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6
“멋진 일 검이군.”
“저 녀석의 한 수는 진짜 빠르다니까. 팔을 잃어도 저 정도야?”
단우현이 감탄을 내뱉자 사도학이 한숨을 쉬었다.
서서히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조금 전 보았던 그 일 검.
사도학의 눈으로도 제대로 쫓을 수가 없었다. 한 팔 뿐인 녀석이라 하여 상당히 방심을 하고 있었는데, 서서히 검황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멀었지만…….’
사도학은 피식 웃었다.
아직까지 상대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안다.
그렇기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암영보라 함은 과거 사라진 흑도회의 보법인데, 네놈들 그것과 관계가 있느냐?”
“흥! 말해 줄 것 같으냐!”
남궁천은 슥 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눈앞에서 펼쳐진 것은 사도학의 말대로 암영보.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다. 심지어 이들의 몸에 흐르는 내공조차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뭘까?
그때,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을 열 놈들은 한둘이면 된다.”
“허허허. 전부 죽이면 역시 안 되겠는가?”
“가족을 찾고 싶지 않다면 마음대로.”
단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남궁천의 마음속에 있는 살심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음을 느꼈다. 남궁세가가 무너진 것은 그만큼 그에게 있어서 충격이다. 또한 그것에 가담한 모든 이들은 적이다.
“허허허. 그럼 어쩔 수 없지.”
남궁천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그러곤 남아 있는 자들을 슥 하며 둘러봤다.
잠시 동안 뜸을 들이다 이내 웃음을 지었다.
“군자검이라는 시골 노인네네. 곧 죽을 놈들이기는 하지만 잘 부탁하네.”
“무슨…….”
군자검?
처음 듣는 별호이다.
아니,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기는 했다. 그리고 저 가면 또한 이런 생각을 하니 익숙하다. 저잣거리에서 흔히 보았던 그것 아니었던가?
“미친 늙은이가!”
“허허, 노망난 늙은이의 검은 다소 난폭하다네.”
복면인들이 이를 갈며 쏘아봤다.
그래 봐야 늙은 놈이다.
힘의 차이를 느끼기는 했지만 자신들에겐 힘이 있다. 조금 전 보여 주었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다 보았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수하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설령 눈앞에 있는 이 노망난 늙은이를 죽인다 하여도 뒤가 있다. 저 느긋하게 앉아 있는 두 사람들 또한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지닌 듯했다.
‘어디서 이런 괴물들을 나타났지?’
이 중원에서 숱한 은거기인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 중 하나인가?
어찌 되었든 편히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시작해라.”
기세를 끌어 모았다.
단전에서부터 솟구친 거대한 힘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그들의 근육이 느닷없이 몇 배나 부풀어 올랐다. 내력 또한 순간적으로 치솟았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받은 은혜.
그 무섭던 남궁세가를 무너트린 힘이다.
“음…….”
“헐…… 저건 또 뭔가?”
“허허.”
단우현과 사도학, 남궁천마저 그 상황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이 느닷없이 저런 변형이 가능한가? 근육은 물론이고 내력까지 늘었음을 느꼈다.
심지어 그들의 눈빛은 마치 광기에 젖은 것처럼 차갑다.
오로지 살육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살기가 찌릿찌릿 느껴졌다.
“강신법(强身法)인가?”
단우현은 단박에 그 정체를 꿰뚫었다.
강신법
천 년 전, 몇몇 이들이 익히고 있었던 주법이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근육과 내공을 늘리고,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무공.
아직까지도 이것이 남아 있다니 제법 놀랐다.
강신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그 당시에 중원에서 손에 꼽히는 주술 일족이었는데, 그 힘이 너무나도 괴이하고 파괴적이었던 탓에, 인근에 있는 무림인들이 몰려들어 그곳을 멸문시켰다.
대외적으론 그들의 힘이 사이했다는 것이지만, 결국 강신법을 손에 넣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하군.”
그래, 저들이 펼치는 강신법은 불안전하다.
자아를 완벽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강신법은, 그저 살육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단우현은 피식 웃고 남궁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길 수 있겠나?”
“허허.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가 그것은?”
남궁천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는 강신법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저 무공은 결코 얕볼 수 없음을 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수십 명이 동시에 모든 능력을 올렸다 하면, 남궁천에게도 꽤 위협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나,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렸다.
이러한 고비 정도는 어린 시절부터 수차례 넘겨 오지 않았던가.
그가 누구인가.
바로 검황이다.
“자, 어린 것들아 어서 오거라.”
부드럽게 검을 내밀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힘이 가볍게 바람을 갈랐다.
천 년 역사 속에 있는 남궁세가.
창천무애검은 언제나 바람을 머금고 구름을 벤다. 청명한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 같은 마음이야말로, 그 검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고요하다.
청명함이 느껴지며 푸른 하늘이 보였다.
