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84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칼로스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 들었다.
밤색 머리의 기사가 한 말은 아마도 이 주점 안의 사람들, 아니 케이른시 전체에 있는 사람들이
어제부터 쉴새 없이 떠들던 그 사건이 틀림 없었다.
황제를 독살하려 했던 궁녀가 잡힌지 이제 하루밖에 안지났지만 그때 발견된 목걸이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케이른시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어쩌면 케이른시를 넘어 제국의 다른 도시에도 전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이 소문이 사실일 것 같은가?”
금발 머리의 베로이트가 물었다.
“내 생각으론 아무래도 아닐 것 같네.자네들도 알다시피 클레이톤 가가 어디 그럴 가문인가?
몇백년간 우리 기사들에게 숭상시 되어왔던 곳이네.거기에는 그 가문의 사람들이 단순히
검술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라 폐하께 보내는 한결같은 충성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아닌가?
난 그 목걸이 보다 더 확실한 물증이 나온다 해도 믿지 않을거네.”
“나도 그렇다네.아마 대부분의 기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
우직해보이는 밤색 머리 기사가 베로이트의 말에 동의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그렇지 않네.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정말 확실한 물증이 나오면 클레이톤 가가
그런 것이라 생각할 거야.믿고 싶지는 않지만 증거가 나타난 이상 어쩔 수 없지.”
다른 세명에 비해 비교적 몸이 가는 편인 초록 머리 기사가 말하자 밤색 머리 기사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세로이드.자네도 다른 이들처럼 클레이톤 가를 존경해 왔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기사라면
한번 믿음을 보였다면 끝까지 믿어야지 모함으로 뻔히 보이는 일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비록 네가 직접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곳은 아니지만 그러면 안되네.”
“내가 보기엔 글리온 자네가 너무 흥분을 하는 것 같군.그리고 우린 황성 근위 기사단이지 클레이톤
가의 엘리오튼 기사단이 아니란 것을 명심하게.클레이톤 가가 모함을 받았던 아님 정말로 그랬든
우린 폐하나 태자 전하의 명이라면 클레이톤 가와 대적해야 하네.”
글리온이 흥분을 해서 말했지만 세로이드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침착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했다.
냉정하다 싶은 그 말이 마음에 안드는지 글리온이 인상을 찌푸렸다.
“나 역시 세로이드와 같은 마음이네.내 주군은 폐하와 태자 전하이시니 그분들의 명에 따르는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네.”
가만히 있던 칼로스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
“물론 주군의 명에 절대 복종하는 것이 기사의 사명이지만 그것이 부당한 것이라면 그에
따르지 않는 것도 기사의 정신이 아니겠는가?이번 일은 분명 누군가가 꾸민 것이 분명해.
우리가 그렇게 쉬쉬했는데도 그 사실이 이렇게 빨리 케이른 시 전체에 퍼졌다는 것이 의심스럽군.”
베로이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거의 확신한다 해도 네 기사들이 앞으로 행동 방향은 모두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밤 중에 만난 네명의 근위기사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띠게 황제의 시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된 것이냐?정녕 태자비와 클레이톤 백작이 이번 일을 주도한 것이냐?”
케이른 시 전체에 퍼진 소문은 에르티아에게도 여과 없이 흘러들어갔다.
잠시 황제의 곁을 떠나 방으로 온 에르티아는 맞은편에 앉은 세르디오를 보며 심각하게 물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비록 클레이톤 가의 문장이 있는 목걸이를 그 궁녀가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전 그것이 모함일거라고 믿습니다.그동안 클레이톤 가가 보냈던 충성심들은 그리 약한 것이 아닙니다.
대공이 될 기회도 수없이 거절한 충신 가문입니다.
만일 그들의 황제가 되길 원했다면 대공이 되서 힘을 기르는 방법도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불안하고 명성을 떨어뜨릴 일을 해서 권력을 손에 얻기 보다는 그 방법이 더 확실할테니까요.
그러니 어머니도 그 소문을 믿지 마십시오.분명 다른 누군가가 조장하고 있는 것일 겁니다.”
“나도 믿지는 않았지만 소문의 내용이 워낙 엄청난 것이어서 이렇게 너에게 확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야 모든게 밝혀질때까지 내가 태자비를 대할때 껄끄러울 감정이 사라질테니 말이다.”
에르티아는 아침에 소문을 들은 후부터 로웨나를 어색하게 대한 것을 생각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무언가 찝찝하고 안좋았던 기분이 세르디오의 말을 듣고 상쾌하고 편안하게 바뀌었다.
“아르나와 카르나에겐 내가 말해 놓을테니 태자비는 네가 안심시키거라.많이 불안해 하더구나.
아무리 본인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해도 그런 소문이 나면 어떤 영향이 뻗칠지 모르는 일이니까.”
에르티아는 어쩐지 안색이 좀 안 좋아보였던 로웨나를 떠올리며 세르디오에게 넌지시 일렀다.
