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이번에는 준민이 김상훈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한동안 준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상훈의 눈이 커졌다.
“그게 사실인가?”
“네, 방금 독사파 일당을 모두 검거하고 오는 길입니다.”
“그럼?”
“양 빵으로 계획된 일 같습니다.”
“양 빵으로?”
“그쪽이 실패했다는 말이 나오자 자해를 하여 덕팔이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 것이겠죠.”
“경찰들이 증인인데..”
“덕팔이와 저의 관계를 정확히 몰랐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저 우연히 경찰에게 구출된 덕팔이가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것으로 꾸미고 자해를 한 것일 수도 있죠.”
“그럼 물타기가 되면서 자신은 교사범이 아닌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네.”
“교묘하군. 자네, 잠시만 기다리겠나? 피해자 변호사들이 조만간 올 테니까 자네가 설명을 해주게. 나는 방금 할 일이 생겼고만?”
김상훈이 씨익 웃으며 덕팔에게 가더니 수갑을 풀어주었다. 조사를 하던 형사가 눈을 크게 뜨자 김상훈이 그 형사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오덕팔씨에게 무고에 대한 고소인 보충진술을 받고, 애들 시켜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놈들 모두 데려와.”
“문동성씨는 중상인데요?”
“그놈 빼고 다 데려와.”
“네, 알겠습니다.”
강남경찰서 형사과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인신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향숙이 늦은 외출을 하려 했다. 그때,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접니다. 향숙씨!]“웬일이세요? 회장님께서?”
[덕팔군에게 일이 생겼다고 하던데..]“대한은 덕팔군과 척을 지려고 작정을 하신 모양이죠? 예리도 그렇고, 문 사장님도 그렇고..”
[미안합니다.]“왜 막지 않았죠? 덕팔씨가 회장님을 찾아뵈었다고 하던데요?”
[저는 덕팔군이 마음에 듭니다. 은혜의 반려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그러시면 보호를..”
[이 대한을 맡길 수 있는지, 제가 형제들의 피를 볼 가치가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그애들은 겨우 20살이에요. 오늘 좋다고 만났다가도 내일 헤어질 수 있다구요.”
[그렇다고 해도, 덕팔군은 제 곁에 두고 싶습니다. 이 일은 일종의 입사 시험같은 것이지요.]“회장님!!”
[덕팔군도 제 뜻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향숙씨는 나서지 마세요. 그 아이가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두고 봅시다.]“그러다가 덕팔씨가 다치면요?”
[최악의 상황이 생기면 제가 직접 나서서 그 아이를 보호할 테니..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최진학의 확언에 향숙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진학이 약속을 했으면 그것은 틀림없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그는 절대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는 이가 아니니..
“알겠어요.”
“… 제 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앞으로는 그 관심, 사양할게요.”
[미안합니다. 향숙씨!]“끊을게요.”
향숙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거실에서 TV를 보며 히쭉이고 있는 민수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인신의 집.
거실에 파리 한 마리가 윙윙 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고, 인신이 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거실 구석에서는 오진철이 파리한 얼굴이 되어 인신이 만들어 놓은 약을 사발째 들이키고 있었다.
“그래, 알겠네.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알려주게. 그래, 알겠네.”
전화를 끊은 인신이 신력을 풀어 파리채를 만들더니 거실 위를 날아다니던 파리를 냅다 후려쳤다.
“아야..”
파리가 거실에 떨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진짜 이럴 거야?”
파리가 거실 바닥을 기며 고함을 버럭 질렀다. 파리 주제에 목소리는 장군감이었다.
“이제 그만.. 현신을 푸는 것이 어떨지..”
진철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애원을 하자 파리가 사라지고 20대 초반의 귀여운 남자가 유령이 되어 나타났다.
“네놈은 정신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내가 뭘? 나는 덕팔이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덕팔이가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라고 하더냐?”
인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거실에 울려 퍼지자 길동이 슬며시 꼬리를 말았다.
