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0
“으아아아아악!”
콰다다당!
붕대로 얼굴을 칭칭 감은 마독진은 소리를 지르며 집기들을 부쉈다. 분노를 참아 내는 것도 힘이 드는 것인지, 바득바득 이를 갈며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쉈다.
“헉…… 헉…… 헉…… 빌어먹을! 제길! 제길! 제길!”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분노를 억제했다.
재수가 없었다.
권무진을 찾기 위해 악양 거리를 돌아다니다 하필이면 그놈을 보게 될 줄이야.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한 것을 떠올리니 아직까지도 울분이 가시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사내가 있다.
나이는 대략 오십은 넘어 보였지만 건장한 체구에 기도 또한 남다르다. 마독진의 세가에서 자랑하는 일인 중 한 명으로, 기실 소림과의 대결을 위해 보내졌던 인물인데, 마독진 탓에 이 먼 호남까지 끌려 내려온 불운한 사내이기도 했다.
사내가 고까운 표정으로 마독진을 바라봤다.
임무를 내팽개친 것도 문제인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얻어 터졌으니, 이 이야기를 들으면 세가의 사람들이 뭐라 할까?
“놈은 찾았느냐?”
“이 근방에선 제법 유명한 사람이더군요. 악양에서 한 시진 정도 거리에 있는 동정호 인근에 산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게 다라고!?”
“예, 어린 딸아이와 기이한 늙은이들이 가끔 보인다고는 하는데…….”
사내, 육겸사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자신이 누구인 줄 알고 지금 이런 짓을 시킨단 말인가? 제 직속 수하 놈들은 어디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이런 간단한 정보 수집을 시키고 지랄인가?
순순히 대답을 하며 모은 정보를 입에 담고 있기는 하지만, 내뱉는 말투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쾅!
또다시 마독진이 탁자를 걷어차며 씩씩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육겸사는 웃었다.
아직 더 재미있는 말을 하지 않았다.
“권무진…… 그놈도 그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만……?”
“뭐……?”
“못 들으셨습니까?”
“아니, 들었다. 그런데 그놈이 거기에 있다고?”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해 보니 틀림은 없습니다. 인상착의가 딱 떨어지니 말입니다.”
마독진이 손톱을 까득까득 깨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권무진 놈이 살아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곁에 단우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왜 그런 놈을 받아들였지?
어찌 되었든 간에 죽여야 하는 이들이다.
두 사람 다!
아니 그들이 아는 모든 이들을 죽일 셈이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 뼛가루 하나 이 세상에 남겨 놓지 않을 셈이다.
그래야 이 분이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았다.
“너…… 그놈을 이길 자신이 있느냐?”
육겸사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 누구한테 하는 말인가?
육겸사는 무황성 내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이며, 마독진의 아비와 비견될 만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 이다.
마독진의 아비를 따르지 않고 다른 세가를 만들었다면, 이미 그 위상이 사파 전체에 울렸을지도 모르는 존재였다.
“강합니까?”
“강하다. 특히 나를 이렇게 만든 놈이 말이야.”
“하하하! 그것참 재미있습니다. 최근 제대로 몸을 못 풀었는데 재미 좀 볼 수 있으면 좋은 것이지요.”
진심으로 웃는 육겸사를 보며 마독진은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고까운 놈이기는 하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충분히 인정해 줘야 할 자이다.
권무진 한 명을 붙잡기 위한 전력 치고는 다소 과한 자다.
마독진이 씩 웃었다.
이제 그놈들만 찾아내면 이 이가 갈리는 복수의 끝이다.
“마독진이 말입니까?”
“이름이 그렇더냐?”
“……예.”
장원으로 돌아온 단우현에게 이야기를 들은 권무진은 다소 놀란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하남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니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저를 노리고 온 것이겠지요.”
불쌍한 녀석.
권무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움직임은 틀림없이 권무진을 노린 것이 분명한데, 우연찮게 본 것이 단우현이었던 게 안 좋았다.
그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두들겨 맞는 마독진을 생각해 보니, 통쾌하기도 하고 어느 면에선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쯧쯧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았습니까?”
“혼자였더군.”
그렇다면 마독진의 수하들은 자신을 찾기 위해 악양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는 말이다. 실력에 원체 자신이 있는 마독진이었기에 혼자 다녀도 별 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수하들이 없어도 더 대단한 이가 곁에 있을지도 모르고…….’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권무진은 생각을 접었다.
얼마나 대단한 이가 곁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단우현을 만난 이상 그 상대가 설령 무황성주라 하여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죽이지 않으셨던 겁니까?”
“살생 또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인간이 매일 사람을 패냐?
권무진은 삐질 식은땀을 흘렀다.
단우현이 장삼태를 비롯해 마장강을 얼마나 때렸는지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권무진 또한 간간이 얻어맞고 있었으니 방금 전 한마디가 몹시 와 닿지 않았다.
‘그럼 우린 때릴 가치가 있는 놈들이었단 말인데…….’
