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2
단소미는 이러한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칼을 뽑은 채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한 낭인들을 보고 있자니 아찔함이 극에 달했다. 순간적으로 남궁소혜가 앞으로 나서며 칼을 휘둘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필시, 누군가의 칼에 맞았을지도 모른다.
“뒤로 물러나 있어!”
객잔은 그야말로 개판이다.
부서지고 날아가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엎어졌다. 장삼태의 주먹도 주먹이지만 남궁소혜의 쾌검은 그야말로 무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거라.”
“이거…… 괜찮나요?”
단소미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장삼태와 남궁소혜 둘이서 객잔 안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압도적인 수를 생각해 본다면 필패나 다름없는 상황일 테지만 주변 사람들은 조금도 걱정이 없다는 듯 느긋했다.
“이 정도도 못하면 세가에서 나가야지. 안 그래, 늙은이?”
“허허허-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간 단련시킨 성과는 있어 보이는구만.”
단소미가 우물쭈물하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턱, 하고 머리 위에 손이 올라올 뿐 나서거나 혹은 피하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단우현의 옷깃을 꾹 쥐었다.
그제야 앞을 바라보고 있던 단우현의 시선이 돌아왔다.
“무서운 것이냐?”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다칠까 봐…….”
누가?
남궁천은 힐끗 상황을 바라봤다.
사람이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 의자와 탁자를 쓸어 내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나같이 이름 없는 무인들이며 남궁소혜와 장삼태는 멀쩡한 모습으로 두들겨 패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 식구만 챙기다니.
과연, 단우현의 딸 아닌가 싶다.
“일단 여기는 저 둘에게 맡기고 우린 마차로 가세나. 화를 입을까 무섭네 그려, 허허허.”
남궁천의 말에 사도학이 하!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 자리에 있는 이 중 누군가가 화를 입으려면 얼마나 대단한 이가 와야 하는가?
중원에서 손꼽히는 이들 열이 있어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객잔을 나가자는 말에는 동의한다.
다른 이들은 또 몰라도, 단소미에게 화가 미친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피바다가 될 테니까.
단우현 역시 그런 이들의 생각을 읽은 것인가?
슬그머니 단소미를 이끌며 격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수고들 하라고.”
“다…… 단 공자?!”
깜짝 놀란 남궁소혜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애써 무시했다. 애초에 부른다 한들 멈출 리 없고, 멈추라 말을 한들 그걸 들을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문을 여는 그 순간.
격한 소리와 함께 강상춘이 달려들었다.
“거기서라- 이놈들! 그 소저를 내어놓거라!”
이내 거칠게 소리를 치며 달려오는 이가 있다.
강상춘.
그는,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단소미를 구해 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단우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자란 놈이로군.”
단우현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슬쩍 손을 움직였다.
콰앙-!
* * *
본디, 자그마한 객잔이었던 신선객잔은 아주 오래전, 신선이 찾아와 음식을 먹었다 하여 이름 붙은 객잔이다. 때문에 그 역사가 상당히 깊었는데, 대대손손 물려 내려온 시간만 세어 봐도 근 오백 년은 될 것이다.
또 그 수많은 객 중 장가계가 목적이 아닌 이 객잔에서 묵기 위해 찾아오는 이가 있을 정도이며 심지어, 황제조차 가끔 찾아와 즐기고 가는 곳이니 신선객잔이야말로 장가계의 진정한 관광지이자 명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맙소사…….”
“어찌 이런 일이…….”
그런 곳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사람의 표정에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본디 있어야 할 곳에 객잔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너져 버린 나무 잔재와, 그 속에 깔려 있는 사람들의 몸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신선객잔은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것인가?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천지교의 짓이라고?”
“분명 그렇게 들었소. 마성자와 그 패거리들이 신선객잔을……!”
“큭! 망할 새끼들 같으니! 여인을 현혹해 강제로 교인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런 짓까지…….”
사람들이 분노를 토해 내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그들을 상대하다 중상을 입은 이들의 수만 해도 수십 명이 넘어가는데, 무인도 아니고 그런 쪽과는 무관한 신선객잔까지 무너트렸다.
심지어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조리 잔해에 깔려 버렸고, 무고한 객잔 주인과 점소이까지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인 셈이다.
“용모파기는?”
“이미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 놓았소.”
“전서를 날려 무림맹과 천도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 그들의 용모파기를 중원에 뿌립시다. 반드시 붙잡아 이 죗값을 치르게 하고야 말겠소!”
그곳에 있는 무인들이 각오를 다지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금까지 천지교의 많은 악행이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도가 지나쳐도 심하게 지나쳤다.
주변에 있는 무인들의 분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반드시 놈들을 붙잡고야 말겠다는, 그러한 각오가 느껴졌다.
* * *
“아니, 네놈은 왜 힘 조절을 못해? 힘 조절을?!”
마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는 와중, 사도학은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저 가볍게 힘을 쓰기만 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도가 지나치게 힘이 뻗어 나간 탓에 객잔은 무너지고 많은 무인과 죄 없는 이들이 잔해에 갈려 버렸다.
다행히 뒤늦게 남궁천과 사도학이 손을 썼기에 살아 있는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대부분 내일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했을 거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요…… 진짜……. 와,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나 싶습니다.”
