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Witches RAW novel - Chapter (1119)
EP.1125 #267_대충 마법학회 일상물(4)
#1119
1.
세상은 넓고, 온라인이란 특성상 현실세계보다 더욱 넓게 느껴지는 SNS엔 온갖 국적의 미녀가 가득하다.
타고난 유전자 +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촬영 스킬 + 뛰어난 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은 필터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경국지색의 미녀들을 찾아볼 수 있달까.
그런 그들 중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는 이들.
그러니까 외모만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하지 않은 이들을 현실에 그대로 옮겨 놓는다면 대강 마녀 평균이 된다.
즉, 수많은 마녀를 앞둔 채 강단에 선다는 것은 천외천 미녀군단의 열의에 찬 시선과 거기에서 기인하는 프레셔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무리 마녀의 미모에 익숙했더라도 노예 시절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을 시우는 태연하게 완수했다.
“이상으로 문 복원사업에 관한 중간보고를 마칩니다.”
기본 지식을 설명한 뒤 사업의 타당성과 그를 뒷받침하는 정보를 모두 제공했다.
자체 제작한 모델과 연구진들의 도움으로 진행된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많은 청중을 놀라게 했다.
“저런 퀄리티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한 달 만에?”
“기초학과 연구진은 스물다섯이라며.”
“진짜 어케한거지?“
프랑스 공무원 뺨치는 느긋한 업무 환경을 자랑하는 게헨나 마녀들이 소문만 무성하던 기초학과의 살인적인 업무량에 경악하는 소소한 해프닝이 있었으나….
꼬장꼬장한 마녀도, 아직도 시우를 마땅찮게 보는 마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쾌한 보고였다.
일주일 이후 공사에 착수한다면 한 달 내에 완공될 것이라는 점.
해당 공사 역시 헤세드 학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까지 물 흐르듯 보고했으니 남은 것은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본디 자체적인 프레젠테이션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의문, 혹은 전문가로서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오는 시간이다만….
“…….”
“…….”
맨 앞줄에 모인 마녀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권위자 앞에서 엄한 질문을 했다가 쪽을 먹을까 봐 부끄러운 게 아니다.
순전히 시우의 설명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했기 때문이다.
“질문이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다.
모두의 주목을 모은 그녀는 태연함을 가장하며 발표를 이어가던 시우가 가장 경계하던 인물이었다.
24위계에 달하는 찬란한 업적.
케테르가 사라진 현시점 가장 위대한 마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한 인물.
진리진명 학술회의 학회장 블랑쉬 에렐림이다.
“어떤 동기로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한 건가요?”
에렐림 공작의 질문은 학술적인 의미의 질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시우가 ‘아 이걸 노렸군!’이라면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종류도 아니었다.
다만 여기서 어설픈 위선과 입바른 말을 늘어놓는 건 하책이라 여겼다.
“게헨나의 평안과 안정을 위해서일 뿐 어떤 개인적 욕심도 없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헤세드 학회의 유능함과 잠재력을 선보이기 위함도 없진 않습니다.”
따라서 적당한 능글맞음을 섞어 여유로움 속에 청중의 웃음을 유도한다.
이게 다 큰 장모님의 스피치 티칭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문의 완전한 복원이 지속적으로 낭비되던 보수를 위한 자원을 세이브해줄 뿐 더러 게헨나 안보에 보탬이 되리란 사실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신시우와 에렐림 공작 사이 보이지 않는 알력(에렐림 공작이 일방적으로 신시우를 마땅찮아 하는 것이지만)은 익히 알려진 사실.
“알겠습니다.”
과연 그녀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하던 대중의 호기심과 무색하게 에렐림 공작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팽팽 굴려가며 다음 날카로운 지적을 예상하던 시우에겐 되려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다들 ‘뭐야? 두 사람 사이 안 좋은 거 아니었어?’같은 눈빛이니 시우는 오죽할까?
공적 연인을 둔 채로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비록 백작이라 한들 아직 햇수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이 게헨나 안보의 핵심축을 도맡는 게 과연 옳은가?
등등 문제 삼으면 답하기 쉽지 않은 까다로운 태클이 날라올 법도 했는데 말이다.
에렐림 공작쯤 되는 사회적 배분과 권력을 지닌 자만이 할 수 있는 태클이 말이다.
“어? 뭐야…. 이거 그림이….”
“헤세드 학회랑 학술회 간에 물밑 거래가 있었던 건가?”
게헨나 마녀 사회에선 사소하고 작은 행동이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즉, 에렐림 공작이 있으나 마나 한 질문을 걸고 간략한 답변에 수긍하는 모습은 다음과도 같이 해석될 수 있었다.
진리진명 학술회가 헤세드 학회의 ‘문’ 보수에 대해 인정했다.
훗날 제기될 수 있던 헤세드 학회의 부족한 정통성을 에렐림 공작이 몸소 보증했다, 라고.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에 시우를 포함한 모두가 당황했지만, 시우는 예정대로 두 번째 폭탄을 떨어뜨렸다.
“앞서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헤세드 학회의 두 번째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호문쿨루스 사냥권이 게헨나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2.
호문쿨루스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귀한 아이템을 드랍하는 유니크 레이드몹이다.
허나 범람 사태 이후 갑문을 손에 넣은 신시우는 호문쿨루스의 리젠 자체를 원천 차단해버렸다.
