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80
제 80화
30장. 초월 마법 – 4화
에서 가파지스의 원념을 손에 넣은 유저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한 가지 특전을 누릴 수 있었다.
위저드의 경우에는 바로 트랜센던스 마법의 사용이 특전이었다.
위저드 유저라면, 누구나 트랜센던스 마법을 부러워했다.
기존 마법 화력을 대폭 증가시켜, 마법 자체에 내재된 초월적 힘을 유도하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초월의 형태도 싱글 트랜센던스, 더블 트랜센던스, 트리플 트랜센던스……. 이런 식으로 배수의 강화가 가능했다.
전제는 하나.
트랜센던스의 각 등급마다 마력 사용량이 해당 클래스 숫자의 1천 배, 2천 배, 3천 배 단위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최대 수치는 10배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를 데큐플(Decuple) 트랜센던스 마법이라 불렸다.
즉, 하나의 예를 든다면.
1클래스의 매직 미사일을 더블 트랜센던스로 쓸 경우, 마력 2,000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마력을 잡아먹는 엄청난 괴물이긴 하지만, 화력은 확실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마력통만 넉넉하다면! 언제든 난사하고 싶은 마법이기도 했다.
‘어디 보자.’
나는 상세 정보창을 열어, 나에게서 B등급 이상으로 분류된 능력을 확인했다.
마법사이니, 속성 쪽을 살피면 될 터였다.
[화염 계열 마법 : SS] [결빙 계열 마법 : C] [바람 계열 마법 : B] [흙 계열 마법 : D] [전격 계열 마법 : A] [기타 계열 마법 : B]‘일단 지금 트랜센던스의 효율을 최대로 극대화할 수 있는 쪽은 역시 화염 계열이군.’
결빙계와 토지(흙)계를 제외하면, 트랜센던스 마법 연계는 전부 가능했다.
특히 최대 효율을 낼 수 있는 분야는 보다시피, SS급의 판정을 받고 있는 화염 계열이고.
현재 마력은 6천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계산상으로는 3클래스의 화염 계열 마법인 파이어볼을 더블 트랜센던스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영주님?”
그때, 내가 너무 정보창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지 헤이즈가 조심스럽게 내 어깨를 터치했다.
“잠시만. 헤이즈, 우선 동료들부터 챙겨 주겠어? 잠시 확인할 게 좀 있어서. 그리고 헤이즈, 등 뒤를 봐 봐. 너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는 녀석이 하나 보이는데?”
나는 웃으면서 헤이즈의 뒤에서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둥둥 떠올라 있는 신발을 가리켰다.
가파지스의 날개라고 불리는 아티팩트다.
처음 가파지스를 공략한 팀원 전원에게 주어지는 전리품인데 효과는 자체 헤이스트다!
즉, 오늘 나와 함께 가파지스를 공략한 팀원들은 더 이상 헤이스트 버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버프를 구동할 약간의 마력만 있다면, 상시 헤이스트를 몸에 달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와, 언니! 언니! 이 신발, 엄청난 것 같아요! 신어 봤는데, 영주님이 헤이스트 마법을 걸어 준 것처럼 엄청 움직임이 빨라졌어요!”
투다다다. 투다다다.
그새 호기심을 못 참고 가파지스의 날개를 신은 미아가 석실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후후.”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미아를 바라보고는 이내 트랜센던스 마법 준비에 들어갔다.
망설일 이유 없이 바로 왼쪽 손에 원념을 심었다.
[가파지스의 투지가 내재된 원념이 대상의 왼손에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지금부터 트랜센던스 마법의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합니다.]
고통이나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고, 바로 몸에 체득이 완료됐다.
실험용으로 선택할 마법은 3클래스의 화염 마법인 파이어볼, 트랜센던스 단계는 트리플이다.
아직 마력 스탯이 6천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마력이 모두 고갈되면, 1일 1회 한정인 무디두스의 기도 옵션을 이용해 마력을 100% 회복할 수 있으니 문제는 없었다.
이렇게 변칙을 이용하면 마력 총량이 11,000을 넘기니 트리플 트랜센던스까지 가능했다.
화아아아악!
즉시 트리플 트랜센던스 파이어볼의 캐스팅에 들어가자, 격렬한 불길이 양손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다시 봐도 엄청난 화력이다.’
