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251)
그리고 나머지 일행도 치열하게 수련했다.
벽태산이 수련하는 모습에 다들 자극을 받은 것이다. 아니, 자극이라기보다는 두려움에 더 가까웠다.
왠지 벽태산도 수련을 하는데 자신이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벽태산은 잠도 자지 않고 수련했다. 오직 먹는 것과 수련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니,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객잔에서 벽태산 덕분에 수련 열풍이 불고 있을 때, 서안에 일단의 무리가 은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들어서고 있었다.
* * *
무명에서 파견한 정보원들은 낙양을 떠나 서안에 도착했다.
그들은 서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았다.
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정보를 뽑아내 정리하고 분류하는 실력은 대단히 높았다.
은밀히 사람들에게 붙어서 대화를 엿듣거나 커다란 전각이나 장원에 잠입해 정보를 훔쳐내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
그렇게 서안에서 은월곡에 대한 정보를 싹 훑어내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한나절이었다.
그렇게 정보를 모은 다섯 명의 책임자가 서안에 있는 큰 주루에 모였다.
이들은 언제나 모은 정보를 토대로 의견을 나눌 때, 이렇게 주루에서 술을 마셨다.
“다들 어땠나?”
“어떻긴, 예상대로지.”
“은월곡이 뒤통수를 제대로 쳤어.”
다섯 사내 중 세 사람이 차례로 말을 했다.
나머지 두 사람도 입을 열었다.
“은월곡 따위가 혼자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지.”
“그렇지. 그러니까 누군가 개입한 게 분명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게 누군지도 알아왔다.
“벽태산, 여기저기 안 끼는 데가 없군.”
“하오문도 그렇고.”
“아무튼 알아볼 만큼 알아봤으니 슬슬 은월곡에도 한 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가봐야지. 오늘 해가 지고 나서 가보자고.”
아무리 그들이 은신과 잠입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고수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대낮에 들어가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니 밤에 조용히 가서 둘러보고 오기로 한 것이다.
“그나저나 암검대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서안에는 아예 흔적이 없는데?”
“암검대가 어디 사람들 다니는 데로 다니는 거 봤어? 아마 산을 타고 직접 은월곡으로 들어갔을 거야.”
역시 직접 가보지 않고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좀 알아보니, 하오문 놈들이 마차를 여러 대 구해갔다던데, 그게 좀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나도 그 얘기 들었어. 그냥 여러 대가 아니라 정말 많이 구했던데? 마치······ 옮길 사람이 많기라도 한 것처럼.”
다섯 사람은 나머지 사람들을 둘러보며 표정과 눈빛을 확인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아니라고 하기에는 정황이 너무 공교롭지.”
“그럼 벽태산과 하오문이 암검대를 상대했다고? 그것도 죽인 게 아니라 사로잡았다고?”
“은월곡도 있잖아. 그리고 사로잡은 게 아니라 시체를 옮기려던 걸 수도 있지.”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암검대를 상대한 거지? 벽태산 그놈이 제법이라는 건 알지만, 암검대를 어떻게 했다는 건 상상하기가 힘든데······.”
“글쎄······ 함정을 판 게 분명한데······ 도통 어떻게 했는지 짐작이 안 가는군.”
“웬만한 진법은 암검대가 힘으로 부숴 버렸을 테고······.”
“기관도 마찬가지고······.”
“무림맹이나 흑련에서 많은 수의 고수를 동원했으면 가능성이 있는데, 대규모 인원이 이쪽으로 온 흔적이 없으니······.”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결국 은월곡과 벽태산, 하오문이 암검대와 싸워서 제압했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가?”
“불가능하지.”
돌고 돌아 원점이다.
“결국 직접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 반복되는군. 그냥 술이나 마시고 한잠 푹 자자고. 밤에 움직이려면 체력을 비축해야지.”
그 말에 다들 술잔을 들어 올린 다음 단숨에 마셨다.
아직 해가 채 지지도 않은 시각이었다. 그들은 각자 독한 술을 한 병씩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섯 사내가 조용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들의 뒤로 스무 명의 무사가 따라갔는데, 다섯 사내는 등이 계속 서늘해서 가끔 진저리를 쳤다.
함께 데려가는 저 스무 명의 무사는 사실상 이번 일의 임무를 받은 자들이었다.
그러니까 원래 저들의 일을 정보원들이 도와주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정보원들이 하고, 저들은 힘을 쓸 일이 있을 때만 나서기로 했다.
