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늦은 밤, 향숙과 진철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꽃게탕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정작 꽃게탕을 만든 진우는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피곤하다는 핑계로 방으로 들어갔고, 자다 말고 향숙에 의해 강제 기상이 된 민수는 졸리다며 그냥 들어가 버렸다.
결국 둘만 남게 된 진철과 향숙은 강제적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진철이 꽃게 살을 능숙하게 발라 향숙의 접시에 올려주며 대답을 하였다.
“진우가 막 태어났을 때 떠났으니까 벌써 20년이네요.”
“그렇군요. 혼자서 진우를 키우시느라고 힘드셨겠어요.”
“진우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헌터일을 하면서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지만 진우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미안했죠.”
진철이 소주를 들이키자 향숙이 조용히 잔을 채워주었다.
“민수 아버지에 대해서 물어도 되겠습니까?”
“… 결혼도 하지 않았어요. 유부남이었거든요. 순간의 감정이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민수가 생겨 있었어요. 한 번의 실수라고 치부하고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내 소중한 아이였으니까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늘 당당하신 모습만 보아서 그런 아픔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럴 거예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더 당당해 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진철씨를 보면 부러울 때가 있어요.”
“제가요? 하하 저는 아무 것도 없는 몰락한 헌터인걸요?”
“진철씨 마음엔 여유가 있어요. 그건 물질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 거예요. 처음 보았을 때 알았어요. 진철씨가 강한 남자라는 거. 몸이 아니라 마음이 강한 사람!”
“하하.. 그렇게 과찬을 하시니 얼굴이 화끈해집니다.”
“호호호.. 진심이에요. 그래서 진우가 저렇게 잘 큰 거라고 생각해요.”
“이거 참…”
진철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향숙이 가볍게 부딪치자 술을 넘겼다.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번 떠먹은 진철이 웃으며 꽃게 살을 다시 발랐다.
“오늘 꽃게탕은 국물이 정말 끝내주네요.”
“…. 그래서 지금까지 저에게 살만 발라주고 있었던 거예요?”
“네?”
술 취한 향숙은 무서웠다.
**
“휴학을 한다고?”
“네, 지금은 학교보다 급한 일을 처리하는 게 우선일 것 같아요.”
“그래도 한 학기라도 다녀보지 그러니?”
“공부는 할 생각이에요. 생각보다 필드에서 시간이 많이 남더라구요.”
아침부터 두 부자간에 심각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출근을 하려던 향숙도 식탁에 앉아 같이 고민을 해 주었다.
“진우야, 나도 네가 학교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어차피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졸업은 못할 거예요.”
“아니, 졸업을 해야지. 한국대 법대를 다니면서 쌓을 수 있는 인맥은 네가 변호사를 하면서 큰 도움이 될 거야.”
“…. 그렇긴 하지만..”
“진우야, 길게 봐. 네가 왜 조급해 하는 지는 잘 알지만 길게 보고 미래를 준비해.”
향숙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우의 사정을 잘 몰랐기에 옳은 말이었다. 진우는 이 세상에서 평생을 머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 말을 꺼내 놓을 수 없었다.
“그럼 일단 학교를 다니면서 천천히 생각해볼게요.”
“그래, 그렇게 해. 진철씨, 저 출근해요.”
“네, 향숙씨! 저는 당분간 회사에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어요. 그래도 저는 출근해요.”
“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 출근한다니까요?”
향숙이 식탁에 자동차 키를 내려놓자 진철이 진우의 눈치를 봤다.
“다녀오세요. 저는 민수 공부 좀 봐주고 있을게요.”
진우가 없는 사이에 두 사람의 관계가 많이 변한 듯싶었다.
***
향숙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한 민수가 식탁에 앉았다.
“공부는 조금 있다가 봐줄게.”
“형, 물어볼게 있는데…”
민수가 망설이는 듯했다. 그러자 진우가 웃었다. 아마도 방금 나간 두 사람의 이야기 일 것이다. 민수는 엄마를 빼앗긴다고 생각할까?
