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4
제 34화
13장. 우리 영지가 달라졌어요! – 1화
그 후로 2주가 지났다.
영지의 하루하루는 바쁘게, 그리고 정신없이 흘러갔다.
레나는 엘라를 만난 그날부터 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한 번 지나가면서 스치듯 본 적이 있는데, 지옥 훈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극한의 훈련을 받았다.
무서운 것은 고통을 온몸으로 호소하는 레나와 달리, 같은 훈련을 수행하는 클로이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엘라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었다.
다음 날에 그녀에게 선금을 주고,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자마자 그녀는 내게 레나의 육성 계획에 대한 커리큘럼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레나를 상대로 아침에 잠깐 있었던 테스트에서 이미 그녀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장담하건대 이전에 레나를 가르친 사람은 기껏해야 백인대장이나 겨우 할 수 있을 수준의 검사일 겁니다. 그런 사람은 내 손으로 5초 안에도 죽일 수 있어요.”
이와 같은 폭탄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라키스와 정이 들었던 레나는 순간 욱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엘라가 새로운 스승이었기 때문에 내색하지는 않았다.
“레나는 공격보다 수비에 능한 아이예요. 당분간 검술 수련은 하지 않습니다. 방어술에 집중할 거예요. 그런 점에서 연병장에 설치된 마법 장치는 정말 놀랍네요. 어떻게 레나에게 딱 맞는 훈련 수단을 찾으신 거죠?”
그리고 내가 설치한 마법 장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나와 달리 심안이나 사전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레나의 특징을 바로 잡아 냈다.
확실히 믿을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엘라에게 레나를 맡긴 이후로는 수업에 대해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단지 레나가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그것만 걱정했을 뿐이다.
2주의 시간 동안, 나 역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마력은 84가 올랐고, 마법 방어력은 14가 올랐다.
늘 그랬듯이 마력 수련은 분해침을 이용한 다이어트 작업과 병행해서 했고, 마법 방어력 수련은 이자벨과 했다.
이자벨은 최근 나와 밤에 수련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남은 시간은 방에 틀어박혀서 주술 연구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하실에서 만날 때마다 왠지 데면데면했지만, 그래도 수련은 빼먹지 않았다.
한편 나는 내 방에서 훤히 보이는 농경지를 살피고 있었다.
“확실히 많이 달라졌네. 휑하던 논밭에 제법 많은 작물이 자라고 있어.”
힘껏 솟아오른 작물이 꼿꼿하게 고개를 세운 채 생기를 뽐내고 있었는데, 저것은 개발 파트 담당인 오브렌이 그토록 싹을 틔우고 싶어 했던 구황작물 레트리아였다.
현재 영지의 기후 구조상 쌀농사는 불가능하고,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것이 구황작물 재배였다.
문제는 레트리아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온갖 해충이 몰려들어 말썽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기존의 농약은 벼나 옥수수 따위에 득시글거리는 해충에게는 효과가 꽤 있었지만, 레트리아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2주 전까지만 해도 오브렌과 영지의 농민들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직접 손으로 잡아 죽이거나 쫓아내지 않는 이상, 해충을 처리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전환점을 마련했다.
‘델루크의 아티팩트가 큰 역할을 했지.’
나는 뿌듯한 시선으로 손에 든 농약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농약이 아니라, 저주의 효과가 담겨 있는 아티팩트로 만든 특수한 농약이었다.
인체의 경우에는 접촉량에 따라 발진이 발생할 수 있으나, 6시간 내로 진정됩니다.
한편 약효는 1일 동안 이어지며, 그 이후에는 저주가 자연 소멸하여 효과를 상실합니다.]
이 농약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사용한 것은 델루크의 방에서 가져온 저주 아티팩트였다.
[말살의 저주 – 반지] [분류 등급 : 1성] [옵션 1 : 마력을 순간적으로 악독한 마기로 전환한 뒤, 접촉한 모든 것을 산화시킵니다.] [옵션 2 : 옵션 1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완전히 접촉해야 하며, 1분 이상의 유지 과정이 필요합니다.]전투용으로 쓴다고 치면, 완전히 계륵인 아티팩트였다. 그런 아티팩트답게 분류 등급도 최하다.
