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삼인용 텐트 속에서 꿈지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아.. 피곤해. 자도 피곤하고! 안 자도 피곤하고!”
늦은 새벽까지 악귀를 처치하느라 거의 날을 새다시피 한 준민이 잠이 들지 못하고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텐트 속에서 기어 나온 준민이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보곤 가볍게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도 아침 운동은 몽달이 가르쳐준 기체조와 초급 검술이었다.
벌써 3개월.
덕팔이 틈나는 대로 몽달로부터 검술을 사사받자 그 곁에서 곁눈질로 배운 검술이었지만 이제는 제법 틀이 갖춰져 있었다.
준민이 땀을 흘리며 검술을 연마하고 있을 때,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었는지 덕팔이 머리를 긁으며 텐트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잘 잤습니까? 준민씨?”
“사장님도 잘 잤습니까?”
서로 질문만 할 뿐 대답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잘 자지 못했기에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잘 못 잔 모양이군요.”
“몽달 어르신의 코고는 소리가 천하에 진동하는데 어찌 잘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그러게요. 영혼이 그리 피곤을 많이 느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준민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입을 비쭉 내밀더니 덕팔 앞에 막대기 하나를 던져 놓았다. 덕팔이 씨익 웃으며 준민이 던져 놓은 막대기를 집어 들었다.
“다쳐도 책임 안 집니다!!”
“그럼 산재 처리는 해 주십시오.”
두 사람이 격돌하였다.
“지는 사람이 아침밥 하는 겁니다!”
“세 번은 봐주셔야 합니다!”
“한 번!”
“두 번!!”
“오케이, 콜!”
덕팔이 막대기가 준민의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가자 준민이 급히 신력을 풀어 이를 막아내었다.
“신력을 쓰시는 건 반칙이죠.”
“억울하시면 신력을 쓰십시오.”
“하하. 제가 신력을 모으지 않는 게 불만이신 모양입니다?”
“그가 위험하다면서요? 그런 일생일대의 적을 앞에 두고 너무 태평하시니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어찌 수가 생기겠지요.”
준민의 막대기가 덕팔의 하체를 쓸어내자 덕팔이 팔짝 뛰어올랐다. 그 모습에 준민이 씨익 웃으며 몸을 빠르게 한 바퀴 회전하여 막대기로 덕팔의 상체를 베었다.
외통수!
그러나 덕팔은 막대기를 고추 세워 신력을 잔뜩 머금은 준민의 막대기를 막아내며 그 힘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지금 이대로라면 덕팔은 바닥에 처박히는 꼴사나운 모습을 면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덕팔은 준민의 힘에 의해 튕겨져 나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그대로 백 덤블링을 하여 두 발과 오른 무릎으로 멋지게 착지를 하였다.
[짝짝짝]텐트 안에서 덕팔과 준민 만 들을 수 있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멋지네. 친구! 짧은 시간 안에 나와 같은 수준에 이르다니 보고도 믿을 수 없군.]몽달이 일어나기 귀찮았는지 텐트 속에서 얼굴만 내민 채로 가지고 있던 월향을 덕팔에게 던져주었다.
덕팔이 월향을 받아 들자 준민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덕팔이 그대로 준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러면! 반칙이죠!”
월향!
영검 주제에 실재하는 물건마저도 가볍게 베어버리는 강력한 검!
자신의 손에 들린 초라한 막대기 따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막강한 힘!
준민의 미친 듯한 도주가 시작했다.
**
준민의 도발을 응징하고 돌아온 덕팔이 월향을 내밀자 몽달이 이를 받아 들며 물었다.
[자네는 왜 신력을 몸에 쌓지 않는 것인가?]“나? 아닌데? 신력을 잔뜩 모아 놨잖아?”
[날 바보로 아는가? 자네 몸에 쌓을 수 있는 신력이 가득 채워지면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든 집으로 돌아가지 않나? 소룡에게 신력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네.]“알고 있었어?”
[저 둔한 아해도 알고 있는 일을 내가 모를까?]“하하, 다 나름 생각한 바가 있어서 그런 거야. 다행히도 내가 전해 준 신력을 소룡이가 모두 소화할 수 있어서 나는 더 안전해진 것이고.”
[소룡이를 그와의 싸움에 끼워 넣으려는 것인가?]“그와의 싸움은 내 몫이야. 누구도 끼어들어서는 안 돼!”
[그럴 거라 생각했네.]“소룡에게 힘을 전해 주는 것은 그다음을 준비하기 위함이야.”
[그다음?]“응, 나는 인간이야.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지. 내가 천문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어. 그보다 천문을 막는 일을 인간이 대를 이어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 잘 생각해보면 그가 저런 삶을 살게 된 것도 천문 때문이었어. 만약 천문이 열리지 않았다면… 혹은 천문의 개방을 인간이 막지 않아도 되었다면, 두 어르신은 그를 찾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의 인생도 좀 더 평탄한 삶으로 바뀌었겠지.”