“그러게요…… 진짜, 깔려 죽는 줄 알았네.”
마차를 몰고 있는 장삼태가 벌렁거리는 심장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느닷없이 엄청난 힘과 함께 객잔이 풀썩 가라앉는데, 피하는 것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커다란 기둥에 깔려 버렸을 거다.
이것은 남궁소혜 역시 마찬가지다.
하여, 찌릿 단우현을 쏘아봤다.
“잠시,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간 거다. 신경 쓰지 마라.”
“사람 죽여 놓고 죄송하다 할 분이시군요.”
“하하, 그리 매정하게 보이나?”
단우현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초리가 매서운 탓이다.
가볍게 손을 쓰려고 했던 것인데, 녀석이 단소미를 바라보고 있는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하여, 저도 모르게 힘이 조금 더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설마 객잔 건물이 그리 약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백 년도 더 된 건물이라 하네. 작은 힘으로도 무너질 만하지.”
“나참, 이제 어쩝니까? 온 사방이 다 적이지 않습니까? 장주님 덕분에!”
장삼태가 투덜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오해가 있었던 것이니 일단 두들겨 놓고, 말로 풀면 수월하게 끝났을 것이다. 그 뒤 편안하게 잠을 자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다시 여정을 떠나면 그만이었던 일이다.
하지만 단우현 때문에 모든 일이 망가져 버렸다.
있는 힘껏 짜증을 내던 장삼태는 느닷없이 식은땀을 흘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 때문이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심장이 크게 벌렁거렸다.
오랜 경험으로 생각해 보았을 땐, 이것은 틀림없는 단우현의 시선이다. 그것을 단박에 깨달은 장삼태가 배시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헤헤헤, 그래도 뭐, 다들 무사하면 된 거 아닙니까? 그렇죠?”
“되었다. 그보다 누가 네놈에게 악적이니 뭐니 하던데…… 그간 우리 몰래 이상한 짓이라도 했나?”
“그, 그럴 리가요!”
장삼태가 화들짝 놀라 급하게 손을 저었다.
그 역시도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다. 처음 보는 이가 악적이니 뭐니 하며 칼을 들고 설치는데, 도통 연유를 알 수가 없다.
“저놈이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닐 시간이라도 있었는가? 일어나면 청소해, 밥 지어…… 애 봐, 가주 심부름까지. 다른 곳에 눈 돌릴 시간이 어디에 있었는가, 허허허.”
“마…… 맞습니다! 어르신 말이 다 맞습니다. 하하,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르는데 그리 철천지원수처럼 덤비냐? 더군다나 이 두 것들을 현혹했느니 마니 하더만…….”
반면 사도학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허튼짓한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오래전부터 사고 친 것들을 생각해 본다면 신용이 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아마 호남단가의 사람 중에서 가장 신뢰가 없는 인간이 바로 장삼태라는 이름 석 자를 지닌 인물이 아닐까 싶다.
“제길…… 언제 적 이야기를……. 저 철들었습니다요!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그런 놈이 집을 튀어나왔냐?”
“아, 진짜 어르신! 어르신이 혼인 생활을 못해 봐서 모르는 겁니다. 부부는 때론 각자의 시간이 좀 필요한 거라고요. 뭘 알지도 못하면서…….”
“뭐라고?!”
내뱉은 말에 엄청난 살기가 몰아쳤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사도학의 기세에 장삼태는 입을 꾹 다물며 어깨를 움츠렸다. 불같이 화를 내는 사도학은 어느 의미론 단우현보다 더 무섭기 때문이다.
“하아…… 어쨌든 일이 좀 많이 꼬인 것 같은데요. 저 사람들…… 쉽게 포기할 것 같지가 않아요.”
그때 남궁소혜가 슬그머니 하늘을 가리켰다.
어둠 가득한 하늘 위에 무수히 많은 전서구가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날아올랐다. 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전부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붙잡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도대체 장삼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하는가?
“신선객잔이 한몫했을 테니…… 커흠……!”
“이런 제길…… 이 사도학이 쫓기는 신세가 될 줄이야……. 참, 세상 오래 살아 볼 만해. 안 그런가, 가주?”
사도학과 남궁천이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장삼태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은 결국 단우현의 한 수 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우현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군. 어쨌든 우린 우리 길을 가기만 하면 되는 거다.”
“조용히 가기는 글렀단 말이다, 이 자식아-!”
뻔뻔하기 짝이 없는 단우현의 한마디에 결국 참다못한 사도학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물론 저들이 쫓는다 한들 눈 하나 깜짝 안 할 법한 이들이긴 하지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다.
더욱이 이리된다면.
“하아…… 얼굴까지 팔렸을 테니 결국 계속 노숙이겠네요.”
남궁소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는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장삼태가 산에 있는 재료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해 준다 한들, 사람 사는 곳에서 먹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더욱이 유람을 하는데, 그 지역에서 유명한 요리를 먹지 못한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결코 이 여정에 따르지 않았을 거다.
“가끔…… 이러한 것도 추억이다.”
그때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정, 어떤 맛있는 음식 역시, 먹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눈빛. 그 뻔뻔함에 모든 이들이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