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자, 갑시다. 이러고 있어 봐야 허리만 아파요.”
덕팔이 장애물을 끌어안자 장애물이 발버둥을 쳤다.
“저 2깁니다. 형님.”
“네네, 저 4깁니다. 그러니 후배 사랑하는 마음으로 좀 봐주십시오.”
덕팔이 2기 장애물을 어깨에 들쳐맸다. 덕팔이 먼저 달리기(?) 아니, 걷기를 시작하자 다른 기수 선수들도 장애물을 이고 지고 끌고 걷기 시작했다.
200m는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한참을 걸은 듯했지만 장애물이 어깨 위에서 요동을 치는 바람에 앞으로 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 와중에 첫 번째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다.
평균대.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보았을 것이다. 양 끝 받침 위에 길고 네모난 막대기가 걸쳐진 평균대는 어린 학생들의 균형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개발된 체육 교구다.
“하아…”
덕팔의 한숨에 2기 장애물이 씨익 웃었다.
“형님, 떨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친절한 설명 고맙네요. 하하하”
덕팔이 2기 장애물을 바닥에 내려놓자 장애물이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다. 겨우 장애물들을 끌고 평균대 앞에까지 온 다른 선수들도 맥이 빠지는지 장애물들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조인범이 흥미로운 얼굴로 중계를 하였다.
“아, 선수들 포기하나요? 그럼 이 떡갈비 50인분은 우리 운영진의 입속으로 꾸울꺽!”
조인범의 말이 자극되었는지 각 기수가 선수들을 협박했다.
“야! 해병대 갈 거라며? 그 체력으로 해병대 가겠냐!!”
“오빠, 떡갈비 못 따면 다시는 써머리 안 빌려줄 거야!!”
4기들은 협박 대신 애원을 하였다.
“혀엉~ 나 떡갈비, 한 번도 안 먹어 봤어요. 한 번만 먹자!! 제발!!”
“오빠, 사랑해!! 내 사랑을 가져가고 떡갈비 내놔!”
덕팔이 4기들의 응원에 힘입어 장애물을 다시금 번쩍 안아 세우더니 등에 업었다.
“자, 갑니다. 평균대에서 떨어지게 되면 등으로 넘어질 겁니다. 후후”
덕팔이 웃으며 평균대 위로 올랐다. 2기 장애물이 덕팔의 협박에 움찔하는 사이 덕팔이 발을 빠르게 놀려 평균대 반을 건넜다. 2기 장애물이 아차 하는 마음이 되어 온몸을 흔들었다. 덕분에 덕팔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덕팔이 안간힘을 쓰며 중심을 바로 잡으려고 하였지만, 등 뒤에 업혀 있는 100kg 거구까지 하중이 합세 되자 속절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런데 덕팔이 진짜 등으로 넘어졌다.
쿵!!
묵직한 울림과 함께 덕팔과 2기 장애물이 바닥에 나뒹굴어졌다. 물론 주변에 메트리스가 깔려 있었기에 부상은 없었지만 2기 장애물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자자, 일어나요. 다시 해야죠.”
덕팔이 씨익 웃자 2기 장애물의 머릿속에 갈등이 생겨났다.
쿵!!
쿵!!
쿵!!
마지막은 너무나 아까웠다. 딱 한발이 남았었는데 그걸 넘기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이..일부러 그런 거죠? 힘도 안 쓰고 제가 흔들면 그냥 넘어져 버리고..”
“아닌데? 그런 적 없는데?”
덕팔이 웃었다. 2기 장애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덕팔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 것이었다. 이건 자기만 손해인 게임이었다. 물론 덕팔은 지치겠지만 자신은 메트에 쳐박혀야 하지 않나?
덕팔이 다시금 2기 장애물을 업고 평균대 위로 올랐다. 빠르지도 않았다.
“어어..”
덕팔의 중심이 흔들렸는지 휘청거리자 2기 장애물이 반대로 몸을 꺾으며 중심을 잡아주었다.
“땡큐!!”
덕팔이 천천히 평균대를 건넜다. 갑작스러운 2기 장애물의 배신으로 2기는 광란의 분위기가 되었다.
