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1
제 11화
4장. 내 손을 잡아 봐 – 3화
그사이, 라키스가 가져온 고기 수프와 물을 레나에게 건네며 나는 말했다.
“천천히 먹어. 천천히 먹고 나서 나와 얘기를 좀 더 하자꾸나.”
“이걸…… 제게 주시는 거예요?”
“그럼. 더 맛있는 것을 준비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널 만나는 바람에 이게 최선이구나.”
“아니, 아니에요, 영주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레나가 고개를 조아렸다.
나이는 많이 잡아야 15살 정도일 것으로 보였지만, 예의가 몸에 배어 있었다. 어른스러운 면모가 많이 엿보였다.
“일단 먹으렴. 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니다, 부담될 테니 멀리 나가 있을까?”
“아닙니다! 영주님이 원하신다면 맛있게 먹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수프 그릇을 든 레나는 돼지고기가 담긴 수프의 첫술을 뜨며, 맛있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뿌듯했다.
전생에는 길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봐도, 내 지갑 사정이 좋지 못해 도와주지 못했던 것을 늘 안타까워했던 나였다.
그러나 현생의 나는 영주다.
물론 마음껏 음식과 재물을 뿌려 대는 것까지는 어려우나, 재량으로 이런 아이에게 바로 도움을 주는 것은 가능했다.
나는 한참 동안 레나가 고기 수프를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수프 위에 올려진 고기를 보며, 몇 번이나 감탄했다.
입에 한번 고기를 넣고 나면, 정말 고기가 뭉개져 없어질 것 같을 때까지 그것을 꼭꼭 씹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레나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레나.”
“네, 영주님.”
“이런 질문을 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면 정말 갈 곳이 없니?”
“……네, 영주님. 마요르카 영지에 있는 보육원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마요르카 영지라면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호르구스가 영주로 있는 곳이다. 이웃 영지다.
아무리 뜯어봐도 모난 구석이 없는 녀석에게 원장은 도대체 왜 노예로 팔아넘길 생각을 한 걸까?
“같이 갇혀 있었던 친구가 말해 줬는데, 마요르카 영지의 영주님이 고아들을 노예로 거래한 지가 오래됐다고 했어요.”
“그러면 그 친구는?”
“…….”
갑자기 레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통곡하기까지 했다.
나는 레나를 꼭 안아 주었다.
‘호르구스 놈, 영지의 고아들을 팔아넘기고 있다 이거지. 영지 운영을 완전 막장으로 하는군. 재정 충당을 위해서인가?’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영주가 불법 노예 매매까지 손을 뻗칠 정도면, 어지간한 불법은 전부 용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이웃 영지가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범죄 조직의 거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계를 맞대고 있는 우리 크리비아 영지에도 당연히 악영향이 미친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지금은 레나를 확실히 얻고 싶었다.
그녀에게 유능한 스승을 붙여 줄 수만 있다면, S급 특수 성향을 가진 그녀의 포텐은 반드시 터진다! 유능한 탱커가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에서 내가 많은 인재를 육성하면서 얻은 정확한 데이터였다.
“레나.”
“네?”
“내 밑으로 들어오는 건 어떠니? 영지 내에서 좋은 스승을 찾아 붙여 줄 테니, 한번 검술을 배워 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네? 제가요?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검을 잡아 보지 못했어요.”
“세상의 모든 검사도 처음에는 당연히 검을 잡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게 되지. 그건 걱정할 것 없어. 기초 체술부터 시작해서 검술과 방패 방어술까지 차근차근 배우면 되니까.”
“하지만…….”
몸은 내게로 향하고 있는데, 말은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보육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믿었던 사람에게 버려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내가 책임지고, 너를 키워 줄게.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게, 그게 정말이신가요?”
“난 거짓말하지 않아.”
확신에 찬 단언으로 레나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나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약속하마. 너를 영주 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유능한 인재로 성장시키겠다고 말이야.”
