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67
결혼 전에는 항상 머리를 자연스럽게 푸르고 있었던 로웨나의 머리는 높게 틀어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사적인 자리에서 쓰는 작은 왕관이 올려져 있었다.
황제와 황비의 왕관의 반정도 밖에 안되는 넓이의 금테 한가운데에는 푸르른 사파이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화려하고 기품있어 보이는 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로웨나는 이제 정말 황태자비가 돼 있었다.
“모두들 어서와요.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의자에서 일어나 가족들을 맞는 로웨나의 모습은 예전 집에서 봤을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로니엘은 이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아직 로니엘이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많이 남아 있는것 같았다.
“건강한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비 마마.”
세빌이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그런 세빌을 보는 로웨나는 그 말이 조금 섭섭했다.
그가 자신에게 딱딱한 경어를 쓰니 왠지 그들의 사이가 멀어진것 같았다.
“아버지.이 방에서는 제게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되요.예전처럼 말해주세요.네?”
“안됩니다.비 마마.폐하와 태자 전하의 신하인 제가 비 마마께 반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비 마마께서도 지금 이 말투가 어색하고 불편하시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마마께서는 이제 이 제국에서 네번째로 높은 분이 되신 겁니다.”
세빌의 말이 모두 맞는 말이었지만 로웨나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래도 그 전에 에르미나가 왔을때는 조금은
예전처럼 말을 해주었는데 세빌이 갑자기 이렇게 대하니 더욱 이상하게 여겨졌다.
가족들의 이런 말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것 같았다.
고소하고 달콤한 쿠키들과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그리고 사각사각 씹히는 특상품의 과일들.
테이블에는 하녀들이 가져온 음식들로 가득 찼다.그리고 그 주위에 빙 둘러 앉은 가족들은 이야기 꽃을 활짝 피웠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로웨나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만 그러고보니 카일 오빠가 학교를 졸업할 날이 멀지 않았네요.졸업식 날짜는 언제인가요?”
여전히 가족들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였지만 로웨나와 가족들의 말투는 완전히 바뀌었다.
로웨나의 지위의 변화가 가져다 준 결과물이었다.
“2주 뒤에 있습니다.”
“그럼 저도 그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을 비워놔야 겠군요.아니 이번 케이른 기사 학교의 졸업식에 참석하는
일은 제가 하게 해달라고 폐하와 황비 마마께 부탁드려야겠습니다.”
카일이 다니는 케이른 기사 학교가 제국에서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컸다.
기사의 나라라 불리는 제국에서 가장 많은 기사를 배출 하는 곳이 바로 케이른 기사 학교였기 때문이다.역대의
훌륭했던 기사들 중에서 90%가 다 그곳 출신이었다.
제국의 기둥이 될 많은 젊은이들이 양성되는 곳이었기에 그곳의 입학식이나 졸업식때는 꼭 황제의 직계 가족
중 하나가 그 행사에 참석해 왔다.
“그럼 졸업을 한 후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엘리오튼 기사단에 들어갈 생각인가요?”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우선은 근위 기사단에서 몇년간을 보낼 생각입니다.황성의 근위 기사단이 되어 무언가
저희 엘리오튼 기사단에 장점이 될 만한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동안 카일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굳이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가족들과
만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또 2년 전 그 사건이 있은 후부터는 검술에 더욱 매진을 했기에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카일의 말에 로웨나는 무척 기뻤다.카일이 조금 무뚝뚝하긴 했었지만 그가 그녀가 있는 황성에 매일 온다는 생각에
든든하고 행복했다.물론 실력이 낮다면 근위 기사단이 되지 못하겠지만 로웨나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미 카일이 케이른 기사 학교에서 최고임을 알았기에 그가 근위 기사단에 꼭 들어올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럼 이제 가봐야겠습니다.시간이 꽤 늦어졌군요.”
가족들이 로웨나를 방문한 것은 낮이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되있었다.
“그럼 모두들 잘 가세요.로니엘 오빠와 카일 오빠도 자주 좀 들러요.”
로웨나가 그동안 발길이 가장 뜸했던 로니엘과 카일을 책망하듯 말했다.
“이제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그러니 이제 섭섭했던 마음은 접어두세요.”
로웨나는 로니엘의 달래는 듯한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빠가 한 말 믿을게요.”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가족들은 로웨나에게 다음에 볼 것을 약속하며 방을 나갔다.
화려한 금박 무늬가 있는 노란색의 휘장이 드리워진 방 안.
방은 휘장 뿐 아니라 각종 가구들과 장식품들 모두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무슨일로 온것이냐?혹시 어줍잖은 일로 온것이면 돌아가거라.”
팔짱을 끼고 도도하게 말하는 이리스의 말투는 그다지 곱지 않았다.소식이라는 말을 언급할때 그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세리온 제국의 황태자와 클레이톤 가의 첫째딸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심기가 불편하신것 같군요.
하지만 저희에게는 정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리스는 켈빈의 말투에서 그가 무언가 생각해 놓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것이
그녀의 불편한 심기를 여러모로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는 모양이구나.어서 말해 보거라.”
이리스의 고양이 눈이 살짝 치켜 올라가며 흥미를 나타냈다.회색의 머리카락 사이에 살짝 가려져 있던
켈빈의 회갈색 눈동자가 반짝이며 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이리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켈빈은
꽉 닫힌 문 밖에 어떤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잠시 귀를 기울였다.조심스레 주위를 경계한 그는
밖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낮고 작은 목소리로 비밀스런 그의 계획을 말했다.
