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달의 성녀
“루이비씨는 좋은 전략이에요.”
아모리 황녀님한테 가는 충격을 이제 내가 받는다고 해도, 아포라스가 힘을 상당히 사용하다 보니 지치는 건 막을 수가 없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이틀 혹은 삼 일에 한 번 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
“루이비씨가 저희한테 협력을 해준다면, 삼 일마다 많은 수를 데려갈 수도 있고, 아니면 교대로 다녀올 수도 있어요.”
“시간을 더 늘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굳이 시간을 늘릴 생각은 없었다.
이 시간에 아쉬운 적도 있었지만, 시간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횟수였다.
“횟수를 중점에 두도록 하죠.”
아탈리네 황녀도 이에 동감했다.
“강한 이, 데려가는 숫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가니 복잡하네요. 마음 같아서는 아이젠 공작님을 데려가고 싶은데…..”
“데려갈 수는 있죠.”
“가장 큰 전력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젠 현재 이 행성에서 가장 큰 전력이었다.
아이젠 혼자라면 그 행성으로 옮겨 갈 수가 있겠지만, 너무나 강력한 그의 기운에 한 자리 숫자의 적들이 올 수도 있었다.
거기에 아이젠의 힘이 너무 강력하다 보니 혼자만 갈 수 있었다.
물론 루이비가 협력한다면 몇 명 더 데려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위험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장 큰 전력인 아이젠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오늘 저녁에 만나러 가요.”
“저녁?”
“달의 성녀이신 분들은 낮에 힘드시거든요.”
“아…..”
패널티가 많으시네.
***
아크가 결계를 쳐둔 곳으로 향했다.
학원 구석에 있는 결계는 오직 아크만이 건들 수 있었지만, 이미 내 기세에 아크가 결계 밖으로 나온 상태였다.
밀짚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낫을 들고 있는 아크는 어딘가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수련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하아……”
귀찮음이 가득한 아크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낫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신 분이 이렇게 말하면 저한테 어쩌라는 건지……”
아크는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오르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그랜드 마스터하고 싸운다고 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새로 얻은 검에 익숙해질 때까지 어울려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발견한 아크는 턱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 검은 어디서 나셨습니까?”
“…..아는 지인이 선물로 줬습니다.”
영웅왕님이 선물로 준 거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인이라….. 영영 사라진 건 줄 알았는데 제가 모르던 사람이 가지고 있었나 보군요.”
“……”
영웅왕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아크는 내 검을 봐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분이 하프노스트를 죽인 뒤, 시체가 아깝다며 헤파로스티아노스의 성자를 붙잡고 협박하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
헤파로스티아노스라고 하면 드워프들의 신으로, 불과 철을 주관하는 신이었다.
성자가 어느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성녀와 비슷한 위치겠지.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아담한 주먹을 휘두르며 성자를 개떡으로 만들었던 그분은 결국 그 검을 만드시지 못하셨지요.”
“……”
나는 잠자코 아크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의 광물이라 불리는 ‘이브릴’, ‘아토마니움’, ‘페라리움’, ‘오닉스’, ‘블랙박스’가 필요하다는 말에, 그분께서는 근처에 있던 반신들을 협박….. 아니 부탁하여 광물을 얻었지요.”
이 또한 영웅왕님한테 들었던 말이었다.
‘태초의 시기에는 반신이 이 행성에 있었나 보군.’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반신한테 뜯었든가.
“그렇다 해도 하프노스트 10마리 이상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였지요. 당시 헤파로스티아노스의 성자가 울며불며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참…..”
“……”
“이후 헤파로스티아노스의 성자가 검을 완성했을 때 노을이 지고 있어서 이름을 황혼이라고 지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에 하프노스트의 검이 계속해서 만들어졌지만 10마리가 들어간 검은 그 검이 유일하지요.”
“……”
“어째서 로크 당신이 그 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검은 오직 그분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영웅왕님 또한 이 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나한테 가르쳐주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영웅왕님의 말대로 따르려면 이 검이 폭주할 때 막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아이젠 공작도 실수하면 죽을 수도 있기에, 그보다 강한 아크한테 부탁한 것이다.
“어젯밤 잠깐 드래곤 브레스와도 같은 힘을 느꼈는데, 로크 당신이 이 검을 사용한 것이었군요. 하아….. 참 골치 아프군요.”
“무리입니까?”
“흐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 검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크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이 검을 제어하려면 각오가 필요했다.
“다룰 수 있습니까?”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하아….. 할 수 없지요.”
아크 또한 이 검을 제어할 수 있는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학생을 돕는 게 교육자의 목적이지요. 살살 해주셨으면 합니다.”
