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08
제 208화
71장. 악신 사냥꾼 – 1화
자레드가 라디우스의 축복과 눈, 가호의 예정을 얻은 만큼.
교황은 폭삭 늙어 버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래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기는 했지만 이를 지켜본 자레드의 충격은 컸다.
“성하……. 이건 정말…….”
“사람은 모두 늙지요. 라디우스 님의 보살핌 덕분에 어린 모습으로 살 수 있었고, 이제 정상으로 되돌아왔을 뿐입니다! 좋군요.”
10대의 소년은 80대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후련해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오랜 고민거리가 해결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이질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괜찮으십니까?”
“모든 것은 똑같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달라졌을 뿐. 대왕, 이제 운명의 수레바퀴는 대왕에게로 옮겨 갔습니다. 부디…… 나스 대륙의 운명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세계는 반드시 제 손으로, 제 힘으로 구해 내겠습니다. 성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자레드가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고개를 저었다.
“희생은 제가 아닌 대왕께서 하고 계신 것이지요. 대왕이야말로 본인의 운명을 다가올 전쟁에 모두 걸고 계시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도 희생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눈을 뜬 순간부터 정해진 숙명이랄까? 그렇게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성하.”
“대왕, 자레드로서의 삶에 충실하세요. 그렇게 하신다면…… 언젠가 전생의 삶도 대왕께 멋진 선물로 주어지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하하, 그저 노인네의 헛소리랄까요.”
되묻는 자레드의 말을 교황은 웃음으로 넘겼다.
뭔가 묘한 뉘앙스의 말이었지만, 자레드는 더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교황과의 독대.
그 짧은 만남에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교황은 이제 당분간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저서(著書) 집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선대의 모든 교황이 그러했듯이.
자레드는 교황에게서 암흑 제단의 지도도 넘겨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지도를 꼼꼼히 훑으며,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머릿속에 담는 것이었다.
굳이 지도를 펼치지 않더라도, 암흑 제단의 모든 것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 * *
새벽 4시.
동이 트려면 아직 한참 남은 시간.
나는 황궁으로 돌아왔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걸을 때마다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이 제법 된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신이 내 곁을 따라다니며 신성력을 나누어 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항시 누군가가 나를 보듬어 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침실로 돌아온 나는 바로 상태창부터 펼쳤다.
그동안의 변화로 말미암아 내게 일어난 스탯의 변화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최근 사제지간 시스템에 연동되어 있는 ‘제자’들이 폭풍 성장을 경험한 덕에 나의 불로소득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었다.
[자레드 – Lv. 395] [근력 : 935][체력 : 900] [마력 : 58,387][지혜 : 2,035] [민첩 : 590][매력 : 580] [물방 : 2,055][마방 : 3,318] [신성력 : 1,550] [잔여 스탯 : 0]“어느덧 마력이 6만을 바라보고 있네.”
마력을 조금만 더 올리면, 이제는 6클래스 마법까지 데큐플 트랜센던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마력은 끊임없이 나를 싸울 수 있게 만드는 ‘자원’이기에 스탯은 무조건 높을수록 좋았다.
“이제 마방도 3,200을 넘었고! 그러면 5클래스 마법까지는 사실상 면역이군.”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마법 방어력 수치였다.
이제 5클래스 이하의 마법에 대해서는 퍼펙트 실드나 건틀릿 같은 복잡한 수단을 쓰지 않아도 된다.
가벼운 실드만으로도 충분히 방어해 낼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리 방어력도 2천이 넘었다.
이 정도면 이제 일반 병사들의 검이나 창, 화살 따위로는 내 육신에 상처를 입힐 수 없다.
몬스터로 비유하자면 트롤 정도의 외피를 가지게 됐다고 할까?
물론 그렇게 내 피부가 거칠고 단단해졌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의 내구성을 가진 ‘무형의 역장’이 생겼음을 뜻한다.
‘중간에 350레벨 구간에서 심안이 꽝이 나온 게 아쉽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것.
실패가 없었던 심안의 옵션 획득이 350레벨에서 한 번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 그뿐이었다.
그로부터 10분 후.
“…….”
나는 우리 제국의 넓은 영토가 하나의 작은 점처럼 보일, 드높은 상공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생각을 가다듬기 위함이었다.
‘이젠 충분히 도모해 볼 수 있어. 움브라 교단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기반이 약하다는 것도 확인했으니까.’
나는 손에 든 원석 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암흑 집속진 원석] [1회 한정. 움브라 교단의 지하 제단 중앙부로 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원석입니다.]바로 암흑 집속진 원석.
이것을 이용하면 그 어떤 저항도 없이 움브라 교단의 지하 제단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크리비아 제국에서는 대대적인 암흑 교단 색출 작업을 벌여 왔다.
그 결과, 움브라 교단은 그야말로 씨가 말라 버렸다.
겁을 집어먹은 단원들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많은 기밀을 토해 냈고.
그 결과, 많은 간부들이 붙잡히거나 저항하다가 죽어 나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인 교주와 ‘흑사단장’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마치 어디론가 깊숙하게 숨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하 제단으로 숨어 버린 것이라고 말이다.
‘예전에는 암흑 교단의 교주가 한없이 두려운 존재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아냐.’
자신 있었다.
반년 사이, 나는 엄청난 성장을 경험했다.
