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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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워의 귀환.
“흠. 잠깐만! 보조장치에 너를 등록하면 타고르스함은 어떻게 되는 건데?”
초인공지능의 역할이 막중한 타고르스함에서 워가 사라진다면 타고르스함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엔두카를 활용하기 위해 타고르스함을 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적용된 기술부터 차원이 다르다.
『사령관님의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분할 작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여력이 생긴 자원을 엔두카함에 투자한다면 두 함선 모두 제가 총괄할 수 있습니다. 단 타고르스함에 모든 자원을 투자하길 원하신다면.』
“아니. 아니야. 잘 되었어. 안 그래도 초인공지능의 마스터가 초인공지능도 없이 돌아치면 이걸 어떻게 변명해야 하나 싶었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엔두카 역시 초인공지능의 도움이 없이는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타고르스를 운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에서 엔두카까지 운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고 있었다. 워가 엔두카를 총괄하게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엔두카는 자신의 것이 된다.
엔두카의 코어 폭발을 막은 것도 자신이고 엔두카의 시스템을 장악한 것도 자신이니 루퍼스는 말할 것도 없고 에메스토 역시 그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이 그럴 거란 생각이 들진 않지만, 뒷말이 나올 것까지 사실상 원천봉쇄되는 것과 다름없다.
『보조 장치에 등록해주십시오.』
마침 자네즈 사령관이 가져온 초인공지능 보조장치가 있었다. 그가 자결함으로 초인공지능 역시 사라졌기에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에 이한은 즉시 보조장치에 워를 등록했다.
『등록되었습니다. 엔두카의 시스템을 장악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워의 보고에 이한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타고르스함은 어떻게 되고 있나?”
『초자원을 수거해서 계획대로 차근히 업그레이드 중입니다. 테라의 영역에 나타난 자투 함대를 쓸어버리는 건 일도 아닙니다. 아울러 자투 함대에 대해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간 연락이 닿지 않아 미처 보고 드리지 못한 내용입니다.』
“뭔데?”
『코스모스의 에너지 파장을 퍼트렸음에도 자투 함대가 반응하지 않아 자투 함대의 우주모함 세 척을 파괴했습니다.』
“뭐?”
『사령관께서 칼란두를 황제와 전투 중일 때 일어난 일입니다.』
“아니 언제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사령관님께서 염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투 함대는 타고르스함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염려는 무슨. 이 새끼가 얼마 못본 사이에 더 능글맞아졌네.
“아니 그래서. 자투 함대는?”
『제가 남긴 신호를 쫓아 열심히 따라다니고 있을 겁니다.』
“허어. 농락하고 있다?”
『초자원 소행성 지대를 발견했는지라 타고르스함의 업그레이드가 당초 계획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투족에게 발각되지 않고 자투 함대를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시면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그 자투 함대를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다니 타고르스함이 얼마나 강력한 함선인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건 그렇고 소행성지대라고? 그것도 초자원으로 이뤄진? 그런 게 흔할 리가 없는데?
“초자원 소행성 지대?”
『성분 물질이 타카스 행성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 타카스 행성이 폭발할 때 초자원 발견 지역으로 워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확인 얼음 행성에 타카스 행성의 초자원이 떨어지긴 했지만 타카스 행성이 폭발하며 그 잔해가 떨어진 것이니 타카스 행성의 모든 초자원이 미확인 얼음 행성에 떨어진 게 아니었다.
“어 그럼?”
『이미 타카스 행성의 초자원이 워프 되었을 지점을 따라 빠르게 수거하고 있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이한이 입을 다물자 워가 다시 보고했다.
『어떻게 합니까? 테라의 세력이 눈치채기 전에 자투 함대를 쓸어버리려면 즉시 명령하셔야 합니다.』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자투 함대를 유인한 거냐?”
일부러 테라의 세력이 자투 함대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파악하지 못할 지역으로 유인했냐고 묻는 것이었다.
『비효율적인 질문은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바로 결정해주십시오.』
“이 새끼! 왜 당연한 말을 씨부리고 있냐고 핀잔이라도 주는 거냐?”
