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97
395. 착생의 신 (1)
교만의 신.
아마도 만신전 측에 소속되어 있는 고대 신격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사실상 교만의 신이라는 이한테 나는 그 어떤 흥미도 느끼지 않았기에 신경조차도 쓰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교만의 신을 섬기는 사도한테도 딱히 신경 쓰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야.’
그리고.
“너.”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그쯤에서 헛소리는 그만하지?”
구태여 이쪽이 라이엔의 헛소리를 끝까지 들어주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초월과 죽음의 신이 어느 같잖은 사도에게 최후의 경고를 내립니다.」
[ 그래야, 내가 너를 조금이라도 더 살려둘 마음이 들 것 같은데 말이야. ]순식간에 나는 신성의 격, 그리고 신성의 간섭이 뒤섞인 음성을 내뱉으며 라이엔에게 은연중에 힘을 드러냈다.
단, 이 스칸디아의 세계에 숨어 있을 착생의 신에게 들킬 걸 염려하여 신성을 라이엔 하나에게만 쏟아내었다.
최대한 착생의 신에게 신성을 들키지 않게끔 섬세한 제어를 가미한 신성의 압박을 일으킨 것이다.
───!
한데…….
“……큭! 버러지가! 나는! 고대 신격 중 하나이신 교만의 신을 섬기는 일곱 번째 종이다! 그까짓 신성을 드러내봤자 겁먹을 것 같─.”
이쪽이 착생의 신에게 신성을 들키지 않게끔 힘을 제어한 탓에 사태 파악이 덜된 것일까?
어느새 라이엔은 흠칫하다가도 되레 격노하여 쩌렁쩌렁 당당하게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신성을 토대로 하여 상대를 가볍게 설득할 생각을 버렸다.
단지, 신성의 격을 쓰는 것보다 더 쉬운 설득법을 사용했을 뿐이지.
꽈아앙!
“컥─!?”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가볍게 발을 굴러 라이엔의 코앞에 당도하고는 그 안면을 붙잡았다.
꽈아악-.
“어쩌라고?”
그대로 나는 흥미 없다는 듯이 담담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했다.
“고대 신격 중 하나인 교만의 신이 너의 주인이라는 것쯤은 확실히 알긴 했어.”
그제야 라이엔은 눈을 부릅뜨며 입가에 슬슬 비틀린 감정을 머금은 채 크게 외쳤다.
“끄흐흐! 그래……!! 교만의 신은 고대 신격 중 한 분이시지! 네까짓 놈과는 달리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해 온 고대 신격이란 말이다! 너 따위는! 그분에게 비할 바가 아니─.”
하나, 그것도 잠시.
“관심 없어.”
“……하?”
“교만의 신인지 어쩌느니 하는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라는 것쯤은 알겠지만 말이야.”
“…….”
어느새 라이엔의 눈이 딱딱하게 굳는 걸 바라보며 나는 싸늘한 어조로 말을 마쳤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네가 고대 신격인 건 아니잖아?”
간단했다.
설령, 라이엔이 고대 신격 중 하나를 섬기는 사도라고 한들,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럴진대 고대 신격의 경지에 닿은 이쪽을 보고 일방적인 상명하복의 관계를 구축하려고 하다니.
그딴 것을 용납할 리가 없다.
“감히, 탑의 사냥개 놈 주제에 내게 잘난 척하지 마라……!!”
한데…….
어째서인지 라이엔은 이쪽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청색의 신성까지 일으키며 격노하였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이쪽은 압도적인 신성 제어 능력을 토대로 하여 고대 신격에게 들키지 않게끔 신성의 수위를 조절했으나 라이엔은 그렇지 않았다.
라이엔의 신성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며 외부에 통제되지 않은 기운을 흩뿌린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되돌아가라. 》
어차피, 신성 에 신성 을 뒤섞는 것만으로, 상대의 신성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었으니까.
콰지직-!
순식간에 라이엔의 신성력이 뭉개지더니 바깥에서 안쪽으로 돌아갔다.
사실상 신성 에 의해 더는 신성을 움직일 수 없게끔 속박했다 보니 더는 이쪽에 힘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그것을 깨달은 라이엔은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기겁하고는 이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입술을 떼었다.
“이게, 대체!”
단.꽈아악-!
그대로 나는 라이엔의 말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그 안면을 더 세게 쥐었다.
“컥……!!”
그리고.
