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75
제 75화
29장. 마군의 피난처 – 2화
“충분히 가능합니다. 집중! 우리는 정식 루트로 안 들어갑니다. 남들이 가는 길로 절대 안 가요.”
나는 다시금 강조했다.
지금 이 세계의 대다수 헌터가 알고 있는 마군의 피난처에 대한 정공법은 완벽하게 틀렸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마군의 피난처의 보스 몬스터인 가파지스 공략에 성공한 팀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은 이유다.
아니, 애초에 가파지스라는 보스 몬스터가 있는 줄도 모를 것이다.
사전에 나는 마군의 피난처에 관련된 헌터들의 무용담을 전부 조사했다.
가장 단골 메뉴로 등장한 이름은 중보(중간 보스 몬스터) 플레레였다.
대다수의 헌터는 이 녀석을 보스 몬스터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보상이 없다며 투덜대곤 했다.
당연하지!
중간 보스라고 해 봤자 결국 문지기 역할을 하는 놈인데, 그런 녀석이 괜찮은 보상을 뱉어 낼 리가 있겠는가?
정공법으로 가면 이자벨의 말대로 A급 헌터, 그러니까 레벨 200은 족히 넘는 헌터들이 단체로 와도 공략이 힘들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늘 그랬듯, 버그와 꼼수로 당당히 승부를 보는 것이다.
게임 속의 모든 던전이 크고 작은 오류를 갖고 있듯, 에 존재했던 마군의 피난처에도 허점은 있었으니까.
“브리핑! 브리핑 해 주세요!”
헤이즈가 양손을 번쩍 들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잔뜩 들뜬 목소리였다.
나와 처음으로 함께하게 될 공략이기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듯했다.
별로 반가운 모습은 아니었다.
던전이 얼마나 참혹한 곳인지를 알게 됐을 때, 그녀의 표정이 얼마나 어두워질지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자, 우리가 이 골치 아픈 던전을 공략할 첫 번째 방법은 말이야…….”
심화 브리핑이 시작됐다.
아침에 시작한 브리핑은 해가 중천을 넘어, 서쪽으로 향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리고 해가 서쪽 지평선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며, 어두운 저녁이 찾아오기 시작할 무렵.
“후, 이제야 도착했군.”
크리비아 대영지의 외곽, 산지 지대에 도착한 우리는 첫 야영을 하게 됐다.
던전 입구를 약 1km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는 야영이었다.
* * *
자정을 넘긴 밤.
야영을 위해 밝힌 모닥불의 화력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 무렵, 모두가 하나둘씩 잠에 빠져 들었다.
자레드는 고르자스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전혀 졸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야영지 주변을 살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잠을 청하지 못한 레나가 함께 옆을 따라 걸었다.
[레나 – Lv. 69] [근력 : 103][체력 : 224] [마력 : 19][지혜 : 21] [민첩 : 29][매력 : 19] [물리 방어력 : 41] [마법 방어력 : 41] [특수 성향 : 끈질긴 인내 S / 투지 극한 A / 약점 분석 B / 변칙적 방어술 C] [일반 성향 : 수련, 끈기, 집중]심안으로 확인하자,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레나의 상태가 보였다.
초창기 E등급이었던 투지 극한은 어느덧 A등급이 됐고, 약점 분석도 B등급이 됐다.
게다가 기존에 없던 변칙적 방어술이라는 특수 성향도 C등급으로 꽤 올라와 있었다.
변칙적 방어술은 스승인 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에게 변칙적 검술이라는 특수 성향이 있는데, 레나에게 알맞은 맞춤형 교육을 한 것이 새로운 성향을 만개하게 한 듯했다.
자레드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레나, 실력이 정말 많이 올라왔구나. 처음 일라미 지하 광산에서 널 구했을 때만 해도 정말 햇병아리 같은 실력이었는데.”
“그게 벌써 일 년도 훨씬 지난 예전의 일이네요. 영주님이 저를 거둬 주신 덕분에 이만큼까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만족하니?”
“아닙니다, 전혀요! 아직도 갈 길이 한참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스승님의 공격은 세 번을 버텨 내기 힘들 정도예요.”
“그렇겠지. 네 스승님의 검술은 SS……. 아니,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으니까 말이야.”
자레드는 무의식중에 특수 성향의 등급을 언급할 뻔했다가 재빨리 수습했다.
물론 레나가 듣는다고 해서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시스템의 존재를 눈치챌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도 말조심은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영주님을 오랜만에 이렇게 가까이서, 오래 뵙고 있으니 정말 좋아요. 사실 정말 뵙고 싶었거든요.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제 모습을요.”
“그랬구나. 나는 계속 레나의 소식을 듣고 있었어. 그래서 멀리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 있다고 생각했거든.”
“저도 영주님의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뵙는 것만큼의 행복은 없더라고요.”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시간을 자주 냈어야 했는데, 네게 소홀했어.”
“아니에요!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좋은 스승님을 구해 주신 데에 대해 정말 감사드려요!”
허리를 직각으로 굽혀 가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는 레나의 모습에는 예의가 잔뜩 배어 있었다.
“그동안 고생했어, 레나. 정말 기쁘다. 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 준 네 모습을 보니 뿌듯해.”
자레드는 자신도 모르게 레나를 끌어안으려다가 멈칫하고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올해 열여섯이 된 레나.
자레드는 혹시나 격려의 포옹이 의도치 않은 오해로 연결될까 싶어 조심했다.
통곡의 벽, 레나.
이대로 성장이 꾸준히 잘 이뤄진다면, 예전 에서의 그 별칭을 가질 수 있을 듯했다.
물론 크리비아군이 아닌 마왕군의 통곡을 이끌어낼 벽이 되겠지만!
“영주님.”
“응?”
