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41)
벽태산의 눈이 살짝 빛났다. 상천문은 벽태산도 들어본 적이 있는 문파였다.
즉, 강한 문파라는 뜻이었다.
“금월상단이 거느린 세 곳의 무림방파 중 하나입니다.”
“호오. 생각보다 제법이로구나. 상천문을 휘하에 두다니.”
“나머지 두 곳이 더 대단합니다. 청무방과 구룡문이니까요.”
그 두 곳 역시 벽태산의 기억에 있었다.
“재미있구나. 계속해라.”
벽태산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자, 백화루주가 얼른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에 관후승이 데려온 자들 역시 상천문의 무인들입니다. 고르고 골라서 뽑아왔다고 하니, 전력이 상당할 것입니다.”
거기까지 설명한 백화루주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별개로 금월상단에서 무한에 상당한 수의 무인을 보냈습니다.”
“별개라고?”
“예. 상천문이 아닌 청무방의 무사들이 따로 무한에 들어와 대기 중입니다.”
벽태산이 화옥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놈들이 왜 온 것 같으냐?”
화옥은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혹시 금월상단도 하나가 아닌 여럿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무명처럼 말이지요.”
현재 무명은 드러난 세력만 해도 세 개였다.
어쩌면 금월상단도 그럴 수 있었다. 거느린 문파가 셋이나 된다니 그곳도 셋으로 나뉘어 있을지 모른다.
“그놈들 잘 감시해라. 왠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
“예. 특별히 실력 있는 자들로 붙였습니다.”
특별히 실력 있는 자들이라는 건 비천단 소속이라는 뜻이었다.
그들 역시 벽태산에게 합류한 뒤로 새 무공을 받고 지옥 같은 수련을 거치고 있기에 실력이 쭉쭉 늘어나고 있었다.
사실 비천단은 천마신교에 있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수련 강도가 낮아지기 마련이었다.
한데 벽태산 휘하에 들어온 이후, 천마신교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강도의 수련을 하고 있으니 실력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런 실력자들이 감시하고 있으니 그들의 움직임을 놓칠 일은 없으리라.
“그리고 금벽장 안에 들어온 놈들도 잘 지켜봐.”
“빈틈없이 눈과 귀를 깔아두었습니다.”
벽태산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수련이나 하면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총관은 당황한 표정을 아직도 지우지 못했다.
장주인 벽태수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그랬다.
벽태수는 총관의 보고를 다 듣고도 그저 빙긋 웃기만 했다.
금월상단에 총관이 찾아가 오늘이나 내일 중에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는데, 그들이 거절했다.
오랜 여정에 피곤하니 당분간 쉬겠다는 말로 축객령을 내린 것이다.
언제까지 쉴 테니 언제쯤 다시 얘기를 하자는 말도 없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이 원할 때까지 계속 기다리라는 뜻이었다.
“장주님, 어찌할까요? 내일쯤 제가 다시 찾아가서······.”
벽태수가 손을 들어 총관의 말을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네.”
“하지만 장주님!”
벽태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찾아가 봐야 똑같을 걸세. 총관, 냉정을 되찾게. 상대가 금월상단이라고 해서 평정심을 잃은 모양이로군.”
총관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아무래도 조급했던 모양입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했다. 이쪽의 조급함을 드러내선 안 되는데 그렇게 해버린 것이다.
벽태산의 말을 들었어야 한다.
그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생각했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기다리게. 그쪽에서 원할 때까지.”
“예. 그래야지요.”
총관은 벽태산이 한 말과 똑같은 말을 벽태수가 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하여튼 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전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계속 뛰어서 진정이 안 되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총관은 아까 벽태산을 만났을 때 나눴던 대화를 알려주었다.
얘기를 모두 들은 벽태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앞으로는 태산이에게 보고만 먼저 할 게 아니라, 직접 의견을 묻도록 하게.”
총관이 좀 복잡한 시선으로 벽태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그런 총관에게 벽태수가 조용히 말했다.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네. 하지만 총관이 걱정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걸세. 내 단언하지.”
