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91
91화
“그럼… 진우야.”
“네, 선생님.”
“학교를 다닐지는 나중에 결정하고 우선 시험만 보면 안 되겠니?”
“네?”
“선생님도 알아볼게, 입학하기 전에 혹시라도 좋은 방법이 생겨서 아버지를 편히 모실 수 있다면 학교를 다녀도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일단 수능을 보고 입학원서를 넣어보자. 비용은 학교에서 부담해줄게. 그건 괜찮지?”
오진우가 망설이자 담임선생이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진우야,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야. 네 인생이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그러니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최선을 다해봐야 해. 선생님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진우가 수능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을게?”
담임선생이 웃으며 오진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담임선생에게 떠밀려 수능을 보았다. 만점을 노려보았지만, 과학탐구에서 1문제를 실수하는 바람에 399점. 2007년 수능 만점자가 3명이었고 그중 진우와 같은 문과는 1명뿐이었으니 잘만 노린다면 최상위과 수석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오진우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아버지가 합병증세를 보이며 몸이 더욱 쇠락해져 한 시간에 몇 번씩 짙은 가래를 받아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나마 증세가 심했을 때는 병원에 입원을 시킬 수 있었다.
간병인을 쓸 수 없었기에 밤낮으로 오진우가 아버지 곁에 붙어 있어야 했지만, 오진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라도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기에…
덕팔의 긴 상념이 끝났다.
“아버지 간병을 하다 말고 담임선생님의 손에 끌려 면접을 보러 갔었지. 뭘 물어봤더라? 법치주의가 뭐냐고 물어봤던가?”
덕팔은 그 질문에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해 답변하였다. 법치주의는 위정자가 법에 의해 국민들을 통치하는 것을 말하며, 위정자는 국민의 뜻을 따라 통치를 하는 것이 최선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통치를 하는 것이 차선이며, 도덕으로 국민을 설교하는 것이 차악이고, 국민과 다투는 것이 최악이다. 혈기왕성한 19세 소년의 치기였지만 면접에 참가했던 교수들의 눈빛이 반짝였던 것이 기억났다.
“그런데 요즘은 힘없고, 돈 없는 이들만 법을 지키라고 강요를 당하고 있지. 난감한 세상이야.”
덕팔이 혀를 차며 시끌벅적한 강의실로 들어갔다.
**
수업을 마치고 김 형사를 만난 덕팔은 김 형사의 정보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람은 황동구 39세.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오. 그리고 이 사람은 강용우 42세, 중소기업 생산직 사원이었소.”
“이들이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황동구는 요즘 실적이 좋지 않아 퇴사 위기에 몰려 있다고 하더군. 원한을 가질 만한 인물로는 실적을 빌미로 황동구를 괴롭히고 있는 영업부장하고 최근 황동구와 거래를 끊은 A병원 원무과장 정도일 것 같소.
그리고 강용우는….”
김 형사가 말꼬리를 늘이며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직장 내에서는 원한이 있을 만한 사람이 없었소. 워낙 성격이 좋아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고 성실히 일한다는 평가가 있어 회사에서도 신망이 두텁더군.”
“그럼 문제가 없는 사람인가요?”
“딱히 문제가 보이지 않아서 가정사를 좀 파봤는데.. 이게 사실 정확하지가 않아.”
김 형사가 슬쩍 몸을 앞으로 당기더니 작게 속삭였다.
“부인이 바람을 피고 있다고 의심을 하는 것 같더라고.”
“바람요?”
“강용우의 부인이 나이가 어리더라고. 올해 31살.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아이가 없어. 강용우가 밤늦게까지 잔업을 하는 날도 많고 휴일에 특근하는 경우도 있어서 집에는 좀 소홀한 모양이야.”
“그럼 강용우씨가 부인을 의심한다는 겁니까?”
“워낙 속을 잘 비치지 않는 사람이라 주위에서는 감지를 못한 것 같아.”
김 형사가 어느 순간부터 하대하였지만 덕팔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어정쩡한 존대보다 저편이 훨씬 편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덕팔이 웃자 김 형사가 의아한 눈초리가 되었다.
“그럼 정해졌네요.”
“강용우 맡으려고?”
“네, 어차피 저도 평일 낮에는 학교를 다녀야 하니 출퇴근이 분명한 강용우를 제가 맡는 게 저로서도 더 나을 것 같아요. 형사님이 황동구를 맡아주시겠어요?”
“커음.. 뭐, 그럴까?”
“그런데 형사님, 황동구를 밀착할 수 있나요?”
“잠입이 아니고서는 힘들겠지. 덕팔씨는 어때?”
“저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덕팔이 회심의 미소를 짓자 김 형사가 술잔을 내밀었다.
“좋아, 그럼 사람 하나, 아니 둘을 살려보자고. 근데, 덕팔씨! 덕팔씨는 현장에서 범행을 저지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알지?”
“네, 알고 있어요. 최대한 들키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할게요.”
“역시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척하면 척이라서 좋아.”
두 사람이 시원하게 소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
덕팔의 부재로 두 여인이 곤란한 상태가 되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저녁 식사를 누가 준비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덕팔이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퇴근 후에 알게 되어 밥을 먹고 들어 올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외식.. 할까요?”
은혜가 먼저 제안을 하였다.
