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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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클론의 역습.
“빌리 연결해.”
『알겠습니다.』
“빌리! 명령을 변경한다. 유니온 일곱 기지 모두의 현황이 절실하다. 하여 일곱 기지의 상황을 파악해라. 교전은 최대한 피하고 각 기지가 크락투의 손에 떨어졌는지만 확인하라!”
홀로그램에 뜬 빌리는 미간을 좁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빌리와 통신을 끊은 이한은 워에게 명령을 내렸다.
“즉시 핵미사일을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생산과 동시에 유니온의 일곱 기지 모두에게 즉시 조준하겠습니다.』
이미 기지에 보조 발전시설로 핵융합로가 존재하니 핵미사일을 만드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미리 만들어놓지 않은 건 함대에서 대함미사일 등으로 정밀포격을 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일이었고 뉴트럴과 엠파이어와 전투를 대비해도 함대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이상 미사일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함대의 미사일 요격으로 공중에서 모두 산화되어버릴 테니까.
각 세력의 함대가 괜히 타카스 행성 주변에 주둔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감찰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곧 보호자라는 소리나 다름없으니까.
뭐 함대까지 갈 것도 없이 초인공지능의 방어능력이면 궤적을 예상하기 수월한 미사일은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다.
단 적절한 요격수단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고 그래서 마린 등의 활약이 중요한 것이지만 어쨌든 그렇기에 크락투를 상대하든 인간을 상대하든 기지에서 따로 미사일을 생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일곱 기지를 점령한다는 건 이론상으로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설혹 점령했더라도 유기적인 지원이 불가능한 거리에 병력이 흩어지게 될 테니 그건 숫자도 훨씬 많은 크락투에게 제발 우리를 각개격파 해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한은 결단을 내렸다. 점령할 수 없다면 파괴한다.
뉴트럴이나 엠파이어 기지의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하지만 유니온 일곱 기지의 위치를 유니온 소속 사령관이 모를 수 없었다.
테라 전 함대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크락투에게 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그건 놈들의 본진에 해당하는 내용일 테니 기지 일곱 곳은 핵미사일에 초토화될 것이다.
하지만 각 기지에는 평균 오천이 넘는 사람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평균은 클론 미포함 숫자였다. 각 기지에서 클론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만 명에 달하는 숫자를 생산하지 않았을까 추산할 뿐이다.
그러니 모두 합쳐 대략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일곱 기지에 분포해 있었다는 소리다. 현재 그 가운데 몇이나 생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확인절차도 없이 핵미사일을 날릴 수는 없다.
크락투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기지라면 초인공지능이 미사일을 요격하겠지만 크락투와의 싸움으로 요격할 수단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빌리의 정찰이 필요한 이유였다.
“크락투의 동태를 확인하고 방어에 만전을 기하라.”
『잭 스나이더 일행이 기지에 당도했습니다. 명하신 대로 잭 스나이더 사령관은 구금하고 클론은 정밀검사를 실시합니다.』
이한은 반발하는 잭 스나이더의 모습을 화면으로 바라봤다. 정규군 오천에 알지 못하는 클론의 숫자까지 합치면 못해도 1만은 족히 넘는다.
그런데 그는 100명도 채 되지 않는 클론들과 몸을 피한 것이 전부였다. 그 와중에도 날카로운 정치적 계산이 발동한 것이리라. 그의 뒷배경을 생각하면 딱히 두려운 건 아니겠지만 정규군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증언하면 좋을 건 없을 테니까.
“······.”
이런 것도 사람이라고. 말을 하고 걸어다닌다. 혀를 확 잡아뽑고 두팔과 두다리를 모조리 분질러줄까? 라는 분노가 확 치밀던 이한은 아이작과의 일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스렸다.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것마저 무너진다면 광기에 휩쓸리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후우······.”
허접쓰레기 같은 놈에게 시간을 쓸 때가 아니었다. 이에 이한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상황판과 지형도를 살폈다.
‘유니온에서 지원 함대를 곧 보낼 것이다. 지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지 방어를 강화하고 버티는 방향으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워에게 말했다.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한 위치 파악했나?”
『예. 예상지점은 도출했습니다만 상세한 내용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겠지. 정확한 원인과 지점을 파악해야 지원 함대가 타카스 행성에 접근할 수 있을 테고 함대가 공중분해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텐데.”
『사령관께서도 알다시피 아군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정찰할 수 없는 지역에 무작정 병력을 넣는 건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워에게 말했다.
“하지만 정찰은 필요하다. 사실 일곱 기지를 정찰하는 일보다 이 문제가 더 시급해.”
