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73
“이봐 저기…….”
“크흠! 고개 돌려 고개!”
악양 거리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그곳에서 한 무리가 너털너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의 허리에는 도검이 차여져 있었고, 하나같이 주홍색 무복을 입은 모습은 딱 봐도 무림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단순히 무림인들이 지나다니는 것이라면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곳은 악양
인근에 있는 동정호가 관광지로서 상당히 유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무림인들이 오가는 것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최근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탓에 고개만 돌려도 무림인들을 볼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작해야 한 무리.
그리 대수로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저들은 악양에 자리를 잡은 문파인 풍검문(風劍門).
근래 악양 인근에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무림문파와 세가들을 찍어 누르고 명실상부 악양 최고의 문파로 거듭나고 있는 자들이다.
무림맹에 속한 중소문파치고는 제법 강한 측에 속하는 곳인데, 최근 들어 악양 일대를 관리하겠다며 순찰을 돌고 있는 데다 파락호 혹은 범죄자들을 보면 그 자리에서 목을 치는 것 또한 서슴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들을 피하게 되었다.
“저 사람들이 나타난 뒤로는 무서워서 저잣거리도 못 걷겠어.”
“…….”
지약은 사라져 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지난번 길을 걷다 저들이 골목에서 파락호들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뒤로 주홍색 옷만 보면 온몸이 움찔거렸다.
“현령님도 골치를 썩고 있다던데?”
“그렇지, 뭐.”
지약은 인상을 썼다.
범죄를 저지른 파락호들에게 죄를 묻고 처단한다. 그것은 본디 현령인 홍원창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저들이 나타난 뒤로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죽은 이들 대부분이 실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는 데다, 관아에 고발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뿌리를 꺾어 버리고 그 흔적을 없애니 홍원창의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셈이다.
두 아이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악양이 흉흉하게 변하니 마음마저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아이도 있다.
홍진랑과 지약이 꺄르르 하며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아이의 시선 끝에는 쭈그려 앉아 작은 강아지와 놀고 있는 단소미가 보였다.
“마음 편해서 좋겠네.”
“조금도 신경 안쓰는 게 더 웃겨.”
어색한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풍검문 사람들이 곁을 지나가도, 그들이 부리부리 눈을 치켜 떠도 단소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무슨 짓을 해도 저들이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 같았다.
“소미야, 넌 풍검문 사람들이 무섭지 않아?”
결국 지약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조금 전에도 풍검문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강아지를 보고 그 사이를 뛰어들어갔다. 보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랐다.
“응? 소미는 그 사람들한테 잘못한 게 없는 걸?”
“그래도…… 그, 무섭지 않아? 저 사람들 막 사람을 죽이고 그런다는데…….”
“헤헤, 거짓말이겠지.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죽일 수 있겠어?”
순진한 것도 정도껏이여야 하지 않은가.
홍진랑은 한숨을 쉬었다.
지난번, 며칠동안 집에 머물렀을 당시에도 느꼈지만, 단소미는 모든 사람들을 믿고 또 그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비해 지는 학당에서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지만…….’
홍진랑은 주륵 식은땀을 흘렸다.
저렇게 순진무구한 아이가 땅따먹기로 아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갔다. 어디 그 뿐이랴? 얼마 전 세 명이서 저잣거리를 배회하다 어린아이 코 묻은 돈을 뺏는 파락호와 마주했다.
홀짝을 이용해 철전 몇 푼 씩 뜯어내는 사람이었는데, 단소미는 그를 상대로 백전백승하며 상당한 금액을 챙겼다.
후에는 화가 난 파락호가 주먹을 휘두르려 했으나, 어쩜 그리도 운이 좋게 순찰을 돌던 포졸들에게 붙잡혀 지금은 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정말이지 미친 운이지…….’
심지어 며칠 전부터는 학장에게 바둑을 배우더니, 이제는 그것으로 학장의 주머니까지 털어가고 있다.
홍진랑은 보았다.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시퍼렇게 죽은 안색을 하고 있는 학장을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말이다. 그때 학장의 표정은 이로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너 혹시…….”
내숭 떠는 거 아니야?
홍진랑은 그렇게까지 말을 하려다 꾹 눌러 참았다.
지약의 눈빛이 무척이나 살벌했으니까.
하여튼, 소미에 대한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덤비려 한다. 나름 학당에서 최고의 주먹이라는 홍진랑이지만 지약의 시선만큼은 어찌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
자칫 집안 말아먹을 일 있나.
“어쨌든 다들 조심해. 저 녀석들 어린 애라고 봐줄 놈들 같아 보이지 않으니까.”
홍진랑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그만큼 위험해 보이는 자들임은 틀림없다.
물론 그래 봐야 눈앞에 있는 지약만 할까 싶다만.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지약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홍진랑이 시선을 돌렸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속으로 욕을 하고 있는 걸 들킨 것 같다.
하여튼 여우같다니까.
“여기가 호북인가?”
“그렇습니다.”
호북으로 들어 선 단우현은 주위를 먼저 둘러봤다.
과거와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다.
지어져 있는 집들은 물론이고 입고 있는 옷들마저 다르다. 하긴 천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간 많은 것들이 변하였으니 모든 것들이 새롭고 낯선 것은 당연했다.
