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경기도 양평의 한적한 시골길.
늦은 밤이라 통행이 없어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된 시골길에 두 남자가 매우 수상한 차림으로 도로가를 서성이고 있었다.
“얼른 가시죠.”
“조금만 더 있다가…”
“시간이 없습니다. 조금 있으면 해가 떠요?”
“하지만 저 별장에서 풍겨지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라니까요.”
“그러니까 얼른 가야죠.”
“어허.. 준민씨! 이 기운! 모르시겠어요? 그의 힘이에요. 지금 들어가면 그와 부딪쳐야 한다니까요.”
“알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실종된 여인들이 모두 저기에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안 돼요. 절대로! 신투장갑도 끼시면 안 됩니다. 신투장갑을 끼는 순간 바로 들통 날 거예요.”
“왜 그렇게 겁쟁이가 되는 겁니까? 사장님은 이미 그를 한번 이기신 분입니다. 뭐가 무섭다고…”
“그의 몸이 최악인 상태였던 그때와 안정을 이룬 지금은 판이하게 달라요. 지금 달려들면 준민씨와 저는 저 별장에서 살아나오지 못할 겁니다.”
“…. 그 정돕니까?”
“예, 지금까지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신력이 느껴지고 있어요. 지금 붙으면 백전백패! 일단 돌아가야 해요.”
“하아.. 큰일이네요.”
준민이 구두코로 애꿎은 바닥을 두드리다가 고개를 쳐들었다.
“그럼 사장님이 이 신투장갑을 끼고 그랑 붙으면 되지 않을까요?”
“… 흐음.. 그럼 그와 저는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되겠죠. 하지만 저곳에 그만 있을까요?”
“아…!”
“준민씨를 속박했다고 하는 그 인물은 아직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 그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어둠 속에 숨겨진 적이 가장 무서운 법이긴 하죠. 후우…”
준민이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미련 없이 운전석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몸을 실었다.
“그럼 돌아가시죠. 이곳에 있는다고 하여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찰은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신고만으로 남의 사유지를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고, 게다가 상대가 민태환이라면 정문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겁니다.”
준민의 현실적인 대답이 덕팔이 인정하는 듯 고개를 주억이더니 보조석에 몸을 실었다.
“그럼 더 큰 힘을 빌려야겠네요. 그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잡을 수 있도록!”
“그러시죠. 제게 좋은 수가 있습니다.”
준민이 빙긋 웃자 덕팔도 마주 웃으며 차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이 적막한 시골길에 굉음을 내며 저 멀리 사라져 가자 어두운 구석 한자리에서 작은 인형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낡고 헤어진 볼품 없는 인형이 생명을 받은 것처럼 몸을 세우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주인께 알려야겠군]***
총산.
“남자 둘이서 밤새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죠?”
킁킁
혜원이 준민의 얼굴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술 냄새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뭔가 익숙하면서도 찝찝하고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이게 무슨 냄새죠?”
“아… 냄새가 납니까?”
준민이 외투를 벗으며 덕팔에게 눈치를 주었다. 덕팔도 외투를 벗어 빨래통에 던져 놓으며 코를 찡긋거렸다.
“축사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냄새가 베인 보양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뭐지? 두 남자가 밤새 축사 옆에서 뭘 한 거죠?”
혜원이 한참 동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자 준민을 끌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덕팔은 그런 두 남녀의 뒷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쪽잠을 청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어? 은혜씨가 이 시간에 여기에 웬일로?”
“외박을 하셨다구요?”
“….”
어느샌가 혜원이 덕팔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은혜에게 보고하는 레이더가 된 모양이었다.
“실종사건 때문에 현장에 다녀왔어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몸은 괜찮은 거예요?”
“근처에서 밤새 배회만 하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왜요?”
“그가 그곳에 있었는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더라구요. 다음에는 몽달과 함께 갈 생각입니다.”
“…. 잘했어요. 혜원씨에게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되어서… 가면 간다고 말을 해줬으면 좋잖아요.”
“이렇게 걱정을 할까 봐 그런 거죠. 오늘은 그냥 동태만 살피려 했던 거라서…”
“동태를 살펴보고 해볼 만했으면 들어갔을 거 아니에요.”
“그야 당연히..”
덕팔의 말에 은혜의 눈에 도끼 두 개가 박혔다. 덕팔이 작게 웃으며 은혜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걱정할 일이 없도록 할게요.”
쪽~
덕팔의 짧은 입맞춤에 은혜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근심 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덕팔씨는 이제 덕팔씨만의 몸이 아니에요. 덕팔씨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 그리고 그중에 제가 가장 덕팔씨를 걱정하고 있다는 거…”
“네네.. 명심합죠.”
“어휴, 밤새 덕팔씨를 기다리느라 한숨도 못 잤더니…”
“졸리면 잠깐 누워서 자요. 저는 씻고 올게요.”
“배가 고파요. 밥해줘요. 오랜만에.. 헤헤”
은혜가 귀엽게 웃자 덕팔이 허탈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뭐 해줄까요?”
“오늘은.. 꽁치 김치찜이 먹고 싶어요.”