“사 먹는 밥은 영~ 별론데.. 누룽지 남겨 놓은 거 없나요?”
“아영씨가 아침에 탈탈 털어갔잖아요.”
“아.. 그랬구나. 그럼 어떻게 하지? 역시 배달을 시켜야 하나?”
아영도, 은혜도 배달을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탐탁치 않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제가 할게요. 밥이야 하면 그만이고, 반찬은 어제 먹던 밑반찬도 남아 있으니까 간단히 김치찌개 어때요?”
“참치?”
“아뇨, 김치찌개하면 역시 돼지 목살이죠.”
“안 맞아, 참 안 맞아.”
아영이 중얼거리면서도 요리를 하는 사람의 취향을 인정해야 했다.
“그렇게 해요.”
은혜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덕팔 곁에서 지켜본 대로 쌀을 씻고 밥을 안친 후에 쌀뜨물을 가지고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김치 송송 썰어 넣고 팔팔 끓으면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 넣은 후에 각종 MSG를 투하! 마무리로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한 소금 더 끓이면 끝! 참 쉽죠잉!”
끊임없이 레시피를 입으로 중얼거리며 빠진 게 없는지 확인 또 확인한 끝에 은혜표 김치찌개가 완성되었다.
이윽고 두 여인이 마주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김치찌개를 떠먹어 보고 밥을 한 숟가락 퍼 입에 넣은 후 우물거리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숟가락을 식탁에 딱 하고 내려놓았다.
“내가 했지만 참 맛이 없네.”
“미안해요. 못 먹겠어요.”
“역시 덕팔씨를…”
“역시 오빠를…”
기다리기로 했다.
**
늦은 저녁 덕팔이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하였다. 전철을 타고 싶었지만, 얼굴이 알려진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많아 부득이 택시를 타게 된 것이었다. 꼬막무침을 잘하는 식당에서도 한차례 유명세를 치러야 했기에 일찌감치 포기할 수가 있었다.
덕팔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가장 먼저 소룡이가 반겨 주었다.
[늦으셨습니다. 아저씨.]“소룡이는 안자고 뭐 하고 있어?”
[아저씨께서 귀가하시면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그래?”
덕팔이 평상에 앉자 소룡이도 덕팔의 곁에 앉았다.
“왜? 무슨 일이 있어?”
[능력이 더 커졌습니다. 이제 어머니 집에 놀러 갈 수 있을 정도로 신력에 대한 지배력이 커졌습니다.]“오, 그래? 잘되었구나. 어머니께서 좋아하시겠어.”
[네, 많이 좋아하셨습니다.]“또 다른 능력은 개발된 게 없어?”
“잘했다. 배움은 각자 처해진 상황에 맞추면 되는 것이야. 어르신께서 너에게 인간들의 교육을 시키려 했던 이유는 짐작하고 있지?”
[네, 그간 해주지 못하셨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싶으셨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그래, 네가 이해를 해줘. 어르신께서는 네 곁에 있으면서도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까 봐 무척 근심하셨을 거야.”
[네, 아저씨.]덕팔이 소룡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소룡에게 물었다.
“소룡아, 머리 모양이나 입고 있는 옷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니?”
[이 모습이 별로인가요?]“아니, 그 모습도 잘 어울리지. 사실 소룡이 널 떠올리면 지금 네 모습밖에 상상되질 않아. 그런데 그래도 살면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변화를 줘 보는 것도 즐거움이잖아.”
[해줄 수 있는 분이…]“나와 어르신이 있지. 옷이나 네가 원하는 걸 사서 네게 태워주면 그만이니까..”
소룡이 혹한 얼굴이 되었다. 덕팔이 웃으며 소룡의 긴 댕기머리를 만져 보았다.
“막상 자른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소룡이는 인물이 훤해서 아저씨처럼 머리를 짧게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럴까요?]“천천히 생각해봐 급히 결정할 이유는 없으니까..”
덕팔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소룡이 덕팔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응? 할 이야기가 더 있어? 그럼 3층으로 올라갈까? 오랜만에 차를 한잔하면서…”
[저.. 지하에 살던 잡귀 말입니다.]“영훈이?”
[아니, 그 어린 잡귀 말고, 잡 도둑 잡귀 말입니다.]덕팔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소룡이 덕팔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용서는 안 되시는 겁니까?]“용서? 흐음…”
덕팔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가 내 곁에 머문 이유가 순수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고,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딱히 그가 나에게 용서를 받을 만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럼, 그를 다시 불러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건 좀 다른 문제 같은데?”
[죄를 짓지 않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그건 맞아. 하지만 동료가 된다는 것은 신뢰의 문제야. 나는 그를 신뢰하지 않아. 그런 이를 곁에 둘 수는 없지 않을까?”
[아…]소룡이 이해하였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덕팔이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소룡이 다급했는지 덕팔의 팔을 잡았다.
[아저씨, 그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소룡아, 네가 왜 그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모르겠구나.”
소룡이 자초지정을 털어놓았다. 어혜화는 그날 그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고 돌아온 정식 권속의 사슬을 끊어 자유를 주었다. 정식이 사라졌고 그렇게 그와의 인연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룡의 능력이 발전하면서 기감이 확대되자 정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덕팔의 집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