“만신전 측에서 내가 헛수작을 부릴지 모른다고 하며 경계하고들 있다고 했었지?”
그제야 나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라이엔의 겁먹은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딴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가서 전해.”
“……큭! 가, 가라고? 만신전으로? 네놈은 놔두곤 그럴 수 없─.”
“─아니. 그냥, 이쯤에서 순순히 만신전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거야.”
굳이 설득할 필요는 없다.
“그래야, 나도 고대 신격의 사도를 죽이는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잖아?”
어느새, 라이엔의 얼굴빛은 포식자 앞에 선 먹잇감처럼 한없이 창백해져 있었으니까.
***
순식간에 라이엔은 한마디의 말도 덧붙이지 않고 재빨리 만신전으로 돌아갔다.
「업적 ‘공포의 조율자’를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민첩이 4 상승합니다.」
“짜증 나게 하긴.”
그에 나는 라이엔이 사라진 장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어쩌면, 교만의 신이 보낸 사도인 라이엔은 이곳에 만신전 측의 대행자로 온 게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상 만신전 측에서도 이쪽이 고대 신격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아는데 상식적으로 저딴 사도 하나를 보내어 감독관을 시킬 리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추측 가는 것은 하나였다.
‘교만의 신인가.’
대충 어째서 이랬는지 짐작은 갔다.
아마, 고대 신격 중 하나인 교만의 신이라는 이가 이쪽의 성향을 한 번 떠볼 겸 사도를 붙인 것일 터.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만신전 측이 이쪽을 경계하는 것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는 건 아니다.
교만의 신은 고대 신격 중 하나라고 불릴 만큼의 격을 갖추고 있으며, 만신전 측의 의견에는 고대 신격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는 듯하니 말이다.
최소한 이쪽에 있어서 좋은 상황은 아니란 뜻이다.
“…….”
그러나.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나.”
그것은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쪽에 대해서는 다수의 고대 신격이 흥미를 갖고서 지켜보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만신전 측이 수작을 부리기 전에 다수의 고대 신격이 나에 대해 호감을 드러내어 반발을 가라앉힐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해야 할 일이 우선이야.’
그대로 나는 눈을 살짝 감고는 조용히 신성과 마력을 대지로 뻗었다.
본디 라이엔 같은 같잖은 놈을 상대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들여 탐색을 이어갔을 터이나, 이제 시간 낭비를 더 할 수는 없기에 약간 리스크 있는 탐색 방식을 쓸 필요가 있다.
여태껏 탑을 오르며 얻은 기척을 숨기는 능력에 더하여 고대 신격이 되어 얻은 압도적인 감각이 신성과 마력을 들키지 않게끔 숨긴다.
그리고 그러길 얼마나 했을까.
어느새 나는 신성과 마력을 토대로 하여 스칸디아라는 세계 그 자체에 대한 구성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도.
‘대충 알 것 같네.’
그제야 나는 살짝 감은 눈을 뜨고는 입가를 매만지며 결론을 내었다.
“세상이 종말로 향하고 있구나.”
스칸디아.
본디 착생의 신이 나타나기 전까진 생명력이 풍부했을 세상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사실상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어느 한 장소로 스칸디아라는 세계 그 자체의 생명력이 한 곳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착생의 신은 스칸디아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다는 거겠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착생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디르모아는 이 스칸디아의 세계에서 생명력을 하나도 빠짐없이 흡수하여 멸망시킬 생각인 듯했다.
아마, 그리 머지않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스칸디아의 대자연은 평화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변모하게 될 터.
그다음엔 착생의 신도 이곳에 머물지 않을 게 확실했다.
‘그냥, 착생의 신은 스칸디아의 세계 그 자체에서 생명력을 다 빼먹은 다음에 이동할 생각을 하는 건가.’
그렇다면 더는 꾸물거릴 틈도 없잖은가.
그대로 나는 땅바닥을 밀어내듯 도약하여 스칸디아의 생명력이 흡수되는 중심지로 향했다.
사실상 스칸디아에 대해서는 고대 신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곳 빼고는 신성과 마력을 토대로 하여 다 완벽하게 파악했기에 혼동은 없었다.
착-.
‘정답이네.’
그리고.
“…….”
어느새 나는 가볍게 지면에 착지한 채 고대 신격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보았다.
‘신성으로 이루어진 결계인가.’
한데…….
