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61
제 360화
112장. 증강우 – 3화
지금껏 내가 설계한 디멘션 도어의 함정에 크게 당한 사람은 두 명이었다.
첫째는 호르구스의 수석 마법사로 내 목숨을 노렸던 마요르카 영지의 아크론.
둘째는 그런 호르구스와 공생하는 관계에 있었던 범죄 조직 데트라헤레의 두목 프루아였다.
디멘션 도어 같은 공간 활용 마법은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다.
애초부터 시간과 공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치고 쉬운 것은 없는 것이다.
특히나 디멘션 도어는 차원문의 입구와 출구를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해 더욱 복잡했다.
사실 많은 마법사들이 공간을 활용하는 마법은 집중해서 연성하지 않는다.
다루기 너무 어렵고,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려서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폐하, 이토록 극한까지 연성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무 힘들어 보이십니다.’
그래서 내가 연병장이나 훈련장에서 수시로 디멘션 도어를 훈련할 때마다.
디미오스 마법사단의 수장이기도 한 나오미가 내게 몇 번이나 물어봤었다.
내가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까지 훈련을 하는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그때, 나는 나오미에게 덤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었다.
‘눈에 보이는 마법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변수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소.
알면서도 당하도록 만들 정도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면, 결국은 대응 가능한 공격이 되지.
하지만 공간을 활용하는 마법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변수이고, 상수(常數)가 아니란 말이오.
이건 온갖 계산과 연산, 순간적인 판단이 난무하는 전장에선 강력한 한 방의 노림수가 될 수 있소.’
처음부터 그 생각은 한결같았다.
지금껏 내가 상대했던 마영후와 같은 증강우의 부하들은 솔직히 말해서 다 ‘샌드백’이었다.
동방 대륙에서 넷밖에 안 되는 EX랭크라는 타이틀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도 녀석들을 제압할 힘은 충분히 있었다. 놈들은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신했다.
이 세계의 최강자라고 굳게 믿다 보니 다른 세계의 최강자에 대해서는 경계가 느슨했던 모양.
어쨌든 그래서 큰 노림수 없이 적들을 처리해 왔지만, 증강우는 수준이 꽤 높은 녀석이었다.
힘과 힘이 맞서는 정공법으로는 지지부진한 시간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내 편이 아니라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스 대륙에서 내 백성들이 죽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쫓겨서 그런 걸까?
온갖 부정적인 상상이 나래가 활짝 펴고 있었다.
전장을 수놓은 수많은 전투 드론과 군함이 쏘아 대는 함포와 미사일들.
그리고 상륙을 마치고 난생처음 보는 ‘무공’과 ‘슈트’를 이용해 아군들을 마구 도륙하는 모습.
괜한 상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난리 통에 목숨을 잃는 라키스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이미 심리적으로 말렸다는 뜻이었다.
심리적인 문제는 증강우나 나 같은 강자의 전투에서는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생각이 다른 곳으로 빠지면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잡념을 털어 버리기 위해 디멘션 도어를 활용한 거대한 설계에 들어갔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설계를 하려면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릴 새가 없기 때문이다.
우직하게 때를 기다렸고.
묵묵히 설계했다.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완벽하게 배제하고, 오로지 성공하는 그림만을 그렸다.
그리고 내 설계와 상황이 일치하는 순간이 오길 바랐는데!
쿠콰콰콰콰!
기어이 증강우는 먼저 평정심을 잃고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내가 그만한 확신을 갖게 할 만한 신들린 연기를 하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의심할 법도 한데, 앞서의 설계로 이런 의심을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증강우에게는 의심보다 확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었다.
다음 순간.
‘데큐플 트랜센던스 디멘션 도어!’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껴 왔던 비수를 꺼내어 증강우를 향해 들이밀었다.
* * *
콰콰콰쾅! 콰쾅! 콰쾅!
대폭발이 일어났다.
모든 포문을 개방한 다음에 쏘아 낸 마력탄이었기에 당연히 폭발의 화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증강우는 대승을 자신했다.
화력은 폭발적이었고, 자레드는 눈앞에서 공격에 노출됐다.
증강우가 지금껏 싸우면서 계속 계산해 온 자레드의 ‘실드’를 충분히 분쇄할 수 있는 위력이었다.
치밀하게 계산해 실드를 통째로 박살 내면서 자레드를 제압할 수 있도록 화력을 짠 것이다.
실패?
전장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잔뼈가 굵어 온 자신에게는 있을 수 없는 단어였다.
“아……?”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승리를 자신하고 큰 웃음을 터뜨린 것이 무색하게도 온몸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폭발의 충격이나 난타전의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복부의 한가운데에 거대한 구멍이 뻥, 하고 뚫려 있었다.
“증강우, 왜 웃다가 말아?”
증강우의 코앞까지 다가온 자레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그를 도발했다.
분명 집중포화를 맞고 한 줌의 가루가 되었거나 최소한 반죽음을 당했어야 할 자레드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증강우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꿈인가? 환각인가?
순간, 현실을 부정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자신이 생각한 타격 직후의 미래와 실제로 펼쳐진 미래가 달라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쿨럭!”
후두두둑.
단 한 번의 기침을 내뱉었을 뿐인데, 전신의 피가 쏟아져 나오는 듯이 입으로 콸콸 터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내려다본 복부는 구멍이 뚫린 채 넝마가 된 오장육부가 흘러나와 있었다.
자레드가 덤덤히 말했다.
“주변을 둘러봐.”
“…….”