조금 뒤.켈빈이 큰 줄기만 이야기를 한 그의 계획을 들은 이리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베어있었다.
그녀의 선홍색 눈동자는 그 어느때보다 밝은 생기를 띄고 있었다.
“호오.그거 참 괜찮은 생각이구나.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어.저리로 가서 이야기를 계속 해보거라.”
이리스는 켈빈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들은 작은 탁자에 마주 보며 앉아 머리를 가까이 댔다.그리고 음밀하고 위험한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 말대로라면 나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겠구나.그렇다면 그 일은 내가 전적으로 밀어주겠어.너는 꼭
이 일을 성공시키거라.”
“여부가 있겠습니까.공주 마마.”
흡족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친 둘은 위험이 깃든 미소를 지었다.
덫
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작은산의 한 공터에서 로니엘은 매일밤 해왔던 수련을 하고 있었다.
야행성 산새들이 가끔씩 우는 가운데 검이 허공을 가른다.
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검을 휘두르는 로니엘의 얼굴에 땀방울이 흘렀다.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흐르던 땀방울은 그의 긴 목을 따라 옷속에 스며든다.
이미 하루의 수련량을 다 채웠지만 로니엘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검을 휘두르면서 로니엘은 낮에 봤던 로웨나를 생각했다.
황태자비란 지위에 알맞게 변화된 로웨나의 모습이 낯설었다.그리고 변화된 가족 관계가 로니엘을 상념에 젖게 했다.
가족들 간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지만 외적인 변화에 따라 그들의 관계도 변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로니엘은 인간의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인간의 삶은 변화의 연속이었다.유사인종들
중에서 가장 짧은 세월을 살았지만 그들은 다른 종족들이 평생에 걸쳐도 다 하지 못할 변화를 하며 거듭났다.
그 과정에서 더 퇴보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눈부신 발전도 이룩해왔다.
짧은 시간동안 활활 타오르다 한 순간에 사라지는 불꽃과도 같은 삶.그것이 인간들에게 주워진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밑바탕에는 기존에 인간들을 얽매고 있던 그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순간 로니엘이 휘두르던 검속에 그의 생각이 녹아들어갔다.이미 로니엘의 몸의 일부가 된 검에 그의 생각이 흡수된 것이다.
웅.
작은 떨림과 같은 소리가 아니었다.
길게 이어지는 둔중한 울림이 검에서 로니엘의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로니엘의 몸속에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강한 흐름이 일어났다.손끝에서 일어난 강한 흐름이 그의 심장으로 옮겨갔고,
거기에서 흐름은 머리와 다리쪽으로 나뉘어져서 흘러갔다.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던 검에서 검기보다 더욱 짙푸른 오러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검은 새장에서 갓 벗어난 새가 되었다.자유롭게 허공을 가르는 검은 그 어떤것에도 구속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검을 얽매려는 모든 것을 부술수 있는 강한 힘이 있었다.
흐르던 땀방울이 모두 마르고 숨소리는 단잠에 빠져 있는 사람처럼 고르게 들렸다.
로니엘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새로운 경지때문에 숨이 막힐 듯한 기쁨을 느꼈다.
경험하지 못했던 더 높은 경지는 경이롭고 신비했다.
전신에서 강한 힘이 흘렀고 정신은 그 어느때보다 맑고 상쾌했다.
아름답고 강한 파괴력을 지는 검무를 추는 로니엘은 공터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발길 닫는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던 로니엘의 검무는 그의 귀에 들리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소리에 멈추어졌다.
쾅 쾅.
꽤 크게 자란 나무 두그루가 연이어서 땅으로 쓰러졌다.
무의식 속에서 나무들이 있는 근처까지 간 로니엘이 한번에 두그루를 모두 베어버린 것이다.
푸드드득
공터 근처의 나무에 둥지를 트고 잠을 자던 새 한쌍이 갑자기 쓰러진 나무 소리에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허공에 날아오른 새들은 베어진 나무와 그 앞에 날카로운 무언가를 들고 있는 한 인간을 보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다행히 새끼와 알이 없었던 새들은 안락했던 둥지를 버리고 좀 더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떠났다.
로니엘은 자신때문에 둥지를 버리게 된 새들에게 미안해졌다.
“다른 동물들이 또 집을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오늘은 이만 들어가야겠구나.”
로니엘은 여전히 그의 가슴에 맴돌고 있는 기쁨에 행복을 느꼈다.
달빛에 비춰진 로니엘의 얼굴은 빛이 나는것 처럼 환했고 그의 미소는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웠다.
원목의 결이 잘 드러난 짙은 갈색의 책상과 책장.그리고 베이지색의 쇼파.아름다운 무늬가 그려져 있는 최고급 양탄자.
방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예술품이라 할만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술품들 사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책상 위에 놓여진 작은 조각품이었다.
“정말 대단하군.역시 세계 3대 조각품 중 하나라고 할만하군.”
프라나 공작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여신상을 바라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그의 팔뚝 길이만한 여신상의 전신은 미스릴보다 더 귀한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살짝 미소짓는 여신의 얼굴은 고귀한 아름다움의 결정체같았고 부드러운 몸의 곡선은 여체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리고 있었다.하늘 거리는 옷은 그 재질까지 연상되게 할 정도였고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있는 여신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