“이 배신자 뚱땡이 새퀴!!!”
덕팔이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떡갈비 4인분 따로 빼놓을게요. 오케이?”
“콜!”
적당히 괴롭혔으니 달콤한 과실을 내밀어 장애물을 완전히 설득한 덕팔이였다.
***
누구나 예상했듯 장애물 200m 달리기는 2기 장애물의 적극적인 협조 덕에 4기가 우승을 하였다. 부상으로 주어진 소 떡갈비 50인분을 받아든 4기들이 괴성을 질러대며 흥분을 하였다. 그러는 사이 제 2종목 ‘상대는 내가 고른다 줄다리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제 2종목 ‘상대는 내가 고른다 줄다리기’의 룰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줄다리기에 참여하는 인원은 총 10명, 남자 5, 여자 5명으로 구성됩니다. 다만 출전할 선수는 자기 기수가 아닌 경기를 하는 상대 기수에서 결정합니다. 대신 한번 출전한 선수는 두 번 출전할 수가 없습니다. 참 쉽죠잉?”
“여학생 부족한 기수는 어떻게 합니까?”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여학생 수가 부족한 기수는 그 숫자만큼 남학생이 대체합니다.”
1기들이 환호를 하였다. 1기와 2기는 3조 2교대로 병원 실습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오늘 오후 실습을 위해 1/3이 먼저 병원으로 떠난 상황, 이 중 1기는 본래 총 60명 중 여학생의 수가 12명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실습을 위해 5명이 빠져나간 상황이었으며 윤다혜도 빠진 상황이었기에 이 자리에 있는 여학생의 수는 불과 6명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1라운드만 잘 버틴다면 2라운드에서는 남학생 9명과 여학생 1명이, 결승에서는 전부 남학생만으로 구성된 팀이 줄다리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기들의 의기양양함과 달리 다른 기수들은 가장 먼저 탈락할 기수로 1,2기를 뽑고 있었다.
“1기 선배들은 어제저녁까지 실습하고 MT에 참가해서 날을 새다시피 한 인원이 1/3이야. 1라운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지.”
“그럼, 결국 3, 4, 5, 6기들의 각축전이겠네요?”
“그렇지.”
“그럼 뭐해요. 우리는 당장 6기하고 붙어야 하는데..”
“뭐..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1기 선배들 때문에 피해를 볼 일은 없을 거니까 차분하게 준비하면 돼.”
그때, 조인범이 상품을 발표하였다.
“제 2종목 ‘상대는 내가 고른다 줄다리기’의 상품을 발표하겠습니다. 두둥!”
입으로 북을 친 조인범이 씨익 웃으며 구령대 하단에 놓인 물건을 하나 집어 들었다.
“이게 뭘까요?”
학생들의 시선이 조인범의 손에 집중이 되었다. 눈썰미 좋은 학생이 경악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상품권이닷!”
“딩동댕!! 무려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입니다. 물론! 우리 학교 인근 상가회에서 발행한 것으로 여러분의 회식을 책임질 귀염둥이죠!!”
“와아!!!”
학생들이 환호했다. 무려 100만 원! 전 기수들이 거하게 뒷풀이를 할 수 있는 엄청난 것이었다.
“오빠, 이겨야 해요. 무조건!! 무조건!!”
임은정이 다시금 흥분하였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경기는 1기와 5기가 맞붙었다. 덕팔의 예상대로 1기는 체력적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5기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 1기들이 5기를 노려보았지만 5기들은 1기의 시선을 외면한 채 일방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제 2경기는 2기와 3기의 대결이었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면 5기가 우승할 확률이 높아지겠는데?”
“왜요?”
“2기와 3기는 상대 선수를 잘못 뽑았어. 외형에 속은 거지.”
덕팔이 손으로 가리키는 쪽을 보니 맨 뒤에서 힘을 쓰는 남학생들이 보였다. 줄다리기에 꽤 경험이 있었는지 구호를 외쳐가며 능숙하게 줄을 당기고 있었다.
1분여의 혈투 끝에 2기가 승리하였다.
