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82
179. 초월구조체 (2) >
179.
초월구조체에서 발사된 광선은 엔두카함을 인공행성 위에 착륙시켰다. 15km나 되는 함선이지만 상관없었다.
착륙한 행성은 인공행성이었으니까. 중력까지도 조절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이를테면 함선이 행성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조절하거나 벗어나기 쉽게 더 약하게 말이다.
대체 어떻게 중력을 조절하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전에 테라의 수십 배나 되는 암석형 행성의 중력이 테라와 비슷하다는 점이 기이했는데 그 의문이 단번에 풀린 셈이다.
이한을 비롯한 100만에 달하는 인원 가운데 80만가량이 엔두카함에서 하선했다.
하지만 긴장한 태도로 주위를 경계하지는 않았다. 기술 차이가 너무나 확연했기에 자신들을 소멸시키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엔두카함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다수 인원은 어벙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바빴다. 이한 역시 주위를 둘러보며 워에게 말했다.
“···.전의 모습이랑 완전히 다르군.”
그도 그럴 것이 첨단 시설로 보이는 구조물들이 엔두카가 착륙한 지점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군이 전에 탐사한 지역과 완전히 다른 지점일 수도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구조물일 확률이 더 높습니다.』
테라의 수십 배는 더 되는 행성이니 당시에 탐사한 지역은 매우 작은 구역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단번에 마스터키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한의 표현대로 운이 좋았다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특별한 힘이 이한 등을 그곳으로 이끌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단순히 운이라고 표현하는 수밖에.
“특별한 위험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심해서 탐사하도록!”
이한은 통신으로 하선한 병력들에게 그리 명한 뒤 시에라에게 다가갔다.
“뭐 감지되는 건 있나?”
“아니요. 아직까지 특별한 건 없어요.”
“그렇군.”
그때 이한의 주변으로 엔두카함을 인도했던 광선이 뿜어졌다. 이한은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광선이 자신을 뒤덮었음에도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 광경에 시에라가 급히 이한에게 다가오려 했으나 그녀가 미처 행동하기도 전에 이한은 광선에 휩싸여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
푸르고 붉은 화염이 한데 뒤섞여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구체는 가히 엄청나게 거대했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기운 역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강력했다.
이한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워에게 말했다.
“여긴 어디지?”
『인공행성의 중심부로 판단됩니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워가 그렇게 대답할 때 광선이 마치 이한을 인도하기라도 하듯 단촐한 계기판을 비췄다. 그곳엔 수많은 버튼이나 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았지만 그저 평평한 판과 묘한 장식이 전부였다. 이한은 광선에 이끌리듯 계기판 앞에 섰다. 그리곤 그 위에 손을 올렸다.
화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주변의 모든 광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한의 지각력 자체가 갑자기 수백 수천 배로 향상된 것처럼 행성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감각은 순간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한은 그 짧은 순간 동안 테라, 에스타른, 두르둔, 라페이드족을 시스템에 등록시켰다. 마스터 종족은 테라였고 마스터는 이한이었다. 다만 후임자는 없다. 이한이 죽으면 여전히 테라인은 마스터 종족이지만 이한과 같은 마스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등록을 마친 이한은 다른 두 명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환한 빛으로 나타난 두 존재는 이윽고 자신들의 모습을 갖춰갔다.
한 존재는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빛으로 타오르는 두 눈을 가진 존재였다. 이한을 그 존재를 보는 순간 엘더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모를 수 없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능은 지금껏 만났던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강력했으니까. 심지어 시에라보다 말이다.
나머지 한 존재는 금속형의 육체를 가진 존재였다. 바로 칼가로아였다. 개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나 통합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연합체였다. 따라서 눈앞의 이 칼가로아는 칼가로아족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존재는 나머지 두 마스터키를 가진 존재들이 분명했다. 두 존재 중 엘더족이 먼저 입을 열었다.
【테라. 테라가 마스터키를 가질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거늘.】
그러자 칼가로아 역시 입을 열었다.
【마스터키를 포기한다면 아량을 베풀어주도록 하겠다.】
이한은 무심하게 두 존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초면부터 황당한 소리를 지껄이는군.”
【테라는 다가올 재앙을 넘어설 수 없다.】
칼가로아의 말에 이한은 다시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군. 하지만 마스터키를 누가 취했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희 테라족은 멸망할 것이다. 한 이드라실. 너는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한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런 말을 꺼낸 놈들이 뭐 한둘도 아니고 식상하다 못해 지겨울 정도다.
“그래. 그래. 누가 후회하게 될지는 두고 보자고.”
칼가로아는 이한을 가만히 주시하다가 이내 곧 다시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이한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엘더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당신도 선전포고 하려고 나타난 건가?”
【실로 호전적인 족속이로군. 우리와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못할 건 뭐지?”
엘더는 빛나는 두 눈으로 이한을 주시했다. 그렇게 주시하던 엘더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슬쩍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놀랍군. 엘카힘이라니! 고대 종족의 유산을 네가 얻었던가? 그랬군. 그래서 테라인이 마스터키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인가? 테라인이여. 네 이름이 무엇인가?】
이한은 퉁명스럽게 엘더에게 말했다.
“한 이드라실.”
【하나 너희 테라족은 아무것도 모른다. 초월구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그만큼 멸망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때가 이르면 권한을 우리에게 양도하는 것이 너희 종족을 위해서도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무슨 헛소리야?”
【너희 테라족을, 한 이드라실 당신을 나 아훔과 우리 엘더가 지켜볼 것이다.】
엘더족, 아훔 역시 빛으로 화해 이한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한이 다시 눈을 깜박이자 그 앞에 시에라가 나타났다.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 대체 무슨 일이?”
