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124
“저 그런데 코슬란님을 압송하면 소렌 백작님께서 진노하지 않으시겠습
니까?”
“이번일 만큼은 백작님께서도 어쩔 수 없으실 것이다. 아니 오히려 안
그랬다면 더 화를 내셨을 거다. 잘못하면 소렌가에 엄청난 불이익이 떨어
졌을 테니까. 자 어서 움직여라.”
“알겠습니다.”
경비대장의 그 말에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직 전말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장이 그 정도까지 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네… 네놈들이 감히 누구를 잡아가는 것이냐?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결국 두 경비 대원들에게 양 팔을 잡힌 코슬란은 침까지 튀기며 고래고
래 소리를 질렀지만, 그를 둘러싼 경비대원들은 코슬란의 발악을 가볍게
무시하고 가게에서 그를 끌고 나갔다.
“그럼 좋은 여행되시길…”
경비대장이 마지막으로 로니엘들에게 인사를 하고 간 것으로 가게 안을
긴장시켰던 사건은 그렇게 종결됐다.
그날 밤, 소렌 백작은 늘 코슬란을 보필하던 두 거한을 향해 노호성을
터뜨리며 단단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눈치가 있었으면 코슬란을 말렸어야 할 것 아
니냐? 코슬란에게 제대로 하는 것은 아부뿐인 이 밥 버러지 같은 것들. 너
희들은 당장 해고야. 해고. 어서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못하겠느냐.”
백작이 꽃병을 잡는 그 순간 두 거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방
밖으로 나왔다.
쨍그랑.
방문을 닫자 크리스털 꽃병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고
두 거한들은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불안하더니만 결국 해고군.”
“제기랄. 코슬란 그 놈은 왜 그런 사람을 건드려서. 사람 좀 제대로 파
악하고 건드릴 것이지.”
“그러게 말이야. 뭐 이렇게 된 김에 어디 가서 그놈 욕이나 하자구. 어
차피 이곳에서는 그 자식 때문에 살기 힘들 거 아닌가?”
“그렇지. 분명 우리에게 분풀이를 할 거야. 지 놈이 잘 못하고 말이야.”
그렇게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한 둘은 인적 드문 술집에 가서 그날
밤 내내 마음껏 코슬란을 씹고 다음날 쥬렌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의 후유증을 거의 잊을 뻔 했던 한 달 뒤, 소렌가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아야만 했다.
대륙 공동법을 어기는 말과 행동을 한 코슬란의 영상이 담긴 영상석을
들고 온 베룻의 철혈 기사단을 말이다.
“이 영상석을 보니 아들 되는 분이 저희 대륙 공동법을 어기는 발언과
행동을 하시더군요. 게다가 이 종족 노예 사냥꾼들에 대해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하셨습니다. 그 확실한 출처를 알아낼 때까지 아드님은 저희 철혈 기
사단에서 모시고 있겠습니다. 끌고 가라.”
철혈 기사단의 단장은 쥬렌의 최고 권력가 중 하나라는 소렌 백작이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게 밀어 붙이듯이 통보를 하고 코슬란을 끌고 갔다.
반항 한번 못하게 밧줄에 꽁꽁 매서.
“아버지. 꼭 절 꺼내주십시오. 아버지만 믿겠습니다.”
경비병과는 달리 한명 한명이 예리한 칼날 같은 기세를 내뿜는 철혈 기
사단에게 둘러싸이니 코슬란은 절로 기가 죽었다. 그 때문에 그는 한 달
전과는 달리 발악 한번 제대로 못하고 소렌 백작에게 애원하다 철혈 기사
단의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는 일년 여 동안이나 철혈 기사단의 감옥에서 썩다가, 마법사
까지 동원해 그가 정말로 멋모르고 한 말이라는 진실 여부까지 가린 뒤에
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덜컹덜컹.
새까맣게 어둠이 드리워진 밤에 밤색 마차 한대가 외딴 산길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마차의 문은 두꺼운 자물쇠로 단단히 채워져 있고, 창문 하나 난
것은 겨우 애들 손바닥 하나만 했다.
밖으로는 마부 한명과 그 옆으로는 검사 한명이 앉아있었는데 마차 안에서
는 자꾸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울음소리를 통해 생각해 보면 이제 10살이나 되었을까 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 같았다. 헌데 창문을 통해 살짝 들어오는 달에 비친 모습을 보니
그냥 여자 아이는 아니었다.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
에 톡 튀어난 뾰족한 귀를 가진 꼬마 여자 엘프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있는 건데. 오빠 이제 우리 어떡해? 흑흑
흑.”