자레드의 말에 주변을 둘러본 증강우는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수많은 차원문이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은 채로 둥둥 떠 있었다.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색깔과 이질적인 차원문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이이!”
순간 욱한 감정이 치솟은 증강우가 한쪽 손을 들어 자레드를 공격하려 했지만.
화르르륵!
“크아아아!”
자레드가 펼친 헬 파이어 마법에 깔끔하게 손 자체가 불타서 없어져 버렸다.
이미 방금 전의 공격으로 슈트까지 무력화된 증강우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어차피 아등바등하면서 싸워도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마지막 한 수일 뿐이잖아?”
“…….”
“똑똑히 봐. 네가 어떤 설계에 당했는지. 적어도 알고는 죽어야 저승에 가서도 덜 분하지 않겠어?”
자레드가 트랜센던스 라이트 마법을 이용해, 수많은 빛의 구체를 만들어 전개했다.
그러자 각각의 차원문으로 현란하게 흩어져 들어간 모든 빛의 구체의 최종 도착점이.
“바로 이런 구조지.”
전부 증강우에게 향하도록 되어 있었다. 단 하나의 차원문도 예외 없이 말이다.
“이게 너와 나의 차이야. 너는 할 수 없고, 나는 할 수 있고. 그래서 너는 죽고, 나는 사는 거야.”
“크아아아악!”
증강우는 분노와 극한의 고통이 한데 뒤섞인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서 복수를 하고 싶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크러싱 피스트.”
빠악! 빠아아악!
“크어아아아!”
자레드가 크러싱 피스트를 이용해 무심히 후려친 증강우의 무릎은 바로 으스러졌다.
자의와 관계없이 무릎을 꿇게 된 증강우는 흘러내리는 오장육부를 애처롭게 쓸어 담았다.
자유의 날개 단원들을 고문하고 죽일 때는 질리도록 보았던 인체의 구성 요소들…….
하지만 자신의 것을, 그것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레드…….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 내가 죽어도 또 다른 내가 나타나 나스 대륙을 모조리 멸망시킬 것이다…….”
“퍽이나 그러시겠어. 네놈도 내 손에 죽었는데, 또 다른 네가 무서울 게 있겠어?”
“……로케발 님이 내 복수를 해 주실 것이다.”
“복수는 할지 몰라도 죽은 널 되살리지는 못하겠지. 하여간 깔끔하게 인정을 못 해요, 인정을.”
“자레드……. 내 기필코……!”
“그냥 뒈져라.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배려해 주는 시간조차 아까운 놈이네.”
증강우가 악에 바친 외침을 쏟아 내려는 찰나.
화르르륵!
자레드는 헬 파이어 마법을 이용해 증강우의 얼굴을 통째로 태워 버렸다.
굳이 초월 마법의 형태까지 쓸 필요도 없는, 다 죽어가는 자를 향한 최후의 일격이었다.
“…….”
그렇게 증강우는 절명했다.
얼굴이 통째로 불타서 녹아 없어진 증강우는 생전의 거만하고 오만했던 표정을 모두 잃은 채.
마치 진흙을 대충 빚어 만든 토우처럼 얼굴이 녹아내린 채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쿠웅!
동방 대륙의 최강자가 자레드의 앞에서 쓰러졌다.
묵묵히 시련에 도전하고, 조력자의 보상을 획득하면서 우직하게 도전해 온.
자레드의 뚝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단 이 녀석은 데려가긴 해야지. 너무 감정이 실렸는지 얼굴을 날려 버리긴 했지만…….”
자레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공간에 반쯤 녹아 없어진 증강우의 시체를 보관했다.
전장으로 가면, 적군에게 증강우의 시체를 보여 줄 작정이었다.
역사 속 전쟁에서 적장의 수급을 베어 적의 사기를 떨어뜨렸듯, 같은 방식을 쓸 생각이었다.
“후우.”
물론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시련을 극복하고, 증강우의 심복들을 제거하고, 이번 일의 원흉인 증강우까지 처치했지만.
아직 최종 흑막은 남아 있었다.
악신 로케발.
흑마법사 이카젤라를 후원하고 성마 대전을 설계했던 마왕 레크나트처럼.
차원의 균열을 악용해 추종자를 만들고, 차원 간의 충돌에 개입하려 했던 존재였다.
“깨부수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게 생겼네. 물론 이 뒤에 숨은 놈은 추악하겠지만.”
자레드가 반짝이는 로케발의 원석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퀘스트 목록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놓치거나 숙지하지 못한 내용이 있으면 안 되니까.
[로케발의 원석을 파괴하지 않으면 차원의 불균형은 더욱 극심해집니다.첨탑을 보호해 주는 근원이기도 한 로케발의 원석을 파괴하고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신격을 몰아내십시오.
로케발의 원석을 깨부수는 자는 일시적으로 ‘임시 신격’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파괴된 원석이 신호탄이 되어, 다른 차원의 ‘조력자’를 소환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연결점이 될 것이며, 이후의 운명을 뒤바꿀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역시 부수는 게 맞군.”
임시 신격을 획득해 신에게 도전할 자격을 얻고, 조력자를 소환해 그의 도움을 얻는다.
쉬이이익! 퍼어억!
자레드는 재차 시전한 크러싱 피스트를 이용해 로케발의 원석을 후려쳤다.
애초에 재질이 강하지는 않았는지 힘주어 일격을 가하자, 원석은 퍼석,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그리고.
[임시 신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조력자가 소환됩니다!] [소환 5초 전…….]꿀꺽-.
자레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조력자가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