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83
“황비 마마께서 못들으신 것도 당연합니다.대게 마법사들은 마법으로 독을 만드는 이 마법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습니다.그래서 5클래스를 마스터 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이 마법을 익히기는 하지만 사용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요.”
“그랬군요.”
에르티아의 대답을 들은 데리오는 이어서 세이디네스 마법에 대한 설명을 했다.
“세이디네스는 늪처럼 습기가 많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하는 마법입니다.
그런 곳에 독충이 담긴 병을 묻고 그 마법을 걸어두면 일주일 뒤면 음습한 기운과 독충의 숨결이 섞인 검은색
알약이 만들어집니다.폐하께서 먹은 것이 바로 그 알약입니다.여자들이 먹으면 한달간 시름시름 앓는 것뿐이라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만약 남자들이 먹는다면 몸안에서 올라오는 냉기로 정신을 잃고 몸은 점점
시체들과 비슷한 색으로 변합니다.그러다 하루쯤 지나서 시체와 완전히 똑같은 색이 되면 바로 죽게 되지요.”
“하지만 폐하께서는 내가 갔을때 이미 시체와 비슷한 빛을 띄고 계셨습니다.분명 집무실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괜찮으셨다는 걸로 압니다.그 몇시간 동안 이렇게 빨리 변할 수도 있는 건가요?”
에르티아는 혹시라도 르우벤과 데리오가 잘못된 결론을 낸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그건 마법사가 마법을 걸때 그 염원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달렸습니다.
다 마법사의 기량의 차이에서 나는 것이지요.폐하께서 드신 독을 만든 마법사는 무척이나 강한 염원으로
이것을 만든 것 같습니다.그래서 그렇게 빨리 변하신 것이지요.”
르우벤이 정화 마법을 세번째로 할때 이곳으로 들어온 데리오가 그때 본 마르시스의 얼굴을 생각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치료 방법으론 어떤 것이 있는 것이오?”
“궁극적인 치료 방법은 햇빛이 충만한 양지로 가서 가장 깨끗한 물이 든 병에 레이디언스 마법을 거는 것입니다.
물이 성수라면 더욱 좋겠지요.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물을 그날 내로 폐하께 마시게 하는 것입니다.
하루가 지나면 물의 효력이 떨어지니 기한이 지나면 안되지요.그래서 그 물은 미리 만들어 놓지도 못합니다.”
“그럼 일주일 후에나 아바마마께서 일어나실 수 있다는 것이오?”
세르디오가 좀 더 냉랭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진 않습니다.태자 전하.보통 그 기한이 일주일이지만 마법사의 레벨이 높을 수록 그 기한은 더 단축됩니다.”
“그럼 공작이라면 언제까지 가능하오?”
기한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말에 세르디오의 음성이 다시 누그러졌다.
“사흘이면 됩니다.그동안은 조금 전에 르우벤이 했던 것처럼 하루에 세번씩 정화 마법으로 더이상
폐하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막으면 됩니다.”
“그럼 공작만 믿겠소.”
“감사하옵니다.전하.소신이 최선을 다해 하루라도 빨리 약을 완성시키겠사옵니다.”
백발이 성성한 데리오가 의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데리오에게 할 말을 다한 세르디오는 침대 옆에 있는 에르티아에게로 다가갔다.
“어마마마.그럼 전 하던 일이 많이 남아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거라.일단 한시름은 놓았으니 넌 폐하 대신 국정 일에 더욱 힘을 쓰거라.그리고 폐하를 이렇게 만든
범인들을 반드시 색출해놓거라.”
온화하던 에르티아가 냉랭한 어투로 위엄있게 지시했다.
“그들이 누구든지 반드시 잡겠습니다.비열한 짓으로 황제의 권위에 반기를 든 이들입니다.결코 살려두지
않을 것입니다.그게 제국 내 사람이든 아님 다른 나라에서 그런 일이든 말입니다.”
세르디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앞으로 밝혀질 그 어떤 세력에 대해 철저한 응징을 상상하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은 이곳에서 어마마마를 보필해주시오.”
세르디오가 문앞까지 따라온 로웨나에게 부탁하는 것처럼 따스하게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전하.이곳은 걱정마시고 국정에 힘쓰십시오.”
세르디오에게 대답을 한 로웨나는 머뭇거리며 그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섰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제가 전하를 걱정하지 않게요.”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로웨나를 보며 세르디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마르시스의 일을 듣고 처음으로 웃는 세르디오를 보며 로웨나도 마주 미소를 지어주었다.
“전하.브로일 경께서 드셨습니다.”
평소의 배 이상으로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던 세르디오 매섭게 번득였다.
“들여보내거라.”
황제의 집무실 문 보다는 조금 더 작은 베이지색 문이 열렸다.
땀에 젖은 갈색 머리를 하고 안으로 들어온 데일의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
때마침 휴가를 얻은 근위기사 단장의 부재로 부단장으로서 이번 사건의 조사를 전담한 데일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황제의 시해 사건이 일어난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수년간 근위 기사단에 있으면서
쏟았던 것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요 몇 시간 동안 다 써 버렸다.
