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21
빠각!
걷어차인 사내의 얼굴이 넘어갔다.
극심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넘어짐과 동시에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대로 골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운이 좋은 것인지 피만 조금 흘린 것으로 끝이났다.
“다시 말해 봐!”
“커컥, 그…… 그 아이…… 기억한다 했소.”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소.”
장삼태는 또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다.
‘빡!’ 소리가 날 정도로 격렬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사내는 곧 죽어 갈 것 같은 시선으로 신음을 삼켰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 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가주인 진도유나 가모인 공백지가 얻어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는데, 고작해야 일개 무사를 살리기 위해 달려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힐끗 시선을 돌려보니 진도유의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화…… 확실히 그 아이를 죽인 것은 우리가 분명하네.”
“이 자식이!”
장삼태는 또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강하게 힘을 주고 있는 것이 그대로 내리치면 사람의 머리라 한들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는가! 만약 반대 상황이었어도 그리했을 것이네!”
사내는 결코 굽히지 않았다.
아이가 죽은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 한들 자신의 것을 도둑맞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그 당시 비단을 도둑맞은 직후, 그것을 관리하고 있었던 호위들이 온전히 그 값을 물어내야 했다.
은자 오십 냥 가까이 했던 비싼 물건이다.
그것을 고작 세 명이서 부담을 해야 했으니, 따지고 보면 사내 역시 피해를 입은 것이나 다름없다. 응당 화가 날 수밖에 없었고, 또한 그러하니 더욱 심하게 때릴 수밖에 없었다.
“너 이 새끼가 감히 그딴 말을 입에 올려?!”
“차라리 죽이게! 그게 더 속이 편할 것 같으니!”
“시벌놈들! 죽인 것도 모자라 무덤까지 파헤친 것들이 잘도 그런 말을 입에 담네!”
빠각!
장삼태는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얻어맞은 사내가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쿵!’ 하는 격렬한 소리와 함께 엎어지며 입에서 한 움큼 피를 토했다. 다행히 숨이 붙어 있는 것 같기는 하였지만, 중상에 이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크…… 흐흐, 사…… 산에 있던 무덤 말인가? 알지…… 잘 알지.”
“뭐라고?”
“그 무덤…… 확실히 우리가 파헤치기는 했네…… 하지만 가주님의 명령으로 다른 곳에 이장을 한 것이지 결코 버리지 않았네. 오히려 지금까지도 그 무덤을 관리한 것이 바로 가주님일세!”
사내는 결코 기죽지 않고 말을 입에 담았다.
대강 흘러나온 이야기를 보면, 장삼태와 진도세가의 원한은 상당히 깊다 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방적인 장삼태의 입장이라 해야 할 테지만, 그렇다고 진도세가 역시 방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가 죽은 것은 온전히 실수였으니 할 말은 없으나, 그 아이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파헤치기까지 했다.
장삼태의 입장에선 화가 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장을 한 아이의 무덤을 지금까지 보살펴 준 것이 누구였는가?
“쿠…… 쿨럭! 가…… 가주께선, 해, 해마다 찾아가 술을 부어 주시고 잡초도 뽑아 주셨네. 자…… 자네가 지금까지 찾지 않았던 그 아이를 말일세.”
“그…… 그럴 리가…….”
장삼태가 고개를 돌려 진도유를 바라봤다.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당시에는 전대 상단주 즉, 진도유의 아비가 있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아비의 성격상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호위들이 떠맡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땅을 사고 그곳에서 시신들을 발견했을 당시, 진도유는 아비의 업보를 조금이나마 풀고자 모르는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여 고른 땅에 묻어 주고 지금까지 돌봐 주었다.
그것이 설마 이렇게 연관이 될 줄이야.
“권 호위의 말은 사실이네. 마을 서쪽 자그마한 사찰에 가 보게나. 자네가 말한 아이가 맞다면 그곳에 있을 것이니……. 발견한 무덤은 총 셋이었고 그중 가장 작은 뼈는 아이의 것으로 추정되었네. 올려놓은 돌에 장지아라 쓰여 있어 그리 위패를 만들어 놓았네.”
“이런 시벌!”
장삼태는 이를 갈았다.
주먹을 말아 쥐었지만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날카롭게 진도유를 쏘아보다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저들이 단순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이면 죽을 줄 알쇼!”
장삼태는 더 이상 들은 가치도 없다는 듯이 몸을 날렸다.
실제로 여동생의 이름은 장지아. 진도세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알 리가 없으니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사라지자 살각의 인물들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어찌해야 할까?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살각의 위치가 크게 흔들릴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몰살을 하여 그 입을 막는 것 역시 좋은 일이었다.
그러한 살기를 느꼈는가?
진도유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의뢰는 완료했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니 자네들도 그리 알게나.”
“……좋은 판단이로군.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말을 바꿀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으니. 살각 무서워 발이나 뻗고 자겠는가?”
진도유는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지는 살각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매서운 눈초리로 공백지를 쳐다봤다.
“이런 것을 바랐는가? 자칫 세가가 몰살을 당했을 것이야!”
“으…….”
공백지는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장삼태에게 얻어맞은 곳들이 너무나도 아팠으며,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탓에 제대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가 몇 개나 빠졌는지, 갈비뼈가 얼마나 나갔는지도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진도유의 질책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동정심조차 들지 않는 듯했다.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지 말게! 당장 이곳에서 썩 꺼지란 말이야! 당장!”