저들은 오직 적을 부수는 것에만 집중하는 자들이었다.
수 싸움을 하거나, 정보를 분석해 무언가를 결정하는 능력은 바닥이었다.
그러니 은월곡에 도착해서도 암검대의 흔적을 찾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건 전부 앞장서서 달리는 다섯 사내가 해야 한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산을 오르는 스물다섯 명의 사내들은 전혀 시야에 지장을 받지 않고 움직였다.
앞장 선 다섯 사내는 어느 순간 걸음을 멈췄다.
“이상하군. 분명히 이 근처일 텐데?”
“지형도 내가 아는 것과 좀 다른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결론은 하나뿐이다.
“진법이로군.”
“교묘해.”
진법이 정말 교묘했다. 진법이 있는 것도 모르겠고, 지금 진법에 들어온 건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일단 집중하면서 가보지.”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감각을 최대한 집중해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감각이 미묘하게 뒤틀리는 것 같았다.
가장 앞에서 걷던 사내가 걸음을 멈췄다.
“여기로군. 여기가 진법의 갈림길이야.”
이 지점에서 기운이 왜곡되기에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었다.
그러자 뒤에 선 스무 명의 사내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검을 뽑아 위로 한껏 치켜들었다.
우우웅.
어마어마한 기운이 사내의 검에 모여들었다. 그의 검에 검붉은 빛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쩌어어어엉!
검붉은 기운이 무언가와 충돌했다. 강력한 기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쫙 퍼져 나갔다.
그리고 검을 내리친 자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마치 세상이 뒤틀리기라도 하는 듯 정면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일그러짐이 사라졌을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은월곡이로군.”
시야를 왜곡하는 진법이 박살 난 것이다.
“자, 그럼 흔적을 좀 찾아볼까?”
암검대는 분명히 이쪽으로 왔다. 그러니 이제 그들의 흔적을 하나도 남김없이 수집해야 한다.
다짜고짜 은월곡으로 가도 되지만, 정보를 미리 알아둬서 나쁠 게 없었으니까.
다섯 사내가 서로 거리를 벌리면서 주위를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대기 중인 스무 명의 무사는 조용히 서서 은월곡을 노려봤다.
* * *
“슬슬 가야겠군.”
벽태산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지난 며칠간 잠도 안 자고 수련을 했다. 그래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영력을 회전시켜 압축하는 것, 그리고 그걸 단숨에 쏟아내듯 쏘아내 원하는 곳을 박살 내는 것까지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제 주변에 아무 여파를 미치지 않고, 압축되어 훨씬 강력해진 영력을 원하는 곳으로 쏘아낼 수 있었다.
원한다면 통제를 살짝 풀어 불규칙한 움직임을 넣을 수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마치 벼락이 앞으로 쏘아지는 듯했다.
벽태산이 얻어낸 것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검벽에서 얻은 비법은 몸의 영력을 모조리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그걸 쓰고 나면 영력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영력이 없다고 해서 벽태산이 약한 건 아니지만, 자신과 비견될 정도의 적과 싸운다면 영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려면 영력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그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사화루의 네 쌍둥이였다.
네 개의 혼백이 각각 따로따로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영력을 그와 비슷한 모양새로 나눠버렸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영력을 둘, 셋, 혹은 넷으로 나눌 수 있었고, 한 번 쏟아낼 때, 그렇게 나눈 영력 중 하나만 쓸 수 있도록 수련을 했다.
벽태산은 거기까지 하고서야 수련을 멈췄다.
이제 다시 가던 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다시 별채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 멀리서 화옥이 급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벽태산은 걸음을 멈추고 화옥을 기다려 주었다.
화옥은 벽태산 앞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히 말했다.
“공자님, 은월곡에 일이 생겼습니다.”
은월곡에 일이 생겼다는 건, 무명에서 나섰다는 뜻이다.
벽태산이 씨익 웃었다.
“영약이 왔을 수도 있겠구나.”
벽태산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가자.”
끝
“무슨 이따위 진법이 다 있지?”
정말 지독한 진법이었다.
무명의 정보원을 책임지는 다섯 사내는 스무 명의 무사가 진법에 칼질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혀를 내둘렀다.
진법을 향해 칼을 휘두를 때마다 강한 반발력이 일어나 칼을 휘두른 자에게 날아갔다.
꽝! 꽝! 꽝! 꽝!
연이어 폭음이 울렸다. 그만큼 많은 기운을 칼에 담았다는 뜻이었다.
