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Witches RAW novel - Chapter (1150)
EP.1156 #276_서막(4)
#1150
1.
처음 마법을 통한 염동 구현 실험 영상이 발표되었을 때.
세계는 환희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는 건 역시 인터넷상 각종 커뮤니티.
인류는 여전히 작년 제7함대의 침몰 사태와 범람 사태를 기억한다.
지구 위 최상위 포식자라는 확고한 믿음이 송두리째 뿌리뽑혔던 사건이다.
아무리 마녀를 우상화하고 동경을 비롯한 미디어로 버무려도 잊을 수 없는 상처였다.
그런 시점에서 과학 기술이 미지의 기술을 개척했다는 걸 깨닫게 됐으니….
한때 불탔던 초전도체 이슈와는 비교도 못 할 수준의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프로토스?
-신은 존재하며 그는 미국에서 기업을 운영 중이다 -마녀 따운! 헥센 따운! 공적 나와!!
-그럼 이제 인간이 마녀들 오나홀로 쓰는 거임?
-천조국이 괜히 천조국이 아니다. 1년도 안 됐는데 저걸 성공하네
이런 열띤 성원은 즉각 주식시장에도 반영되었다.
렉시온 연구소를 소유한 기업은 수상할 정도로 SNS를 좋아하는 기업가가 세운 ‘MIRACLE-Y’.
상장 이후 꾸준히 바닥까지 꼬라박던 ‘MIRACLE-Y’의 주가는 역사상 전례 없는 폭등을 보여주었다.
광기마저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폭등이었다.
관종기를 감추지 못하는 기업가는 기세등등하여 자신의 SNS에 한 줄의 글귀를 남겼다.
이 사업가는 무려 전체 지분의 27%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는 3시간 만에 세계최고부자 자리를 여유롭게 탈환했다.
이러한 축제 분위기 속 또 다른 영상이 공개되었다.
사실 진지하게 믿기도 뭐한 허황한 영상이었다.
-?????????
-그러니까…. 다른 세계선에서는 좆간이 마녀를 공용 오나홀로 썼고. 마녀 대장이 그게 무서워서 도망친 세계선이 여기라고?
-그걸 믿어?
-분홍 공작과 흑기사의 모습도 영상에 있었잖음. 그럼 무작정 헥센나흐트에서 조작한 건 아닌 거 아님?
-그럴 만도 하지 않음? 최강의 함대를 수몰시켰던 마녀가 저렇게 쩔쩔매는데?
-누군가 인류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성X당을 보게 하여라.
-과학 뽕 치사량 -여러분 특이점은 온다 갤러리로 오세요 -견습마녀들 개불쌍하네 -마녀참피새끼들이 뭐가 불쌍함? 존나 꼴리기만 하더만
처음엔 다들 반쯤은 해프닝으로 생각했다.
여러모로 미심쩍은 면도 많고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 축제 분위기다.
최근 반 년간 맛보았던 무기력함과 코즈믹 호러에 가까웠던 공포를 ‘와 인간 대단해!’로 씻어내릴 수 있었으니, 자세한 건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괴짜 사업가는 해당 영상을 자신의 SNS에 태그하고 기어이 재앙의 주둥아리를 놀렸다.
[Did I do that?]MIRACLE-Y의 주가가 조금 더 빠르게 올랐다.
-야, 우리 좆된 거 아니냐?
축제 분위기이던 넷상에 한 가지 의문의 흐름이 흘렀다.
-다른 세계선에서 인류가 마녀를 정복했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은? 저렇게 큰 기계로 조그마한 큐브 띄우는 기술이 고작이었잖아.
-현실적으로 현 인류가 마녀에 대응할 방법이 있어? 혼자서 항모전단 부숴버리는 마녀를 상대로?
-만약 인간이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저 영상처럼 마녀를 정복하건 뭘 하건 할 수 있겠지.
-생각해봐.
-너희가 마녀라고 생각해보라고.
-너희라면 지금 인간을 가만히 두겠냐?
한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아니다.
으레 이런 해프닝이 있을 때 위기의식을 내세우며 경고를 전하는 담론은 어디에서나 쉽게 형성되니까.
허나 승리감에 도취한 인터넷에선 이런 걱정을 ‘호들갑’으로 일축했다.
-뭐라는 거야 쫄보 새끼들 -꼭 저렇게 분위기 초 치는 새끼가 있어요 -게헨나는 인간 편인데 무슨 상관임? 어차피 헥센나흐트는 게헨나한테 좆발린다더만 -아니 그 게헨나도 마녀라고 병신들아 -반대로 생각하면 마녀들 입장에선 고작 큐브 하나 띄운 거임. 고작 저걸로 위기감이나 느끼겠어?
-티페레트 공작님 믿어~ -맞아, 영상엔 분홍 공작도 나오잖아. 이미 알고 있던 거 아님? 여태껏 아무 일도 없었잖아?
이런 낙관주의는 어떤 면에선 다양한 미디어가 조장한 ‘마녀 우상화’의 결과였다.
게헨나는 선의의 편, 인간을 도와주는 월드 쿨뷰티 히어로 단체.
이런 의식이 이미 무의식의 저변에 깔렸었으니까.