『사령관님. 자투 함대가 설정한 지역을 벗어나면 테라가 눈치챌 수 있습니다. 가타부타 결정해주십시오.』
이한은 이마를 쓰다듬으며 워에게 질문했다.
“네 판단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자투 함대를 쓸어버리면 인적·물적 자원 모두를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합은 되지 않겠지. 다시 분열이 일어날 거다.”
『그렇습니다. 일단 자투족이라는 중대한 위협이 사라진 이상 루퍼스 사령관이 에메스토 공작과 협력할 이유 역시 사라집니다. 병력을 물릴 수밖에 없고 그후 절차는 명확합니다.』
“군법에 회부되거나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려 실각할 수밖에 없겠지. 졸지에 적과 대적할 뛰어난 사령관 하나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에메스토 공작 역시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봉착할 겁니다.』
워의 말에 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에메스토 공작이 엠파이어의 영웅이라곤 하나 황제는 아니지. 절대권력을 지닌 자가 사라졌고 당면한 위협도 사라졌으니 엠파이어 역시 극심한 분열을 일으키게 될 터, 최악의 경우 내부 문제로 에메스토 공작이 암살당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어. 그 주체가 뛰어난 자라면 상관없겠지만 권력에만 눈이 먼 멍청이일 확률이 높으니 나는 자투족과 함께 싸울 뛰어난 사령관 둘을 잃어 버리게 되는 셈이군.”
『한 사령관님 역시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두카 반환 문제부터 여러 가지 문제에 휩싸일 확률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자투족의 문제 역시 남아 있습니다. 자투 함대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파괴당한다면 다음 번에 침공할 자투족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대비하고 침공할 겁니다.』
“자연히 자투족은 단기간 안에 침공하지도 않을 테고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테라는 더욱 분열할 테니 결국 다음 번에 쳐들어올 자투 함대를 막기 위해선 타고르스함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되는군.”
『그렇습니다.』
“그럼 왜 물어본 거야?”
이건 뭐 물어볼 것도 없이 타고르스함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결론 아닌가?
『현 자투 함대의 규모는 우주모함 17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400척, 호위함 800척입니다. 테라의 세력은 우주모함 18척, 순양함 90척, 구축함 360척, 호위함 720척입니다. 자투 함대의 기술이 더 뛰어난 만큼 상당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100만, 200만 그 이상 되는 군인들이 죽임을 당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효율과 비효율의 문제만으로 워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주모함이 세 척 줄었군. 아군은 엔두카를 얻었고. 자투 함대가 네가 남긴 흔적을 따라 추적 중이라면 당장 전투에 돌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 전투에 대비할 시간이 생긴 셈이다. 더욱이 자투 함대는 자신들의 우주모함 세 척을 무참하게 파괴한 정체불명의 적을 경계할 수밖에 없겠지.”
타고르스함만으로 모든 전투를 수행하고 승리할 수 있다면 자투 함대를 처리하라고 명령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나타난 함대는 적의 선발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나타날 적까지 고려하면 테라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탐욕으로 무장한 괘씸한 놈들이 활개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안 된다. 이런 놈들이 활개를 친다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결정해주십시오. 처리합니까? 내버려 둡니까?』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냉정한 판단이라고 해도 별수 없다.
“내버려 둬.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테라가 해결하게 해야 한다. 전 테라를 하나로 묶는 것이 우선이야. 역량이 부족함을 느껴야 단합해서 역량을 끌어올린다. 이건 어떻게 이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단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그래야만 더 많은 군인들이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 그것까진 어쩔 수 없겠지.”
『엔두카의 모든 시스템을 장악했습니다. 스톰의 기술을 이용해 엔두카를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에메스토가 루퍼스와 자신에게 스톰의 기술을 넘긴 이상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즉시 시행해.”
『알겠습니다.』
“아울러 함내 통신 연결하도록!”
『연결되었습니다.』
“사령관 한 이드라실이다. 엔두카의 코어는 안정되었고 엔두카의 모든 시스템은 나 한 이드라실에게 예속되었다. 자세한 사항은 차후에 공지할 것이나 일단 그렇게 숙지하고 있도록!”