“꽁치가 있으려나?”
덕팔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은혜가 활짝 웃었다.
“호호호.. 제가 집에서 가져왔어요.”
“크응..”
***
은혜에게 이른 아침 식사를 차려준 덕팔이 정오가 지날 때까지 잠을 자더니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사령탐정사무소에 나타났다.
[친구, 요즘 생활이 너무 느슨한 게 아닌가?]“아..하하, 미안! 어제 새벽까지 어딜 좀 다녀오느라고..”
[나를 두고 말인가?]몽달이 짐짓 서운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덕팔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준민이 사정을 설명했다.
“미안합니다. 몽달씨! 사정이 조금 있었습니다.”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겠나?]몽달이 쇼파에 앉아 덕팔을 올려다보았다.
**
“이상하지 않았어? 우리는 이연성 어르신이 준 리스트에 있는 악귀 중 절반밖에 잡질 못했어. 그런데 더 이상 악귀들은 남아있지 않았지.”
[자네가 말을 하지 않아서 전혀 몰랐네]“나도 처음에는 잡귀들까지 리스트에 넣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악귀행에 돌아온 후 리스트를 정리하다 보니 뭔가 많이 빠져 있다는 걸 알았네.”
[그럼 그 악귀들이 지금 그에 곁에 있다는 말인가?]“그에게 다시 속박된 건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속박이 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어.”
[자네가 말하는 알려지지 않은 이에 대해서 두 영감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 아닌가?]“….후우.. 그랬으면 좋겠는데 문제가 있어.”
[왜? 그들을 믿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덕팔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서 자네가 준민 저자만을 데리고 그곳에 간 것이고?]덕팔이 고개를 끄덕이자 몽달은 생각에 잠겼다.
[자네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제 일은 조금 경솔했다고 생각하네. 저자가 신투장갑을 끼면 상당한 실력자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잡귀 수준을 막 벗어난 악귀들을 상대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야. 만약에 그 리스트에 있는 악귀 중 자네가 잡지 못한 악귀들이 나와 같은 힘을 가졌다면 어찌할 생각이었나?]“자네는 장군신인데, 자네와 같은 힘을 가진 그런 악귀들이 있을까?”
[나도 한때는 그저 몽달귀신이었다는 걸 잊었나? 내가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와 비슷한, 어쩌면 나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할 것이네.]“그 생각은 못 해봤군.”
[자네, 그 영감들과 그의 관계에 대해 너무 몰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흐음..”
[나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말게. 내가 그때 이준(최연소 영의정)을 견제하느라 훈구파 노인네들을 시선밖에 두지 않았었다면 참수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네. 심장이 들끓어 오른다고 해도 머리는 늘 차가워야 한다네.]“충고 고마워. 몽달!”
“민태환의 부하가 나와 준민씨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별장에서 몸을 뺐을 거야. 그는 아직 나와 충돌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테니까.”
[하지만 그가 자네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맞아, 그래서 오늘은 자네와 함께 그곳에 가볼 생각이야.”
[전면전인가?]“아니, 무력시위! 한번 붙어보자! 내놓지 않으면 밀고 들어가겠다!! 시위를 할 거야!”
[이번에는 나의 신력을 보여줌으로써 당근을 물지 않는다면 채찍질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겠다는 말이군.]“빙고~”
덕팔이 씨익 웃었다.
***
자정이 넘은 시각, 한적한 시골 마을에 흉흉한 기운을 풍기는 세 인물이 별장을 바라보며 피식거리고 있었다.
[자네 말이 맞았군. 아무도 없어.]“친구가 한번 가보겠나?”
[아무래도 육신이 있는 상태로 저 별장 안을 뒤지는 것은 좀 그렇겠지?]몽달이 웃음을 흘리며 모습을 감추었다. 1시간여가 흐른 후, 몽달이 그 미소 그대로 덕팔의 곁에 나타났다.
[나의 기운을 느낀 악귀들이 꼬리에 불이 붙은 강아지들처럼 줄행랑을 놓더군. 이제 저 별장에는 여자들뿐이네.]“상태는 어떻던가?”
“신기?”
[신기 능력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는 미미한 신속의 능력을 가진 이들도 있었네.]“흐음… 신력을 모으기 위해서 인가?”
덕팔이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 인상을 찌푸렸지만 몽달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는 듯하였다.
[그런데 그녀들의 옷차림이…]“왜?”
[그러니까… 아무튼, 들어갈 때 조심하라고 전해주게, 뭐랄까? 그녀들의 옷차림이 잠자리 시중을 들고나온 기녀들의 그것 같다고나 할까?]덕팔이 고개를 주억이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영아? 나야. 내가 보내주는 주소로 여경들과 함께 와!”
덕팔이 몇 마디 더 말을 해주곤 전화를 끊었다.
“고생 많았네, 친구. 늦었지만 돌아가는 대로 육전에 막걸리나 한잔하세.”
[막걸리 말고, 소맥은 어떤가?]“훗, 그것도 좋지”
덕팔이 웃으며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힐끔거렸다.
현재 시작 새벽 1시 30분. 아무래도 아침 술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