이곳이 고대 신격의 거주지가 맞다는 듯 스칸디아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돔 같은 초록빛의 신성이 펼쳐져 있었다.
저 신성으로 이루어진 결계를 통과할 수 없다면 부수는 게 정답일 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성으로 이루어진 초록빛 결계를 함부로 부수지 않은 채 물끄러미 보았다.
굳이 당장 이쪽이 발각될 필요는 딱히 없다.
‘그래도 해 볼 만하네.’
다음 순간.
「초월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어느 상대를 지정하여 [4분] 동안 모든 종류의 격이 상대랑 동등해질 수 있습니다.」
「※단, 격의 상승으로 축적되는 부담을 버티지 못할 시, 의 힘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신성 효과가 붙습니다.」
「※스스로 지닌 영격을 자유롭게 조율하여 다루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순식간에 나는 초월 신화 을 몸에 두른 채로 신성 권능 중 하나를 발동했다.
「신성 를 사용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외부 신성을 한 번 배제하는 가호를 내립니다.」
「단, 한 번 가호를 받은 이에게는 12시간 동안은 또 가호를 줄 수 없습니다.」
본디 신성 는 외부 신성을 배제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초월 신화 을 토대로 하여 일부분 조정할 수 있다면, 이쪽은 신성으로 이루어진 결계 또한 배제하고 통과할 수 있을 터.
눈앞에 보이는 장애물을 생각 없이 부수는 것보다야 나은 선택지이기에 이 수단이 통하길 바라며 신성으로 이루어진 초록빛의 결계로 발을 뻗었다.
그리고…….
퉁-.
‘살짝 아슬아슬하긴 했네.’
성공했다.
설령, 고대 신격이 손을 써둔 신성 결계라고 한들, 초월 신화 의 보조를 받는 신성 권능의 효과라면 파훼할 수 있다.
그것도 꽤나 쉽게 말이다.
그에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내가 약간의 즐거움을 느끼며 신성 결계 너머의 장소를 탐색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신성 결계 너머로 발을 내딛자마자 귓가에 어느 신성이 내재된 음성이 들려온 것이다.
‘설마 바로 발각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내 내가 혀를 쯧- 차며 바로 살의를 내뿜으려고 하는 순간.
[ 아직도 초대자가 남아있을 줄이야. ]왜인지 모르게 상대의 음성에 살의나, 적의 같은 게 하나도 없음을 눈치채고는 행동을 멈췄다.
‘초대자?’
그제야 나는 고개를 천천히 돌리고는 소리의 발원지에 서 있는 어느 나른한 인상의 남성을 보았다.
이쪽을 보고 이곳에 올 수 있는 ‘초대자’로 착각한 것일까?
어쩐지, 그 신성을 겉에 두른 나른한 인상의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어이가 없다는 듯 짜증을 뱉었다.
그곳에 적의 따윈 없었다.
[ 너. ]깨달았다.
사실상 나는 저 정식 신격쯤 되는 신성을 드러내는 나른한 인상의 남자랑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 하-. 참, 이딴 놈도 착생의 신 밑에서 함께 활동할 동료 중 하나라니. 짜증 나네. 하여간, 너 처음 왔으면 어서 따라오기나 해.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착생의 신 밑에서 함께할 동료 중 하나라고?’
갑자기 나타난 저 정식 신격쯤 되는 남성은 새로운 정보들을 줄줄이 뱉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며 여유로운 척 굴었다.
그래야 상황 파악이 가능할 듯했으니 말이다.
그에 나는 상대의 말에 간단히 답했다.
[ 설마 나 말고도 이곳에 더 많은 신격이 있는 거야? ] [ 참 나.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고대 신격 중 하나이신 착생의 신이 한 파벌로 받아주겠다고 하잖아. 만신전 측에서 훔쳐 온 성유물도 나눠주겠다고 하며 말이야. ] [ 아……. ] [ 쯧쯧. 너 같은 얼빠진 놈 빼고는 다 연회장에서 착생의 신을 기다리고 있을걸? 만신전 측한테 눈도장 찍힌 우리들을 한 파벌로 받아줄 고대 신격은 그분뿐이잖아. ] [ …….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
[ 그렇구나……. ]다름이 아니라…….
「초월과 죽음의 신이 깊은 탐욕을 느끼며 눈빛을 반짝입니다.」
어쩐지, 이곳엔 고대 신격을 사냥하기 전에 신성을 얻어 낼 수 있는 경험치들이 많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