[얄밉잖아. 남자답게 일대일로 붙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뒤에 숨어서 한량들이나 풀어 내 친구를 괴롭히는데 그 정도는 당해야지!!]“그래도 일이라는 게 정도가 있는 것이다. 네 덕분에 그 아이는 불구가 되게 생겼어.”
[그거는 고의가 아니었어. 어쩌다 보니까 주먹에 신력이 스며가지고…]“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고? 결국 나나 덕팔이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놈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만든 것이 아니냔 말이다.”
[히히.. 영감은 속일 수가 없는 모양이야. 나는 그놈이 덕팔이 앞에서 눈물, 콧물 질질 짜며 사정하는 꼴을 꼭 봐야겠거든?]“어허.. 저런 놈이 어찌 일국의 왕이 되었누?”
“잘 났다 이놈아!! 덕팔이 아범, 다시는 저놈을 현신시키지 말게.”
“아버님, 그게 제 뜻대로..”
“허어.. 그러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니까!! 강림한 장군신은 숙주 하기 나름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 해야 하나?”
“죄.. 죄송합니다.”
진철의 기가 푸욱 죽었다. 진철이 인신에게 일방적을 터지자 길동이 발끈하였다.
[영감, 우리 덕팔이 아버지한테 너무하는 거 아냐? 아무리 덕팔이 아버지가 영감한테 빌붙어서 밥이나 얻어먹는 신세라고 해도! 잘 난 아들한테 빌붙어서 숨을 연명하는 신세라고 해도! 밥 먹는 거 말고는 할 수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저능아라고 해도! 무지렁이라고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권이라는 게 있다고!!]“저기.. 길동씨.. 그 말이 더 가슴에..”
[미안해, 친구 아버지! 내가 저 영감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을게]길동이 눈꼬리를 올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영감, 덕팔이 아버지가…]길동의 팩트 폭력에 끝내 진철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총산.
“대한이라.. 대한이란 말이지”
김혁성이 아미를 좁히며 고민을 했다. 대한건설 문필욱의 일탈이라면 그자는 이 사건으로 찍혀 나갈 것이다. 그런데 덕팔을 노리는 이가 또 있었다. 황예리! 대한을 아는 이들이라면 그녀를 이렇게 부른다.
숨겨진 2인자!
20년 전, 최진학이 대한 그룹의 회장이 되었을 때, 대한은 대한민국 재계 순위 10권 밖의 그룹이었다. 30살의 젊은 회장이 수장이 된 후, 사람들은 대한 그룹이 한동안 힘들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그러나 이 젊은 회장은 가장 먼저 대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하였다. 무려 5년에 걸쳐 대한을 완전히 새로운 대한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후, 15년은 대한의 세상이었다. 부동의 1위 기업인 한영이 대한의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 땅에서 대한은 입지전적인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전면에는 최진학이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오성의 방계라는 꼬리표를 떼고 대한의 안주인이라는 이름표를 당당히 거머쥔 황예리가 있었다.
이들 부부의 힘은 대통령조차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절대 경거망동하지 않았고 늘 겸손했으며 늘 합리적이었다. 그렇게 완벽할 것 같았던 이들 부부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후계자가 될 아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식은 이제 막 20살이 된 최은혜뿐. 지난 20년간 이들 부부는 늘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집 안에서 큰 소리 한번 난 적이 없다고 하는 완벽한 부부였지만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입장은 천양지차였다.
최진학은 대한을 최씨 문중에게 돌려줄 의사를 가지고 있어 보였다. 그러나 황예리는 이 대한을 최씨문중에게 돌려줄 생각 따윈 일 푼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대안은 최은혜 뿐! 최은혜가 아니라면 그의 사위라도 물려받아야 했다.
최은혜의 나이가 경영하거나 결혼을 할 나이에 이르지 않았기에 아직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문제처럼 보였지만 잔잔한 호수면 아래에서는 슬슬 물결이 일고 있었다.
“대부님, 덕팔씨에게 문제가 생겼나요?”
김혁성 곁에 앉아 조용히 차를 따르던 진향이 물었다.
“그런 듯하구나. 그런데.. 상대가 만만치가 않구나.”
