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516)
Chapter 516 – 한 번만 쥐여다오.
시간이 더 흘러 정오가 됐을 무렵.
밤중에 터진 사건으로 한참 떠들썩해졌다.
아직까지는 당문 내에서만 시끄러워진 상태지만.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독왕이 확실히 세가 내의 여론을 휘어잡지 못한다면, 사천 전역은 물론이고 중원 전체로 퍼질 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그럴 만한 일이었다.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어찌 아닐 수 있을까.
당문이 무려, 남들 모르게 인체실험을 해왔다는 사실.
그 일에 대한 진실이 터져 나온 것이니.
소문을 잡지 못하면 전역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붙잡혀온 일장로는 죄를 사죄하며 모든 일을 자백했다.
지난 백여 년 동안, 당문을 제일 세가로 만들어내기 위해 해왔던 악행을 말이다.
계속해서 언급되던 천무지체 탄생계획.
이 계획에 대한 전말이 제대로 밝혀졌다.
‘생각보다 훨씬 지독했지.’
전생에 확인해봤을 즈음엔, 이미 지우고 지워져 흔적만 남아있을 때라, 조그마한 단편만을 봤을 뿐이다.
그러한 진실을, 현재 당문의 지하를 보며 알 수 있었다.
독을 머금은 마물의 시신이 산처럼 쌓여있던 걸 기억한다.
어찌나 많은지, 지하실의 넓이도 상당한 크기였는데.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더라.
거기까진 뭐 상관없었다.
마물을 이용한 실험? 종종 들려오던 일이다.
당장 모용세가만 해도, 지하에 마물을 가둬놓고 실을 뽑아 이를 이용해 비단 사업을 하고 있으며, 무림맹에서도 마물을 이용한 실험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니, 고작 이 정도 일로 뜨거워 질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당연히 가주 몰래 일을 진행할 필요도 없겠지.
그럼,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뭘까.
그건 바로.
‘인체실험.’
아마, 그게 문제였으리라.
일장로를 제압하고, 정신을 잃은 천존을 수습했을 무렵.
아, 그 즈음에는 천존의 몸에 붙어있던 불이 꺼져있었다.
신기하게 독왕이 도착할 즈음에 맞춰 꺼지더라고.
아버지가 조절한 걸까 싶은데, 거기까진 모르겠다.
아무튼.
독왕이 당문 지하, 그보다 조금 더 깊은 곳을 파고들었을 때.
그는 물론이고 아버지조차 인상을 찌푸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코가 저릿할 만큼 짙은 혈향, 이 악취가 어디서 느껴지나 했더니, 문을 꽁꽁 싸매 박아둔 공간 너머에서 오는 거더라.
강제로 문을 열고 공간 안으로 침투했을 때, 안쪽의 광경을 보며 모두 입을 틀어막았다.
바닥의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무언가가 잔뜩 쌓여있었는데.
그게 모두 인간의 육신임은 조금 시간이 지나 알 수 있었다.
썩고 썩어버린 육신들.
이제는 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망가진 상태였다.
피는 마르고 굳어 있었고.
어느 부위라 할 수 없을 만큼 조각난 덩어리들이 썩어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우우욱…!”
뒤편에 무인 중 한 명이 대뜸 토악질을 내뱉는다.
독왕의 검대라면 분명 산전수전을 좀 겪었을 이들일 터이나, 차마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역겨운 모습이었다.
그때.
스윽.
아버지가 문득 내 등에 손을 대더라.
왜 이러시나 싶던 찰나, 몸 주변으로 얇게 막이 쳐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공간에 짙은 독기가 퍼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후욱-!
동시에 바람이 불었다.
방 안에 퍼진 독기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게 보인다.
바로 독왕의 손이었다.
독왕이 주변에 떠다니는 독기를 한곳에 모으고 있었다.
‘신기하네.’
당문의 무공인가, 구가가 열기를 다루는 것처럼, 독기를 다루는 용도인가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의 독기가 죄다 사라지고, 방안에 잔뜩 남은 시체들의 향연과 무언가 실험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기관들이 보였다.
나는 이미 저것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일장로에게 진즉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신들이 이토록 쌓여있다 한들 별달리 감흥도 없었다.
전생에 더한 것도 봐왔던지라.
고작 이 정도로야 뭐.
물론, 이건 내 입장에서 얘기고. 독왕이나 다른 이들은 아닐 것이다.
뿌드득.
그 증거로 독왕의 손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죄다 부숴버리고 싶은데 강제로 참는 느낌이랄까.
감정에 차오른 호흡을 억지로 다듬는 소리 또한 들려온다.
몇 초, 짧은 시간을 들여 다듬어낸 독왕은.
“잠… 시… 자리를 비켜 주실 수 있으시겠소…?”
아버지와 날 보며 말을 꺼내 들었다.
그 말에 속으로 상당히 당황해야 했다.
‘이걸 보내려 든다고.’
누가 봐도 당문이 지하에서 수작질을 벌이던 정황이다.
