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4
퍽!
“끄어억!”
하오문 악양 분타의 분타주 악천진은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고통스런 신음을 뱉으며 숨을 헐떡이는 그의 모습은 안타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누가 좀 나서서 이 상황을 해결해 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수하들은 모조리 쓰러진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작 단 한 사람이 해낸 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끄으으윽…….”
“네놈들이 정보를 사고 판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만…… 함부로 팔아선 안 되는 것들도 있다는 걸 알았어야지.”
악천진은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머리를 굴렸다.
그는 최근 누구의 정보를 팔았었는지 기억해 내려 애를 썼다.
하도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인지라 별다른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작해야 정보를 사고파는 행위였고, 그것은 하오문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후환이 돌아올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일이 이렇게 잘못될 것 같은 정보는 팔지 않으니 말이다.
“쿨럭쿨럭! 대…… 대체 누구시오…….”
거칠게 기침을 내뱉으며 단우현을 쳐다봤다.
이런 고수가 악양에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정보는 팔았으면서 정작 그 당사자를 모르는 걸 보니…… 능력 좋은 녀석은 아니로구나.”
“윽……!”
단우현의 조소에 악천진이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떨궜다. 정보를 모으는 것은 수하들과 기녀들이 하는 일이었다.
그것을 팔기는 했으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알아서 정보를 가지고 오니,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이들을 제외하면 기억하지 못했다.
설렁설렁 일한 것이 독이 되어 돌아온 꼴이었으니, 악천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추문세가.”
“!?”
악천진은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일 년 전, 느닷없이 악양 인근에 자리를 잡은 커다란 장원.
어느 날부터 현판에 호남단가라고 새겨 놓았고, 악양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을 해결한 자들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왔다.
도통 자세한 정보를 모을 수가 없었던 탓에 악천진 또한 거의 반쯤 포기한 상태였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대략적인 내용만 추문세가에 넘겼다.
‘그것이 화근이 되었단 말인가?’
하지만 억울한 면도 있었다.
“파…… 팔기는 하였지만, 그리 대단한 정보는 아니었소. 믿어 주시오!”
“그러겠지.”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정보든 아니든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자신들의 정보가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 자기 집 앞마당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리인데, 이 얼마나 불쾌한가?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죽음을 코앞에 둔 악천진에게 있어 희망의 빛이나 다름없는 한마디였다.
푸르죽죽하게 반쯤 죽어 있던 표정에 한순간 생기가 돌았다.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미친 듯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저, 정보를 달라면 드릴 것이고, 여자가 필요하시면 기녀를 내드리겠습니다.”
“그딴 건 필요 없다.”
단우현은 악천진과 눈을 마주쳤다.
한순간, 악천진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정신이 멍해지며 전해지는 아찔함에 소름이 돋고 공포감이 뇌리를 크게 자극했다.
고개를 돌리고 싶었으나, 몸의 힘이 빠져 그조차 불가능했다.
“하오문주는 어디 있지?”
“히이이익!”
악천진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눈앞에 있는 단우현은 천외천, 죽음보다 더 두려운 자임였다.
그러나 하오문주는 악천진에게 있어 은혜를 베풀어 준 은인이며 어떤 의미로는 단우현보다 더욱 두려웠다.
중원 천지에 하오문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그런 곳을 배신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모…… 모릅니다! 정말로 모릅니다!”
“하오문의 문주는 모습을 아주 잘 감춘다고 하더군. 그래도 너라면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꿀꺽하며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악천진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숨을 삼켰다.
하오문이 한 해에 벌어들이는 돈은 그야말로 엄청났고, 정보를 모으는 실력도 중원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대단하다 보니, 많은 세력에서 하오문주를 노렸다.
하여 문주는 언제나 모습을 감춘 상태였고, 하오문에서도 고위급 인사가 아니라면 그와 연락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정말…… 모…….”
“이곳 악양은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동정호를 보기 위해 찾아오고, 그만큼 돈이 되는 곳이지.”
“윽……!”
“당연히 관리해야 할 것도 많고, 상당한 금액을 만져야 하는 만큼 하오문주 입장에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두어야 했을 거다.”
악천진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이건 단순히 모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단우현은 마치 처음부터 자신들의 사정을 다 알고 온 것 같았다.
어느새 뻗어진 단우현의 손이 악천진의 얼굴을 붙잡았다.
손이 얼굴에 닿는 순간 전신은 마치 뇌격에 얻어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느꼈다.
“끄아아아악!”
“다시 묻지. 어디 있나? 하오문주.”
단우현의 냉정한 한마디가 천둥처럼 그의 귀를 후려쳤다.
* * *
“끄아아악!”
“아아악!”
“사…… 살려……!”
악양 어귀에 있는 개방 분타
그곳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거지들이 숨을 삼키며 몸을 숨겼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서 확인할 엄두조차 들지 않았다.