MIRACLE-Y의 고공 행진이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주가는 우상향을 그렸다.
하지만 이런 낙관은 오래가지 않았다.
또한 호들갑도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헥센나흐트가 움직였다.
시작은 멕시코시티였다.
중남미의 이미지와 달리 세계적으로도 잘 가꿔진 대도시 마천루 한복판에 범상치 않은 무리의 마녀들이 나타났다.
검은 바탕에 하얀 나무의 형상.
클리포트의 상징이 그려진 망토를 걸친 클리포트 타격대는 눈에 보이는 민간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인질로 잡으며 멕시코의 정부의 중심 청사 ‘팔라시오 나시오날’(Palacio Nacional)을 향해 나아갔다.
멕시코시티엔 수도인 만큼 육해공군 본부가 전부 모여있다.
또한 얼마 전 있던 일련의 사태로 강화된 경비력, 상주하는 군경의 군사력은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직선을 그리며 정부 청사를 향해 나아가는 다섯 명의 마녀를 막기 위해 도시엔 계엄령이 떨어졌고 장갑차들이 줄을 지어 방어선을 형성했다.
그러나 고작 20위계 마녀 하나와 넷으로 구성된 타격대는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보다 쉽게 모든 저항을 무력화했다.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은 병사들의 비명 소리와 폭음, 파괴와 불길, 그리고 분노한 초월자의 무자비함으로 낭자했다.
눈치고 뭐고 볼 겨를이 없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그들을 막아 세울 수 없음을 깨달은 정부는 비명을 지르듯 인근 위치포인트에 구호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위치포인트 지부도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타격대를 막아 세우는 정의로운 마녀도 나타나지 않았다.
타격대는 변변찮은 저항을 무력화했으며 벙커로, 혹은 외국으로 도망치려던 고위 관료들을 붙잡아 카메라 앞에 세웠다.
절반 가량은 형용할 수 없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고, 남은 절반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로 목숨을 구걸했다.
“지금껏 인간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유와 방종을 누려왔다.”
“허나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복종을 맹세하고 고개 숙여라. 그렇지 않다면 너희의 내일은 오직 절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고작 반나절 만에 중미 최대 국가가 마녀의 괴뢰국으로 전락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금껏 공적의 놀이터로 알려졌던 제2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무리의 마녀가 해당 국가의 국방력을 정면으로 분쇄하고 국가를 전복했다.
이는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라는 위력 시위임과 동시에 ‘너희 좆됐어’라는 선포였다.
한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조금 특별한 이벤트가 끼어 있었다.
“지금부터 24시간 이내에 빡빡이 독재자로 문어포를 떠보겠습니다. 숨바꼭질 시작.”
옛마녀로 더욱 널리 알려진 ‘잠언의 마녀’ 오르셀리아 리모스가 직접 나섰다.
이는 사분오열하던 헥센나흐트가 이번 사건 계기로 ‘좆간을 정복하자’라는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음을 시사했다.
오르셀리아는 의도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주었고 보란 듯이 생중계를 송출했다.
러시아의 독재자는 이미 다양한 보고로 마녀의 위력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군사력으로는 초월자들의 발걸음을 잡을 수 없음을 확신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인류의 지성이 빚어낸 최악의 병기를 발사한 것이다.
물론 아무리 맛이 간 독재자라도 아무 언질 없이 독단으로 이런 행패를 부렸을 리 없다.
이는 어느 정도 인류의 암묵적 합의로 이뤄진 것이다.
강대국들은 대항할 능력이 전무한 약자가 강자에게 끔찍한 핍박을 받는다는 것을 그들 자신의 역사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훗날 굴욕적인 항복선언을 할지언정 ‘한방’을 먹여줘야 협상의 시늉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자국 영토 내에 핵을 쏜다는 미친 발상은 오르셀리아가 험지 한복판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기에 가능한 비장의 한 수였다.
현용 핵무기중 가장 강력한 1Mt급이 오르셀리아의 머리 위 상공에서 격발됐다.
반경 수km를 초토화하는 충격파, 맞닿은 모든 걸 증발시켜버리는 광구, 간접노출로도 목숨을 위협하는 섭씨 2,000도 수준의 복사열.
TNT 1백만 톤을 터뜨린 위력이 고작 개인을 향해 쏟아졌다.
폭심지의 산소가 모두 연소하고 빨려 올라간 공기들이 일궈내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방송국 드론에 의해 중계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인류가 생각했다.
초월자니 뭐니해도 저만한 위력 아래에선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고.
그러나.
버섯구름이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게걸스럽게 무엇인가를 집어삼키는 소리와 함께 끄트머리부터 ‘잡아먹힌’ 버섯구름이 30초도 되지 않아 깔끔하게 소멸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8시간 남았네요.”
잠시 연결이 끊어졌던 오르셀리아의 멀끔한 모습이 생방송이 다시 송출되었다.
“찾았다. 오, 다른 사람도 많네요?”
오르셀리아는 장담대로 8시간 뒤 깊숙한 핵벙커 안에 숨어있던 독재자와 그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관들을 찾아냈다.
그녀는 비명 속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얇게 인간 포를 떠 안주로 삼았다.
여기까지 48시간이 지났다.
아직 어떤 위치포인트 지부도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