이한은 시에라를 힐끗 바라본 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가 어찌된 영문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테라는 여전히 위험하다. 가용한 모든 것을 활용해서 전쟁 준비에 돌입한다.”
*
이곳 초월구조체에서 함대전을 벌이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허가받지 않은 함선이나 비행체는 초월구조체에서 발사된 강력한 광선에 의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으니까.
마스터 종족에게 허가받은 함선은 마스터 종족의 권한이 지배하는 영역권 내에선 무사했지만 타 마스터 종족의 영역에 들어서면 가차없이 파괴되었다.
이건 마스터의 명령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초월구조체의 자체적으로 발동하는 것이라 막을 방법이 없었다.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그러합니다. 이는 아군의 영역권 내에서는 아군이 유리하며 타 영역권 내에서는 역으로 불리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확실히 아군의 영역권에서는 함대를 운용할 수 있고 타 영역권에서는 함대를 운용할 수 없을 테니 엄청난 격차가 있겠지.”
『단 개방되지 않은 중앙 구역에서는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차피 중앙 구역이야 초월구조체를 부수지 않는 한 함대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나? 그러니 모든 세력이 함대를 운용할 수 없다고 보면 되겠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중앙구역의 원형 구조체는 초월구조체 외곽의 세 인공행성을 합친 것보다 훨씬 거대합니다. 구조체 내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공간이 비어있다면 함대를 운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희박하게나마 함대를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희박한 확률은 나중에 따지도록 하고. 그래서 다르포스. 데모스, 스타로쉬의 움직임은?”
『일단 테라의 병력과 동맹군의 병력을 초월구조체로 향하는 웜홀 게이트 근방으로 집중시켰습니다. 아군은 인공행성에서 끊이지 않고 생성되는 초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대로 시간만 지난다면 별 피해 없이 놈들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막대한 양의 초자원이 인공행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초자원은 사용하기 무섭게 다시 생성되었다. 엘카힘이 초자원을 출현하게 만든 존재라고 하더니 그 내용이 정말이었던 모양이다.
12종족이 마스터키를 찾기 전 다량의 초자원이 분포한 행성을 아랑곳하지 않던 이유 역시 아마 이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놈들도 그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테니 머잖아 대대적인 침공을 벌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웜홀 게이트를 통과한다고 해도 승인받지 않은 함선은 초월구조체에 의해 모조리 파괴된다. 예외는 없다. 놈들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을 테니 놈들은 웜홀 게이트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아군의 행성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사령관님 말씀대로 행성이 공격받는다고 웜홀 게이트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행성은 놈들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 겁니다. 사령관께서는 놈들이 아군의 함선을 탈취해서 웜홀 게이트로 진입할 것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겁니까?』
“맞아. 초월구조체를 다루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 설정을 세세하게 조정하기도 어렵다. 세 명의 마스터는 아무래도 초월구조체의 임시관리자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아무튼 그런고로 놈들이 발빠르게 웜홀 게이트를 장악하고 아군의 함선으로 게이트에 진입한다면 그일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놈들이 인공행성에 자리를 잡는다면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테니 설혹 저들을 제압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칼가로아 측의 공격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선제타격을 언급하고자 하시는 겁니까?』
이한은 눈빛을 새파랗게 빛내며 입을 열었다.
“두르둔, 라페이드족으로 인해 세 종족의 주행성이 어딘지 이미 파악했다. 놈들이 공격할 것을 뻔히 알고도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건 자비로운 게 아니라 머저리같은 짓이지.”
이한은 말을 멈춘 뒤 워에게 말했다.
“놈들 역시 이번 전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끝이라는 건 놈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가장 약한 우리를 공격할 것은 자명한 일. 놈들은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모든 병력을 집결하고 있을 것이다.”
이한은 홀로그램의 다르포스, 데모스, 스타로쉬 행성을 차례차례 짚으며 말했다.
“그 말인즉 놈들의 행성 역시 취약해지긴 마찬가지라는 뜻. 놈들이 아군의 행성을 노리기 전에 놈들의 행성을 초토화시킨다.”
『하지만 사령관님. 놈들은 이미 테라는 물론 두르둔, 라페이드족 함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아군이 저들의 행성을 공략하기 위해 병력을 움직인다면 적들은 역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에스타른. 우리의 동맹군조차 아직 에스타른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타고르스함을 이용하실 생각이십니까?』
“타고르스함에 적용된 기술이나 무기는 막강하지만 막대한 초자원을 필요로 하기에 일회성에 불과한 함선에 가까웠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래서 타고르스함을 활용하지 않은 것도 컸고. 그런데 현재 아군에게는 마르지 않는 초자원이 주어졌지. 활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또한 타고르스함에 적용된 기술을 함선은 물론 지상군에도 적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지.”
물론 인공행성에 넘쳐나는 초자원의 혜택을 누리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렇다고 해도 다르포스 등보다 유리한 상황이라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한은 말을 마친 뒤 워에게 말했다.
“병력의 질을 높여야만 한다. 마르지 않는 자원을 가진 적을 끝내기 위해선 자잘한 공격이 아니라 단번에 목숨을 끊어버릴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하다. 현재는 타고르스함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전투를 생각하면 많이 부족해. 그러니 그 사실을 주안점으로 두고 시행하도록!”
칼가로아 등을 염두에 두고 꺼낸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하면 언제 출격할 예정이십니까? 사령관님의 우선순위에 따라 타고르스함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지 오래입니다.』
이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 행성을 짚으며 말했다.
“병력을 웜홀 게이트로 집중하게끔 하고 타고르스함은 다르포스 행성으로 이동한다. 에스타른족의 염원을 이뤄줄 시간이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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