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부검기록을 한동안 살피고 있던 덕팔이 한 부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구멍은 뭐에 의한 창상입니까?”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
“그게 뭐죠?”
“몰라! 찾아보고 있는데 경찰 놈들이 하도 부검의 소견서를 달라도 닥달을 해서 흉기 미상이라고 던져준 거야.”
지름 5mm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런데 상처 단면을 보니 송곳 같은 면이 평평한 흉기가 아니라 뭔가 독득한 구조를 가진 날카로운 것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
“여기 봐봐. 내부 상처 부위가 너덜너덜 걸레가 됐어. 이건 찔리면서 흉기의 어떤 부분 때문에 2차적 자상이 생긴 거야.”
“그러네요. 마치.. 스크류 드라이버 같은 걸로 찔린 듯한 상처네요.”
“나도 그걸 생각하고 실험을 해봤는데 아니었다. 스크류 드라이버보다 단면이 더 거칠거나 모양이 독특한 무엇일 거야.”
“그럼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그런 물건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그거야 모르지, 내가 흉기가 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흐음..”
덕팔이 살짝 고민을 하고 있자 한도준이 피식 웃었다. 제까짓 게 고민을 해봐야 뭘 알겠나!
“사인은 과다 출혈에 의한 사망이 확실합니까?”
“확실해.”
“그럼 과다출혈로 죽은 사람이 걸어서 자기 무덤까지 팠다는 말이 되네요?”
“맞아.”
“숨겨진 다른 사인이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없어. 이 창상 말고는 사인이 될 만한 흔적이 없어.”
“그렇습니까?”
덕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기록은 메일로 보내주십시오.”
덕팔이 한도준에게 명함을 건네곤 몸을 돌렸다.
“수사 기간이 얼마나 되지?”
“글쎄요. 사인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을 시간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재부검 지휘받아와.”
“찝찝한 게 있으신 모양이죠?”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냥 받아와!”
덕팔이 피식 웃었다. 저 얼굴의 저 표정은 확신을 못 한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표정이다.
“약독물 검사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독살? 내가 생각 안 해 봤겠냐?”
“하셨겠죠. 하지만 피해자, 용의자 모두 중국사람들입니다. 좀 더 다양한 독물 검사를 부탁드립니다.”
“…. 알았다.”
덕팔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방문을 빠져나갔다.
“딴따라라고 해서 그냥 머리 좋은 날라리라고 생각했더니 그건 아닌 모양이네.”
한도준이 덕팔이 남기고 간 명함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 삼촌이다. 요즘 뭐 하고 지내냐? 어.. 그래? 너 혹시 오덕팔이라고 아냐? 너라면 알 것 같은데? 어..어.. 프로필 좀 보내봐라. 그래, 술 살게. 나이트는… 너 혼자 가고!”
**
중앙지검 특수 5부 사무실.
덕팔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싸우고 있었다.
“지금, 내 수사 결과를 못 믿겠다는 거 아냐?”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빠진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한 거잖아요.”
목에 핏대가 서 있는 걸 보니 꽤 오랫동안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몰라, 서부서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더니 다짜고짜 이 실무관하고 쌈박질 중이야.”
박주홍이 흥미롭다는 듯 두 남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덕팔이 준민에게 슬쩍 다가가더니 자초지종을 물었다.
“형, 뭐예요?”
“이 실무관이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왜요? 전화로 수사가 어쩌고저쩌고 그랬나 봐. 기록이 있으면 더 내놔라, 마라. 뭐, 그런 거지.”
“하아..”
덕팔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분명 자신은 담당 형사를 만나 상황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은정은 쪼르르 사무실로 들어와 전화질을 한 것이다. 검찰이라고 갑질을 한다고 생각한 담당 형사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을 터..
“저, 형사님?”
“넌, 뭐야?”
“오덕팔 검사입니다. 잠시 저랑 얘기 좀 하시죠.”
검사라는 말에 나이 든 형사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덕팔이 커피를 한잔 타와 형사에게 내밀었다.
“아까 인사드렸지만 오덕팔이라고 합니다. 검사된 지 24일 됐습니다.”
“서부서 이한열이오. 뭐, 남의 사무실에서 큰소리 친건 미안한데…”
“죄송합니다. 저의 실무관이 실수를 한 것 같네요.”
“뭐, 검사양반이 그렇게 말을 하면 할 말은 없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러면 안 돼요. 우리라고 수사 결과를 이렇게 내고 싶었겠냐고? 좀비 사건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려. 치가!”
“당연히 그러시겠죠. 범인을 잡고 싶지 않은 형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미 수사를 다 하신 거지만 수사하는 사람이 바뀌었으니까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을 볼까 싶어서 몇 가지 여쭈라고 지시를 한 건데 일이 이렇게 되었네요.”
“커음.. 뭐가.. 알고 싶은 거요?”
“아.. 그게..”
덕팔이 사건 기록을 펼치며 물었다.
“피해자 박근수가 조선족으로 국내에 일정한 주거가 없더라구요.”
“맞소, 창고에서 숙식을 해결했다고 하더군.”