상대가 죽거나 큰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닌 이상, 누가 1분이나 적과 부대끼고 있는 광경을 보고만 있겠는가?
그리고 1분이나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면, 굳이 반지가 없어도 다른 수단으로 얼마든지 죽일 수 있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용처를 찾던 중에, 이것을 물과 결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마력 포션을 만드는 공정과 똑같이 설계하여, 물에 마력 대신 저주의 기운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행착오가 몇 번 있기는 했다.
지나치게 마기가 강하게 주입된 액체는 해충뿐만이 아니라, 작물인 레트리아까지 산화시켜 버려 쓸 수 없었고.
마기가 부족하게 주입된 액체는 해충을 죽일 만큼의 화력이 나오지 않았다.
몇 차례의 실수를 반복한 끝에 최적의 황금 비율을 찾아냈고, 그렇게 생산된 것이 내 손에 들려 있는 레트리아 전용 농약이었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을 최하급 1성의 아티팩트로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액체, 접촉형 저주 마법, 그리고 포션 제작의 노하우를 합쳐서 만들어 낸 최고의 꼼수지.’
이 녀석 덕분에 아키의 상단에서 판매할 품목도 하나 추가된 셈이 됐다.
치료제나 마력 포션에 비해 수요는 적겠지만, 레트리아 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대륙 북부의 영지들 사이에서는 꽤 관심을 보일 물건임은 틀림없었다.
‘구황작물만 잘 비축해도, 영지민들이 굶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앞으로도 농사를 장려해야겠어. 확실한 농약을 손에 넣었으니까.’
쌀농사는 여전히 힘들지만, 구황작물 생산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분명 우리 영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 * *
그 시각.
오브렌은 영지 곳곳에 위치한 농경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트리아의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농민들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직접 청취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자레드가 오브렌에게 직접 지시한 것이기도 했는데, 그가 몇 번이나 감격해서 자레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을 정도였다.
자레드가 달라진 이후.
그는 매우 적극적으로 가신, 그리고 영지민들과의 접촉을 늘려 가고 있었다.
오브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게다가 10년을 넘게 매달렸어도 끝끝내 개발하지 못한 농약을 하루 만에 만들어 냈을 때는!
정말 농경과 풍요의 신인 파스투스가 크리비아 영지에 직접 강림한 줄 알았을 정도였다.
“오브렌 님! 어서 오십시오!”
“아앗, 오브렌 님이 오셨다!”
오브렌이 모습을 드러내자, 보호복을 입고 농약을 치고 있던 농민들이 한달음에 달려와 그를 반겼다.
“여어, 잘들 지냈는가? 시찰 나왔다네. 요즘 농사는 어떤가?”
“아유, 말도 마십시오! 완전 행복합니다! 해충이 박멸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요!”
“로넬라 영지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자기네 영지에서는 해충을 잡지 못해서 레트리아 농사가 완전히 망했는데, 도대체 저희 영지는 어떻게 성공하고 있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뭐라고 하였나? 당연히 영주님의 공으로 돌렸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영주님께서 만들어 주신 이 소중한 농약을 저희가 잊을 리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하루하루 영주님과 오브렌 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농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생겨도 사랑하는 우리 영지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겁니다!”
농민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좋구나! 풍년이야, 풍년이야. 파스투스이시여, 우리 영지에 축복을 내리소서!”
“영주님이 내리신 귀한 농약! 지독한 해충에게 이건 사약! 축복이 내린 우리 영지는 한껏 도약!”
불과 2주 전만 해도 농민들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해충 방제에 우울한 표정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까지 추고 있는 것이었다. 정체불명의 흥얼거림 – 랩 – 은 덤으로.
“뿌듯하구먼.”
“진짜 살 맛 납니다. 영주님께서 레트리아를 시가 이상으로 전량 수매(收買)해 주겠다고 하셨으니 마음까지 한결 편해졌고요.”
“그저 저희는 열심히 일하렵니다! 그래야 영주님과 오브렌 님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정말 오늘 둘러본 모든 농경지에서 영주님을 칭송하니,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구먼. 고맙네. 다들 고마워.”