“말에 어폐가 있네요.”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살 만큼 살았으면서.
***
하프노스트의 육신이 들어간 검은 충격을 가할수록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황혼검의 강함이 이해되지 않는다.
충격으로 몸을 가볍게 하거나, 무겁게 할 수 있고, 충격을 몇 배로 돌리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걸 다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황혼검은 너무 강했다.
‘71호를 생각해도 그렇지.’
백골이가 71호이던 시절에도 이렇게 강하지 않았다.
짐승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짐승의 힘을 몇 배 혹은 몇십 배나 사용한다.
하프노스트 개개인이 능력을 몇십 배나 뛰어넘다 보니, 고작 10마리로 이 정도 위력을 내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난 다르게 생각했다.
‘우선 야장의 실력.’
헤파로스티아노스의 성자는 아마 드워프일 것이다.
드워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자이니 이만한 검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신의 광물.’
아크가 말했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5가지 광물들이 이만한 힘을 뿜어내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광물의 능력은 모르지만 신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으니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웅왕님의 힘. 그에 대한 적응.’
영웅왕님의 힘에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그 힘에 적응하고, 그 힘을 역으로 흡수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완성된 검이었다.
“…..쓰읍.”
아크는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개 같은 검이군요.”
영웅 육성을 제외하고 아무런 흥미도 가지지 않는 아크가 처음으로 검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요. 방금 그 느낌을 조금씩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예에…..”
나는 오늘 이 검을 다루기 위해서 10번 이상 죽었다.
새삼 불사의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날이기도 했다.
털레털레 아크가 만든 결계에서 나왔다.
그때 9호와 싸웠을 당시의 경험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새겼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역시 목숨이 오가는 전투를 해야 하는 건가…..’
그걸 위한 시작이 바로 오늘 만날 루이비였다.
달의 성녀가 협력만 해준다면, 실전 경험과 강한 자들을 마음껏 상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셨어요?”
방으로 가자, 루나와 리사가 보였고 그 옆에는 아탈리네 황녀가 보였다.
“……어째서 제 방에?”
“로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미 수업은 끝나고 저녁 식사도 끝날 시기니까요.”
“아…..”
검을 다루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시간이 이렇게까지 흐른 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나요?”
“어느 정도는…..”
완벽한 제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검을 사용할 실마리는 보인 듯했다.
“다행이네요. 그럼 루이비 씨를 만나러 가실까요?”
“네.”
“참. 루나도 따라가기로 했어요.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
루나를 데려가면 도움이 된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
“고양이를 좋아하시거든요.”
“아…..아?”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
루이비는 접객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봐도 신기한 능력이네요. 업적이라고 했던가요?”
-찍찍!
거대한 박쥐는 어둠에 스며들어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곳은 황실이다.
황실에 있는 밀실. 그곳은 또 다른 밀실이 토굴과는 달리 방이 굉장히 아름다웠다.
이곳은 레이젠 제국이 위험해질 때를 대비하여, 황실의 혈통들이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이었기 때문이다.
-스르르륵…..
그런 루이비 앞으로 검은 그림자 3개가 나타났다.
이윽고 그림자는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이내 고양이 귀를 단 소녀와 전에 행진하다가 본 소년, 그리고 아탈리네 황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을 내주셔서 고마워요 루이비님.”
“별말씀을….. 그보다 전에 말했던 은룡이라는 것이 진짜일까 했는데….. 흐음. 저 모습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겠군요.”
루이비는 고양이 귀를 쫑긋거리는 루나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어린아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할머니라 불리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인하고 확실히 다른 모습이군요. 영혼이 두 개인 것도 신기하지만, 그 두 개인 영혼이 동일하게 섞여서 서로 공존하고 있다니…..”
‘아인을 알고 있어?’
사람들 속에 섞여 사는 아인을 루이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성국이라는 존재가 그들을 숨겨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 소년을 어째서 만나려고 했나요? 아. 그 전에…..”
루이비는 짧은 다리를 이용하여 의자에서 점프하듯 내려왔다.
그다음 루나한테 다가가더니 손을 휙휙 저었다.
“냥?”
루나는 그게 앉으라는 뜻임을 눈치챘다.
쪼그려 앉자마자 루이비는 루나의 귀를 향해 작은 손을 뻗었다.
“부드럽군요. 흐음….”
“냐아앙?”
밤이 되니 고양이 증상이 더 심각해진 루나였지만, 왠지 모르게 루이비의 손길을 좋아하는 듯싶었다.
‘고양이라 그런가?’
야행성이 짙어지는 밤.
그리고 그 밤을 밝게 만드는 달.
그 달을 모시는 성녀기에 루이비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