총관은 믿겠다는 듯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 * *
상천문의 무인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들은 앞에 선 관후승을 바라봤다.
지금 이곳은 금벽장에서 그들의 숙소로 쓰고 있는 전각 내부였다.
관후승은 전각 주변에 혹시 감시하는 자가 없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을 들켜서 좋을 게 없으니 미리미리 조심해야 한다.
“들키지 마라. 느려도 좋으니 절대 들켜선 안 된다.”
“예.”
“기관으로 보호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은밀한 장소에 보관할 확률이 높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확인해라.”
“예.”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의심스러운 상황이 되면 즉시 몸을 피하고 차후 보고해라.”
“예.”
관후승은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열 명의 무인들이 즉시 전각을 나섰다.
그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은밀했다. 마치 이런 일을 위해 오랫동안 수련을 거듭해온 자들 같았다.
관후승은 잠시 전각 밖으로 흩어지는 수하들을 지켜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끝
벽태산은 자신의 방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는 중이었다.
달도 뜨지 않은 깜깜한 밤이었지만, 벽태산의 시야는 대낮이나 다름없이 환했다.
밖을 내다보던 벽태산의 눈이 번득였다.
“슬슬 시작할 모양이군.”
장원 곳곳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벽태산의 뒤쪽에 조용히 시립하고 있던 화옥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갔다.
“정말로 금벽장에서 무언가 찾을 것이 있었던 모양이로군요.”
예상했던 추측 중 하나였다.
화옥과 백화루주는 금월상단이 왜 굳이 금벽상단과 이런 식의 관계를 맺으려 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분석했다.
금벽장에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다는 것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한데 지금 저들이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정말로 그런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화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찌할까요? 저들의 실력이 상당해서 웬만한 자들로는 몰래 따라다니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백화루주가 한 마디 덧붙였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들에게 각별히 조심하라고 일러뒀습니다.”
벽태산이 화옥을 보며 물었다.
“들키지 않을 만한 자가 몇이나 되느냐?”
“셋 정도입니다.”
모든 비천단을 통틀어서 헤아리면 그보다 훨씬 많겠지만, 당장 금벽장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는 셋이 한계였다.
그나마도 한 명은 좀 아슬아슬했다.
벽태산은 대답하지 않고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묘한 예감이 들었다.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
“서른 명입니다.”
“전부 장주의 집무실 쪽으로 보내라.”
“예?”
“굳이 숨을 필요도 없다. 그 근처를 감시하면서 적당한 곳에서 수련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해.”
화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벽태산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려던 화옥에게 벽태산이 한 마디 덧붙였다.
“그 녀석들 당분간 호위로 쓰는 거니까, 형님한테도 미리 말해두고.”
* * *
관후승은 부하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로 벌써 나흘 째였다. 한데 아무 성과가 없었다.
“제대로 확인한 것 맞느냐?”
관후승의 질문에 부하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서 대답했다.
“샅샅이 뒤졌습니다만, 기관진식이 설치된 곳은 찾지 못했습니다.”
“금벽장 전체를 살펴보긴 했느냐?”
“두 군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두 군데?”
관후승의 표정이 더 크게 일그러졌다.
무려 나흘 동안 밤마다 나가서 장원을 샅샅이 뒤졌는데, 아직도 확인하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것도 한 군데도 아니고 두 군데나 말이다.
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주의 집무실 근처에 호위가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다들 실력이 뛰어납니다.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관후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이상하구나. 금벽장에 그 정도 고수가 있었다고?”
“한두 명이 아닙니다. 알아보니 금벽상단 소속이 아니라 외부에서 임시로 데려온 자들 같습니다.”
“금벽장주가 이번에 무리를 한 모양이군. 하면 다른 한 군데는 어디더냐.”
“금벽상단 둘째 공자의 거처입니다.”
“둘째 공자? 벽태산?”
“예. 맞습니다. 그곳에도 고수가 많습니다.”
관후승이 인상을 썼다.