생각을 해 보니 그렇다.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물러섰다.
“그래서 집에 와 생각을 해 봤는데…… 죽이지 않은 게 후회가 되더군.”
“…….”
마독진의 성격상 그냥 포기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어떤 수를 써서든 단우현과 권무진을 죽이려 할 테니, 반드시 후환이 남을 상대였다.
그런데도 손을 쓰지 않았다?
단우현의 성격상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시선을 돌려 권무진을 바라봤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니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넘어갔다.
“할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간결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라면 마독진과의 싸움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만큼 수준이 다른 강자이며 내공 또한 상당한 차이를 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작해야 일 년이 조금 넘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간 많은 노력을 하며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곁에는 언제나 단우현이 있었으며, 지금은 남궁천과 사도학이 있다.
이들에게 배운 것들은 결코 허투로 흘릴 수 없는 것들이다.
열 개의 가르침을 받고 그중 하나라도 깨닫는다면, 이미 무인으로서 성공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권무진은 꾸욱 주먹을 쥐었다.
“아무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어 보마.”
단우현은 아무런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더욱 권무진에게 힘을 실어다 주는 것 같았다.
힘차게 대답을 한 그가 당당하게 등을 돌렸다.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또 한 번 검을 들어야 할 때다.
권무진이 연무장을 향해 움직였다.
“괜찮겠는가? 마독진이라면 무황성 내에서도 나름 이름 있는 강자이네.”
“엿듣고 있었나?”
단우현이 힐끗 고개만 돌려 두 사람을 바라봤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도학과 남궁천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둘의 얼굴은 다소 진지했다.
“헤쳐 나가지 못한다면 거기까지인 놈이지.”
“푸하하, 맞아! 사내라면 제 길 정도는 제가 만들어야지.”
사도학이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단우현의 행동이 마음에 쏙 든다. 듣자 하니 그 마독진이라는 놈은, 한때 권무진의 주군이었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를 배신하고 이제는 베어야 하는 입장.
마치 극에 나올 법한 상황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무황성 놈들이 이곳까지 내려온 건 좋게 볼 일이 아니라네. 무진이가 이기든 지든 간에 무황성에서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남궁천은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고작해야 마독진 따위에 문제가 아니다. 나름대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장원에 있는 세 사람의 비한다면 새 발의 피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마독진을 죽임으로서 나타나는 파급력.
사도칠세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무황성 또한 이 호남을 적대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피값을 받아 내기 위해 정예들을 보내올 것이다.
한바탕 이 호남에 피바람이 몰아칠 거다.
“자네 괜찮겠는가? 지금까지와는 일이 다르다네.”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에 단우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천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으나, 움직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단우현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정도 일은 해 줘야 세가의 이름이 올라갈 테지.”
“……자네?”
그동안 장원이라 칭하던 단우현의 말이 바뀌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남궁천은 놀란 표정을 보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단우현을 무림으로 내보내겠다 다짐을 했던 그였으나, 이런 곳에서 조용히 사는 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차츰 갖게 되었다.
한데, 가장 그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는 단우현이 움직이려 하고 있으니 남궁천은 알게 모르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 무리에 호랑이를 풀어 놓는 격이거늘…….’
안다.
남궁천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우현이 중원에 나선다는 것은 그저 배고픈 포식자가 움직이지도 못하는 짐승의 숨통을 끊어 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남궁천은 질끈 눈을 감았다.
갑작스레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이런 결정을 하였는가?
그 저의가 궁금했다.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일세. 자네가 무림에 나설 생각을 하다니.”
“가만히 있어도 찾아온다. 베고 쫓아내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단우현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적발의 사내.
고작해야 반 보이긴 하지만 밀렸다는 것에 기분이 고조되었다. 언제나 최강, 무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던 존재.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상대를 할 수 없었던 존재가 바로 무신이라 불리었던 단우현이라는 존재다.
그런 그의 앞을 처음으로 막아설 수 있는 이가 나타났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하자면, 단우현을 이기기 위해 이를 갈며 올라온 것일 터.
그게 몹시 재미있어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채 단우현은 웃었다.
“재미있을 것 같더군.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떨치는 것이…….”
작게 중얼거리는 한마디에 두 사람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지금 말의 뜻을 가만 생각해 보자면, 이미 한차례, 중원에 자신의 이름을 떨쳤다는 말이 되는 것 아닌가?
많은 고수들을 만나 보았고 또 싸워 본 두 사람이지만, 단우현으로 추정되는 고수의 이름은 물론이고 별호조차 들어 보지 못했다.
의구심을 품으며 입을 열려는 찰나, 그것을 잘라 내며 단우현의 목소리가 먼저 흘러들었다.
“누구도 건들지 못하게 하려면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시켜야 하는 법이다. 가면을 써라. 일을 해야지?”
웃으며 내뱉는 그 한마디가 장난스레 들려왔다.
하나, 눈빛만큼은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