“대한인가요? 설마 최 회장이?”
“최 회장은 이런 짓을 할 인품이 아니지.”
“최 회장이 아니라면?”
“최 회장이 아니라면 황 이사장이겠지.”
“더 문제군요.”
“그래.. 더 문제야.”
“도움을 주실 생각이신가요?”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 선수가 그 잡놈 앞에 서보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꼴을 볼 순 없으니 말이야.”
진향이 옅게 웃었다. 김혁성이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악귀를 잡으러 다녀온 후, 덕팔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해졌다는 걸 모두 느끼고 있었다.
“어디를 움직일까요?”
“네가 해보겠느냐?”
진향이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진향에게 좋은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대부님, 이번 기회에 빚을 청산하시죠.”
“김상필이 말이더냐?”
“네, 그라면 충분히 대한을 흔들 수 있을 거예요.”
“허어..”
그는 자신에게 빚이 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악적은 살려 놓은 빚! 안 갚으면 그만일 수 도 있는 빚이지만 그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김혁성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어차피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할 빚이라면 이럴 때 한번 써먹는 것도 괜찮겠지.”
김혁성이 잠시 망설이더니 휴대폰을 들었다. 신호가 가고 상대방에서 전화를 받았다.
“날세, 잠시 볼 수 있겠는가?”
**
덕팔이 길게 기지개를 켰다. 오늘도 무사히 멍을 때리는데 성공했다. 사시 1차 공부도 얼추 마무리가 되었으니 슬슬 2차 과목으로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의학관을 나섰다.
“오덕팔!”
이젠 익숙해져 버린 얼굴이 덕팔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
덕팔이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를 하곤 그녀를 지나치려 하였다.
“너, 나 피하는 거야?”
“응”
덕팔이 그녀를 완전히 지나쳤을 때, 그녀가 뒤를 돌아 덕팔이의 팔을 잡았다.
“너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너한테 사귀자고 했어? 전화 정도는 받아 줄 수 있는 거 아냐?”
“내가 왜? 너처럼 별거 없는 애 전화를 내가 왜?”
덕팔이 은혜의 팔을 뿌리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은혜가 덕팔의 팔을 다시 잡았다.
“별거 없어? 다들 나랑 만나지 못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그게 네 거야? 네 아버지, 어머니꺼지? 대한을 빼면 너한테 남는 게 뭐야? 머리가 좋아? 인물이 좋아? 몸매가 좋아? 아니면, 다른 애들처럼 홀딱 벗도 달려들기를 해? 뭐야 네가?”
낯설었다. 자신이 아는 덕팔이 아니었다. 아무래 생각해 보아도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너, 다미 선배 때문에 그래?”
“최은혜! 잘 들어. 네 말이 맞았어. 난 바람둥이야. 순진한 애들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좀 놀아주긴 했는데 이젠 슬슬 질린다. 너도, 다미도. 그러니까 내 눈앞에서 꺼져줄래?”
덕팔이 다시금 은혜의 손을 뿌리치고 걸음을 옮기다 다시 멈춰 섰다.
“니 번호 스팸으로 걸어놨다. 백날 전화해도 안 받을 거니까.. 헛짓하지 마. 찾아오지도 말고.. 쪽팔리게!!”
덕팔이 마지막 독설을 쏟아내곤 성큼성큼 걸어갔다. 덕팔과 은혜 주변에는 이미 많은 학생이 모여 있었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꾸욱 참았다. 여기서 울어버리면 다시 소심한 최은혜로 돌아가야 한다.
“오덕팔! 무릎으로 기어서 내게 돌아오게 만들어야. 각오해!”
은혜가 한기를 풍기며 구경하는 학생들을 밀치곤 미학관으로 걸어가 버렸다.
“와우..!”
덕팔이를 보러 왔다가 진기한 구경을 하게 된 민경환이 덕팔의 뒤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점점 사라져 가는 덕팔과 은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자식, 거짓말을 하려면 끝까지 잘해야지. 손끝이 떨리잖냐.”
민경환이 피식 웃고는 법학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