“이 어설픈 상단에 무슨 고수가 그리 많아?”
“벽태산이 꾸준히 영입하지 않았습니까. 천추신의나 일침괴 같은 자들 말입니다.”
“그 둘이 그 정도로 고수였나?”
“그 둘뿐이 아니라 누군가 더 있습니다.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피부가 저릿저릿해질 정도입니다.”
관후승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근처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던 장중산을 바라봤다.
“장 각주, 이곳이 확실하오?”
“가능성이 구 할 이상이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감으로는 확실하오.”
관후승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장중산의 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여러 번 겪어봤다. 그러니 이번에도 아마 맞을 것이다.
“아무래도 몰래 하는 건 물 건너간 듯하오.”
관후승의 말에 장중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뭐······ 변수도 좀 생겼고.”
“변수? 무슨 일이 있었소?”
“청무방 녀석들이 왔소.”
관후승의 인상이 팍 일그러졌다.
“그놈들 약속을 어긴 거요? 몇 놈이나 왔소?”
“제법 많이 왔소. 게다가 우리처럼 숨어서 물건이나 찾는 놈들이 아니라 싸우는 놈들이 왔소.”
“하. 작정을 했군. 이 미친놈들 같으니. 지금 무한에 몇 개나 되는 조직이 얽혀 있는지 뻔히 알면서.”
“조급해진 거 아니겠소? 여기까지 우리가 차지하면 두 개를 찾는 셈인데, 청무방은 아직 하나도 못 찾았으니.”
“뭐······ 그러면 서두르는 게 낫지 않겠소? 우리가 빨리 끝내 버리면 그놈들도 닭 쫓던 개가 될 테니.”
장중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일 당장 만날 셈이오. 뭐······ 여기까지 왔으니 적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수밖에.”
“만만치 않을 터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래도 얻는 것이 훨씬 크지 않겠소?”
장중산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빛냈다.
“한데, 막상 여기 와보니, 금벽상단이 보통이 아니어서 좀 놀랐소. 벽태수라는 자, 수완이 제법이오.”
“그래서, 영입이라도 하려는 거요?”
“안 될 것도 없지. 잘만 하면 굉장히 쓸 만한 칼을 숨겨둘 수 있지 않겠소?”
관후승이 골치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알아서 하시오. 난 시키는 일만 딱딱 할 테니.”
장중산이 빙긋 웃었다.
“그럼 푹 쉬어두시오. 내일 힘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을 안 들으면 우리가 이 정도로 대단하다는 걸 좀 보여줘야 하지 않겠소?”
관후승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피식 웃었다.
“그럽시다. 뭐, 나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 * *
다음 날, 금벽장을 찾아온 손님들이 있었다.
총관은 난데없이 찾아온 손님들을 맞으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라고 하셨습니까?”
총관의 물음에 앞으로 나선 젊은 사내가 대답했다.
“금월상단에서 왔소.”
총관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말을 고르고 있을 때, 젊은 사내가 먼저 말했다.
“우리가 진짜요. 금벽상단의 새 거래처를 제공한 것이 바로 나니까.”
총관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사내가 또 말했다.
“며칠 전에 우리 상단에서 먼저 도착한 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소?”
“예. 맞습니다.”
사내가 빙긋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섬뜩했다.
“내 공을 가로채려고 하는 작자들이오.”
“예? 하지만······.”
“아, 당연히 그쪽은 모를 수밖에 없지. 이건 금월상단 내부의 일이니까. 아무튼 그러하니······ 나도 이곳 장주께 한 마디쯤 할 자격은 있는 거 아니겠소?”
“이,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그리고 잠시만 접객실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기별을 넣고 답을 받아오겠습니다.”
총관은 일단 그들을 금벽장에 들인 다음, 득달같이 벽태산에게 달려갔다.
금월상단과 관계된 문제는 벽태산에게 말해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오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군.’
총관은 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 * *
장중산은 굉장히 불쾌한 표정으로 눈앞에 앉은 젊은 사내를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