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0
사도학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장 격인 녀석이 죽어 버린 탓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배후에 누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 녀석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 있는지 아는 이들이 없다.
“감추는 것이 너무 탁월해. 네놈이 그 대장 놈만 안 죽였어도 이리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하하, 네가 먼저 제대로 제압했으면 나에게 다가오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테지.”
끄응 하며 사도학이 신음을 삼켰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장난을 치다 놈들이 살기 위해 단우현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이 지옥으로 가는 마차를 탄 것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누가 잘못이 있다고 말을 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되면 배후를 잡는 건 무리인가?”
“그럴 테지.”
단우현의 말에 사도학은 순순히 수긍했다.
배후를 잡기 위해 먼 길을 왔다. 물론 남궁천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단우현의 실력을 재차 확인하고 싶었던 측면이 강했기에 그에겐 그리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찝찝하다.
“그건 그렇고 네놈 재회는 잘했나?”
“허허허. 재회라니? 그저 인사를 하고 온 것이야.”
“흐흠, 그 모습을 보니 할 말은 다 했나 보군.”
사도학은 피식 웃었다.
내색을 하려 하지는 않지만 놈의 목소리와 눈빛이 전보다 더 좋아졌다. 남궁세가가 무너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가족들을 구했다는 것에 다소 가벼운 마음이 된 것 같다.
“그럼 이곳에서 볼일은 끝났나 보군.”
단우현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 거리를 여행 와 고작해야 며칠이기는 하지만 목적은 달성했다. 물론 배후를 잡았으면 더욱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갔을 테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니 빠르게 단념하는 편이 좋았다.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남궁천이 뜸을 들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만 한 군데…… 가 볼 곳이 있는데 괜찮겠는가?”
시선은 단우현을 향해 주었다.
이 일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엄연히 단우현이다. 비록 나이는 한참 어릴지언정 그의 위치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단우현의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를?”
“하남이라네.”
“……네놈 지금 나보고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자는 거냐?”
사도학이 어이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마황이라 불리는 마교의 수장이다. 그런 그가 무림맹이 있는 하남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적의 본진 깊숙이 침투를 한다는 말과 같다.
자칫 정마대전의 빌미를 줄지도 모른다.
“자네는 이만 돌아가도 좋네. 그리고 장주가 가지 않는다 하면 깔끔하게 접을 생각이네.”
“맹주를 만나고 싶은 모양이군.”
“……그렇다네.”
지금 이 상황.
남궁천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남궁세가가 무너진 것은 그렇다 치자. 상대의 능력이 세가의 능력보다 우위에 있고, 포탄을 비롯하여 전략 또한 잘 짠다면 아무리 남궁세가라 하여도 무너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무림맹이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결국 무림맹은 오랫동안 정파의 기둥 역할을 했던 남궁세가를 버렸다는 의혹을 떨쳐 낼 수 없을 거다. 그것이 가장 궁금한 일이다.
현 맹주는 다른 누구도 아닌 모용혁문.
오랜 지기나 다름없는 그가 어째서 바로 나서지 않았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그의 머릿속을 더욱 헝클어트렸다.
“하남이라…… 그곳에는 천년소림이 있다지?”
“물론이네. 가 보지 않았는가?”
“오래전에 가 봤지.”
단우현은 피식 웃었다.
머릿속에 있는 한 땡중을 떠올리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나쁘지 않군. 그냥 돌아가는 것도 재미가 없었을 거다. 오랜만에 하남 구경을 해 보는 것도 괜찮지.”
“고맙네! 정말 고맙네.”
남궁천은 고개라도 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토록 무뚝뚝했던 단우현이 이렇게까지 발 벗고 나서며 도움을 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그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자신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도움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어린아이를 데리고 먼 거리를 여행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곳에서 또다시 하남으로 들어간다는 것에 깊은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럼 늦었긴 하지만 쉬도록 하지. 정리할 것들도 있을 테니 말이야.”