“나의 스승은 신안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천문을 세 번이나 막았다고 했어. 내가 볼 때 스승께서는 지니고 계신 막대한 신력을 이용해 천문의 개방을 막은 것 같아. 그렇다면 말이야. 막대한 신력을 가진 신령수도 개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아하! 일리가 있군. 결국 자네 말은 자네가 없는 세상을 대비하겠다는 거지? 보통 인간들은 그렇지 않지 않은가?]몽달이 고개를 흔들자 덕팔이 씨익 웃으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준민씨, 숨어있지 말고 빨리 와요. 얼른 밥 먹고 서울로 돌아가야죠.”
**
총산.
덕팔이 거지꼴로 나타났다.
준민이 상거지 꼴로 나타나자 혜원이 슬그머니 준민의 시선을 피하며 몸을 내뺐다.
“혜원아! 그러면 못쓴다. 삼 개월간 힘든 일을 하고 돌아온 사람을 그리 냉대를 하다니!”
진향이 나무랬지만 혜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고모,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그래, 그래. 어서 가 보거라.”
“아니 고모, 그게 아니라 내가 저렇게 꼬질꼬질한 사람을 뭐가 좋다고 그랬는지.”
“김. 혜. 원!”
“알았어요. 가면 되잖아요. 가면!”
혜원이 마지못해 준민을 맞이하며 준민을 목욕탕으로 안내하였다.
덕팔이 그런 혜원을 바라보며 웃었다.
“미안해요. 철이 없어서..”
“아닙니다. 솔직한 거지요. 저도 샤워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냄새가 진동하는 군요.”
진향이 사과를 하자 덕팔이 손사래를 쳤다.
“호호호. 트럭도 세차해야겠죠?”
“냄새가 안 빠지면 폐차를 할까 고려 중입니다. 하하하”
덕팔이 웃으며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두 시간 후, 진향과 덕팔이 다시금 은밀히 회동하였다.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덕팔씨가 집이 아닌 이곳을 먼저 들렸기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알아봐 주십시오. 그를 만나기 전에 제가 모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진향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
덕팔의 집.
덕팔과 준민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덕팔의 집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상층을 차지하고 있던 연습생들이 데뷔하였다. 애석하게도 대장군 구혜성은 그 그룹에 끼지 못하였다. 구혜성이 배정환을 잡아먹을 듯 난동을 부렸지만, 배정환의 태도는 강경했다.
“너는 예능을 겸한 배우를 해야 해!”
“댄스도 하고 싶고, 발라드도 하고 싶다구요.”
“그럼 바니레디즈 앨범에 한 꼭지 줄 테니까 녹음해!”
“제 앨범요. 제거! 오직 저만의, 저를 위한 저의 앨범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네가 사비로 내던가!!”
협상 결렬!
구혜성이 단식을 시작했지만 두 끼니 만에 두 손을 들고 배정환의 말에 따랐다. 배고픔에는 대장군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모양이다.
모든 이들이 이렇게 각자의 자리를 잡게 되자 배정환은 통 크게 아파트 세 채를 빌려 숙소를 마련하였다. 소미와 그의 모친은 회사 가까운 곳에 작은 빌라를 얻어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덕팔의 집은 다시금 고요를 되찾게 되었다.
덕팔이 습관적으로 지하 현관문을 잡았다가 피식 웃고는 1층으로 올라갔다.
덕팔의 방은 3층.
덕팔이 짐을 풀자 2층에 짐을 푼 준민이 덕팔의 방으로 올라왔다.
“사장님, 회사 안 가십니까?”
“의뢰인에게 의뢰 성과를 보고하고 소룡이에게 신력을 전해주고 난 다음에나 갈 수 있겠네요.”
“사장님, 이번 신력은 그냥 사장님이 가지고 계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요?”
“교회에 가실 거 아닙니까?”
“영훈이의 행방을 찾기 전에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영훈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번 악귀행을 승낙한 것도 그들의 시선을 피해 영훈이를 찾을 시간을 벌기 위함 아니었습니까?”
“양 계장 말로는 영훈이가 10년 전부터 계속 실종 상태라고… 그렇다면 사망했다고 봐야 하지…”
“시신이 나올 때까지는 그렇게 확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준민씨!”
덕팔의 목소리가 딱딱해지자 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장님께서 영훈이를 생각하시는 마음을 제가 모를 리 없지 않습니까? 영훈이도 기대하고 있고… 제 잘못도 있고… 저도 영훈이의 생존을 누구보다 바라는 이 중 한 명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네”
준민이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덕팔이 준민을 불렀다.
“준민씨!”
“네.”
“미안합니다.”