지금 한창 칼을 휘두르고 있는 스무 명의 무사는 진법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것 말고도 반탄력에 의해 되돌아온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일까지 해야만 했다.
그러니 갈수록 짜증이 났다.
이걸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되돌아오는 공격이 자신이 진법에 가한 위력보다 조금이나마 약화된 걸 보면 효과가 아예 안 먹히는 건 아닌 듯했다.
그래서 꾹 참고 계속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섯 사내 중에서 가장 감각이 예민한 자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그만!”
스무 명의 무사가 짜증과 살기가 뒤섞인 눈으로 사내를 노려봤다.
하지만 사내도 무명에서 구를 만큼 구른 자였다. 고작 그 정도 살기에 주눅이 들 리 없었다.
“이 진법, 그렇게 깨는 게 아니오.”
무사 중 한 명이 그 말을 듣고 인상을 팍 썼다.
“그 얘기를 왜 지금 하는 거요?”
“나라고 처음부터 알았겠소? 진법이 돌아가는 걸 보다보니 알아낸 거지.”
“후우. 그럼 말해보시오. 이 진법을 어떻게 깨야 하는지.”
“두 가지 방법이 있소.”
두 가지라는 말에 스무 명의 무사가 눈을 번득이며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내가 시간을 들여 진법을 찬찬히 살펴 힘의 흐름이 연결되는 곳을 찾아 부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오.”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장담할 수 없소. 진법이 제법 크고 워낙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서. 이 정도 수준의 진법을 쓸 수 있는 곳은 천하에서 몇 없을 거요.”
무사들이 인상을 팍 썼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은?”
“그냥 밀고 들어가는 거요.”
무사들이 짜증을 냈다.
“아까 튕겨 나오는 거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거요?”
“서둘러서 그렇소. 천천히 힘을 밀어내듯이 들어가면 될 거요.”
무사들은 미심쩍은 눈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는 잘 보라는 듯이 직접 진법으로 다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진법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내는 그 자리에 서서 고개만 돌려 말했다.
“보다시피 좀 힘들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오.”
그제야 무사들이 진법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사내가 말했던 대로 온몸으로 밀어내듯이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천히 은월곡을 향해 걸어갔다.
갈수록 밀어내는 힘이 강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못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절대 서두르지 마시오. 서두르다가는 다시 튕겨나갈 수도 있소.”
사내가 그렇게 말했음에도 서두르는 사람이 나왔다.
무사 한 명이 좀 서둘러 힘을 주다가 그대로 튕겨나가 진법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어찌나 세차게 튕겼는지 뒤로 한참이나 밀려났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도전했다.
그렇게 튕겨났다가 다시 도전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한 번도 안 튕겨나간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골고루 튕겨났다.
다섯 사내는 어느새 진법을 다 통과한 채 스무 명의 무사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들이 쉽게 통과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예상했다.
무명 내에서도 살육과 파괴에만 집중하는 자들인지라 끈기와 느긋함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진법을 쉽게 통과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이 방법을 택한 것은 그럼에도 자신이 진법 전체를 돌아보며 끊어낼 부분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빠를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상대로 스무 명의 무사는 결국 진법을 통과했다.
이 정도로 힘들게 통과했으면 힘들 법도 한데, 스무 명의 무사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 투지를 활활 불태웠다.
아니, 이 짜증을 풀어낼 순간만을 기다렸다.
이제 곧 그렇게 된다.
그들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은월곡을 노려봤다.
오늘 누가 걸리든 결코 곱게 죽이지 않으리라.
다섯 사내는 무사들에게 말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소이다. 진법이 또 있을 수 있으니 우리가 먼저 확인해 보겠소.”
다섯 사내는 조심스럽게 은월곡을 향해 다가갔다.
이곳에 깔린 진법은 감각에 잘 걸리지도 않았다. 정말 지독한 놈이 만든 진법이었다.
“윽!”
갑자기 가장 앞에서 이동하던 사내가 무릎을 휘청거리다가 확 내려앉았다.
그는 억지로 버텨 바닥에 엉덩이가 닿지 않게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끄응.”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돌아서야 하는데, 내리누르는 힘이 워낙 강해서 몸을 비틀기가 어려웠다.
결국 뒷걸음질을 쳤는데, 그건 앞으로 걷는 것보다 더 힘들어서 정말 간신히 진법에서 빠져나왔다.
“또 진법이오?”
무사 중 하나가 물었다. 사내는 호흡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