진도유가 눈에 불을 뿜으며 화를 냈다.
한 사람의 행동 때문에 무수히 많은 이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 살각도 살각이지만 장삼태 역시 마음만 먹었다면 세가를 몰살하는 것 역시 가능했을 정도의 강자였던 것이다.
그녀의 안일한 행동이 세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렸으니, 진도유는 더 이상 공백지를 아내로서 곁에 두고픈 마음이 없었다.
공백지가 눈물을 흘리며 뭐라 입을 열려 하였지만, 그것조차 바라보지 않았다.
“뭣들 하는 것이냐! 당장 이년을 내쫓지 않고!”
“에…… 예!”
가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심지어 그들 역시 자신이 목숨이 오락가락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공백지에 대한 동정은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
끌려가는 공백지가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 * *
“지…… 진짜…… 있어…….”
사찰에 도착한 장삼태는 눈앞에 있는 위패를 바라봤다. 사찰에 모셔져 있는 위패를 바라보는 순간, 진도유의 말이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호? 그게 네 동생의 위패더냐?”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장삼태는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리소문없이 나타난 이라면 틀림없이 그 세 명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있습니다요…….”
“그래, 보이는구나. 장지아라…… 이름 참 이쁘구나.”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가 고개를 돌렸다.
부들부들 몸을 떨며 눈물을 집어삼켰다. 덜덜 떨리는 손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천천히 다가온 장삼태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보아하니 이 뒤쪽으로 무덤이 있는가 보구나. 한번 가 보겠느냐?”
이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남궁천이다. 사찰에 도착한 순간 주위를 둘러보며, 장지아의 시신이 어디에 묻혀 있는지까지도 파악해 놓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남궁천은 환하게 웃었다.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장삼태의 손을 붙잡고 여동생이 묻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문을 하나 넘어 사찰 뒤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그리 깊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수많은 무덤이 보였다. 아마도 이 사찰에서 관리하는 이들이 아닌가 싶었다. 상당히 많기는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리도 잘되어 있었다.
장삼태는 떨리는 시선으로 주위를 바라봤다.
하나하나 무덤에 새겨져 있는 이름들을 확인했다.
그러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단우현이 한 무덤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저도 모르게 걸음걸이마저 느려졌다.
입이 바짝바짝 말라 오는 것이 영 느낌이 별로다.
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심장은 거세게 두근거렸다.
쪼르르르-
그때, 단우현이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무덤에 부었다. 천천히 한 병을 모두 붓고 나서야 장삼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술맛도 모르고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말이다. 민폐였느냐?”
“…….”
장삼태는 대답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저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무덤을 확인했다.
장지아.
그리 쓰여 있는 자그마한 돌덩이가 보였다. 어린 시절 동생을 묻고 떠나기 전, 이름을 새겼던 그 돌 그대로였다.
“으허…… 으허허헝…….”
주저앉은 장삼태가 울음을 터트렸다.
길었다.
실로 긴 세월이었다.
이제는 그 얼굴조차 흐릿하여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리 동생 앞에 있으니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죽은 여동생이 다시금 나타나 손을 꼭 잡아 줄 것 같았다.
“이 새끼, 남자답지 않게 처울기는.”
사도학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울고 있는 모습이 몹시 흉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코가 시큰하였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없던 감수성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했다.
“으허헝, 이…… 이년아, 오라비가 걱정하지 않았느냐! 왜 이런 곳에 있어! 말 안 듣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구나! 허헝…….”
눈물 콧물 전부를 쥐어짜고 있는 장삼태는 속에 있는 말을 입에 담았다. 비단옷을 입고 나가지만 않았더라도 지금도 여전히 여동생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괜히 말을 듣지 않고 나가 그러한 변을 당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곳에 있으라 했던 곳에서 한참이나 먼 곳에 누워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장삼태는 투덕투덕 무덤을 때렸다.
“오랜만에 보는 오라비가 질질 짜니 참으로 좋겠구나.”
단우현이 그것을 바라보며 어이없이 웃었다.
밝고 좋은 모습을 보여 줘도 모자랄 판국에 울고만 있으니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좋은 것이냐, 아니면 슬픈 것이냐?”
“당연히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요?”
“하하, 그럼 웃거라. 네 동생도 그것을 바랄 터이니.”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아 냈다. 그러한 행동은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 괜한 웃음만 흘러나왔다.
세 사람이 동시에 웃자 장삼태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요!”
“아니, 되었다. 그보다 인사를 나누거라. 나는 잠시 갈 데가 있으니.”
“어딜 말입니까?”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단우현이 어디를 간다고 말을 하면 괜스레 불안감부터 드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사고를 치기 전에 꼭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시켜 이장해야 할 것 아니냐? 언제까지 감숙에 둘 생각이냐. 악양으로 데려가야지.”
“자…… 장주님…….”
단우현의 말은 장삼태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한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는데, 이미 한 걸음 앞서 장삼태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또다시 울컥한 장삼태가 눈물을 흘리며 단우현에게 안겼다.
빠각!
“꾸웩!”
“붙지 마라.”
단우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쓰러진 장삼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