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51
“……대체 뭐냐, 이것들은?”
단우현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이백이 넘는 이들이 무릎이 꿇려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무림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듯 보이지만 기이한 것이 일말의 투지나 싸우고자 하는 기개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싸울 의지를 잃은 사람처럼 말이다.
또한 그 뒤로는 정파 쪽 낭인들로 보이는 자들이 부들부들 몸을 떨며 서 있었는데, 손에 든 검은 모조리 바닥에 내려놓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존재를 만난 사람마냥 두려움에 질려 있는 것이, 누군가 호통이라도 한 번 치면 기절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긴 뭐야? 습격한 놈들 붙잡아 꿇려 놓은 거지.”
“……그러니까 왜?”
“그럼 시체로 만드랴?”
사도학의 말에 모든 이들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가볍게 뱉은 말이지만 그가 자신들을 일부러 살려 놓았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죽이려 마음을 먹었다면 어느 누구도 살 수 없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휴…… 죽다 살았네, 진짜.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요?”
그때 장삼태가 긴 한숨을 내쉬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조금만 더 일찍 나타났으면 조금 더 일이 수월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엔 사도학과 남궁천이 나서면서 쉽사리 정리가 되었으나, 처음부터 단우현이 있었다면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누구 하나 살 수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
그러나 단우현은 장삼태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처참한 몰골로 무릎을 꿇고 있는 추작한 앞에 섰다.
“천운이 다했군.”
“큭?!”
순간, 들려오는 말에 추작한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계획이, 눈앞에서 철저하게 박살 나는 꼴을 보았다. 또 이백이나 되는 교도들이, 힘없이 농락당하고 짓밟혔다.
모든 상황을 손아귀에 올려놓고 흔들 자신이 있었기에 지금 패배는 뼈가 아프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뭐…… 뭐 하는 놈들이냐……. 나, 나는 무림에 너희 같은 이들이 있다는 걸 들어 보지 못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구나. 뭐 하는 것들이지?”
들려오는 질문에 질문으로 받아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겁 없이 저런 말을 뱉는 것을 보니 아직 정신 교육이 덜된 것 같았다.
슬쩍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짚었다.
콰직!
“끄아아악!?”
이내, 추작한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어찌나 소리가 큰지 모든 이들이 기겁하며 바라봤다. 뼈 부서지는 소리가 이러한가? 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정도다.
“크으윽…….”
추작한이 한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신음을 삼켰다.
아프다.
뼈가 부서지는 고통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 보았다. 하지만 느껴지는 고통보다, 눈앞에 있는 이의 기세가 더욱 두렵게 전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뭐냐, 이 인간은?
이 많은 이들을 한순간에 때려눕힌 가면을 쓴 두 노인보다, 눈앞에 있는 이에 대한 공포가 크게 와닿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난번에…… 원치 않게 한 번 눈을 감아 주었다.”
“……?!”
들려오는 말에 추작한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백호와 삭월묘를 처음 본 그날, 돌아가며 한 사내와 마주쳤던 것을 떠올린 거다.
그게 이 사내였나?
“네…… 네놈은 그때……?”
“뭐 하는 놈들이냐?”
단우현은 추작한의 질문 따위는 받지 않았다.
다시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 그가, 이번에는 반대쪽 어깨를 잡아 주었다. 아직 힘을 주지는 않았으나 마음만 먹는다면 이 또한 산산조각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저, 저희는 처, 천지교의 사람입니다!”
“이, 이놈이!?”
그때 곁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수하가 입을 열었다. 순간 어깨를 쥐었던 손아귀의 힘이 살짝 풀렸는데, 그가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추작한의 어깨는 뼛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처…… 천지교?! 이것들이 천지교라고?”
그때 장삼태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기대하지 않았던 말이 들려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상황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던 낭인들마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며 입을 쩍 벌렸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천지교에 농락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 새끼야! 똑바로 말해 봐! 진짜 천지교라고? 네놈들이!?”
“크윽…… 노, 놓지 못할까!”
그리고 순간, 장삼태가 허겁지겁 달려가 추작한의 멱살을 쥐며 소리쳤다. 단순히, 현상금이 걸린 이를 잡기 위해 모여든 낭인에 불과하다 여겼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니 당연한 것이다.
“진짜냐고, 새끼야!?”
“크으윽!”
이내, 멱살을 부여잡고 마구 흔들어 보았으나 추작한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연 수하를 때려죽일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아, 좀 가만있어 봐요! 정신 사납잖아요!”
그때 남궁소혜가 그것을 만류하며 둘 사이를 떼어 놓았다. 순간, 드디어 그녀의 얼굴을 눈앞에서 마주한 추작한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수많은 미녀를 만나 본 그이지만 이처럼 완벽한 여인은 처음 보았다. 천하제일 미녀라는 수식어가 절로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미쳤다고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운을 흘렸다.