그가 걸었던 모든 풍경들이 달라져 있다.
“한천은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하지?”
“열흘 정도 더 걸립니다.”
동정호의 물줄기를 따라올라가는 중이다.
그들이 있는 곳은 홍호라 불리는 물줄기이며, 이곳에서 동쪽으로 닷새 정도 걸리는 거리에는, 한때 적벽대전이 일어났던 적벽이 존재한다.
상당히 유명한 곳이니 호북에 놀러 온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 볼 법도 하지만, 단우현은 크게 흥미가 없어 보였다.
“한데 주군, 이곳은 무당파의 영역인지라 함부로 행동을 했다간 그들의 눈 밖에 날 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무당파라…….”
단우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야기를 들어 알고는 있었다. 구파일방이라 불리는 세력 중 한 곳이 존재하며, 오랜세월 동안 이 호북을 다스린 존재라 하던가?
제법 재미있기도 했다.
“다른 것은 없더냐?”
“제갈세가가 있습니다.”
단우현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권무진을 바라봤다.
제갈? 제갈이라?
분명 그가 활동할 당시에도 상당히 유명했던 곳이다. 호북 융중산을 인근으로 활동을 하며 기관진법에 능한 가문이라 하였다.
심지어 단우현이 활동하기 수십 년 전에는 삼국을 만들어 낸 제갈공명의 집이 있던 곳이 아니던가?
단우현은 오호- 하며 흥미를 보였다.
“제갈이라 하면 그 공명의……?”
“맞습니다. 무공은 보잘것없으나 기관진법은 물론이고 지략에 무척 뛰어난 집안입니다. 사실 마교의 힘이 정파 보다 강한 것은 분명한데, 정도 무림맹이 생긴 직후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이 중원 땅을 마교에 내주지 않았던 것은, 제갈세가의 힘이 컸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군.”
권무진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단소미 이외에는 모든 것들에게 있어 흥미가 없는 단우현이다. 그런 그의 표정에 처음으로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제갈세가의 흥미가 있으십니까?”
“하하, 그 이름이 낯이 익어 좋구나.”
“……?”
의미를 알 수 없는 한마디에 권무진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제갈세가의 이름은 어느 곳을 가도 익숙한데, 낯이 익어 좋다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곳과 연이 있는 것은……?”
혹시나 싶어 물었다.
제갈세가와 인연이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곳 최고의 두뇌, 제갈운을 손에 넣는다면 세가는 더욱 높이 날아오를 것은 분명하니까.
“아니 없다.”
“그렇군요.”
단박에 끊어 내는 한마디에 권무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무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단우현이, 팔대세가의 명가 중 한 곳인 제갈세가의 사람을 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권무진은 홀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무림맹이라는 곳은 정확히 무엇이냐.”
그때, 단우현이 처음으로 무림에 대한관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덤벼드는 이들을 상대하는 것 외에는 그리 큰 흥미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드디어 흥미를 나타냈다.
권무진이 들뜬 표정을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무림맹은 정파 단체가 과거 무신의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형태였을 테지만 말입니다.”
단우현은 인상을 썼다.
분명 그런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을 하고 베어 낸 것은 아니였기에 그에게 큰 흥미는 없었다.
“무림맹은 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주축이라 할 수 있는 곳은 구파일방과 팔대세가.”
“응?”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았다.
권무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는다. 단우현은 그런 단체들보다 무림맹이라는 곳에 대해 궁금한 것이라 생각되었으니까.
“그 밖에 많은 중소문파들로 꾸려져 있습니다만, 맹주를 기점으로 총사가 있고 그 밑으로 여러 단체들을 다스리는 단 혹은 각주와 지부장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무신을 상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마교와 사파를 막기위해 혹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모인 집단들입니다.”
“그 수장이 남궁천이었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하기는 하지만 저들이 정파 권력에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구파일방이 대세를 이루어 정도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팔대세가가 그 주축이 되었습니다. 검황을 탄생시킨 남궁세가. 정파 이인자인 모용세가가 그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사천당가와 하북팽가, 그리고 제갈세가가 있지요.”
“그렇군.”
“그리고 이들을 보통 천하명가(天下名家) 중 다섯 곳이라 하여 오대세가(五大世家)라 불리우고, 남은 세 곳을 신생삼가(新生三家)라 합니다. 이 삼가에는 황보세가, 진주언가,신창양가가 있습니다.”
“그들이 현 정파를 이끈다?”
“예, 그리고 사파에는 아시다시피 무황성이 존재하고, 마교는 예나 지금이나 천마가 세운 천마신교가 있습니다. 이 세 파벌이 현 중원을 쥐고 흔드는 절대적 존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단우현은 어느 정도 현 무림에 대한상황을 인지 할 수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관심이 없었던 것은 더 이상 그들과 엮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 가장 컸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나, 무림정세에 대해 알아 놓는다면 추후 많은 것들을 생각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정파의 영역이고 제갈과 무당이 다스린다 이런 것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알아 가는 것들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천 년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 느낌은 다소 낯설고 재미있기도 했다.
단우현은 슬쩍 지도를 내려다봤다.
열흘이나 더 가야 하는 거리.
하지만 두근거림이 가시지 않는다.
천 년 만에 있던 둥지를 떠났으니 그 부품마음 오죽할까.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창 밖에서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