그만큼 레나를 얻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벌써 S급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방면의 가능성이 최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년의 라키스 치안대장이나 다른 노령의 가신들이 가지고 있는 S급의 성향과는 또 다른 것이다.
그들은 완숙한 S급이고, 레나는 시작점의 S급이기 때문이다. 발전 가능성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
“알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영주님! 꼭 영주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유능한 검사가 되겠어요. 목숨을 걸고서라도요!”
레나가 의욕을 불태웠다.
성장과 도전이라는 그녀의 일반 성향에 걸맞은 감정의 표현이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줄곧 엑스트라 영주라고 생각했던 내게 메인 스토리의 네임드가 함께하게 될 줄이야.
감회가 새로웠다.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느꼈다.
그녀의 재능이 마족의 것이 되기 전에 영입한 만큼, 더욱 신경 써서 육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족의 유혹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가 타락하거나, 고립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내 손을 잡으렴. 영주 성으로 가자. 친절한 언니가 곁에서 널 챙겨 주도록 하마.”
나는 자연스럽게 헤이즈를 떠올렸다.
그녀라면 레나가 영주 성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고의 도우미가 되어 줄 것이다.
* * *
다음 날 새벽.
나는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무렵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실로 오랜만에 몸을 많이 썼던 탓인지 피로가 몰려들면서, 저택에 오자마자 잠이 든 때문이다.
새벽 운동을 위해 연병장으로 나가면서 조리실에 살짝 들렀다.
그랬더니 새벽부터 분주하게 헤이즈가 레나와 함께 요리를 하고 있었다.
헤이즈는 조리를 담당하고, 레나는 음식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이었다.
제법 손길이 익숙한 것이 보육원에서 많이 해 봤던 모양이다.
“헤이즈, 레나, 잘 잤어?”
“아앗! 영주님! 어디 가세요?”
“안녕하세요, 영주님. 그런데 배는 왜…… 어디 아프신 건가요?”
“연병장을 좀 뛰려고. 그리고 배는 원래, 으음.”
헤이즈와 레나가 나를 반겼다. 레나는 내가 배를 연신 문지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헤이즈가 나를 대신해 답해 주었다.
“영주님의 전매특허인 소화 촉진 운동이야! 저렇게 계속 문질러 주시면 하루에 2번은 꼭 시원하게 볼일을 보신다고 하셨어!”
예전에 이유를 묻길래 대충 둘러댔는데, 그게 자택 전체에 소문으로 퍼진 모양이다.
덕분에 최근 자택의 모든 하인, 하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죄다 배를 문지르는 게 유행이 되었다.
생각보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헤이즈, 아무리 그래도 그런 민감한 걸 대놓고 말하는 건 좀?”
“헤! 뭐 어때요? 저는 영주님께서 볼일 보신 흔적도 기쁜 마음으로 치울 수 있어요!”
“그, 그건 마음만 받을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괜찮아. 으윽.”
헤이즈의 과잉 헌신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러섰다.
‘가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할 때가 많단 말이야. 어쩔 수 없는 걸까. 헌신이 S급 성향이라.’
나는 헤이즈의 성향을 다시금 떠올리며 고민했다.
저런 성향이라면 나중에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를 대신해서 목숨을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헌신이 S급의 성향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한다!
위험하다. 때로는 위험하지 않은 것도 위험하다고 여기고, 스스로를 희생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헤이즈도 유능한 힐러로 육성할 계획이기 때문에, 내 계획에서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그녀의 과도한 헌신을 종종 주의를 줘야겠다.
[마나 순환의 효과로 마력이 2 올랐습니다!] [체내의 마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대순환’ 상태로 돌입합니다! 내일부터 마력이 3 증가합니다!]시스템이 언급한, 알 수 없는 이유.
아마도 버그를 말하는 것일 테지.