이 새끼들. 똥을 싸도 아주 거하게 싸질러났다. 이래서야 내 명령을 따르는 이천여 명의 사람들을 건재(健在)할 수 있을까? 크락투의 끊이지 않는 습격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이한은 답답한 심정에 한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령관님. 축하드립니다.』
이런 상황에 축하? 워 이 새끼도 정신이 나간 건가? 이한이 미간을 꿈틀거릴 때 워의 보고가 바로 이어졌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초자원 활용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합니다. 다른 사령관에 비해 건설속도, 생산속도, 초자원 채집 속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능력이 모두 상승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역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워의 말을 받았다.
“전력이 상승했으니 좋은 일이긴 하네.”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유닛 하나에만 집중한다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그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테니까.
그러나 레벨업의 이점으로 아무리 발전을 거듭하더라도 함대를 포격한 정체불명의 무기가 기지로 향한다면 그 즉시 게임오버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한은 상황판을 짚고 한참 생각에 잠겼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열세였다. 시간이라도 더 주어진다면 그때는 차근히 헤쳐나갈 수 있겠지만 이대로는 정말 답이 없다.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봤을 때 크락투를 토벌하기는커녕 유니온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도 없다는 것이 이한의 판단이었다.
『사령관님. 특이사항이 발생했습니다.』
또 무슨 특이사항? 이젠 특이사항의 ‘특’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했다. 이한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반문했다.
“특이사항?”
『한 명의 클론에게서 크락투 생체반응을 포착했습니다. 해당 개체는 물론 모든 클론을 즉시 사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미 라이플과 스틸아머를 비롯한 모든 무장을 제거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저으며 워에게 대답했다.
“불필요한 행동이다. 단 비슷한 반응이 나타나면 그때는 모두 사살하도록.”
『알겠습니다. 하면 크락투 반응이 나타난 해당 클론은 즉시 사살하도록 하겠… 사령관님?』
이한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또 무슨 일인데?”
『사령관께서 감염된 클론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한은 가만히 눈매를 좁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이 연결되자마자 클론은 이한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 이한은 그 모습에 당황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즉시 질문을 던졌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유니온 소속이었던?”
크락투는 군집체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유니온의 소속이었던’이라는 말에는 어떤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은가? 감염된 클론이 단순히 크락투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긴 이한은 즉시 워에게 질문을 던졌다.
“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크락투 생체반응은 여전합니다. 감염된 개체가 확실합니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너는 누구지?”
“군단? 너희가 크락투라는 소리인가?”
이한은 이상한 생각에 되물었다.
“그럼 인간? 인류인가?”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크락투도 인류도 아니면 대체 뭔데?”
그때 워의 조언이 이어졌다. 당연히 이 조언은 이한만 보거나 들을 수 있는 형태로 전해졌다.
『감염된 클론이 크락투의 군집체적인 특성을 이어받아 어떤 새로운 종족으로 변모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한은 황당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했다.
“뭐?”
미쳐버리겠군. 혼돈의 도가니탕도 아니고. 이한이 표정을 크게 찌푸릴 때 클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건 또 뭔 소리야? 그렇게 생각하던 이한의 머릿속으로 섬뜩한 생각이 스쳐 갔다. 설마?
“다른 사령관들은 어떻게 되었지?”
“왜 나는 특별대우 하는 건데?”
이번에도 워의 조언이 이어졌다.
『사령관께서 클론을 활용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감염된 클론만의 어떤 체계를 형성했다면 각 클론이 가진 적의가 저들에게 그대로 계승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령관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초인공지능을 승계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초인공지능 승계는 그리 간단한 계제가 아니다. 그러니 그 계획은 거의 반드시 실패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적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작자는 없으니까. 타카스 행성에 발을 디딘 사령관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한은 섬뜩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초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인공지능 정도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초능력자가 나타나고 이들이 초인공지능을 탄생시킬 수 있는 기술력까지 확보한다면? 이 감염된 클론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크락투든 인류든 이들에겐 말살시켜야 할 적에 불과하다. 인류의 지능과 기술, 크락투의 능력까지도 승계받은 종족의 탄생이라니.
우리라고 표현하지만 각 개체의 감정과 지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락투와는 또 다르다. 개별적인 지능을 가졌으면서도 집단지성으로 서로가 공유되어 있다는 소리다. 이 무슨 지독한 혼종이란 말인가?
이한은 잠시 할 말을 잃고 클론을 바라봤다. 저 크락투도 지독한 위험이건만 그 크락투도 비교되지 않을 위험한 종족이 탄생한 셈이다. 바로 인류의 저열한 탐욕으로 인해.
‘진짜 돌아버리겠군.’
이한은 마른침을 삼키며 클론에게 말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통신이 끊어지고 이한은 멍한 눈빛으로 홀로그램이 생성된 공간을 바라봤다.
그러길 잠시 이한은 돌연 사나운 눈빛으로 워에게 명령했다.
“잭 스나이더, 이 새끼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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