단우현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것은 객잔으로 돌아가 침상에 몸을 눕히는 거다.
“하아…… 하아…….”
한편 그 시각.
남궁소혜는 피폐해진 몰골로 수풀을 가르고 있었다.
더 이상 뒤를 따르는 이들은 없지만,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심지어 잠조차 자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응당 쓰러져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아야 되는 상황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버텼다.
오로지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고 또 버텼다.
반드시 남궁세가를 다시금 재건하겠다는 강한 의지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다…… 다 왔어…….”
이윽고 마지막 남은 수풀을 가르고 눈앞에 있는 풍경을 바라봤다. 한데, 기이하게 바뀌어 버린 그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숨을 삼켰다.
“어…… 어?”
그녀는 끄응 하며 신음을 흘리고 생각했다.
분명 장원이 있어야 했다.
아니 장원은 틀림없이 있다.
그러나 그녀가 보았던 장원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과거 보았던 장원은 넓기는 하였지만 크게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장원은 굉장히 넓고 화려하기까지 하다.
밖에 서 있는 담장부터 안에 있는 건물들까지.
황성을 옮겨 놓았다라고 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평범한 장원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화사함이 도가 지나쳤다.
혹시 잘못 온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폴짝폴짝 뛰어 담장 너머를 살펴보니, 예전에 보았던 그 소나무가 버젓이 그 안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만 봐도 틀림이 없다.
여기는 단소미의 집이다.
더군다나 여기 봐라.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기 짝이 없는 필체로 호남단가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으흥?”
남궁소혜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짚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많은 시간이 지난 탓에 환각을 보고 있는 건가?
지금 이 건물은 고작 한두 달 만에 지을 수 있는 수준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서 있는 그 모양새는 마치 처음부터 이런 건물이 있었다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그녀가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대문을 두들겼다.
혹시 단우현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을 두들겨 보아도 안에서 대답이 없다.
살짝 문을 밀자 끼익 하며 내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사람이…… 없어?”
안에는 사람이 없다.
후우 하며 한 번 숨을 고른 그녀가 조심스레 내부로 들어갔다.
정말로 단우현이 다른 곳으로 가고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그녀의 입장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한 발을 내딛고 장원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마당 안으로 들어가며 침을 삼켰다.
또르르또르르.
큰 눈동자를 몇 번이나 굴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얼마간 사람이 살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최소 열흘 이상 집이 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여기 맞는 것 같은데…… 이봐요! 아무도 없어요?”
남궁소혜가 조심조심 하면서도 크게 소리를 치며 이곳저곳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점차 확신을 갖기 시작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이곳이 단소미와 단우현의 집이 맞는다는 거다.
지난번 장원에서 살았을 무렵 보았던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또한 부엌에는 장삼태의 흔적이 가득했다.
다른 곳으로 갔다고 생각을 하기에는 그 흔적들이 너무 같았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꼬르르륵.
한숨을 돌린 덕분인가?
느닷없이 배가 고파 왔다.
지금 이 장원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그러한 의문들이 무척이나 많이 남았지만, 그녀의 몸은 생존 본능에 충실했다.
조심스레 부엌으로 갔다.
먹을 것이 있나 없나 이것저것 확인을 해 봤지만, 언제나 그랬듯 장삼태는 정량의 음식을 만들고 결코 남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집이 비워져 있었으니 음식들이 남아 있을 리가.
“아아…… 어떻게 하지?”
이러다 정말 흙이라도 퍼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남궁소혜는 번뜩 무언가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후다닥 밖으로 나가 방 이곳저곳을 살폈다.
이윽고 어느 한 방의 문을 열며 활짝 웃음을 지었다.
“있다!”
그래 있다.
다름 아닌 낚싯대가.
그것을 손에 쥔 남궁소혜가 배시시 웃었다. 이제 이것만 있으면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땅을 파야 한다.
지렁이를 잡아야 하니까.
그녀가 열심히 몸을 움직여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남궁소혜의 생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