그 모든 것들을 검에 차근차근 담고 호흡을 삼켰다.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기분.
마치 어린 시절로…… 강자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했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남궁천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이들이 마구잡이로 달려오고 있었다.
빠르다.
조금 전 보여 주었던 이들의 속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거기까지.
남궁의 검은 꺾이지 않는다.
그게 바로 천하남궁세가의 검이다.
촤아아아악!
일 검을 내지르는 순간 온 주위가 피를 뿜었다. 누가 어디를 어떻게 베였는지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다.
뿜어져 나오는 피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복면인들이 털썩털썩 쓰러져 갔다. 누구 하나 그 검에 버티는 이는 없으며, 누구 하나 그 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내지른 검을 피할 수 없으며 막을 수 없었다.
“커어억!”
복면인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대부분 절명을 한 듯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으며, 몇몇 살아남은 자들은 신음을 흘리며 개처럼 땅을 기었다.
“꺼어억…….”
눈이 뒤집힌 채 꿈틀꿈틀하였다.
마치 죽어 가는 지렁이처럼 그 모습이 참으로 재미있다. 남궁천은 그런 이들의 모습을 싸늘한 시선으로 내려다봤다.
“자네, 죽지는 않았구나.”
“허허, 내 말하지 않았는가? 이 노부의 검이 그리 쉽게 꺾이지 않는다고.”
“흐음. 하지만 예전에 비한다면야…….”
“한번 해볼 텐가?”
“오냐, 이 새끼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사도학이 벌떡 일어나 검을 쥐었다.
고작해야 이런 놈들 한 번에 쓸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남궁천의 콧대를 단박에 찍어 누를 생각이다. 그의 마기가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그것과 더불어 남궁천의 기세 또한 퍼졌다.
온 사방을 압박하니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는 것 같았다.
부들부들.
쓰러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복면인 사내는, 그 모든 기세들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사람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정말로 자연재해 급이지 않은가?
‘도…… 도대체 뭐야…….’
흐릿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봤다. 저 속에 끼기라도 했다간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그때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더욱더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에 한 사람의 발이 보였다. 그 사람은 곧 그의 앞에서 멈춰 서더니 주저앉았다. 그러곤 손을 뻗어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얼굴이 보였다.
조금 전 앉아 있던 그 사내.
덤덤하기 짝이 없는 시선을 보내는 표정이 보였다.
숨이 넘어갔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느끼지 못하였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으니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 사내.
저 두 노인과는 무언가가 다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을 사로잡는 공포.
그 눈빛을 마주하자 아득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어볼 것이 많으니 지금은 쉬거라.”
이윽고 들려오는 한마디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끄아아아아악!”
“시끄러워.”
사도학이 손을 떼며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곤 냅다 주먹을 휘둘러 안면을 두들겼다.
퍽퍽!
거칠기 짝이 없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머리가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얻어맞는다는 자각이 있는 것인지, 상대의 눈엔 힘이 빠져 있었다.
이곳은 남궁세가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
사람이 오가지 않는 것인지 괴성을 지른다 하여도 누구 하나 그들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
심지어 이건 뭔가?
고문을 한다는 것은 입을 열기 위한 것이다.
한데, 마천군의 가면을 쓴 이 노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즐겁게 주먹질을 하며 온갖 고문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대장 격인 사내가 거칠게 호흡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주…… 죽여라…….”
“농담도 잘한다 이것아.”
사도학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또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극악의 고통은 아니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살점을 도려내거나, 그런 종류의 고문이 아니니까.
그러나, 어떠한 것도 알아내려 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때문에 계속되는 이 폭력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으니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끄어억…… 주…… 죽여 줘…….”
곁에 있는 수하들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죽음을 볼 수 있으면 나았을 것이다.
이들은 마치 이런 정신 붕괴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자. 이제 말해 보거라. 잡혀간 이들은 어디에 있느냐?”
사도학이 중얼거리며 물었다.
손에 묻은 피를 복면인들의 옷이 닦아 내며 자연스럽게 묻는 질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고 신음을 흘리자, 또다시 피식 하며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이럴 것이라 예상했던 것 같았다.
“조금 부족한 것 같군. 천하의 마천군이 이 정도밖에 못하나?”
“가만히 좀 있어 봐!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사도학이 단우현을 향해 크게 고함을 질렀다. 강약을 조절하며 정신이 붕괴될 때까지 괴롭히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고문도 아니고 말이야.
사도학은 인상을 썼다.
그러곤 한 사내의 입을 부여잡았다.
크게 아가리를 벌리게 한 뒤 손가락으로 잇몸을 붙잡았다.
빠삭!
“끄아아아아아악!”
“그러고 보니 한 놈 정도는 죽어도 되잖아? 손발가락 열 개씩. 치아와 잇몸까지 부숴 버리면 견딜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사도학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