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debuff RAW novel - Chapter 121
제119화.
“시주, 시주!”
소림승이 황급히 연오랑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시주! 멈추시오!”
“왜요?”
“잠룡동이 어떤 곳인 줄 알고 그렇게 무턱대고 가십니까? 잠룡동은…….”
“그냥 좀 어려운 관문 같은 거 아닙니까?”
“허어!”
소림승이 연오랑의 말에 기가 막힌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시주, 잠룡동은 좀 어려운 관문 같은 게 아닙니다.”
“그럼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들어가면 목숨을 잃는 아주 무서운 곳입니다.”
“네, 그래서요?”
“……예?”
“아주 무서운 곳이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시주.”
“그러니까 그게 왜요?”
“허어.”
소림승은 그제야 연오랑이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걸 깨닫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10년 동안 잠룡동을 통과한 사람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어찌 그리 안일하십니까? 시주, 겁이 없는 건 마냥 좋은 게 아닙니다. 겁도 적당히 있어야 목숨을…….”
소림승은 이번에도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연오랑은 소림승의 말을 듣다 말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시주. 그렇게 목숨이 아깝지 않으십니까?”
“전 괜찮으니까 볼일 보세요.”
“허어.”
“별걸 다 신경 쓰시네요. 걱정해 주신 마음만 받겠습니다.”
연오랑은 소림승이 귀찮았다.
‘관문이고 나발이고 소림에 침투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데 어떡해?’
제갈참이 준 임무도 임무이거니와, 팔괘 중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림사 내부로 침투해야만 하는 상황.
연오랑으로서는 좋든 싫든 저 잠룡동이란 관문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허어, 시주. 부디 조심하시구려. 아미타불.”
“예, 감사합니다.”
연오랑은 슬쩍 고갯짓으로 소림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한 점 망설임도 없이 잠룡동 입구로 향했다.
“헉!”
“시, 시주!”
“잠깐 멈추시오!”
잠룡동 앞을 지키던 소림승들이 연오랑을 뜯어말렸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어느새 연오랑이 잠룡동 안으로 쏙하고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미친놈 하나 나왔네.”
“쯧쯧.”
“뉴비인가? 저길 들어가네.”
게이머들 역시 무턱대고 잠룡동으로 들어간 연오랑을 비웃었다.
무림 서버 오픈 이후 이곳 잠룡동을 통과했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사지(死地)나 마찬가지인 곳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쿠웅!
등 뒤에서 잠룡동 입구가 닫히고.
“뀨! 주인놈아! 문 닫혔다! 이제 못 나간다!”
“예상을 벗어나질 않냐.”
연오랑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런 패턴을 가진 필드에 들어오면 나가는 입구가 닫힌다는 건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야, 근데…….”
“뀨?”
“꼬꼬 어딨냐?”
“뀨우~?”
햄찌가 주변을 슥슥 돌아보았지만, 꼬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새뀌 어딨어?”
“뀨! 햄찌도 잘 모르겠다! 아까까진 주인놈 머리 위에 있지 않았냐!”
“설마.”
연오랑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이 비둘기 새뀌 지는 날 수 있다고 먼저 간 거야?”
“뀨우?”
“그런 거 같은데?”
“캬아악! 꼬꼬 그렇게 의리 없는 놈이었냐! 캬아아악!”
햄찌도 이번만큼은 꼬꼬를 변호해주지 않았다.
정황상 꼴에 조류랍시고 먼저 소림사 내부로 날아간 게 분명해 보였던 것이다.
“이 의리 없는 자식!”
“뀨! 그렇다! 꼬꼬 의리 없다!”
“아주 날 잡아서 백숙을 해먹던가 해야지.”
“뀨우! 좋은 생각이다! 뀨우!”
그렇게 꼬꼬를 욕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띠링!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상태이상!] [알림: 에 걸렸습니다!] [알림: 지금부터 내공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아.”
연오랑은 이곳 잠룡동이 어떠한 관문인지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
잠룡동에 든 자의 순수 실력을 시험하겠단 뜻이었다.
‘천하공부 출소림이라더니. 역시 근본 있는 문파라 그런지 기본을 중요시하네. 썩어도 준치라더니, 썩어빠졌을지언정 그래도 지킬 건 지키는구나.’
연오랑은 괜히 소림이 소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천하제일문 제자들에게도 말했다시피, 내공이 먼저가 아니었다.
무공도 결국 인간이 펼치는 것.
내공보다는 내공을 사용하는 사람이 먼저인 것이다.
이곳 잠룡동을 만든 사람도 그걸 알았기에 내공을 사용할 수 없도록 금제를 걸어놓을 것을 테고.
삐걱, 삐걱!
어둠 속에서 목각인형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꽈악!
연오랑이 두 주먹을 움켜쥐고 다가오는 목각인형들과 맞섰다.
휙! 휘익!
목각인형들이 일제히 연오랑을 향해 덤벼들었다.
빡!
빠각!
뒤이어 벌어진 육탄전.
쾅! 콰앙!
연오랑의 주먹이 목각인형들의 가슴 정중앙을 아주 정확하게 강타하기 시작했다.
– ……!
– ……!
– ……!
목각인형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동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누구도 잠룡동을 통과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던 목각인형들이지만, 연오랑은 달랐다.
연오랑은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도 순수 실력만으로 목각인형들의 급소를 정확하게 강타하면서, 차근차근 쓰러뜨리고 있었다.
내공을 사용할 수 없다는 금제는 연오랑에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연오랑에게 급소를 가격당한 목각인형들은, 그대로 뒤로 물러서 좌우로 도열했다.
처억!
그리고는 연오랑을 향해 포권을 취해 보이며 지나가도 된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쉽네.”
연오랑이 시시하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끼이익!
