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4
이른 아침, 부서진 장원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단우현이 작은 신음을 삼켰다.
어린아이가 한 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기둥 몇 개는 당장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금이 가 있었으며, 정원은 더 이상 정원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으스스한 풍경을 연출했다.
늦은 밤, 달빛조차 없는 날에 본다면, 귀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를 풍겼다.
“헤헤…….”
단소미가 곁에서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단우현이 바라보고 있는 곳마다 자기가 부순 흔적이 가득하니 민망했던 모양이다.
평소라면 슬쩍 떨어져 눈치만 보고 있었을 테지만, 그러지 않고 옆에 붙어 있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단우현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잘했구나.”
“힝…….”
단우현의 뜬금없는 칭찬에 단소미가 풀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 잘했다는 의미로 내뱉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탓이다.
그때, 작게 한숨을 쉰 단우현이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침부터 정자에 기대 자고 있는 사도학, 그 옆에서 제갈운과 바둑을 두고 있는 남궁천이 보였다.
권무진과 마장강은 한쪽 구석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얻어맞은 듯한 장삼태가 훌쩍거리며 마당을 쓸고 있었다.
짝!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손뼉을 쳤다.
그 소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주목되었다.
“장원을 고치겠다.”
“사람 불러, 사람.”
“돈도 많은데 사람 쓰죠.”
단우현의 한마디에 모든 이들이 손사래를 쳤다.
귀찮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모든 이들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밖에서 자고 싶다면 그래도 된다.”
“아! 저것부터 고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요! 이 삼태가 후딱 망치와 못을 준비합죠.”
“크흠……. 주군, 나무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벽지도 새로 발라야 하니…… 얼른 악양에 다녀오겠습니다.”
눈치 빠른 장삼태가 후다닥 달려가 망치와 못을 챙겨 왔다. 권무진이 도끼를 들고 숲으로 달려갔고, 마장강이 찢어진 문풍지를 사 오기 위해 악양으로 향했다.
한순간에 눈치 빠른 이들이 가장 편한 일만 맡아 사라졌다.
사실, 단우현 곁에 있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하냐?”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제대로만 하면 말이지.”
힐끗 시선을 주는 단우현을 보며 사도학과 남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있으면 빨리 끝나긴 할 것이다.
“그럼 시작해 보지.”
단우현이 장원을 둘러보며 웃음을 지었다.
* * *
“하아…… 하아…… 하아…….”
한 남자가 거칠게 숨을 쉬며 시뻘건 눈동자를 빛냈다.
걸치고 있는 옷은 넝마나 다름없었고,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했다.
남자의 몸은 살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처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숨을 쉬고 있었으며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베이고 찢긴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는 보통 사람이라면 닺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나, 남자는 일말의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 듯 표정조차 없었고, 그저 지친 듯이 헐떡이기만 했다.
그가 쥐고 있는 칼에 엉겨붙은 피는 사방에 널려 있는 수십여 명의 고수들이 흘린 것이 분명했다.
“나…… 나는 죽지 않는다…….”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빛냈다.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실로 인간 같지 않았다.
그는 살고 싶었다.
죽고 싶지 않았다.
복수해야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트린 그놈을 죽여야 한다.
모든 것을 잃은 자의 분노는 악마에게 그 영혼마저 팔아치우게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이 그 대가라 생각하면, 씁쓸하면서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에 터벅터벅 걸으며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비록 구파일방은 아니지만 중소문파 중에서도 나름 이름을 가지고 있던 문파였다.
안에서 사람들이 도망쳐 나오거나 혹은 괴로움 가득한 신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두 죽은 것이다.
“죽인다…….”
어딘지 모를 곳을 걷고 있는 사내는 화마를 뒤로하며 걸었다.
수시로 목을 축이듯 몇 번이고 입가에 묻어 있는 혈흔을 핥았다.
그 모습은 실로 기괴하였고, 더 이상 인간이길 포기한 것 같았다.
본인 또한 그리 생각하는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거기 멈춰라!”
차차차착-!
그때, 느닷없이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칼을 찬 이들.
결코 평범하다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처음부터 그를 쫓아온 것인지, 막아선 이들의 눈빛은 활화산처럼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가슴에 무림맹을 뜻하는 자수가 새겨져 있었고, 실력은 하나같이 일류 이상이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기괴한 이를 바라보며 하나같이 전의를 불살랐다.
친한 친구를 잃었고, 가족을 잃었으며, 연인을 잃은 자들의 분노였다.
바득바득 이를 갈며 칼을 쥐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해서든 저 괴물을 베겠다는 의지가 가득 깃든 눈빛이었다.
“모용혁문!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정파의 이름을 더럽힌 죄! 죽음으로 갚아라!”
“…….”
모용혁문.