엔두카를 장악했다고 끝이 아니다. 한시적이라 할지라도 엠파이어의 군인들의 충성을 받아내야만 자투 함대와 수월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다가 다시 워에게 말했다.
“모든 함대에 통신 연결해.”
『연결했습니다.』
이한은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 이드라실 사령관이다. 황제는 죽었고 엔두카는 내게 예속되었다. 그러니 항복하라! 저항을 그치지 않는 지휘관의 기함은 즉각 박살 내겠다.”
*
쉽지 않을 거라는 이한의 예상과 달리 엔두카의 대다수 승무원들이 엠파이어가 아니라 이한의 지휘를 받기로 인정했다. 이로서 이한은 명실공히 엔두카의 함장이 된 것이다.
에메스토는 앞에 앉은 이한을 유심히 바라봤다.
코어 폭발이 일어난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엔두카를 버린다는 선택밖에 내릴 수 없었다. 그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 증거로 자신뿐만 아니라 루퍼스 사령관도 동일한 선택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한 사령관은 오히려 위험을 찾아갔고 그 위험을 넘어 기회로 만들었다. 거짓된 위험이 아니었다. 그게 거짓이었다면 엔두카의 승무원들이 저렇듯 쉽게 한 사령관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겠지.
물론 여기엔 복합적인 것들이 결부되어 있었다.
테라의 영웅이라 불릴 정도로 그간 쌓아올린 명성과 더불어 코어 폭발을 막은 점, 아울러 대치 중이던 자신의 지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제3세력이라 할 수 있는 한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면 심적인 부담도 덜 할 테니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한 사령관의 능력이다. 시간을 뒤로 돌린다고 해도 코어 폭발을 일으킬 엔두카에 들어서서 그것을 안정시킬 생각은 하지 못할 테니까. 설혹 하고자 해도 그럴 능력이 있는가 자문해볼 때 없다라는 결론 밖에 나지 않았다.
기이한 사내다.
크락투, 클론 군단에 이어 칼란두를 황제까지 결국 그가 처단한 셈이다. 에메스토 공작은 이한의 잘생긴 외모를 뜯어보다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엔두카를 자신이 취했다면 자신은 황제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엠파이어는 이미 예전의 엠파이어가 아니다. 아직까진 한 덩어리로 남아 있지만 유니온이 그러했듯 아니 훨씬 더 많은 갈래로 나뉘게 될 것이다. 에메스토 자신은 그중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게 되겠지.
칼란두를 황제 또한 그 흐름을 읽은 것이다. 내버려 두면 자신의 제국이 갈라질 수밖에 없음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 큰 전쟁을 일으키려 한 것이다.
황제가 미치광이였다는 건 자명한 일이지만 그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은 없다. 심지어 황제에게 강력한 초능력과 육체능력이 있었다는 것도 그가 죽은 이후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 그는 그런 사내였다.
하지만 시에라 소령, 곧 한 이드라실에게 죽임을 당했다.
크락투도, 클론 군단도, 황제의 엔두카도 세상을 흔들 정도로 막강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모두 한 이드라실을 넘어서지 못했다.
자투족이라는 전무후무한 외계종족이 테라를 침공하는 상황이다. 한 이드라실은 놈들과의 전투도 차근히 준비해가고 있었다. 에메스토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는 것을 느꼈다.
이 감정은 무엇인가? 시기인가? 질투인가?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미묘한 눈으로 이한을 바라보던 에메스토는 루퍼스 사령관과 눈이 마주쳤다. 루퍼스 사령관은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음.”
에메스토가 침음을 뱉을 때 루퍼스가 입을 열었다.
“자투 함대가 잠시 모습을 감추긴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에메스토 공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다시 출현한 자투 함대에 대비해야겠지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자투 함대는 모두를 위해 필요했다. 테라를 침공한 자투 함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그래. 정말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에메스토는 그제야 자신이 느낀 생소한 감정이 무엇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그건 바로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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