“제가 오늘 창고에 가보니 남의 눈을 피해 숙식을 할 만한 장소를 못 찾겠더라구요?”
“아.. 그거! 나도 현장에서 좀 이상했소. 용의자 임도근이도 갑자기 서울로 발령이 나서 집을 구해 못해 박근수를 따라 창고에 들어갔다가 박근수와 다툼이 생겨 그냥 나왔다고 하더라고.. 근데 아무리 살펴봐도 박근수가 머물만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소.”
“그러셨군요.”
덕팔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물었다.
“혹시 임도근이 중국에 있을 때 뭘 하던 사람인지 확인을 해보셨나요?”
“본인 말로는 어디 회사에 다녔다고 하던데?”
“피해자 박근수는요?”
“박근수는 좀 문제인 게 불법 체류자라 박근수를 안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가족도 연락이 되지 않았소.”
“그럼 박근수에 대해서는 기록에 나와 있는 것 외에는 아시는 것이 거의 없겠네요?”
“뭐, 그렇지. 그런데…”
이한열이 목소리를 죽이더니 덕팔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이건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 말하기가 좀 조심스러운데..”
“괜찮습니다. 참고만 하겠습니다.”
“박근수가 중국에서 뭔 사고를 치고 한국으로 도망을 왔다는 얘기가 있었소.”
“어디서 들은 얘깁니까?”
“구로서 쪽에 아는 형사들이 있어서 혹시나 박근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수소문을 좀 해달라고 했더니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기록에는 없던데요?”
“다들 불법체류자들이니까 진술을 받을 수가 있어야지? 경찰서로 들어오면 무조건 강제출국을 당한다고 생각하니까 말야.”
“아…그런 문제가 있겠군요.”
덕팔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어디로 가면 그분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덕팔의 물음에 이한열이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주었다.
[항룡유통 남진강]“감사합니다. 형사님.”
덕팔이 만족스러운 면담을 마쳤다.
**
인신의 집.
“흐음.. 그런 사건이 있었단 말이지?”
“네, 죽은 사체를 임의대로 조정을 해서 걷게 하고 땅을 파게 할 수 있다는 얘기! 어디서 들어보지 않으셨어요?”
“흐음..”
인신이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이 분야는 인신의 전공이 아니었다. 하여 덕팔에게 대답하기가 궁색하였다.
“혁성이 그 친구가 오랜만에 동네잔치를 하게 되어 찬모가 필요하다고 하니 주말에 가 보거라.”
“할어버지도 모르는 게 있으셨던 모양이네요. 하긴 할아버지가 아셨다면 당연히 저도 알고 있었겠죠. 흐흐”
덕팔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자 인신의 손이 움직였다.
퍼벅퍼퍼퍽..
오늘도 사이좋은 조손간이었다.
**
[윤철이네 식당]은 오늘도 대박 행진 중이었다. 덕팔이가 다녀간 이후 메뉴는 두 가지로 줄었지만, 오후 3시까지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그런 윤철이네 식당을 관찰하는 이들이 있었다.
“저곳입니다.”
“오검사와 김윤철이라는 사람의 관계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오 검사가 꽤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합니다. 식당 메뉴 레시피도 직접 전수해 줬다고 하더군요.”
“.. 작업해.”
“네, 사장님.”
여자가 냉막한 얼굴로 뒤를 돌아 차에 오르자 중년 남자가 여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며칠 후, 사무실에서 하품을 하고 있던 덕팔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형! 큰일 났어요.]“어.. 윤철이냐? 무슨 일이야?”
[구청에서 위생 점검이 나왔는데 영업정지래요.]“왜? 청소는 무지 깨끗하게 하는 거 같던데?”
[모르겠어요. 주방을 뒤지더니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들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식당문 앞에 공고문까지 붙이고 갔어요.]“내가 갈게.”
덕팔이 외투를 꺼내 들고 급히 사무실을 나가려고 하자 준민이 덕팔의 팔을 잡았다.
“무슨 일 있어?”
“아는 분께 문제가 생겼나 봐요.”
“근데?”
“가보려구요.”
“너는 현직 검사야. 네가 잘못 개입하면 그것 자체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아…”
덕팔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주소 줘봐. 내가 가볼게.”
덕팔이 가게 주소를 적어 주자 준민이 외투를 챙겨 들고 나갔다. 덕팔이 다시금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창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냥 실수한 것이겠지.”
**
“뭐? 그게 말이 돼?”
[형이 검찰에 있으니까 좀 알아봐주면 안 되요?]민수의 전화였다.
“김 변호사님은 어디에 계시니?”
[경찰 조사를 받고 계신데요.]“형이 알아볼게”
김향숙 변호사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무실과 자택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더불어 김향숙 변호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덕팔이 박주홍의 자리로 가 작은 소리로 박주홍을 불렀다.
“선임님!”
“뭐냐?”
“서초서에 아는 분 없어요?”
“서초서에? 왜?”
“아는 변호사님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입건이 되신 모양인데…”
박주홍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요.”