“저뿐만이 아니라, 영지의 많은 사람이 영주님을 존경하고 우러러보고 있어요.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영주님의 선정(善政)이 시작된 이후, 영지의 삶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고요!”
“정말?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이야기네.”
“제가 영주님 앞에서 거짓말을 할 리가요! 정말이에요! 배를 곯는 사람도, 흉년을 걱정하는 사람도, 다른 영지의 침공을 걱정하는 사람도…… 없어졌다고 하니까요.”
“이제 좀 다들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을 만큼, 살 만해진 걸까?”
“네. 모두 영주님의 은덕을 칭송하고 있어요!”
자레드도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레나를 통해서 다시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영주로서 영지민의 칭송을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기에.
“레나.”
“네, 영주님.”
“이번에 던전 공략에 성공하면, 네게도 쓸 만한 맞춤형 아티팩트가 주어지게 될 거야. 우리 꼭 성공하자. 모두가 함께 성장해서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말이야.”
“네! 최선을 다해서, 영주님과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힘주어 말하는 레나에게서는 투지와 열정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레나의 충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충성도 50이 올랐습니다!충성도가 200이 되어, ‘1차 각성’ 상태에 돌입합니다!]
‘고맙다, 레나.’
자신의 감정을 끌어올려, 충성도 최대 수치를 경신한 레나가 드디어 1차 각성에 돌입했다.
역시 진심은 통한다던가?
유망주가 첫 번째 한계 돌파에 돌입한 것을 보자, 자레드의 가슴이 더욱 뭉클해졌다.
든든했다.
유망주들이 레나처럼 꾸준히 성장만 해 준다면!
크리비아 영지의 미래는 앞으로 훨씬 더 밝아질 것 같았다.
* * *
이튿날 아침.
우리 팀의 공략이 시작됐다.
“윽…….”
다른 팀원들이 처음 경험해 보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신음을 토해 낼 때.
“입구에서부터 맡을 수 있는 시취가 예사롭지 않군요.”
나와 함께 표정이 변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라키스였다.
‘유망주’가 아닌 ‘노망주’답게, 침착하게 돌발 상황에 대처해 나갔다.
확실히 그는 백전노장이었다.
나는 우선 입구에 반쯤 걸쳐진 채로 부패해 가고 있는 시체 하나를 라키스와 함께 걷어 냈다.
그리고 클린 마법을 이용해 더럽혀진 주변의 상태와 악취를 정화했다.
확실히 클린 마법을 쓰고 나니 악취가 한결 약해졌다.
“브리핑에서도 얘기했지만, 신성력 버프가 없다고 걱정할 것 없어. 피차 같은 조건에서 싸우는 거니까.”
나는 다시금 팀원들에게 강조했다. 혹시라도 던전 특유의 한기에 눌려 사기가 떨어진 동료들이 있을까 봐서였다.
그때.
휘이이이이-.
내 옆에 있던 미아가 고사리 같은 손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빠르게 바람을 일으켰다.
전체 마법으로 놓고 보면 미아는 아직 1클래스 마법을 졸업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바람계 마법은 달랐다.
그녀가 구사하는 바람계 마법은 2클래스 수준까지 충분히 상회하는 중이었다.
방금 전에 보인 바람 마법도 매직 윈드(Magic Wind)로 2클래스의 마법이었다.
1클래스 바람 마법인 윈드 웨이(Wind Way)보다 훨씬 더 고단수의 마법으로, 빠른 순풍을 순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마법이었다.
미아에게 물었다.
“미아, 던전의 역한 기운과 한기를 걷어 내려고 일부러 매직 윈드를 쓴 거야?”
“네! 이렇게 해 두면 냄새도 좀 사라지고, 언니들이 진입하기에 한결 수월할 것 같아서요!”
“언니들? 하긴…… 남자는 나와 라키스 경뿐이군.”
나는 귀에 생소한 언니들이라는 호칭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미아의 말대로 여자가 많았다. 남자는 나와 라키스 단둘뿐.
미아는 나를 영주님이라고 부르고, 라키스는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오빠가 될 만한 사람은 없다. 슬프지만.
“자, 지하 1층의 다섯 번째 석실까지는 빠르게 전진하는 거다. 어차피 헌터의 손길이 많이 닿은 곳이라 몬스터의 수가 많지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레나, 바로 내 뒤에서 전위 방어를 보조해. 내가 별도로 지시하기 전까지 그 어떤 일원도 나보다 앞서지 말 것!”
나는 다시금 강조했다.
나야 에서 이 던전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적마귀를 밥 먹듯이 상대해 봤지만, 동료들은 아니다.
적마귀는 움직임이 다소 느린 대신 체력이 매우 높고, 자폭 화력이 뛰어난 생체 병기였다.
그런 이유로 마법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드리블하다가, 차도살인의 용도로 자폭을 유도해서 몬스터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말은 쉽지만, 방심하면 금세 적마귀에게 포위돼 참살을 당하기에 딱 좋다.
일단 적마귀가 달라붙으면, 끈끈이에 붙은 파리처럼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다.
결론은? 동반 폭사뿐.
그래서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나도, 제법 굳은 표정으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으드득.
“어?”
바로 그때.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디려던 내 발밑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무언가가 있었다.
시선을 내리니, 웬 반지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행운의 반지 : 플레레의 저주] [분류 등급 : 1성] [이 반지는 마군의 피난처에서 최초로 이 반지를 발견해 얻은 사람에게는 무한한 영생과 재물을 주었습니다.하지만 주인에게 버려진 두 번째부터는 반지의 주인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반지는 이것을 쥐거나 끼고 있는 당신의 모든 정신을 잠식할 것이며, 이로 인해 60초 안에 숨을 거두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60초 안에 4명의 사람에게 이 반지를 끼워야 합니다. 미신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