에서 경험해 본 마법이긴 하지만, 현생에서 직접 몸으로 체감하니 더욱 와 닿았다.
분명 베이스는 3클래스 마법인데, 양손 위에서 느껴지는 불길의 화력은 7클래스 마법인 플레임 스트라이크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압!”
나는 일갈하며 벽면을 향해 트랜센던스 트리플 파이어볼, 약칭 트리플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아!
그러자 거대한 불길이 솟구쳤다. 그것은 분명 예상한 대로 7클래스 마법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가공할 만한 위력이었다!
“와…….”
이 광경을 지켜본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팀원이 보았고, 모두가 하나같이 놀랐다.
누가 봐도 결코 3클래스 마법이라고 할 수 없을 엄청난 화력을 두 눈으로 보았기에.
‘최고다!’
다시금 감탄했다.
다소 무리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팀원들을 이끌고 던전 공략에 나선 보람이 있었다.
어차피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가파지스는 자신이 꼼수에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이제 펫도 하나 부릴 수 있게 된 듯싶고.’
나는 내 손 위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는 초록빛의 기운을 어루만졌다.
[가파지스의 원념] [악독한 가파지스의 정신이 모두 정화되고 남은 순수한 기운입니다.원념은 사람이나 무생물에는 깃들 수 없으며, 오로지 동물에게만 이식이 가능합니다.
해당 동물은 원념에 내재된 특별한 기운을 각성할 수 있으며, 평범하지 않은 대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영지로 돌아가서 얼마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에게 심어 주면 되겠다.’
좋은 후보가 내 머릿속에 있었다.
아직 이름을 지어 주지는 못했지만, 일주일 전부터 영주 저택에서 키우기 시작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던 것이다.
나보다 헤이즈가 훨씬 더 좋아하는, 토실토실하고 복스러운 고양이였다.
‘레벨은 이제 95 달성이네. 지하 5층 공략으로만 엄청 올렸군. 내가 이 정도면 동료들도 기본적으로 20에서 30은 올랐겠어.’
나는 95가 된 레벨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무난한 던전을 공략했으면 몇 개월이 걸렸을 성장을 단 사흘 만에 이뤄 냈다.
레벨 열세를 역이용할 수 있는 델루크의 팔찌 옵션 때문에 레벨이 오르는 것이 무조건 이익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성장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입장할 때의 레벨이 70이었으니, 95인 지금은 25가 오른 셈!
나는 레벨업으로 얻은 보너스 스탯을 모두 마력에 투자했다. 그러자 마력은 5,896이 됐다.
‘레벨 5만 어디서 빨리 챙겨야겠군. 그러면 레벨 100 달성에 맞게 칭호도 하나 더 얻고, 심안도 트리플로 업그레이드될 테니까.’
칭호 욕심도 덩달아 났다.
칭호는 챙겨 놓으면 영구적인 스탯이나 버프로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니, 백번 챙겨 나쁠 것이 없다.
“자, 그럼!”
나는 팀원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졌을 아티팩트를 살피기로 했다.
가파지스가 내게는 트랜센던스라는 초월 마법 각성을 전리품으로 남겼으니, 행복했다.
초월 마법은 이 세계 전체를 통틀어서 나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마법이다.
대마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베르하드도 초월 마법은 사용할 수 없다!
아마 내가 시연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어떤 원리로 구동되는지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다들 어떤 아티팩트가 전리품으로 주어진 거야?”
나는 힘껏 손을 흔들며, 팀원들에게로 향했다.
* * *
과연 보상은 달콤했다.
팀원들 모두가 4성급으로 분류되는 신발, 가파지스의 날개를 얻은 것은 물론이고.
각각 최소 6성급 이상의 맞춤형 아티팩트를 손에 넣었다.
6성급 아티팩트는 가치로 따지면 최소 1만 골드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초호화 전리품이었다.
미아는 무조건 두 클래스 위의 바람 계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마법서를 손에 넣었고.
헤이즈는 신성력을 3배나 증폭시켜 주는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
레나는 가파지스의 분노가 깃든 적색 방패를 얻었는데, 물방과 마방을 전부 250이나 올려 주는 엄청난 녀석이었다.
그리고 라키스는 물리 방어력을 400이나 증폭시켜 주는 건틀릿을 얻었다.
클로이의 경우에는 절삭력이 매우 뛰어난 희귀 광물인 스텔라드로 제작된 단도가 주어졌다.