마지막 제 3경기.
4기와 6기의 맞짱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재밌네요.”
구령대 뒤편에 마련된 특별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은혜가 향숙을 향해 소감을 털어놓았다.
“은혜도 학교 다닐 때 이런 거 하지 않았어?”
은혜가 도리질을 쳤다.
“예술대는 여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체육대회를 하자고 하면 난색을 표했죠. 사실 저도 그런 부류였구요.”
“MT는 갔을 거 아냐?”
“우리 엄마를 잘 아시잖아요.”
“하긴, 너희 엄마가 MT 같은데 널 보낼 리가 없지. 호호”
“덕팔씨가 즐거워하네요.”
“그렇지?”
“10년 전에 누렸어야 할 즐거움을 너무 늦게 누리는 것 같아요.”
“만약에 그런 일이 없어서 10년 전에 덕팔이가 너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면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었을까?”
향숙의 IF문에 은혜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짓을 하였다.
“만났어도 이렇게 좋아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왜?”
“그는… 흐음… 잘 모르겠지만 그는 절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은혜 너는?”
“저요? 호호, 잘 모르겠네요. 그땐 남자를 좋아하는 감정 같은 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덕팔이가 문제가 아니라 너의 연애 세포가 늦게 태어난 거구나?”
“그럴 수도 있구요. 아니면 제 연애 세포를 깨워줄 남자를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죠.”
은혜가 시선을 돌려 환하게 웃고 있는 덕팔을 바라보았다. 향숙도 은혜의 시선을 따라 덕팔을 응시했다.
“저 즐거움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어.”
“저도요.”
***
6기가 환호하였다. 덕팔의 예상대로 6기는 4기를 꺾고 올라가 2기를 꺾은 후에 부전승으로 결승에 오른 5기를 이기고 상품권을 거머쥐었다.
“5기가 아쉽네요.”
“부전승으로 올랐기 때문에 진 거야.”
“그런 것 같아요. 준결승에서 근력이 낮은 인원 10명이 빠져나갔어야 했는데 경기를 한번 치르지 않은 탓에 결승전에서 너무나 센 상대하고 싸우게 되었어요.”
“인범이가 머리를 잘 쓴 것 같아. 묘한 데서 재능이 피어오르네.”
덕팔의 농담에 4기들이 웃으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였다.
“잘 쉬셨습니까? 이제 다시 힘을 내서 제 3종목을 시작해 보시죠.”
조인범이 경기를 설명하기 전에 룰과 상품을 설명하였다.
“이번 경기는 눈감고 멀리 뛰기입니다. 이름에서부터 느낌이 팍 오죠? 출발선에서 눈가리개를 끼고 달려서 멀리뛰기를 하면 됩니다. 아주 쉽죠. 단지!! 파울선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파울 2회면 실격! 한번은 봐준다는 말입니다. 하하.
자! 여러분의 관심은 룰이 아닌 상품에 가 있겠죠? 이번 경기의 상품은 뭐냐? 바로바로!! 짜잔!“
조인범이 커다란 보자기를 들어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뭘까요?”
학생들이 황금빛이 도는 보자기를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그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 밤, 여러분들을 불태워줄 핫 아이템! 바로바로 양주!! 그것도 무려 30년산 10병!”
“우와!!!”
“그것이 끝이냐? 절대 아니죠. 마을 입구에 정산슈퍼라고 보셨죠? 바로 그 슈퍼에서 무제한 주류 제공! 결제는 우리 김 변호사님 개카(개인카드)! 사용 시간은 내일 아침 9시까지!!”
“우와!!!!!”
학생들이 열광하였다.
“단, 강제로 술을 먹이거나 선후배 간의 불미스러운 음주 군기 행위 발생 시 모든 주류는 압수! 그 즉시 평온하게 잠이 드셔야 합니다.”
“하하하..”
“호호호..”
“경기에 참가할 기수별 선수를 각 3명씩 선발해 주세요!”
조인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수들끼리 멀리뛰기를 해보며 선수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4기들도 한구석에 모여 한 사람씩 넓이 뛰기를 해보며 기량을 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