다음에 연오랑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총 18명으로 이루어진 동인(銅人)이었다.
[십팔동인]소림십팔동인(少林十八銅人).
구리를 입힌 목각인형.
구리로 두껍게 도금되어 있어 내구성이 매우 강하고, 소림의 상승무공을 사용하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연오랑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십팔동인이 아니었다.
“헉!”
연오랑이 십팔동인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템들을 보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반짝반짝!
멋모르고 잠룡동에 도전했던 게이머들이 떨군 랜덤드랍 아이템들이 거의 수백 개는 되었던 것이다.
꿀꺽!
연오랑이 군침을 삼켰다.
십팔동인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이템이 눈이 돌아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족히 수백 개나 되는 아이템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니 잿밥에 눈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 * *
십팔동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쾅! 콰앙!
쩌엉!
말이 도금이지, 십팔동인들은 구리로 만든 갑옷을 걸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연오랑은 최대한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십팔동인들을 상대했다.
‘어지간해선 절대 안 쓰러지겠어. 종일 걸릴 것 같다.’
연오랑은 십팔동인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깨닫고, 신중하게 움직였다.
자칫 어디 한 군데 부러지기라도 했다간 잠룡동에 도전했던 게이머들처럼 드러누울 가능성이 컸다.
‘약점이 다 다르다.’
연오랑은 십팔동인들의 몸 곳곳에 작은 동그라미들이 그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가슴, 명치, 골반, 목 등등등.
동인 한 명마다 한 개씩 각기 다른 곳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걸 보면…….
‘18개. 인간의 급소. 공략하라는 거네. 때려눕히라는 게 아니라.’
연오랑은 십팔동인의 공략법을 알아채자마자 움직임을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했다.
‘다른 게이머들도 발견 못 했을 리 없다. 급소를 공격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함정에 빠지는 거야. 이럴 때는…….’
펄럭!
연오랑이 소매를 들추어 혈화비접을 꺼냈다.
쒜에엑! 쒜에에엑!
쒜에에에엑!
십팔동인들을 향해 날아간 혈화비접들이 그들의 약점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 결과.
처억!
혈화비접에 의해 약점을 공략당한 십팔동인들이 좌우로 물러서며 연오랑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렇다면…….
“이제 먹어도 되겠지?”
연오랑이 기다렸다는 듯 땅에 떨어진 랜덤드랍 아이템들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중략)
(중략)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게이머들이 떨구고 간 랜덤드랍 아이템이 하도 많다 보니, 뭘 먹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지경.
그만큼 십팔동인들 앞에 무릎 꿇은 게이머들이 많다는 증거였다.
띠링!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새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돌아온 대머리 독수리]랜덤드랍 아이템을 500개 이상 주워 먹은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분류 : 칭호
등급 : 희귀
효과 :
– 기본 인벤토리 용량 +200kg
– 반경 1km 내 사망한 게이머가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 100%
– 반경 1km 내 사망한 게이머의 랜덤드랍 아이템 개수 +1
– 직접 죽인 게이머가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 100%
– 직접 죽인 게이머의 랜덤드랍 아이템 개수 +2
– 직접 죽인 게이머가 값비싼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 +300%
특이 사항 : 이 칭호의 옵션은 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찡긋!)
“와아…….”
연오랑은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보는 칭호가 너무나도 반가웠다.
는 판타지 서버에서 활동하던 당시에도 획득했던 것으로서, 연오랑에게는 꽤나 의미 있는 칭호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때보다 성능이 훨씬 더 좋아졌네.’
이곳 무림 서버에서 획득한 칭호는 판타지 서버의 것보다 성능이 몇 배는 좋았다.
판타지 서버로 치면 몇 단계 상위 칭호에나 붙어 있던 효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사실상 끝판왕급 성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던 것이다.
* * *
연오랑은 목각인형들에 이어 십팔동인까지 처치하고, 비로소 잠룡동 최후의 관문에 도착했다.
그런데.
쿵!
쿠웅!
잠룡동의 최종보스는 앞서 상대했던 목각인형들이나 십팔동인과는 체급부터가 다른 괴물이었다.
[금강동인]금강동인(金剛銅人).
구리로 이루어진 철인(鐵人)으로서, 막강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자랑하는 괴물이다.
온몸이 번쩍번쩍 빛나는 금강동인은, 키가 거의 190미터에 달하는데다가 몸무게도 120킬로그램은 가뿐히 넘어 보이는 거인(巨人)이었다.
게다가 목각인형 위에 금속을 입혀 놓은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번쩍이는 구리로 이루어져 있어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뽐냈다.
‘약점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연오랑은 바짝 긴장했다.
‘쉽지 않겠어.’
금강동인은 그 모습부터가 위압감이 넘치는 괴물이었다.
어떻게 이런 괴물을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하라는 건지 기가 찰 노릇.
실제로, 금강동인의 주변에는 앞서 십팔동인의 주변에 떨어져 있던 것보다 더 많은 랜덤드랍 아이템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나름 게임 좀 한다는 게이머들 수백여 명이 십팔동인까지는 어찌어찌 깼는데, 이곳 금강동인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던 모양.
부웅!
금강동인이 연오랑을 향해 그 육중한 몸을 날렸다.
“……!”
연오랑은 금강동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피할 시간?
없었다.
거대한 덩치와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몸무게와는 어울리지 않게도, 금강동인의 움직임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던 것이다.
콰앙!
연오랑이 황급히 산화부식장갑을 낀 손을 들어 금강동인이 손바닥을 막아냈던 그 순간.
쨍그랑!
산화부식장갑이, 정확히는 장갑 표면을 뒤덮고 있던 녹슨 쇳조각들이 산산조각으로 깨져 나갔다.
[알림: 아이템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녹이 다 떨어져 나가면서, 산화부식장갑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