‘좋아. 오늘도 깔끔하게 버그 마일리지 적립. 이제 특전이 늘었네! 티끌 모아 태산이지, 암! 한 달이면 마력 90이니까.’
전생의 면 버그가 픽스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여기는 현생이다.
아마 이 버그는 내가 중간에 까먹거나 죽지 않는 이상, 평생 애용할 수 있을 것이다.
* * *
그로부터 10분 후.
연병장을 따라 뛰고 있던 내게 헤이즈가 달려왔다.
연병장 뛰기를 시작한 것은 일주일 전의 일로 체력이 제법 붙기 시작하면서 이 몸으로도 가능해진 변화였다.
“영주님, 이건 오브렌 경께서 보내신 서찰이에요. 뒤에 있는 것은 아빌라 님께서 보내신 서찰이고요. 이른 아침에 도착했네요!”
“고마워. 그나저나 칼라카스 꽃잎은 잘 구하고 있어?”
서찰을 받아 든 나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칼라카스 꽃잎 차.
나스 대륙의 남부에 위치한 칼라카스 지방에서만 수확할 수 있는 칼라카스 꽃잎으로 만든 차다.
맛은 썩은 애벌레를 가루로 빻아서 섞어 먹는 것처럼 –실제로 에서 운영진이 설명을 그렇게 써 놨다!– 차마 입에 대기도 힘든 맛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특효인 차였다. 지금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영지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 칼라카스에서 꽃잎을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상단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대유행이 오기 전까지는 아직 3년이 남았으니.’
나는 칼라카스 꽃잎에 대해 적혀 있던 에서의 툴팁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툴팁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칼라카스 꽃잎은 나스 대륙력 1417년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하여, 대륙의 모든 비만인들의 한 줄기 빛이 되었습니다.단, 그 지독하고 고약한 맛은 아무리 향이 좋은 꿀을 넣고, 맛 좋은 시럽을 넣어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것이 아니라, 점심으로 먹은 것을 게워 낼 정도로 독한 것이었습니다!]
다이어트에 명약이라는 것은 나만 알고 있다.
아무도 칼라카스 꽃잎의 효험을 모른다.
지금은 다들 그저 칼라카스 지방에 흔히 나는 꽃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영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현지로 성지순례를 떠나셨던 대신관님께 받을 예정이에요.”
“네오드 대신관?”
“네! 오늘 대신전에 도착하신다고 했으니, 다른 하녀를 시켜 받아 오도록 할까 해요!”
“그래, 수고 좀 해 줘.”
“수고라니요. 영주님께서 분부하시면 저는 따를 뿐인 걸요! 영주님, 열심히 뛰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헤이즈가 사라졌다.
‘일단 지금까지는 생각대로 술술 풀리네. 100점 만점이로군.’
나는 연병장을 뛰던 것을 그만두고, 잠시 호흡을 골랐다.
배가 고파질 때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그랬더니 미칠 듯이 배가 고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차, 서신 받았지.”
요즘 식단 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하다 보니, 가끔 이렇게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다.
나는 개발 담당 오브렌 경과 상업 담당 아빌라에게서 온 서신을 차례대로 읽어 보았다.
‘이게 얼마나 좋은 시너지효과냐! 진즉에 영지가 이렇게 돌아갔어야 했는데.’
뿌듯한 내용만 가득한 서신이었다. 이어서 시스템 메시지까지 나를 반겼다.
[오브렌, 아빌라의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충성도 최대 수치를 달성하여, 영주에 대한 ‘굳은 결의’를 획득하였습니다.]굳은 결의란, 충성의 대상을 향한 초월적인 희생정신을 뜻한다.
즉,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을 바치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지민과 가신의 충성도가 무럭무럭 오르고 있네. 아주 좋아.’
딱! 딱!
나는 손가락까지 튕겨 가며 만족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순조롭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드디어 영지민과 가신들 모두 변화한 나에 대해 인정하고 존경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