독왕이 일에 개입했든 안 했든, 억지로 목격자를 보내려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독왕이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어지간히 정신이 이상해진 걸까.
묘한 표정으로 독왕을 보고 있으니.
“그리하겠소.”
아버지는 별말을 하지 않고 독왕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아버지가 괜찮다고 한 이상 내가 더 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먼저 뒤돌아 가는 아버지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가 독왕의 등을 잠깐 살폈다.
당문의 특징상 비교적 작은 체형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래서일까, 독왕의 등이 유달리 작아 보인다.
그게 못내 신경 쓰였다.
이후 위로 올라와 곧바로 처소로 가지는 못했다.
상황이 상황인 이상 본관에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일이 진행됐다.
“… 삼장로와 사장로가 일에 개입되어 있습니다.”
잡혀 온 일장로가 쉼 없이 일에 대한 진실을 뱉어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독군 님의 뜻을 위하여….”
“당문이 최고의 세가로 갈 수 있도록….”
당문을 제일로 만들기 위해 진행했다.
지금의 당문은 제대로 된 세가가 아니다.
무력을 잃은 세가가 어찌 제일이 되겠는가.
일장로가 진심을 담아내 뱉는 말은 그러했다.
당문이 철을 다루며 판매를 시작한 직후.
본디 이루고자 하였던 뜻을 돌렸던 시점.
일장로는 그때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독왕의 아비이자 전대 가주가 선택해 바꾸기 시작한 흐름이다.
이를 반대하던 장로들은 일을 벌이고자 마음을 먹었고, 그 일이 지금에 이르러 터져버렸다.
대충 그런 뜻이다.
별달리 흥미로운 얘긴 아니었다.
‘진심을 담아 얘기하라 했으니, 거짓은 아닌 것 같은데.’
일장로에게 걸어둔 금제가 있기에, 그가 뱉는 말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하나, 진심이라 하기엔 참 부질없어 보이는 말뿐이었다.
거기까진 나름 괜찮았다.
지난 몇 년 간 사천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이 당문의 소행이었다는 걸 들었을 때도.
그걸 이용해 인체실험을 펼쳤다는 얘길 했을 때도.
가주의 능력이 부족해, 자신이 대신하려 했다며 일장로가 개소리를 뱉을 때도.
겨우겨우 말을 들으며 참던 독왕은.
“약이 완성된 직후…. 공녀님을 통해 세상을….”
촤아악-!
완성된 약을 끝내 당소열을 납치해 먹일 의도를 세웠다는 소리에, 검을 휘둘러 독왕이 직접 참수했다.
검을 안 쓰는 독왕이 구태여 검을 들어 베어버린 것이다.
핏물이 튀어 바닥을 적셨고, 독왕의 처음 보는 격한 행동에 주변의 분위기가 서늘해진다.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독왕은 빠드득 이를 갈며 당문의 무인들에게 일렀다.
“삼장로와 사장로를 데려와라.”
악귀처럼 일그러진 얼굴은 상당히 매서웠다.
그걸 보며 못내 속으로 놀라야 했다.
‘아 저거 죽이면 안 되는데.’
일장로를 죽여버린 것에 대한 놀람이다.
정보를 얻어낼 게 많았는데. 그때 독왕이 도착하는 바람에 다 듣지 못했다.
그걸 저렇게 죽여버렸으니, 내 쪽도 나름 곤란하게 되어버렸다.
‘… 젠장.’
그래도 수확이 없던 건 아니다.
마인화에 성공하면, 망가진 정신도 어느 정도 돌려놓을 수 있음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일장로의 목이 바닥을 구르고, 독왕의 말에 무인들이 흩어지기 시작할 즈음. 나 또한 그곳을 떠났다.
거기 더 있어 봐야 곤란하기도 했고.
조금 있으면 시끄러워질 게 보였기에 잠깐 도망쳐있기로 했다.
아버지도 같이 가지 않을까 싶어 여쭤보려는데.
“먼저 가거라.”
내가 튈 걸 어떻게 아셨는지 미리 말하시더라.
“… 가주님은요?”
아버지는 어찌하실 거냐.
그렇게 여쭤보니. 아버지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뭐지? 나 뭐 잘못했나.
살짝 눈치를 보는데,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호칭을 바로 하거라.”
“예?”
“이곳은 구가가 아니다.”
“… 그게 뭔.”
다소 이상한 말이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지? 가주를 가주라 부르지 뭐라 불러야 할까.
그렇게 잠깐 생각하다가 떠오른 유일한 단어를 내뱉었다.
“아버지…?”
“…”
내 호칭을 들은 아버지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정답이었다는 건가.
왜 이걸 마음에 들어 하시는지 모르겠으나. 우선 넘어가 본론을 물었다.
“같이 안 가실 겁니까?”
“아직, 거래가 끝나지 않았다.”
“거래요?”
무슨 말인가 싶어 쳐다보니, 아버지가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서 귓속에 전음이 들려왔다.
