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66
단우현과 장삼태가 뱃사공이 머물고 있다는 항구 쪽으로 향한 건 유시(酉時)가 조금 넘어서였다.
배가 고픈 장삼태가 이것저것 먹거리를 찾아다닌 탓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어졌다.
그런데도 그곳은 환했다.
인근에 홍등가가 있다는 것이 한몫하기도 하였지만, 곳곳에 놓은 등불들 덕에 어느 배가 나갔는지 나가지 않았는지를 알 정도다.
그 근처를 선검문의 인물로 보이는 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치 나가고 들어오는 배들을 감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선검문의 인물들은 배를 감시하면서도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항구 쪽으로 다가오는 단우현과 장삼태를 주시하며 시선조차 떼지 않았다.
“범죄자가 된 기분이로군.”
단우현이 슥 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사방에서 꽂히는 시선에는 날카로움이 있다.
마치 허튼짓을 벌였다간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불쾌하긴 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흔한 일이라 생각을 한다면, 굳이 그 불쾌감을 드러내어 저들과 마찰을 빚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 여기까지 오기는 왔는데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
“글쎄요?”
장삼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는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름을 듣기는 하였지만, 누구인지는 모른다.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일 테지만, 항구에는 아무도 없기에 물어볼 수도 없다.
선검문 놈들에게 물었다가는 역으로 의심을 사고 말 테니, 괜한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분명히 이 근처에 집 하나가 있다고 했습니다만…….”
휘적휘적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배들이 가득하지만 집으로 보이는 것은 없다. 그들이 있는 곳 근처에 무언가 있다고 한다면, 배와 선검문, 그리고 바다 정도라 할까?
단우현이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지 눈을 빛냈다.
“저곳인가 보구나.”
“어?”
단우현의 시선을 따라 한곳을 주시했다.
항구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해변. 모래사장 인근에 나무들이 몇 그루 심겨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는 사람이 살 수 없을 법한 판자가 놓여 있었는데, 흐릿하긴 하지만 인영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저런 곳에 어떻게 사람이 삽니까?! 제법 유명한 뱃사공이라 했습니다만?”
“일단 가 보도록 하지.”
어차피 지금 당장 단서는 없다.
어찌 되었든 간에 부딪혀 보지 않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단우현은 가 보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다.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장삼태의 입장에선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딱히 이렇다 할 곳을 찾지 못하였다.
“저놈들…… 자꾸 쳐다봅니다만?”
“네놈도 쳐다보거라.”
“그럼 싸우자는 거 아닙니까?”
“하하.”
그 판잣집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선검문의 시선들이 따라왔다. 의미심장한 표정과 행동, 그리고 마치 경계를 하는 눈동자.
그런 것들이 두 사람을 향해 꽂힌 채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은 시선과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저들의 감정이 그 눈빛에 남아 그리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봐, 거기 네놈들…… 잠시 멈춰 봐라.”
그때, 선검문의 한 인물이 서서히 다가왔다.
경계 어린 시선으로 다가오는 발걸음은 제법 묵직했고, 말투는 상대를 위협했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단우현이나 장삼태가 아니었다면 통했겠지만, 두 사람은 눈 하나 껌뻑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였다.
“무슨 일이쇼?”
“……뭐 하는 놈들이기에 이 시간에 돌아다니느냐?”
“어……? 여기 포졸이쇼?”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포졸이라면 납득할 만한 상황이지만 일개 무인이 누군가를 검문한다는 것은 장삼태의 상식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단우현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 상황을 지켜봤다.
“우린 선검문이다. 수상한 자가 배회하고 있기에 검문을 하는 것이고.”
“그런 문파 처음 듣는데……? 우린 바닷가를 처음 와서 이곳저곳 구경하고 있는 도중이오. 딱히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장삼태가 말끝을 흐리며 선검문도를 바라봤다.
그의 눈초리가 더욱 날카롭게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이윽고 검을 집으려는 것인지 한 손을 움직이려는 순간, 장삼태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 바다 냄새 정말 좋지 않소? 내가 육지에서만 살아서 바다가 이렇게 넓고 짠 내가 나는 곳인지 몰랐소. 우하하하! 그렇지 않습니까요, 장주님? 이 바닷물 좀 보소.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겠구나!”
그런 소리를 하며 장삼태가 바닷가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은 탓에 금방 도착할 수도 있었는데, 이내 바닷물에 대가리를 처넣고 꿀꺽꿀꺽 그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크웩! 자…… 장주님 이 바닷물 너무 짭니다요. 이걸 사람이 어찌 마십니까요?”
장삼태가 손사래를 치며 혀를 내둘렀다.
너무나도 짠맛에 미각을 잃을 것만 같았다.
“멍청하긴…… 사람이 그냥 바닷물을 마셨다간 죽는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돌아가거라.”
그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선검문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그래도 바닷물을 그냥 마시면 안 된다는 정도의 상식은 있어야 하는데, 저 꼴을 보니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처럼 보였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더니, 이내 동료들과 지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지 말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선검문도들이 하나둘씩 장삼태를 쳐다보며 키득거리는 것이 보였다.
