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06
제 206화
70장. 6개월 후 – 2화
다음 날.
구(舊) 라디우스 시국에서 사나레 성지를 잇는 임시 텔레포트 마법진이 활성화됐다.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활성화된 것이었는데, 여기에 투입된 모든 마정석은 크리비아 왕국에서 제공했다.
그렇게 교황 아르모니아 17세를 위시한 시국의 모든 관계자들이 사나레 성지로 넘어왔다.
“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교황 성하 만세!”
모든 백성이 환호했다.
자신들이 사는 나라에 대성지가 있는 것은 물론, 시국까지 들어온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 나라 전역에 뿌리내리게 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시국까지 포용하게 되면서, 이제 크리비아 제국은 신성 제국 연합의 종주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정통성만 확보했을 뿐, 다른 제국들이 좋게 보지는 않았다.
특히 렌투스 제국의 경우는 예전부터 자레드를 탐탁지 않게 여겨 온 만큼, 의문을 제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레드가 제국 선포와 함께 세상에 공개한 베네라티오 7세의 옥새였다.
누가 봐도 전설 속의 아티팩트임이 틀림없는 옥새였지만, 렌투스 제국에서는 모조품 위조설을 제기했다.
되지도 않는 흠집 내기였지만, 어쨌든 그것으로 렌투스 제국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던 자레드였다.
‘시국이 교황의 공표 아래 정식으로 선포되면, 다양한 특전이 주어지지.’
자레드는 특설 연단에 올라선 교황의 연설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흠흠.”
이윽고 교황이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내 연설을 시작했다.
사나레 성지에 마련된 대광장에는 10만이 훌쩍 넘는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그것도 중간에 집계를 중단해서 그렇고, 실제로는 그보다 다섯 배는 족히 넘는 듯했다.
그래서 자레드는 만전의 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광장 주변에 다수의 병력을 배치시켜 둔 상태였다.
다만 모든 준비를 갖춘 이곳을 공격할 배포는 없었는지, 암흑 교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축복받은 대륙의 성지에 시국의 터를 마련해 주신 크리비아 제국의 황제 폐하께 모든 이들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교황이 연단 옆으로 살짝 나와서는 자레드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교황의 예우를 받는 존재!
그것만으로도 자레드의 위상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간 황제께서는 교단의 잃어버린 다섯 성유물을 모두 찾아오는 대업을 이뤄 내셨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성유물 없이, 라디우스 님을 부끄러이 모셔야 했던 모든 신앙인의 슬픔을 일거에 해소하는 대사건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청중들이 맞장구쳤다.
자레드의 공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교황은 다시금 자레드의 업적을 강조했다.
“지난 반년간, 크리비아 제국에서는 악독한 암흑 교단 종파 중 하나인 움브라 교단에 대한 대대적 색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움브라 교단의 세는 크게 기울었고, 교주를 위시한 모든 단원들은 올해 들어 단 한 번의 대외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움브라 놈들! 꼴좋다!”
짝짝짝.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모든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자레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혹시나 아르모니아 17세가 진실 이외의 이야기를, 자신을 띄우기 위해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나스 대륙의 모든 신성 국가들은 응당 크리비아 제국을 중심으로 뭉쳐야 할 것입니다. 라디우스 교단의 힘을 하나로 뭉치는 작업에는 바로 우리 시국과 모든 신앙인이 힘을 보탤 것입니다. 자……. 지금 이 순간부터!”
꿀꺽-. 꿀꺽-.
정식 선포를 기다리는 백성들이 저마다 고인 침을 삼켰다. 긴장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라디우스 시국이 사나레 성지로 완벽하게 옮겨 왔음을 정식으로 선포합니다! 크리비아 제국에 주신의 축복과 기쁨이 깃들기를!”
“와아아아! 크리비아 제국 만세! 라디우스 시국 만세! 교황 성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공식 선포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정말 대광장과 그 주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시원하게 울려 펴지는 박수갈채였다.
다음 순간.
자레드는 시국 선포와 함께, 즉시 자신에게 반영된 네 개의 특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귀하의 제국에는 라디우스 교단의 시국이 공식적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칭호 ‘시국 선언’을 획득하였습니다.] [첫 번째 특전, ‘빛의 맹주’의 칭호를 얻었습니다.]빛의 맹주 칭호는 예전에 에서 지인 플레이어가 얻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을 포함한 최대 2인의 신성력을 1천 늘리는 특전이다.
자신에게는 바로 적용됐다.
그리고 다음 적용 대상을 묻는 시스템 메시지에 자레드는 바로 헤이즈를 떠올렸다.
[대상 ‘헤이즈’에게 빛의 맹주가 내리는 신성력을 전달합니다.] [축하합니다! 대상 ‘헤이즈’가 디바인 식스(Divine Six)의 경지에 진입하였습니다!]‘녀석, 이따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내게 달려오겠군.’
자레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부터 방방 뛰며 엄청 기뻐할 헤이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디바인 식스의 경지에 오르면, 정신 금제 마법이나 주술에 걸린 사람도 치유력을 이용해 금제를 밀어낼 수 있다.