휴이는 또 울기 시작하는 동생의 등을 두드리며 한 숨을 쉬었다.
그저께 인간들에게 잡혔다 깨어난 그 날부터 자지 않는 때면 하루 종일
울었는데도 아직도 동생 유리나는 흘릴 눈물이 남았나보다. 이제 눈도 아
플 텐데…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휴이는 유리나가 저러다 건강을 버릴까
걱정이었다.
“울지 마.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올 거야. 그때 제대로 도망치려면 체력
을 아껴야 해. 그러니 울지 마. 우리의 신 로이렌님께서 귀한 기회를 주셨
는데 우리가 체력이 없어서 기회를 놓치면 안 되잖아. 응?”
겉보기에는 두어 살 정도 밖에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20년을 더
살았다고 이런 상황에서도 유리나에게 제법 오빠 티를 내는 휴이다.
마을 최고의 말썽꾸러기라서 장로와 어른들에게 갖은 꾸지람을 다 받았
지만 이러는 휴이를 보니 유리나는 오빠가 조금 듬직하게 느껴져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금까지 휴이는 항상 자신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철없는 오빠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된 것도 다 자신을 꼬신 휴이 때문이지만 아직 원망
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흑. 정말 그럴까?”
작은 손으로 얼굴에 흐르던 눈물을 쓱 닦은 유리나가 휴이를 다시 보며
물었다.
“그럼. 우리말에도 있잖아. 간절히 원하고 믿으면 로이렌님께서 그것이
이루어질 열쇠를 슬쩍 쥐어주고 가신다고. 우리 한번 옛 어른들 말을 믿어
보자. 꼭 기회가 생길거야. 솔직히 우리가 밖에 나오게 된 것도 기적이었
잖아. 어른들의 그 철벽 감시를 뚫고 나오는 게 어디 가능성이나 있었던
일이냐?”
“치. 그 희박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서 지금 이렇게 된 거잖아. 하지만
좋아. 한 번 더 오빠 말을 믿어보겠어.”
“그래. 우리 한번 로이렌님이 그 열쇠를 주나 안 주나 한번 기다려보는
거야. 알았지? 힘내자.”
유리나의 힘찬 대답에 휴이는 더욱 씩씩하게 웃으며 주먹 하나를 유리
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유리나도 휴이의 주먹을 자신의 주먹으로 가볍게
치며 말했다.
“그래. 우리 한번 힘내 보자. 아자!”
그렇게 가출 한지 일주일째인 두 엘프 남매, 휴이와 유리나는 어둠 속에
서 희망을 품었다.
다른 이가 본다면 정말 부질없는 그런 희망이었지만 자연과 엘프의 신
로이렌에겐 남매가 정말 예뻐 보였나보다.
쿵.
갑자기 마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꾸벅꾸벅 졸던 휴이가 마차 안 한
구석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
“아.”
휴이는 난데없이 밀려오는 아픔에 작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 자신이 유리나를 앞에 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무의
식중에 유리나가 다치지 않게 안고 있었나보다. 덕분에 유리나의 무게까지
합쳐져 더 세게 마차 한쪽에 부딪쳤지만 말이다.
“그래도 잘도 자네. 그래도 무지 아프네. 등뼈 부러진 거 아냐?”
유리나를 한쪽으로 밀어놓은 휴이는 얼얼한 등을 만지며 이쪽저쪽으로
몸을 움직여보았다. 한참을 그랬는데도 얼얼한 등에서 별 이상이 느껴지지
않자 휴이는 안심하며 엎드린 채로 유리나 쪽으로 가려했다.
뿌지직.
그런데 처음 마차 바닥으로 팔을 내민 순간 휴이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다시 마차 바닥과 얼굴을 조우해야 했다. 아주 강렬한 충격과 함께 말이
다.
머리에서 별똥별이 날라 다니는 것 같은 아픔이 사라지자 휴이는 그제
서야 오른쪽 팔이 무척 시원하다는 걸 느꼈다. 분명 마차 안은 손바닥만한
창문 하나밖에 공기가 통하는 곳이 없어서 후덥지근했는데 오른 팔만이
시원하니 뭔가 이상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오른팔이 마차 바닥을 뚫고 밖으로 나가 있는 게 보였
다. 운 좋게 마차 바닥 중 가장 많이 썩은 곳에 집중적으로 힘을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좀 전의 급정거로 바닥 전체가 또 한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뚫리진 않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