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25)
25화. 무기 (2)
내 지친 모습에 영웅왕님은 키가 안 클 것이라 경고했다.
‘딱히 상관없지 않나요?’
키가 너무 작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굳이 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미래에 나는 키가 꽤 컸다.
고생도 지금보다 많이 했는데도 큰 걸 보면 유전이 좋긴 좋은가 보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쉰 나는 눈앞에 쓰러진 남성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의 가면을 벗기지 못했다 보니, 이런 경우는 10초 동안 상대가 일어나지 않으면 내 승리가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10초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체력 회복이 빨라.’
육신은 확실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이 정도 「금강(金剛)의 격(格)」을 사용했으면 지쳐서 서 있는 것도 힘들었을 테고, 거기에 충분한 음식을 섭취한 뒤 2~3시간은 휴식을 취해야 했을 것이다.
“안 일어나네요.”
죽진 않을 것이다.
모래에 박힌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마냥 격하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10초가 지났음에도 일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승자는 내가 되었다.
승자가 정해짐과 동시에 내가 결투장을 떠나지 않자 곧바로 다음 상대가 정해졌다.
-찌릿!
[이 발동됩니다.]지금까지 「초직감」은 느려지는 세계와 상대방의 빈틈을 찾을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다른 능력이 발동되었다.
‘이길 수 없다.’
아이젠 공작과의 결투는 실전이었다.
실전이긴 하지만 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암살자는 나한테 살기를 내뿜긴 했지만 이런 경우는 아니었다.
‘암살자보다…… 위라는 건가.’
「초직감」은 나에게 저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상대를 이길 수 없음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살기를 풀풀 내뿜으며 결투장으로 들어오는 짧은 주황색 단발머리를 가진 여성.
‘근데 왜 날 죽이려는 거지?’
여성은 마치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처럼 뒤에서 암습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저 당당한 걸음으로 결투장 안으로 들어왔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도전자다-!!!”
지금까지 결투장에 와서 못해도 30명 가까이 쓰러트렸다.
특히, 지금 쓰러트린 상대는 어설프게나마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오러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이런 결투장에 오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 쓰러트린 상대는 오러를 사용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결투장에서 강한 측에 속해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런 강한 상대를 쓰러트린 나 역시 이제는 도전자를 받을 차례였다.
‘후우…….’
그래도 도전자라고 하기엔 저기서부터 허리를 펴고 당당히 걸어오는 여우 가면을 쓴 여성은 어딘가 이상했다.
‘결투장을 다닌 적이 없어.’
이기려는 기색도 없었고, 관중의 흥미를 끄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나라는 목표만 향해 걸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또 암살자인가……?’
결투장에서 ‘어이구 실수로 죽여버렸네?’라는 작전을 쓰려고…?
저 여자가 암살자라면 둘째 형님에게 보낸 경고가 제대로 먹히지 않은 듯했다.
‘도망이라…….’
꾸욱.
나는 쥐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오러를 사용하는 상대로 전력을 다해도 모자란데, 무구가 없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막대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처참한 나무 조각이 된 목검을 보며 가면에 손을 가져갔다.
“기권…….”
그때였다.
여자기 손에 쥐고 있던 검 중 하나를 내게 던졌다.
-푸욱!
검이 내 발 바로 밑에 꽂혔다.
콜로렌스가 주었던 검보다 기장이 조금 더 길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어째서?’
암살자가 나한테 무기를 준다고?
‘가지고 놀다가 죽이려는 건가?’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 넋 놓고 생각에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꽈악
들고 있던 나뭇조각을 버리고, 모래에 꽂힌 검을 들어 올렸다.
‘가벼워…….’
날에서 매끄러운 광이 나는 걸 봐선 싸구려 철로 만들어진 검은 아닐 것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검이라니.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다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가 발동됩니다.]-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
상대의 살기에 짓눌렸던 공기가 서서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쇄에에에에에에엑-!!!
[이 발동됩니다.]눈앞으로 쏜살같이 다가오는 검에 느려지는 세계가 반응했다.
‘빨라!’
느려지는 세계에서도 여성의 검은 빨랐다.
다만,
‘공작보다는 느려.’
아이젠 공작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몸을 비틀며 내 목을 향해 다가오는 뾰족한 검날을 향해 검을 베었다.
[이 발동됩니다.]-콰앙!
결투장에 검끼리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한 마찰음에도 검에 오러를 두르지 못해서인지 여자의 검은 부서지지 않고 튕겨져 나갈 뿐이었다.
‘저렇게 얇은 검을 뭐라고 하더라?’
-토옹~ 토옹~
튕겨져 나간 여자는 금세 자세를 잡고 제자리에서 통통 발을 튕기기 시작했다.
‘태권도에서도 저랬었지?’
태권도를 사용하는 이들끼리 대결하면 그들은 제자리에서 통통 발을 움직였다.
순간적인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쾅!
여자는 순식간에 다가와 레이피어라는 얇은 무기를 휘둘렀다.