“내 살아생전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보…… 컥?!”
퍼억!
순간, 남궁소혜의 검갑이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우득! 하며 코뼈가 박살 나고, 이빨 두 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내 코피가 터지며 뒤로 균형을 잃은 그를 보며 남궁소혜는 마치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냅다 다리를 걸어 버렸다.
이내 균형을 잃은 그의 얼굴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퍼억!
“꺼…… 어억……!”
“주…… 주군?!”
“헉……!”
그 광경에 경악을 한 수하들이 큰 목소리를 내며 다가섰다. 어느 누구도 그들이 움직이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뭔 짓을 해도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 역겨워……. 진짜 최악이네…….”
그때 남궁소혜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양팔을 쓰다듬었다. 순간적으로 추작한의 몸에서 흐른 기운 때문에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간 것이다.
한순간, 저런 놈이 멋있다 생각이 들다니?
미친 것 아닌가?
남궁소혜는 머리를 쥐어짜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매혹술이라는 것이 엄청 무서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다가가, 쓰러진 추작한의 멱살을 잡아 끌어 올렸다.
“당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끄으으……!”
그러나 추작한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입안은 전부 터져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고,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탓에 퉁퉁 부어올랐다. 그 역시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어떠한 말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눈에 새기며 씨익 웃었다.
뻐억-!
“커억?!”
그러나 날아든 것은 매서운 주먹이다.
어찌나 깔끔하게 들어갔는지 안면에 정확히 꽂혔다. 이미 부러진 코뼈는 완벽하게 박살이 나 버렸고, 아직 남아 있던 이빨이 또다시 허공으로 붕 떠 날아올랐다.
모든 사람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선녀와도 같은 여인의 주먹이 시뻘겋게 물드는 그 광경은,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공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매혹술이라…… 재미있는 것을 익혔군.”
“허허- 아마도 이놈이 마성자인지 뭔지 하는 놈인가 보네.”
“지…… 진짭니까?!”
그때 두 사람의 말에 장삼태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마성자가 매혹술로 사람들을 유혹하니 마니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또, 아름다운 여인들의 환심을 사는 탓에 사내들의 공적이라 불린다 하지 않던가.
하여, 사내들이 그를 악적이라 했다.
장삼태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이 상황이 몹시 웃긴 듯 기가 찬 표정의 사도학이 입을 열었다.
“매혹술을 쓰는 놈이고, 천지교 사람이니 이놈이 마성자겠지. 내 말이 맞냐?”
힐끗, 추작한 근처에 있는 수하들을 바라봤다.
누구 하나 쉬이 대답하지 못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는 것으로 보아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미 주변에 있는 낭인들마저, 그 상황에 확신을 얻은 것 같았다.
“그, 그럼 뭐야? 우리가 마성자 놈에게 농락을 당한 건가……?”
“이런 시발!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창피도 이런 창피가 또 없군. 저분들이 아니었다면 괜한 이를 잡을 뻔했어.”
“그럼…… 저자는 마성자가 아니란 말인가?”
“이 상황을 보면 모르나? 우리가 농락당한 것이네.”
이글이글.
낭인들의 가슴속에 울화가 치밀었다.
천지교 놈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천지교 놈들에게 속아 이 꼴을 만들었다. 만약, 가면을 쓴 노인들이 아니었다면 엄한 사람을 잡고 억울한 일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것도 천지교의 손에 의해 말이다.
그들의 분노가 천지교도들을 향해 쏘아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럼 나는 도대체 뭘 한 거야?”
그러나 울분을 토해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장삼태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널브러져 있는 추작한을 바라봤다.
이놈이 마성자이고, 자신은 저놈이라 오해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놈이 습격해 왔고, 두 번이나 두들겨 패 주었으나 정작 마성자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장삼태는 그간 고생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선 객잔에서부터 시작을 하여, 수많은 이에게 쫓기고 용모파기까지 나돌았다.
다른 일행들은 객잔에서 잠을 자는데 정작 그는 마차를 지키며 노숙을 해야 했고, 다른 일행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정작 자신은 구운 감자나 씹어 먹어야 했다.
억울함에 저도 모르게 바득바득 이가 갈렸다.
매서운 눈빛으로 추작한을 쏘아보았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깨닫고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짜며 주저앉았다.
“나는…… 뭐 한 겁니까요?”
“뻘짓이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속 아프지 않습니까요!”
장삼태가 단우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남궁소혜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피식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누구인지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게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죠. 몸통 위에 달린 게 장식은 아니죠?”
남궁소혜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들기며 씩 웃었다.
영락없이 장삼태를 놀리는 듯한 말투다.
“제…… 제기랄-!”
이윽고,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남궁소혜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그녀를 무시한 자신이 너무나도 창피했던 것이다.
“거짓말이야! 이건! 꿈이라고-!”
그의 목소리가 한없이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