“영주님께 건강하시고 저희들이 열심히 일해서 생산량을 꼭 늘려 내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알겠네! 고맙네!”
오브렌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크리비아 영지의 농민이라고 하면, 저주받은 직업이라고 할 정도로 평가가 안 좋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진지하게 다른 영지로의 이민을 고려했던 농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농사에 시큰둥했던 사람들까지 앞을 다투어 뛰어들고 있었다.
크리비아 영지에는 아직 개간되지 않은 땅이 많았고, 자레드는 이 땅을 모두 매우 낮은 소작료에 임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농경지 면적이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 후면, 여기서 또 2배가 늘어날 것으로까지 예상됐다.
농업 파트의 파죽지세와 같은 놀라운 약진이었다!
* * *
[영지의 농민들이 한 명의 이견도 없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영주의 은덕을 칭송합니다!] [퀘스트 ‘일편단심’을 완료했습니다. 영지민들의 충성도가 50 상승했습니다!] [충성도 200을 달성했습니다! 영지에 황금기가 도래합니다!] [황금기가 도래함에 따라, 영지민 전체의 생산 능력이 한 달 동안, 100% 향상됩니다.] [내정 – 충성 : 200 / 200]“좋아, 황금기가 다시 왔네!”
갑자기 날아든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쾌재를 불렀다.
퀘스트 ‘일편단심’은 한 분야에 공통으로 종사하는 영지민 100명 이상이 한 명의 이견도 없이, 모두가 같은 의견을 낼 때 완료되는 퀘스트였다.
물론 꼭 긍정적인 의견으로 통일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00명이 입을 모아 비난을 해도 달성은 된다.
단, 황금기가 바로 올 경우 시너지효과가 개판이 돼서 그렇지.
우리 영지의 정보창을 본 지도 꽤 됐다.
나는 영지 정보창에서 특수 상황에 적혀 있는 장문의 내용들을 ‘접은’ 뒤 확인에 들어갔다.
[영지 정보 – 크리비아 영지] [등급 / 소속 국가 : F / 없음] [내정 – 농업 : 050 / 050] [내정 – 상업 : 096 / 100] [내정 – 치안 : 188 / 200] [내정 – 과학 : 075 / 100] [내정 – 충성 : 200 / 200] [군사 – 총원 : 현재 300명]‘좋아. 탄탄대로네.’
모든 수치들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특히 상업이나 치안, 충성의 경우에는 기존의 제한 수치를 모두 채운 이후, 2차로 봉인이 풀린 새로운 최대치까지 순항 중이었다.
수치가 꾸준히 올라가고 최대치가 덩달아 상향되다 보면, 이내 영지의 판정 등급도 바뀌게 된다.
지금의 속도라면 앞으로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는 E등급의 영지로 발돋움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D등급은 되어야 그때부터 중규모, 혹은 중소 규모의 영지로 취급을 받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도 만년 F등급 영지의 신세를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더 이상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현재 영지 내의 병사 수가 저것보다 훨씬 많은데 시스템에서 300명으로 집계된 것을 보면, 비공식으로 육성하고 있는 계획이 잘 먹혀들고 있는 것 같네.”
나는 군사의 총원을 알리는 정보창에 집중했다.
레드 고블린과의 첫 교류 이후.
나는 라키스를 통해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이용해 신병을 모집할 것을 지시했었다.
단, 한 가지를 반드시 강조했는데, 그것은 바로 신병들의 훈련을 비공개로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영지가 비록 작기는 해도, 주변 지형이 험하기로 유명한 대륙 북쪽에 있어 군데군데 자연이 내린 천혜의 요새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영주인 나, 혹은 핵심 가신들이 아니면 전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소(小) 분지도 제법 있었다.
나는 여기서 신병들을 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것은 의도적 전력 은폐로, 우리 영지의 전력 증강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 내 의중이 강하게 개입된 부분이었다.
“분명히…… 놈들은 마각을 드러낼 거야. 슬슬 우리 영지에 군침을 흘릴 때가 됐어.”
나는 일찌감치 미래를 내다보고,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