당장은 큰불에 델 뻔한 마녀들이 그런갑다해도 이미 곳곳에서 불만이 곰팡이처럼 번지던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공표된 ‘사냥권’은 그야말로 불만을 잠식할 혁신이었다.
신시우의 발표를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호문쿨루스를 사냥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어야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호문쿨루스는 골칫덩이였으며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사냥권은 추적에 들어가는 노력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킵니다. 사냥권을 사용하면 10km이내 동면 중이던 호문쿨루스를 즉시 사냥할 수 있습니다.”
“사냥감의 위험도 즉, 호문쿨루스가 몇 개의 눈을 지녔는지는 역시 사전에 인지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에 따라 충분한 준비를 갖춘다면 사냥의 위험성 또한 크게 낮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갑문의 데이터를 해석하여 호문쿨루스의 동면지와 강함을 예측하는 데엔 인시가 소요됩니다. 또한 ‘사냥권’을 만들기 위한 아티펙트 공작에도 적잖은 예산이 들어가죠.”
“따라서 헤세드 학회는 사냥권의 판매와 별도로 전리품의 감정 등급에 따라 약간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예정입니다.”
추방자를 제외한 게헨나 마녀들이 호문쿨루스 사냥에 딱히 열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가 무언가?
호문쿨루스는 신출귀몰하고 어디서 출몰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데다가 확정적으로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고 사냥해도 ‘핵’만 드랍하는 잡몹이 넘쳐나니 말이다.
그러나 사냥권이 생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장 귀찮은 부분을 생략하고, 달콤한 과실을 더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가챠를 돌리듯 호문쿨루스를 사냥하고 그 유물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헤세드 학회는 그런 부담을 대신 져 주는 대신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이니 적어도 게헨나 마녀들로서는 딱히 불만을 품을 부분이 없었다.
“제머나이 마도구 제작사의 협력 하에 헤세드 학회는 연간 1만 개 이상의 사냥권을 제공할 것입니다.”
시우는 현란한 화술로 앞으로의 사업 모델에 관해 소개해나갔다.
“가장 기초적인 사냥권은 눈 5개 미만을 사냥할 수 있는 일반 사냥권, 눈이 10개 미만인 호문쿨루스를 사냥할 수 있는 희귀 사냥권으로 나뉩니다.”
“또한 상위 레벨엔 눈이 10개 이상인 호문쿨루스를 사냥할 수 있는 고급 사냥권. 눈이 15개 이상인 호문쿨루스를 사냥할 수 있는 전설 사냥권. 눈 20개 이상인 호문쿨루스를 사냥할 수 있는 신화 사냥권으로 나뉩니다.”
일단 사냥권을 호문쿨루스의 눈 개수에 따라 세분했다.
일반-희귀-고급-전설-신화다.
“일반 사냥권과 희귀 사냥권으로 구성된 ‘팩’을 구매하고 사냥을 완수하면, 고급 사냥권을 구매할 기회를 우선 지급받게 됩니다. 보시다시피 다양한 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냥권을 팩으로 만들었다.
대강 다음과 같다.
>스타터 팩> 구성: 일반 사냥권 10개 지급, 고급 사냥권 우선 구매권, 헤세드 크레딧 적립
>프리미엄 팩> 구성: 일반 사냥권 9개 + 희귀 사냥권 1개 지급, 고급 사냥권 우선 구매권, 헤세드 크레딧 추가 5%적립
“또한 모든 사냥권 구매 내역과 사냥 실적은 ‘헤세드 크레딧’으로 전환됩니다. 헤세드 크레딧은 마음에 들지 않은 유물이 나왔을 때 소유권을 헤세드 학회에 이전하는 대가로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헤세드 크레딧은 아티펙트나 전설 사냥권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전설 및 신화 사냥권은 오직 헤세드 크레딧을 통해서만 교환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 제도도 만들어서 꾸준한 수요가 있도록 조장했으며.
“헤세드 학회원들은 모든 사냥권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트너십을 맺은 학회들에게도 추가적인 할인과 프로모션이 제공됩니다.”
파트너십 프로모션도 만들었다.
보상의 대다수가 ‘꽝’인, 호문쿨루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잡몹은 ‘일반’으로 팔아치운다.
가장 대중적인 수요가 있을 ‘희귀’도 프리미엄 팩에 끼워 넣는다.
애초에 ‘일반’과 ‘희귀’라고 무조건 꽝인 것도 아니니 불만도 크지 않을 터.
대다수가 욕심 부릴 ‘고급’부터는 스타터 팩과 프리미엄 팩을 사고 나서야 살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생길 불만은 헤세드 포인트 제도로 조율하고, 헤세드 포인트를 미끼 삼아 헤비 사냥꾼들을 유입시켜 경쟁을 붙인다.
물론 그냥 돈만 보고한 건 아니고 혼자서는 도저히 처리할 엄두가 안 나는 짜바리 호문쿨루스까지 씨를 말릴 방책이었다.
그런 이유로 도입된 K-BM이라는 거다.
한국인이라면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함에 치를 떨 익숙한 그림이지만 게헨나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
다들 멍한 표정으로 발표를 바라보고 있다.
“사전구매 예약은 헤세드 학관을 통해 신청해주세요.”
그렇다.
시우는 한국 온라인 망겜을 제법 즐겼던 과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