그는 무림맹 고수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은 흡사 악귀와도 같았다.
아니, 악귀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섬뜩했고, 접근하고 싶지 않은 살벌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검을 고쳐 쥐고 눈을 빛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달려들었다.
마치 맹수와도 같이.
* * *
나흘 가까이 걸린 집수리가 드디어 끝이 났다.
단우현의 압박 탓에 농땡이조차 칠 수 없었던 이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였기에 가능했다.
폐가 같았던 장원은 어느새 예전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지친 듯 주저앉은 권무진이 숨을 골랐다.
“이제 부술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단소미가 집을 부쉈을 때, 얼마나 기겁하였는가?
권무진 또한 공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단소미처럼 무식한 힘이 솟아나지 않기에 어떤 의미에선 부럽기까지 했다.
“소미는 부수지 않았는걸요!”
“하하, 네 의지가 아니었다고만 해 두자.”
권무진의 말에 단소미가 두 볼을 가득 부풀렸다.
괜히 약이 올랐다.
“되었다. 그보다…… 이제 오는구나.”
슥슥-!
단우현이 담장 너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흘 동안 이어진 큰 공사가 끝나자 먼 곳에서 냄새를 맡은 것인지, 백호와 백묘가 담장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단소미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려다 이내 움찔 걸음을 멈췄다.
백호의 입에 사슴 한 마리가 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것을 물고 왔구나.”
크르릉-
백호가 낮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사냥한 사슴을 내려놓자, 백묘가 그 등에서 폴짝 뛰어내려 사슴의 다리 부분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잘도 먹는다.
“제가 요리합죠! 하하! 사슴고기는 오랜만이니 실력 발휘 좀 해 볼깝쇼?”
장삼태가 죽은 사슴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동시에 사슴고기를 와구와구 먹고 있던 백묘가 대롱대롱 딸려 올라왔다.
“…….”
장삼태가 그것을 가만 바라보다가 손을 휙 하고 한 번 휘둘렀다.
그러나 백묘는 날카로운 발톱을 더욱 고기 속으로 집어넣고는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에잇! 그만 나와!”
냐옹-!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배가 고픈 것인지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듯 백묘는 버티고 또 버텼다.
결국 짜증이 난 장삼태가 마구잡이로 사슴을 흔들자, 백묘가 새된 소리를 냈다.
냐아아아앙-!
그러다 휙 하고 그대로 뛰어올라 단숨에 장삼태와의 거리를 좁혔다.
촤악!
“끄아아앆!”
장삼태가 얼굴을 부여잡고 괴성을 내질렀다.
툭 하고 고기가 떨어지자 백묘가 만족스런 울음을 지으며 와구와구 씹어 먹기 시작했다.
옆에서 난리를 치는 장삼태 따위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단우현이 한숨을 쉬며 백묘의 목덜미를 붙잡아 올렸다.
장삼태에게는 거칠게 반항했던 녀석이 얌전한 표정으로 귀엽게 울음을 터트렸다.
냐아-
“네 것은 나중에 챙겨 주마.”
백묘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자그맣게 울음을 터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의 말이다.
설령 싫다 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
백묘 또한 단우현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
캬아아악-!
장삼태가 욕을 하며 백묘를 노려보니, 단우현의 품에서 내려온 백묘가 털을 바짝 세우고 장삼태를 노려보며 위협했다.
‘어디 한번 덤벼 봐라.’
마치 그렇게 도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휴, 고양이 새끼 한 마리 어찌 못해서…… 쯧쯧.”
“한심하긴…….”
권무진과 마장강이 혀를 차며 그것을 바라봤다.
백묘가 장원에서 가장 만만하게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장삼태였다.
약하기 때문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얕보이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를 갈며 백묘를 노려보던 장삼태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한 대 칠 기세였다.
크르릉-!
그때, 슬그머니 백호가 장삼태의 옆을 지나가며 소리를 냈다. 경고 섞인 낮은 울음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에라이, 씨벌! 이놈의 고양이 새끼들은 내가 지들 밥인 줄 알아!”
장삼태가 거칠게 소리를 쳤으나, 두 마리 영물들은 듣는 척조차 하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보다 못한 단우현이 나섰다.
“시간 아깝구나. 어서 요리나 내와라.”
“내가 밥해 주는 인간이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삼태가 크게 소리쳤다. 모든 이들이 그 자리에 굳어 장삼태를 멍하니 바라봤다.
백호마저 콧방귀 소리를 냈다.
딱-!
“아아악!”
“매를 버는구나.”
머리통을 부여잡은 장삼태가 인상을 썼다.
이제는 꽤 맷집이 붙어 이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억울한 표정으로 사슴을 가지고 부엌으로 향했다.
“쯧쯧쯧…… 저놈은 어째 변하지를 않아.”
사도학이 그것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