“표정을 보니 범인을 찾은 모양이군.”
“지금 지하 감옥에 가둬두었사옵니다.그런데 아무래도…”
데일이 뜸을 드리며 말하기를 주저했다.
“말 끝을 흐리는 걸 보니 이번 일을 사주한 자가 누구인지 알만한 증거가 나온 모양이군.
누구든 상관 없으니 어서 말해보시오.”
세르디오는 고압적인 어투로 데일을 재촉했다.
“그 궁녀에게서 클레이톤 백작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목걸이가 나왔습니다.궁녀를 잡은 기사의
말로는 도망가려던 궁녀의 짐보따리 속에서 찾아냈다고 하옵니다.”
데일은 세르디오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세르디오의 얼굴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오나 궁녀가 가지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확실치는 않은 일이옵니다.누군가가 클레이톤
백작가를 모함하려 꾸민 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입니다.아니면 그 궁녀가 비 마마의
처소에서 훔쳤을 가능성도 있으니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옵니다.게다가 클레이톤 가는 몇백년
동안 변함없는 충성을 받쳐온 가문이지 않습니까?”
“그래.아직은 속단하기 이르겠지.좀 더 확실한 증거를 찾아보시오.그것이 모함인지 아니면
진실인지 가릴 수 있는 확실한 것을 찾아야하오.그리고 몇일 있다가 예정대로 그 시녀를 데리고
심판을 할 것이니 다른 귀족들에게 알려두시오.”
세르디오는 냉정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데일에게 명령을 했다.
이정도로 클레이톤 가를 의심하기엔 그동안 수백년간 그들이 황제의 일가에게 보낸 충성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로웨나를 의심하기엔 그짧은 기간 서로에게 느낀 사랑과 신뢰가 너무 컸다.
무표정했지만 세르디오는 꼭 클레이톤 가와 로웨나를 모함하려던 이들이 밝혀지길 바랬다.
“꼭 진짜 배후를 잡아내겠습니다.염려마십시오.”
세르디오의 그 마음을 느낀 데일이 신념을 가지고 말했다.
데일이 가고나자 세르디오는 의자에 앉아 이번 일에 대한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클레이톤 가와 로웨나가 이번 일의 배후가 아닐거라는 믿음은 굳건했지만 황태자로서 그는
그 가능성도 생각을 해봐야 했다.
“어쨌든 그 세가지 중에 하나란 말이군.”
세르디오는 최종적으로 나온 생각 중 첫번째 생각은 가장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가장 낮은 이야기였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감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따른 가능성의 차이는 상당히 컸다.
수백년간 충성을 받쳐온 클레이톤 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기 위해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설득력이 없었다.
다른 가문이라면 틀림없이 그랬을 거라고 거의 단정 지었을 상황이었지만 클레이톤 가였기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우스웠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로웨나와 클레이톤 가에게 불리한 상황이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한시라도 빨리 데일이 이것이 모함이라는 증거를 들고오길 빌었다.
그래서 진정한 배후가 밝혀지고 로웨나와 클레이톤 가를 향해 잠시라도 떠돌 더러운 소문이 사라지길 바랬다.
폐단의 근원은 뿌리채 뽑아야 한다.
케이른 시내에 있는 한 주점 안은 다른 곳과 마찬 가지로 초저녁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 오오 무리를 지어 제 각각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한 것들이었다.
다른 곳에 비해 제법 깨끗해 보이는 주점 안은 평민들서부터 조금 낮은 직책의 귀족들까지 여러무리가
섞여 있었다.그 중엔 기사로 보이는 사람들도 몇명 있었다.
끼이익.
나무문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실용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고급스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남색 옷을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날이 잘 선 검과 같이 예리한 눈빛으로 식당 안을 둘러보는 그에게 누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칼로스 여기네.”
기사들의 무리에 앉아있던 금발 머리의 남자가 그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가게를 둘러보았던 칼로스의 인상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는 금발 머리 남자의 말에 아무런 대구도 하지 않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조용한 움직임이었지만 칼로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었다.검이 없더라도
움직일때 마다 드러나는 탄탄한 근육들과 절도가 있으면서 강한 동작들,그리고 귀족들
특유의 분위기가 함께 묻어나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은 그가 기사일 거라고 쉽게 결론 지었다.
칼로스의 허리춤엔 은색 광채를 내뿜는 검이 매달려 있었다.
검 손잡이에는 다른 일행들의 것들이 그렇듯 그가 속해 있는 소속의 문장이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었다.
흰색 바탕에 황금 독수리가 새겨져 있는 문장.바로 근위 기사단의 표식이었다.
하지만 손잡이 가운데에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돌에 새겨져 있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근위 기사단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어디 높은 귀족가의 기사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벌써 케이른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
칼로스가 앉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세명의 일행중 한명이 심각한 어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