들려오는 비명만으로도 저곳은 지옥과도 같았으니까.
“허허, 이것 참…….”
군자검의 가면을 뒤집어쓴 남궁천이 쯧쯧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에 있는 거지들의 수가 약 이백여 명 정도. 악양은 물론이고, 인근 현에 있는 놈들까지 모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하긴 회의를 할 시간에 일부러 덮친 것이니 다들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쓰러진 이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하면서도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남궁천은 속으로 ‘자제를 해야 하는데…….’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지만, 들끓는 무인의 피는 쉽게 죽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그때 분타주로 보이는 자가 숨을 헐떡이며 봉을 들었다.
백여 명이나 되는 이들을 괴멸시킨 남궁천의 힘을 느꼈음에도 포기하는 눈빛조차 내비치지 않는 것은, 그가 가진 신념 때문이리라.
“도대체 뉘신데 이런 패악을 저지르는 것이오! 예가 어디인지 알고 이러는 것이외까!”
“개방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왔네.”
“큭……!”
그걸 알면서 찾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긴 이백여 명이나 되는 제자들 중 절반 이상을 때려눕혔고, 그러고도 숨 한 번 고르지 않는 인간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한데, 고작 삼결제자가 분타주라니…… 개방도 이제 이름뿐인가?”
“이놈! 감히 개방을 욕하느냐!”
분노에 휩싸여 크게 소리치는 분타주를 바라보며 남궁천은 미소를 지었다.
“타구진을……!”
소림의 백팔나한진과 비견된다는 타구진을 펼치려 하는 순간, 남궁천의 모습이 슥 하고 사라지더니 어느새 코앞에 나타났다.
꽈악!
“꺼어어억!”
생각할 겨를도 없이 뻗어진 손에 목이 붙잡혔다.
“이 노부가 이곳에 온 것을 고맙게 생각하게. 아니었으면 모두 죽었을 테니까.”
숨을 못 쉬고 헐떡이는 분타주의 귀에 속삭였다.
“경고하네만…… 한 번만 더 호남단가의 정보를 판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일세.”
분타주는 그제야 이해했다.
고작…… 고작 그런 이유로 개방의 분타 하나를 작살 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쓴 가면을 보고 있자니, 현실임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 * *
검은 가면을 쓴 노인이 유유히 길을 걷고 있었다.
한적한 골목, 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은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시선들이 꽂히는 것을 느꼈다.
노인, 아니 사도학은 그 시선을 무시하며 골목의 자그마한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한 명의 점소이와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안으로 들어온 사도학을 바라보며 반짝 눈을 빛냈다.
“어서옵……!”
점소이 하나가 빠르게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이려는 찰나. 빛살과도 같은 섬광이 번뜩이며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서걱!
점소이의 머리가 반으로 잘려 날아갔다.
워낙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누구 하나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피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순간, 상황을 깨달은 주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몰래 숨겨 두었던 검을 꺼냈다.
서걱!
하나, 그것을 채 뽑기도 전에 목이 달아났다.
“쯧쯧…… 살기가 짙어. 웃을 때는 숨겨야지, 이 모자란 것아.”
사도학은 혀를 차며 점소이를 바라봤다.
엎어져 있는 그의 손에는 비수가 들려 있다.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방심을 유도하고 순식간에 독이 묻어 있는 비수를 휘두를 심산이었으리라.
사사삭-!
“웬 놈이냐!”
소란을 느낀 살수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이곳이 어디인지 아는 이라면 감히 저러한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무림맹에서 난동을 피우면 피웠지, 살각에서 난동을 피우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천당가보다 더욱 지독하게 원수를 쫓아 몇 배 이상으로 되갚아 주는 곳으로 유명한 살각이니까.
사도학은 그런 이들을 살펴봤다.
하나둘셋, 하며 수를 세더니 스물이 된 시점에서 행동을 멈췄다.
“생각보다 적구나. 살황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조금은 재미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놈! 정녕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시끄러우니 웃기지도 않은 말은 그만하고 어서 오너라. 오랜만에 피를 봤더니 좀이 쑤시는구나.”
가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사도학의 얼굴은 한껏 비틀려 있었다.
상대는 다른 곳도 아니고 살각이었다.
이곳을 건드린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을 의미했다.
바로 살각과의 전쟁.
단우현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그를 보냈을 것이다.
“애초에 네놈들이 잘못한 것 아니냐.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사람을 죽이려 했으니 말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단우현은 이 기회에 모든 위험 요소를 뿌리 뽑으려 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을 하자면 단소미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이들을 말이다.
오늘부로 살각의 악양 지부는 사라진다.
단우현이 그리 말했고, 사도학이 움직였다.
누구도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사도학이 검을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몸에서 마기가 끓어 올랐다.
“어디 한번 어울려 보자꾸나. 하하하!”
괴기스러운 웃음소리와 함께 마기가 주변으로 미친 듯이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