아쉬움에 혀를 찼다.
이쪽이 착생의 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면 기습을 가하여 승기를 잡아낼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소득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사실상 착생의 신은 스칸디아의 세계 그 자체에 내재된 풍부한 생명력을 다 얻어 낼 때까진 활동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확실했다.
[ 그나마 내가 에피타이저를 챙겨 먹을 틈이 있다는 건 다행이지만 말이야. ]간단했다.
이곳에 있는 신격들을 하나같이 착생의 신을 따라서 만신전 측을 배신한 작자들이지 않은가.
어차피, 착생의 신이 깨어나면 다 이쪽을 적대할 신격들에 불과할 터이니 살려둘 필요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한데…….
[ 너, 너, 너! ]어느새 압축의 신도 이쪽이 하는 말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 초대자가 아니라 배신자였……!? ]갑자기 압축의 신이 경악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는 짓씹듯 말을 뱉었다.
“배신자라고?”
상관없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대로 나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얼굴빛을 내비치며 담담히 말했다.
“애석하게도…….”
이곳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얻었으니 더는 연기할 필요도 없잖은가.
「초월과 죽음의 신이 어느 같잖은 신격의 헛소리에 비웃음을 보냅니다.」
그리고.
[ 그러니까. ]다음 순간.
「권능 스킬 ‘성광’이 활성화되어 신성 을 머금은 별빛이 생성됩니다.」
키이이이이이이이잉……!!
[ 그냥 닥치고 죽어. ]순식간에 허공에 나타난 검은 별빛이 미친 듯이 난회전하며 주위 공간을 집어삼키듯 휩쓸었다.
「스킬 ‘별빛 팽창’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모든 종류의 별빛이 크게 팽창하여 최대 4배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집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것도 아주 화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