“염병…… 별짓을 다 하네.”
장삼태가 시뻘게진 얼굴을 부채질했다.
입안의 짠맛을 없애기 위해 품에 넣어 두었던 물을 마셨다.
“좀 말리지 그러셨습니까요? 더 마셨으면 정말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요?”
“어찌하나 싶어 보고 있었다. 제법이구나.”
“제법은 무슨…….”
천천히 걷고 있는 장삼태는 불만을 토했다.
사실 단우현의 한마디면 해결될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호남단가라는 이름을 팔았으면 되었을지도 모른다.
천하제일세가라 불리는 곳이 다름 아닌 호남단가.
선검문인지 뭔지 하는 놈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하여도, 호남단가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반드시 고개를 숙였을 거다.
하지만 대놓고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쓸데없는 연기를 하며 저들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
“빨리 가십시다. 아이고, 혓바닥이야…….”
“용케 그런 짓까지 하는구나.”
“다 장주님을 위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요! 너무합니다!”
장삼태가 울상을 지으며 단우현을 쏘아봤다.
억울함이 가득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 행동의 의미를 몰라주는 단우현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이미 그러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화를 낼 기운조차 없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항구를 벗어나 해변으로 들어섰다.
더 이상 선검문도들의 시선이 쏟아지지 않는 것을 느끼며 판잣집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섰다.
그곳은 조금 전 보았던 것이 환영이 아니었다는 듯이, 안에서는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장삼태가 힐끗 단우현을 바라보고는 허락이 떨어졌다 생각을 하는지 천천히 판잣집을 향해 다가갔다.
“뉘 계쇼?”
“……누구인가?”
목소리가 들렸다.
제법 굵은 목소리다.
하지만 안에 있는 자는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인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장삼태는 또다시 말을 걸어야 했다.
“잠시 일이 있어 찾아왔소. 들어가도 되오?”
“나는 그대들과 용무가 없네만?”
“우린 있으니 찾아온 거 아뇨?”
“…….”
당당한 장삼태의 태도에 안에 있던 자가 신음을 삼켰다. 그냥 돌아가라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인데, 그것을 알아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모든 상황을 생각을 해 보니, 쉽게 돌아갈 것 같지도 않았다.
작은 한숨이 들렸다.
이윽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백발의 건장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응? 자네들은 분명…… 객잔에서?”
“어라……?”
장삼태와 노인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객잔에서 보았던 그 노인이다.
무공도 익히고 있지 않은 노인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몸과 험상궂고 사내다운 얼굴을 쉽게 잊을 리가 없었다.
“자네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이야기를 듣고 온 겐가?”
노인은 단박에 상황을 눈치챘다.
애초에 외지인이 이런 곳을 알 리가 없다. 이곳은 항구에서도 가장 끝에 있는 해변이고, 마을 사람이 아니라면 잘 찾지도 않는 곳이다.
또한 노인을 찾아왔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정말 주산군도에 가고 싶은 모양이로군…….”
“그래…… 잘 아는구나.”
노인이 힐끗 고개를 들어 올려 단우현을 바라봤다.
담담하기 짝이 없는 눈빛과 표정은 일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오랫동안 사람을 겪어 온 노인조차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흥미가 솟았는지 피식 웃음을 지은 노인이 입을 열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겠는가?”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군.”
단우현이 수긍하며 노인의 뒤를 따라 좁은 판잣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의 내부는 그리 크지 않다.
성인 남성 서너 명 정도가 누울 수 있는 공간만이 있는 곳이다.
식사해 먹을 곳도 마땅히 없어 보이는 공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까?
“괜찮은 곳이로군…….”
“하하, 그리 말해 주는 건 자네밖에 없을 것이네.”
노인은 그렇게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딱히 내줄 것은 없지만 오랜만에 손님이 왔기 때문인지, 바닷바람에 널려 놓은 생선포를 가져다 놓았다.
“이런 것밖에 없지만 입이 심심할 테니 드시게나.”
“육포 같은 것입니까요?”
“그렇다네.”
장삼태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생선포를 입에 넣었다. 알싸한 맛과 함께 비린내가 올라왔지만, 사르르 녹는 것이 제법 맛이 있었다.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남은 것들을 단우현에게 건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장량이라 한다네. 오랫동안 이곳에서 배를 몰았지.”
“그런 것치고는 너무 빈곤하다만…….”
“역시 그리 보이는가?”
노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장죽을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내뱉는 새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 연기 속에는 노인의 근심 걱정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산군도에는 갈 수 있네. 그러나 갈 수 없다네.”
“그건 무슨 소리냐?”
“일단 나에겐 배가 없네. 그리고 선검문이 내가 배를 모는 것을 금지했지.”
“……? 영문을 모르겠다만?”
단우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노인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한 의미를 눈치챘는가?
노인이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씁쓸히 웃었다.
“아무래도 선검문과 주산군도의 있는 무언가가 연관되어 있는 듯하네. 그렇기에 그들의 눈을 피해 그곳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