“안그래도 밤에 그러려고 했습니다.그 일은 어마마마께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하긴 네가 태자비를 모른척 할 아이가 아니지.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나보다도 더 태자비를 생각하고
있을 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으니 말이다.그래 그럼 네게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가보거라.
오늘 할 일을 어서 끝내야 조금이라도 빨리 태자비에게 갈테니 말이다.”
에르티아는 이제 한 여자의 남편이 된 아들이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소문의 여파로 걱정하던 일 중 한가지가 해결되자 세르디오는 들어올때와는 달리 미소를 머금고 방을 나갔다.
“겨우 다 끝냈군.”
마지막 서류에 싸인을 한 세르디오가 서류를 덮으며 시원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뻐근한 몸을 쭉 피며 세르디오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깊어질대로 깊어진 밤을 보며 세르디오는 로웨나가 자고 있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 못해도 내일 아침에 하면 되는데 괜한 걱정을 했군.’
조금이라도 빨리 로웨나를 안심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일에 걱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세르디오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로웨나가 자신의 마음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어쩜 로웨나가 자지 않고 있을지도…’
밤의 마력에 빠져 잠시 기분좋은 상념에 젖어있던 세르디오는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성큼성큼 문으로 다가가 막 문고리에 손을 올리던 세르디오는
갑자기 자신의 뒤가 밝아지는 것을 알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침입자였다.
하지만 세르디오는 침입자가 자신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본능은 아무런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에선 침입자로 인해 벌어질지도 모를 위험을 알리며 적색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순식간에 세르디오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차분한 마음 속에서 세르디오는 이성적인 행동을 했다.
그는 문고리에 올려져 있던 손에 힘을 주고 문을 힘껏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밖에서 잠긴것 마냥 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문은 제가 걸어놓은 마법때문에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귀에 익숙한 음성이었다.
분명 세르디오와 어느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세르디오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는 본능을 믿고 문 열기를 그만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로니엘…”
침입자를 본 세르디오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떠졌다.
본능이 말했듯 침입자는 그에게 위해를 가할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침입자는 은회색 로브를 입고 나타난 로니엘이었다.
“밤 늦게 허락도 없이 찾아온 무례를 용서해주옵소서.전하를 놀라게 한 죄가 크지만 처벌은 잠시만 미뤄주십시오.”
로니엘은 세르디오가 자신을 보자마자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세르디오의 눈은 작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수백년 전 대마법사인 필라리언이 걸어놓은 보호마법때문에 황성은 안에서 밖으로 가는
텔레포트는 가능했지만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정해진 지역에서 허락을 얻고 들어오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렇게 로니엘처럼 무단으로 들어오는 건 불가능했다.
세르디오가 보기에 로니엘은 절대 그 방법으로 들어온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벽을 타고 올라왔을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복장으로 보나 등뒤에서 보였던 빛으로 보나 그가
들어온 방법은 텔레포트가 분명했다.
세르디오가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단 한가지였다.
로니엘이 최소한 필라리언 급의 마법사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필라리언 이후로 지난 수백년간 적어도 인간들 중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9클래스 마법사가 나타난 것이다.
신화적이라 할 정도로 대단한 존개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그것도 이제 겨우 약관이 넘은 그런 젊은 청년이.
세르디오는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그는 어제부터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황제 시해
사건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잠시동안 아무말도 못했던 세르디오는 애써 침착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됐소.원칙대로 하면 분명 중벌을 면치 못할 일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냥 넘어가겠소.
가뜩이나 그 소문으로 안좋은데 이 일까지 알려지면 클레이톤 가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것이오.”
세르디오는 문 밖에 있는 기사가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게 조심하시지 않으셔도 되옵니다.이미 제가 조취를 취해놓았습니다.이 안에서 그 어떤 소리가 난다해도
밖에 있는 기사는 아무것도 듣지 못합니다.그리고 저의 존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그 어떤 예외도 없을거라는 확신이 담긴 말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로니엘 때문에 세르디오는 아직도 놀란 기색을 다 감추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로니엘의
말을 믿고 쇼파로 가서 앉았다.
“아무래도 중요한 일때문에 온 것 같으니 우선 이리로 와서 앉으시오.”
처음부터 친근하게 말을 붙였던 세르디오가 거리감이 드는 말투로 로니엘을 대했다.
로니엘은 세르디오의 말에 따라 그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쇼파에 앉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게 맞는 것이오?”
흥분과 놀람을 채 감추지 못한 세르디오의 음성이 살짝 떨렸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이미 전하께서 보셨으니 더이상 숨겨도 소용이 없겠지요.그렇다고 제가 전하께 어떤
위해를 가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순순히 인정을 하는 로니엘을 보며 세르디오는 아직 현실이라 생각되지 않았던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나이에 그 경지가 가능하다니…정말 놀라운 일이군.머리로는 결론이 나왔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