이 단도만 있으면 어지간한 갑옷도, 설령 미스릴 갑옷이라도 능히 뚫을 수 있다. 드래곤 뼈로 세공한 갑옷도 마찬가지.
이자벨은 4성 주술에 대한 깨우침을 얻음과 동시에, 감정의 폭주를 억제할 수 있는 정화용 반지가 주어졌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 깨알같이 붙은 추가 옵션들을 생각하면 모두가 사실상 7성급의 아티팩트를 손에 넣은 것과 같았다.
내가 얻은 초월 마법, 트랜센던스 능력은 몇 성이라는 비유를 붙이는 것이 실례일 정도고.
“와…….”
아티팩트 획득뿐만 아니라 최소 30은 너끈하게 오른 팀원들의 레벨을 보며, 나는 박수를 쳤다.
남들의 손길이 닿기 전에 서둘러 공략해 첫 공략자의 특전을 독식한 보람이 있었다.
팀원들에게도.
그리고 이 세계에 유일무이한 초월 마법 능력을 얻은 내게도!
모두에게 해피엔딩!
대성공으로 끝난 공략이었다.
즐거운 복귀.
들어올 때도 그랬듯, 우리는 돌아갈 때도 지름길을 따라 나갔다.
덕분에 플레레는 자신의 주인이 이미 석실에서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방을 굳건히 지키는 모습이었다.
‘무임승차는 안 되지.’
지하 1층의 제5 석실로 돌아온 나는 뚫려 있던 지름길의 구멍을 동료들과 함께 다시 막아 버렸다.
막지 않고 그냥 둘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지름길로 주고 싶진 않았다.
아마 운수 좋은 어느 날!
눈썰미가 좋은 헌터가 있다면 이 길을 찾을 수도 있겠지.
그런 사람에게만 가뭄의 단비 같은 특전이 될 것이다.
* * *
영주 저택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마군의 피난처 공략에 참여했던 모든 팀원은 거의 기절하듯 뻗어 버렸다.
영주 저택 지하 2층에는 각각의 방마다 최고급 시설을 완비한 회복실이 있었는데, 모두 그곳에서 곯아떨어지고 만 것이다.
한편 집무실로 돌아온 나는 아직 이름을 붙여 주지 않은 검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파지스의 원념을 주입했다.
[원념이 주입됩니다.] [대상체에 자연스럽게 원념이 흡수하여 안착했습니다.] [대상체에 즉각 새로운 능력이 개화됩니다. 대상체는 암흑의 기운을 풍기는 모든 대상을 탐지할 수 있습니다.] [대상체에게는 ‘수호자’의 특성이 적용되어, 지켜야 할 주인에 대해서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대상체와 친밀 관계에서 우선적으로 지정된 5인은 대상체에게 버프, 디버프, 주술, 저주 등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대상체는 성장이 가능한 펫입니다.]“오…….”
성장 가능한 펫!
에서도 제법 많은 펫을 끌고 다녔지만, 전부 돈을 실컷 잡아먹는 돈귀신이었다.
게다가 데이터 쪼가리라고 생각해서 딱히 애정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오롯이 살아 숨 쉬는 녀석을 보니, 귀엽고 앙증맞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른바 전형적인 집사 마인드.
-반갑다, 인간. 내 이름을 지어 줘랑. 야옹이라는 이름은 싫당.
“원념 때문에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가?”
-그런 거 같당.
검은 고양이는 아주 유창한 나스 대륙어로 말을 읊어 댔다.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냐옹, 야옹, 으와옹 같은 울음소리밖에 못 내던 녀석이 인간의 말을 하다니!
신기했다.
“어디 보자…….”
나는 괜찮은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어떤 이름을 붙여 주는 게 좋을까?
검은 고양이니까 네로? 아니면 까미? 무게감 있게 블랙?
바로 그때.
“아! 그래! 그 이름이 있었지?”
나는 전생에 재밌게 봤던 《나 홀로 주문 사용자》라는 판타지 소설에서 나왔던 고양이의 이름을 떠올렸다.
작가가 햄버거를 사 먹으러 갔다가 거기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는 이름.
그것은 바로.
“데리! 넌 오늘부터 데리야!”
-데리? 그게 무슨 뜻이냥?
데리였다.
왠지…… 뒤에 버거만 붙이면 딱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친숙한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