“편하게 말해도 돼.”
“엄마랑 아저씨 결혼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 글쎄”
즉답을 하지 못했다. 진철의 인생을 위해서는 향숙과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진우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하나 있었다. 과거에 자신의 곁에서 자신을 돌봐주었던 어머니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이 변해서 그랬던 걸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버지와 그의 관계도 전과는 달랐기에 어머니 역시 좋은 곳으로 가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우리 엄마가 싫어?”
“아니, 아버지가 재혼을 하신다면 김 변호사님이 새어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럼 왜?”
왜 망설이는지를 묻고 있었다. 하지만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설명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아야 했기에..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나는 엄마랑 아저씨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어. 그럼 아빠도 생기고, 형도 생기는 거잖아. 형이 진짜 내 형이 되는 거잖아.”
“나도 그래. 너 같은 동생이 있으면 맨날 업고… 는 못 다니고.. 아무튼 행복할거야.”
“그럼 내가 나선다?”
“…. 민수야, 형한테 시간을 조금만 줄래?”
민수가 잠시 진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진우가 민수의 머리를 헝클어주며 등을 톡톡 두드려 주었다.
“고맙다.”
“형, 그런 의미에서 어제 끓였던 꽃게탕 남아 있어?”
“당연하지. 우리 동생 꺼는 내가 남겨 놨지.”
진우가 두 번째 아침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
[야,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보낸 거야?]점심나절에 민경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음식 판 값에서 네 입장료 빼고, 재료비 빼고 남은 돈 넣어 준건데?”
[그러니까 그걸 왜 다 나한테 넣었냐고?]“네가 벌었으니까!”
“나도 꽤 벌었어.”
[고약 반창고는 두 개밖에 안 팔렸잖아. 그것도 외상으로]“대신 약초를 몽땅 캐왔잖아. 약으로 만들면 천만 원도 넘게 벌걸?”
[뭔 소리야. 팔려야 돈을 벌지. 돈은 도로 보낼 테니까 적당히 일당이나 쳐줘.]“경환아, 너 이번에 보니까 보조자로 재능있더라. 그 돈으로 네 어머니 사채 빚도 조금 갚고 공부도 좀 했으면 좋겠어.”
[그건 내가 할 거니까 신경 끄고!]“나 3월부터 학교에 가야돼. 그래서 금,토,일 삼일만 포탈에 들어갈 생각이야. 같이 갈래?”
[이런 식이면 난 안 간다.]“훗.. 너 나중에 내 약 팔리는 거보고 배 아프다고 뒹굴지나마!”
[그럴 일 없으니까 계좌번호나 불러.]“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네가 가지고 있어. 나중에 내 약이 잘 팔리면 네가 쓰고 안 팔리면 절반만 보내줘. 그럼 됐지?”
[진짜지?]“진짜야. 그러니까 일단 절반으로 네 어머니 빚부터 조금씩 갚아. 알았지?”
[..자식, 고맙다. 글고 말이야. 잠깐만! 여보세요? 오빠?]띠띠띠띠띠…
첩이나 되라는 여자한테 별 관심이 없는 진우였다.
***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던 진우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일본에 가야돼. 일본에 가서 요괴들로부터 생기를 얻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 상태일거야. 하지만…”
백귀야행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신투장갑에 신력을 가득 모아도 부족한 판이었다. 황민식의 배려로 신투장갑을 만들긴 하였지만 신력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헌터들이 잡귀들을 잡으며 눈곱만큼씩 신력을 모으고 있는데 이를 가로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세상에서 신력은 곧, 돈이었다. 게이지에 들어가는 구슬 하나에 채워지는 신력의 양은 신투장갑의 1/1000도 채우지 못하는 아주 미미한 양이었다. 즉, 신투장갑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100억원 이상의 신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한방이 필요해. 필드 한곳을 완전히 싹쓸이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장갑에 신력을 다 모으려면 100년도 더 걸릴 거야.”