“… 아뇨.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늘의 저는 욕을 먹어도 쌌습니다. 저는… 그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너무 불안해서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덕팔이 몸을 일으켜 준민에게 다가가 가만히 준민의 손을 잡아주었다.
“천천히.. 실수 없이… 모든 것이 완전해질 때! 그때 우리는 그를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여유를 가지세요.”
**
김상필의 집.
늘 공허했던 김상필의 집에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허허허.. 어서 오너라.”
김상필이 싱글벙글거리는 얼굴로 덕팔을 맞이해 주었다. 이연성도 덕팔의 몸을 살피더니 활짝 웃는 얼굴이 되었다.
“신력이 충만해졌구나. 김 공은 내게 괜한 고생을 시켰다고 타박을 했는데 역시 내 기대대로 가득 채워왔어. 허허허”
김상필과 이연성은 덕팔의 몸에 쌓인 신력을 살피고 기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두 분 덕분입니다.”
“그래, 힘들지는 않았느냐?”
“뭐, 괜찮았습니다. 믿음직한 조력자들이 있어서 아주 수월하게 의뢰를 끝낼 수 있었죠.”
“그래? 그 변종 신속 능력자가 일을 잘했던 모양이지?”
“기가 막혔습니다. 스턴 건을 한번 날릴 때마다 악귀들이 파르르 몸을 떨며 기절을 하더군요. 덕분에 신력을 쓸어 담았습니다. 하하하”
김상필의 집에는 김 실장이라는 남자와 그의 수하들까지 덕팔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하게. 이쪽은 김 실장..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김 실장이 부리는 이들이자..”
“안녕하십니까? 김문한입니다.”
“오덕팔입니다.”
“TV에서나 뵀던 얼굴과 많이 달라서 놀랐습니다.”
“그런가요?”
덕팔이 웃으며 신력을 풀어 본연의 얼굴을 보여주자 김문한이 놀란 눈이 되었다.
“약간의 재주입니다.”
“아…”
“김 실장, 이런 거로 놀라면 곤란해. 이 친구 재주가 신통방통하지.”
김상필이 들뜬 목소리로 덕팔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덕팔도 잘 알지 못하는 덕팔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덕팔을 잘 모시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김 실장, 내 손자 같은 아이일세. 나를 대하듯 잘 대해주게.”
“네, 회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자자.. 모두 이리 와. 함께 식사나 하시게. 거기 젊은 친구들도 다 함께..”
김상필이 안내하는 대로 주방에 가보니 대형 식탁이 놓여 있었다. 10여 명이 함께 식사해도 부족함이 없는 대형 대리석 식탁이었다.
덕팔이 대리석 식탁을 두드려보더니 방긋 웃었다.
“도둑이 들어도 이 식탁은 절대 못 훔쳐 가겠습니다.”
“웬만한 도둑은 이 집에 들어올 수도 없지. 그렇지 않은가? 김 실장?”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호텔에서 음식을 주문한 것인지 호텔 뷔페에서나 볼 듯한 음식들이 정갈히 담겨져 있었다. 천천히 식사하던 중, 이연성이 덕팔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누?”
“학교도 다니고, 본래 하던 일에 매진해 볼 생각입니다.”
“…. 그래?”
이연성이 즉시 반응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 말을 입속에 머금은 후에야 반문하였다.
“그는 어찌하려고?”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 역시도 좋은 일이 아닐지…”
“덕팔아…”
이번에는 김상필이 덕팔을 불렀다.
“네, 어르신.”
“그가 남은 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이견이 없단다. 하지만 그가 벌이고 있는 행태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야.”
“좋지 않은 모양이죠?”
“몰랐더냐?”
“어느 분들 덕분에 산속에만 파묻혀 있다 보니 알 도리가 없죠.”
“허허허.. 우리 덕팔이 심사가 무척 꼬인 모양이군. 어찌 이 할애비가 명동 노른자 자리에 있는 건물 하나 주면 마음이 풀리겠느냐?”
“돈 많다고 자랑질하는 건가? 이거 돈 없는 할애비는 조용히 밥이나 먹어야겠군.”
“허허허.. 이공! 내 돈이 자네 돈인데 뭐 하러 그런 걸 따지나?”
“그런 사람이 짜장면 내기 바둑을 두면서 눈을 뒤집으며 이길 궁리를 하나?”
“허허허.. 이것과 그것은 다르지. 그것은 소소하더라도 승부 아닌가? 결국 5000원짜리 짜장면을 점심으로 얻어먹고 한우 1++ 소고기를 산 걸로 기억하는데?”
“에잉! 국민연금이 받고 사는 노인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짜장면을 빼앗아 먹어? 그것부터가 잘못된 거야.”
“하하.. 두 분 이제 그만하시죠. 김 변호사님이 들으시면 무척 좋아하실 제안이지만 건물은 필요 없습니다.”
“허허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