정신계 스킬에 면역은 아니더라도,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암흑 교단의 교활한 ‘수작질’에 놀아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 마법에 아낌없이 신성력을 섞어서 써도 되겠어. 회복 속도가 더뎌서 아껴 썼는데, 총량이 늘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
어느덧 신성력이 1,550이 됐다.
신성력 1은 1%의 대미지를 증가시키는 만큼, 필요에 따라 필살기로 활용할 요소가 많아졌다.
특히 상대가 암흑 교단, 흑마법사, 혹은 마족의 구성원이라면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낼 터였다.
[두 번째 특전, ‘교황의 안수기도’가 가능해집니다.]‘이제 아그레시오 기사단과 디미오스 마법사단 모두 신성력을 탑재할 수 있게 됐어!’
자레드는 쾌재를 불렀다.
3년 이상 라디우스 교단을 착실히 믿어 온 신자라면, 모두 교황의 안수기도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두 기본으로 신성력 50을 탑재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성마 대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신성력’ 스탯!
이것을 미리 챙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를 더 꼼꼼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 번째 특전, 교황 또는 대신관의 협조 아래 ‘신성력 아티팩트’의 제작이 가능해집니다.대상 ‘모이즐’이 가장 적합한 특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97%의 제작 성공률이 예상됩니다.]
신성력은 다다익선이다.
즉, 아티팩트도 많을수록 좋다.
모이즐은 모태 신앙으로 3대째 라디우스 교를 믿어 온 신실한 신자였다.
그간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자리만 만들어지면 신성력 아티팩트를 정말 ‘미친 듯이’ 만들 것이다.
지금도 그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완공된 ‘모이즐 공방’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니까.
[네 번째 특전, 교황의 신실한 신앙심에 늘 감탄해 마지않던 신들이 당신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실체를 알리기를 원치 않는 다수의 신들이 그룹(Group)을 형성하여 가호를 내립니다.
마력 10,000이 증가합니다.]
‘바로 이거지! 마력, 마력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익명의 그룹이 내린 가호지만, 특전은 엄청났다.
마력 1만은 결코 쉽게 올릴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마력 계열의 초월급 아티팩트는 되어야 얻을 수 있는 상승 수치가 1만 아니던가?
선 성향의 신들은 교황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교황이 자신을 적극 지지하고 응원해 주니, 그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다가올 성마 대전을 대비, 신들도 이제 돌아가는 질서에 맞게 줄서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레드, 잘하고 있어. 지금까지는 모든 톱니바퀴가 어긋남 없이 잘 맞물려 떨어지고 있다.’
자레드가 스스로를 격려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채찍질했다.
화는 복의 탈을 쓰고 숨어들어 온다고 하지 않던가?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잘 풀리고 있는 지금이기에, 자레드는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있었다.
* * *
그날 밤.
나는 교황 아르모니아 17세의 은밀한 요청에 따라, 그와 독대(獨對)를 하게 되었다.
교황과의 만남은 시국이 자리한 대성전의 지하에 있는 밀실에서, 확실한 보안을 확보한 가운데 이뤄졌다.
대화의 시작은 오늘 있었던 선포식을 포함한 근황 이야기 같은 것들이었다.
즉, 밀실에서 나눌 만한 대화는 아니었다. 공개되어도 문제가 없을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교황이 자신의 찻잔에 채웠던 칼라카스 꽃잎 차를 한 잔 비우고 나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무거운 얘기를 꺼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교황의 어두운 모습이자, 동시에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통찰력이 느껴지는 눈빛이기도 했다.
“대왕, 다가올 어둠을 홀로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외로운 일일 것입니다.”
조심스레 운을 떼는 교황의 목소리는 감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
순간, 살짝 당황스러웠다.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알고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교황은 어쩌면 이 세계에서 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닿아 있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
나는 힘주어 대답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대왕답군요. 처음 대왕을 본 순간 느꼈던 것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왕은 올곧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선지자이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오늘 대왕께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암흑 교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히 괜찮았다.
현생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성마 대전을 준비해 온 나에게 암흑 교단은 ‘세균’이나 다름없었다.
박멸하여 없애고 싶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대척점의 원수였다.
“예,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촤르륵!
교황은 나와 그 사이에 놓인 원탁 위로 지도를 펼쳤다.
이것은 나와 라키스가 보던 대륙의 세력권 지도와는 달랐다.
흑과 백으로 나뉜 이분법적인 지도였던 것이다. 즉, 신성 교단과 암흑 교단의 분포도였다.
“이것이 작금의 나스 대륙에 분포한 암흑 교단의 세력입니다.”
내 시선은 바로 데스먼드 제국과 칸트라 제국으로 향했다.
데스먼드 제국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새까맣게 칠해져 있었다. 순수 마도국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칸트라 제국에는 검은색이 칠해져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정보가 없어 걱정했는데, 그들은 적어도 마도를 추종하지는 않는 듯했다.
“대왕.”
“예?”
바로 그때.
교황이 불쑥, 내가 예상하지 못한 질문 하나를 꺼냈다.
“알고 계시지요? 이들이 천 년 전의 대전쟁에 이어, 마계와 인간계가 맞붙을 두 번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요.”
진심으로 반가웠다.
그의 말대로 홀로 외롭게 성마 대전을 머릿속에 그리며 준비해 온 나를 처음으로 응원해 줄!
지원군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