더 나아가 교황으로부터 라디우스의 축복과 눈을 건네받았고, 많은 신에게서 미래를 약속받았다.
데스먼드 제국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카코 교단은 몰라도, 움브라 교단은 이제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아울러 움브라 교단의 지하 제단은 내부 구조도 단순했다.
딱히 외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단한 구조였다. 그만큼 역사가 깊지 않다는 뜻도 됐다.
“끝내자.”
결심은 빨랐고, 실행은 바로 이루어졌다.
샤아아아.
나는 암흑 집속진 원석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내 몸 전체를 검은 마기가 감싸기 시작하더니, 이내 이동할 좌표를 직접 설정했다.
화르르륵. 드드드득.
나는 ‘불과 얼음의 노래’의 칭호를 활용하여, 양손에 각각 두 개의 마법을 구현해 냈다.
왼손에는 트랜센던스 플레임 애로우로 만들어 낸 광란의 불화살이었고.
오른손에는 트랜센던스 아이스 스톰으로 만들어 낸 거센 빙결의 폭풍이었다.
도합 4만의 마력을 단숨에 소모해 버린 초월 마법.
불과 얼음의 지옥을 동시에 선사할 마법의 세팅이 내 손끝에서 완벽히 끝났다.
자리가 바뀌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불에 타서 없어지거나, 얼어붙어 깨질 것이다.
그리고.
파아앗!
상공에 오롯이 떠 있던 내 몸은 한 줄기 섬광과 함께 완벽히 사라졌다.
교황 아르모니아 17세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 다시 태어나게 된 오늘!
나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 * *
쾅쾅! 쾅쾅!
“교주님! 교주님!”
석실의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움브라 교단의 지하 제단에 마련된 특수한 석실.
교주 린크스나가 마기를 수련할 때마다 찾아오는 장소였다.
가장 비밀스러운 장소에 위치하기에 제단 중심부에서 찾아오기가 무척 껄끄러운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린크스나가 마음 놓고 석실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전에 외부 활동을 할 때와 달리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비록 자레드 때문에 교단의 세가 크게 기울었어도, 권토중래를 꿈꾸며 힘을 비축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변수가 생긴 모양이었다.
드르륵!
“무슨 일이냐?”
석실의 문을 연 린크스나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의 수련을 방해할 정도의 다급한 소식이라면, 절대 평범한 소식이어서는 안 될 테니까.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어떤 놈이냐?”
“그것보다 교주님…… 말씀드리기 정말 죄송스러운 일이나…….”
린크스나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머뭇거리는 부하의 반응이 너무나도 답답해서였다.
“당장 말해!”
“흑사단장님께서…….”
“흑사마귀가 왜?”
“침입자의 공격에 현장에서 즉사하셨…….”
푸우욱!
“커헉.”
부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검처럼 변한 린크스나의 왼팔이 부하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부하는 그저 사실을 전달한 것뿐이었지만, 그 사실이 듣는 린크스나로 하여금 감정의 폭주를 일으키게 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화풀이이기도 했다.
“흑사마귀가 죽어? 도대체 이게 무슨……?”
전후관계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린크스나의 머릿속에는 물음표만이 가득했다.
한데 바로 그때.
퍼어엉! 퍼엉! 콰아아앙!
제단 전역에서 폭발과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더니, 내부 구조물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폭탄이나 마법 따위가 아니라, 고위 마법사가 시전한 하이클래스 마법이 아니고선 일어날 수 없는 폭발이었다.
“설마?”
린크스나의 표정에 어둠이 짙게 깔렸다.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위이이잉. 위잉.
어느새 여기까지 자신을 찾아 날아온 골렘 – 타넥스 – 이 붉은 눈빛을 반짝이며 외쳤다.
“목표물 일치! 목표물 일치! 마기가 최대치로 감지된 대상을 발견하여 신호를 발송.”
다음 순간.
파앗! 파아아앗!
타넥스의 등에서 발사된 몇 개의 섬광탄이 환히 불빛을 밝히며, 린크스나를 찾아냈음을 알렸다.
그리고 즉시.
주변 공간이 일렁이더니, 한 사람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린크스나, 여기에 있었군.”
“너는…….”
린크스나는 바로 침입자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크리비아 제국의 황제.
자레드였다.
* * *
흑사단장 혹은 흑사마귀라고 불리는 존재는 내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스보다 상대하기 훨씬 더 쉬웠다.
그는 바이스에 비해 마법 방어력이 너무 낮았고, 내 트랜센던스 마법을 제대로 버텨 내지도 못했다.
애초에 초월 마법이라는 것이 생소한 개념이니, 걸맞은 대응 전략을 세우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그 생소함의 대가를 자신의 목숨으로 치렀다는 것이 본인에게는 안 된 점이랄까.
어쨌든 나는 집요하게 교주의 위치를 쫓았고, 도중에 린크스나라는 그녀의 본명도 알게 됐다.
확실히 그녀는 전생의 기억 속에 없는 인물이었다. 내게는 상수가 아닌 변수라는 얘기다.
이윽고 타넥스의 고속 기동 능력을 이용해서 그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고, 바로 그녀와 조우했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
라디우스의 눈으로 꿰뚫어 볼 수 있게 된 그녀의 스탯과 함께.
[악신 ‘프로디오’의 가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악신 ‘페레디스’의 가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린크스나를 감싸고 있는 두 악신의 기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