‘「금강(金剛)의 격(格)」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
상대의 레이피어에 오러가 아닌 마나를 두른 이상, 「금강(金剛)의 격(格)」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이 발동됩니다.]-채앵~!
느려지는 세계에서 나는 그녀의 공격을 간신히 막았다.
“뭘 노리는 거지? 아니, 뭘 하고 싶은 거지?”
“…….”
검이 부딪친 상태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내 말을 들었을 게 분명함에도 상대는 아무 말도 없이 검을 움직였다.
-채앵! 채앵! 채앵!
느려지는 세계에서 계속되는 공방.
[이 발동됩니다.] [이 발동됩니다.]나는 감각을 극대화해서 그녀의 공격을 간신히 비켜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
쏟아지는 그녀의 공격을 피하기에만 급했다.
‘어째서……. 크윽! 진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지?’
노도와 같이 퍼붓는 공격을 피하고 있음에도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게 우습기만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는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몸에 오러를 둘러 신체 능력을 올리고 있을 뿐, 검에 오러를 흘려 넣고 있지는 않았다.
‘후우….. 적응하자.’
근육이 서서히 땅기기 시작했고 호흡이 불규칙해져만 갔다.
-후욱……. 후욱……. 후욱…….
아까부터 계속 이어진 결투로 인해 설사 용의 유전자를 가진 드레이크의 고환을 섭취했다고 하더라도 체력을 전부 회복할 순 없었다.
그녀의 속도에 적응해가고 있었지만, 워낙 기본기가 부족한 몸이다 보니 체력이 순식간에 저하되는 건 막지 못했다.
-스윽!
‘크윽!’
머리로는 알지만 이제는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뺨에 난 작은 생채기를 느껴지자 몸이 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영웅의 능력인 「적응」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필수였다.
“끝이네요.”
처음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드러운 목소리 안에 숨겨져 있는 강인한 의지.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들은 ‘신념’이 있는 자들뿐이다.
마지막 끝내기라도 하는 듯 여성의 검이 준비 자세를 취했다.
“후욱……. 후욱…….”
숨을 몰아쉬며 나는 그 검 끝에 집중했다.
-피잉~!
검 끝에 푸른 안광이 번뜩이며 푸른 기가 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러다-!!!”
“오러 사용자다-!!!”
관중들은 이미 내 패배를 짐작하고 있었다.
체력을 다 소진한 나를 저 여자가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으니 그녀가 승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러를 사용하는 그녀를 상대로 마지막 공격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다.
「금강(金剛)의 격(格)」을 사용할 체력도, 오러를 견딜 힘도 없었다.
느려지는 세계는 계속해서 발동 중이긴 하지만 살기를 가득 담은 그녀의 검을 더 이상 막기엔 무리였다.
하지만,
[이 발동됩니다.]그녀가 오러를 사용하는 순간 세상이 점과 선의 세계로 바뀌었다.
레이피어에 그려져 있는 선과 그녀의 몸에 박혀있는 점들.
암살자와 비교하면 점의 수가 많진 않았지만, 저 점들이 그녀의 검술의 약점에 해당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젠 공작이 날린 검풍에는 점이 가득했지만, 아이젠 공작 본인한테는 점이 1~2개 밖에 없었으니까.
‘상대가 오러를 사용해야… 발동되는 기술인가.’
-쏴아아아아아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화살처럼 다가오는 그녀의 신형에 맞서 나는 죽을힘을 다해 검을 들어 올렸다.
‘한 번쯤은 가능할지도.’
가능하더라도 아마 모든 체력을 소모하겠지.
그래도 시도해야 한다.
[이 발동됩니다.]단단해진 검이 그녀의 검을 빗겨 몸에 있는 점을 향해 다가갔다.
‘피해야 해-!!!’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그녀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체력적 한계를 맞이해 굳어질 대로 굳어진 몸은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날카로운 검이 몸의 제공권 안으로 들어올 때 나는 어쩔 수 없다는 절망감이 느꼈다.
G급에 해당되는 능력으로, 전략적 핵심 때문에 그냥 착용하고 있었던 능력.
무슨 능력인지도 확인하지 않았던 능력이 발동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생각이 단단해진다. 고장 났던 정신이 제자리를 찾아 맞춰져 간다. 절망감이 사라진다.
부정적이었던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그녀의 검을 막겠다는 의지에 온 정신이 집중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잠잠했던 능력이 하나 더 발동되었다.
[이 발동됩니다.]-쭈와아아아아아아압!
영혼까지 쥐어짜지는 기분.
온몸에 있는 피 한 방울에 담긴 체력까지도 가져가려 한다.
-푸쉬이이익!
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몸속의 그 어떤 것들이 쥐어짜지는 느낌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르는 열기가 내 몸에서 연기를 발생시켰다.
붉게 달아오르는 몸과 모공 하나하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연기.
‘체력을… 지방을 연소시켜 가져오는 건가?’
-푸욱!
‘…기회다!’
내 몸의 한쪽을 내줌과 동시에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