“너 지금 장난하냐? 그 압수수색 영장이 어디서 나온 거 같냐?”
“당연히 검찰에서…”
“그럼 서초서 관할 검찰이 어디지?”
“아.. 여기네요.”
“이름이 뭐라고?”
“김향숙 변호사요.”
“딱, 한 번만 도와준다! 알았지?”
“감사합니다. 주홍이 형!”
“선임님!!”
“네, 선임님!”
박주홍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덕팔이 슬며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입술을 질근거렸다. 하루 간격으로 자신의 주변에서 일이 생기고 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띠링!
[별일 없느냐?]인신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였다.
“할아버지가 문자를?”
덕팔이 급히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무슨 문제 있으세요?”
[너는 별일이 없느냐?]“저는 뭐…”
[그럼 됐다. 오늘 저녁은 제육볶음이 먹고 싶으니 올 때 돼지고기를 사 오거라.]“네, 할아버지.”
전화를 끊은 덕팔이 찝찝한 얼굴이 되었다.
“저… 검사님.”
“네?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저요? 아뇨, 저는 아무런 문제도..”
“아.. 다행이네요.”
“무슨 문제 있으세요?”
“그러게요. 자꾸 문제가 되고 있네요.”
덕팔이 걱정 가득한 은정의 시선을 피해 다시금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같은 시각, 인신의 집.
“오진철씨, 허위진단서 발급 사주 및 공문서 위조, 동행사죄로 긴급체포합니다.”
강남경찰서에서 나온 경찰들이 오진철의 손에 수갑을 채웠다.
“무슨 일인지 설명을?”
“오덕팔씨가 아들이시죠?”
“네.”
“오덕팔씨의 병역 면제를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여 이를 병무청에 제출한 혐의입니다.”
“네? 그게 무슨…”
진철이 인신을 바라보았다. 그 일은 인신이 한 일이다. 자신은 그저 한국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을 뿐이다.
“커음.. 그 일이라면…”
“우병진씨 입니까?”
“그렇소.”
“같은 혐의로 임의 동행을 요구합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여기서 체포는…”
“흐음… 갑시다. 조사를 받으러..”
**
중앙지검 특수 5부 사무실.
허도환이 사무실 문을 급히 열어 재치곤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오 검사!”
“네, 부장님.”
“나 좀.. 잠깐 보지.”
말은 그랬지만 허도환은 덕팔의 팔을 잡고 회의실로 끌고 들어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네 병역 비리 혐의로 감찰부에서 연락이 왔다.”
“병역비리요? 제가요?”
“병역 면제라면서?”
“네,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셔서…”
“그게 허위라는 거다.”
“네에? 제 아버지는 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신병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계셨어요. 지금 할아버지께서 치료를 해주셨지만, 완전히 거동이 자유로워지실 때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구요. 그런데 무슨 병역비리?”
“조금 있다가 감찰부에서 널 데리러 올 거야. 내가 시간을 잠깐 벌어 자초지종을 들으려고 먼저 온 거고.”
“하아…”
덕팔이 한숨을 쉬었다. 설마 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많은 일이 우연이길 바랬다.
“최은혜!!”
“무슨 일이야. 설명을 해줘야…”
덕팔이 최은혜와 대한 건설, 대한 그룹이 관련된 지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지금 최은혜가 너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는 말이냐?”
“뭐, 그런 듯하네요.”
“전화를 할 만한 곳이 없어?”
“있긴 한데.. 이거 참… 창피하기도 하고…”
덕팔이 주소록에서 전화번호 세 개를 놓고 고민을 했다. 이내 결심했는지 그중 번호 하나를 꾸욱 눌렀다. 신호가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
서초경찰서 형사과 조사실.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제가 브로커를 썼다는 말이죠? 이 김향숙이가? 호호호”
향숙이 경찰서가 떠나갈 듯 크게 웃었다. 향숙을 조사하고 있던 형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상대가 변호사라서 조사가 불편했는데 향숙의 태도가 당당해도 너무 당당했다.
“김신욱씨가 김향숙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하고 소개비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김신욱이 누구죠?”
“이거 왜 이러십니까? 2년 전까지 김향숙씨의 운전기사를 했던 사람인데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그 사람! 그럼 그 사람이 제 운전기사로 얼마나 근무했는지는 확인 하셨나요?”
“그거야…”
“단 2일 근무했어요. 품행이 불량해서 해고했죠. 세무서에 신고한 근무기록과 저희 직원들의 진술을 받으시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그 2일 안에 제가 그 사람에게 사건을 소개 받았다구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군요.”
“김향숙씨! 말씀을 가려 하세요.”
“잘 들으세요. 황민식 경사님! 오늘 이 일과 관련해서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아시겠어요? 반드시 저를 무고하고 저의 명예를 실추한 그 댓가를 톡톡히 받게 될 거예요.”
황 형사의 아미가 좁혀졌다. 변호사법 위반 사건은 검찰에서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 건은 특이하게도 영장 집행부터 사건 조사까지 서초서에 일임되었다. 집행을 나가면서도 그 점이 찝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