-독왕과 거래를 했다. 이번 일을 도와주면, 당문과의 우선 거래권을 내어주기로 말이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눈을 키웠다.
아니, 그건 또 언제 얘길 하셨대…?
거기에 일이라는 건 설마.
‘장로들을 잡아내는 걸 말하는 건가?’
거기까지 떠올리며 재빨리 독왕을 쳐다봤다.
저 인간, 설마 여기까지 예상하고 아버지를 불렀다는 건가.
‘어쩐지, 일을 처리하려는 것치고는 크게 하더니만.’
이런 일은 조용히 처리하지 않으면, 죄인들이 기색을 느끼며 도망칠 수 있는 만큼, 조용히 기습을 하는 게 정론이다.
이토록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시끄럽게 처리하는 독왕이 이상하게 봤었는데.
‘저 양반….’
독왕은 생각보다 훨씬 뱀 같은 사내였다.
일부러 시끄럽게 터트린 이유는 분명, 가주의 권위를 올리기 위함일 터.
장로를 처리하며 잠시 흩어질 당문의 조각을 자신이 붙잡을 수 있게, 가주의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하….’
예상보다 끈적하게 묶인 느낌에 헛웃음을 지었다.
독왕은 내 예상보다 훨씬 능력 있는 인간이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우선 거래권이라니.’
철기 관련하여 가장 높은 상권을 쥐고 있는 세가인 만큼.
그들과 우선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음은 상당한 가치다.
내가 알기로 무림맹이 그걸 가지고 있었던 거 같은데.
‘이걸 구가가 가져도 되나?’
안 그래도 모용세가와의 협업으로 말이 많은 시점인데.
무림맹에게서 이런 것까지 채가도 되나 싶었다. 이렇게 되면 구가의 힘이 너무 커진다.
한 세가가 그토록 거대해지는 것, 그건 무림맹에서 가장 바라지 않을 터.
‘… 뭐 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겠지.’
떠올리다 금방 생각을 지워냈다.
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겠지.
여차하면 미 부인이 나서면 보통 해결되기 마련이다.
장로를 잡으러 느긋하게 사라지는 아버지를 보다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내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 공자님…?”
본관에서 조금 뒤로 떨어진 처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게 생긴 늑대를 쓰다듬고 있는 여인이 보인다.
여인은 당연하게도 당소열이었다.
여긴 당소열의 처소다.
당소열은 대뜸 찾아온 날 보며 활짝 웃었다.
그 미소가 해맑은 듯 그늘져 보이는 게 신경 쓰인다.
은근 신경쓰고 있던 부분이라, 더욱 그랬다.
“어쩐 일이세요?”
“뭐 하고 있나 싶어서.”
독왕이 한창 일을 수습하고 있을 즈음이다.
한데 당소열의 반응을 보자니, 독왕이 당소열에겐 비밀로 치부한 느낌이었다.
‘주변에 기감도 평소보다 바짝 서 있네.’
당소열의 처소 주변.
진을 치고 있는 무인들의 수가 평소의 두 배, 거기에 수준도 평소보다 높은 이들이 대다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둔 것 같았고, 당소열에겐 말을 안 해둔 모양.
이를 알려주듯, 갑자기 나타난 날 본 당문의 무인이 반응한다.
-구 공….
-이미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
아마 일장로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라 경고하려던 모양이기에, 먼저 말을 해주었다.
“아, 공자님. 얘는 제가 키우는 늑대예요. 귀엽죠?”
당소열은 그저 내가 왔음에 반가운지 쓰다듬던 늑대를 소개해준다.
검은 털을 가진 거대한 크기의 늑대였는데…. 어… 뭐랄까.
“… 되게 싸가지없게 생겼네?”
어딘가 모르게 마음에 안 드는 외형이었다.
크르릉…!
말을 알아들었는지 늑대가 이를 보인다. 이 새끼가?
조금 혼을 내줄까 싶어 나도 으르렁 거리려는 찰나. 당소열이 휙 손을 들며 날 막아낸다.
“그게 귀여운 거예요!”
“… 아, 그래.”
그래, 니가 귀엽다면 됐지.
키우는 동물까지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쪽도 괴상한 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놈 이름을 안 정해줬네.’
지금쯤 처소에서 자고 있을 적수사(였던 것.)를 떠올린다.
나름 도움도 되고 똑똑한 놈인 것 같아 데리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이름을 안 정해줬더라.
뭘로 할까.
고민은 짧았다.
‘똘똘이로 하자.’
똘똘하게 도와주는 놈이니 대충 똘똘이라고 해야겠다.
-샤아아아!
어디선가 똘똘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환청이 들린다.
착각이겠지.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당소열을 보며 말했다.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저한테요?”
“응.”
한쪽만 연하게 물든 연녹색 눈동자.
그 눈을 보며 물었다.
“혹시, 강해지고 싶은 생각 있어?”
“… 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뜬금없는 물음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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