방구석을 서성이던 진우에게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스승님 찬스!
진우가 외투를 챙겨 들고 뛰어나가며 덕팔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
13만년전 강남.
“그러니까.. 헌팅을 할 수 있는 포탈을 열어 달라?”
“네, 스승님! 이 제자 한번 살려주신다고 생각하고 꼭 좀 부탁드립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으냐?”
“스승님께서는 13만 년 전 세상에서도 살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진우야.. 포탈을 여는 것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살아 있는 것들과는 절대 조우하지 말 것.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찬가지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들어봤지?”
“네.. 나비의 날개짓 한번이 우연과 인연이 거듭되어 먼 곳에서 태풍이 된다는 말이죠.”
“그래, 역사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작은 변화가 후세에는 큰 변화로 작용되지.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미래를 바꾸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유인 즉, 포탈 안에서의 미래는 포탈 밖의 현재니까.”
“절대 살아있는 것들과 조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열어주세요.”
“헌터 협회에서 열고 있는 포탈은 오랫동안 검증을 한 끝에 안정성이 인정되어 개방이 된 것이다. 그 와중에도 헌터 협회는 포탈 안에 암행인을 두어 혹여라도 헌터들이 일탈 행동을 하지 못하게 감시를 하고 있지.
헌터 협회가 개방하지 않은 시기와 지역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헌터 협회가 모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헌터 협회는 오래전부터 악귀가 다수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시기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조사해 놓은 상태다. 물론 포탈도 수시로 열어 감시를 하고 있지. 다시 말하면, 헌터 협회의 눈을 피해 포탈을 열고 헌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흐음..”
진우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덕팔이 입을 오물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인신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요?”
“없다. 그러니 그만 돌아가.”
진우가 풀이 죽은 얼굴로 오두막을 나서려 하자 덕팔이 진우의 팔을 잡았다.
“아저씨, 하나 있잖아요.”
“…. 덕팔아!”
늘 가볍고 통통 튀는 목소리였던 인신에게서 무겁고 무서운 소리가 나왔다.
“저렇게 간절히 바라는데 보내주세요.”
“덕팔아, 너도 들어갔다가 죽을 뻔한 곳이다. 진우가 들어가면 백중백 죽음을 면치 못해.”
“제가 같이 가서 도와줄게요. 그럼 되겠네. 그치 진우야?”
“네?”
인신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이만 먹었지 철이 들지 않았다. 너무 오냐오냐 키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진우를 불렀다.
“진우야. 급히 보지 말고 돌아갈 줄도 알아야 한다.”
“어딘지 말씀이나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흐음…”
인신이 망설였다. 진우는 과거와 지금을 통털어 지금껏 한 번도 인신이 망설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뭔가 대단한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신들의 전쟁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신들의 전쟁요?”
“그래, 동이의 신 치우와 화족의 신 헌원이 마지막 일전을 벌였던 청구산! 그곳에 치우가 있다.”
“…. 허얼! 치우를 잡아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미쳤어요? 어떻게 치우를 잡아요?”
인신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안 된다고 하였건만 지금은 자신을 미친놈 취급하고 있다.
“이놈이!!”
“근데… 치우만 피하고 잡으면 안되는 건가요?”
인신이 폭발을 하려고 하자 진우가 태세를 전환하였다.
“응?”
“그니까 치우만 빼고 잡으면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는 헌원의 군사들도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인신이 덕팔을 바라보았다. 덕팔이 고개를 흔들었다.
“진우야, 그곳은 전쟁터야. 헌원의 군사와 치우의 군사가 치열한 전투를 벌여. 결국 헌원이 치우에게 붙잡혀 목이 달아나지만 그들은 또 다시 똑같은 전쟁을 하지.”
진우가 이해를 못하는 듯하자 덕팔이 보충설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