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탈출 (1)
“그리고 하나가 더 있습니다.”
신혁이 품에서 조그마한 무언가를 꺼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천마령이었다.
“천마령?!”
“어떻게 그것을……?”
천마진천대의 머릿속에 두 가지 경우의 수가 떠올랐다. 하나는 사신혁이 위지현오를 만나 천마령과 함께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것. 다른 하나는 마교 쪽에 협력하여 위지현오를 살해하고 빼앗은 것.
“어느 쪽이오.”
“어느 쪽?”
“천마령은 천마교주님의 신물. 당신은 누구의 편이오? 천마교주님은 어찌 되었소?”
마안천이대의 복장을 입고 천마령을 손에든 신혁이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역으로 물었다.
“글쎄, 그건 그대들이 먼저 말을 해줘야 할 것 같군요.”
“무엇을 말이오?”
신혁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대들이 따르는 것은 죽은 위지현오 교주입니까? 아니면 천마령입니까?”
“뭐라?!”
“아시다시피 저는 십대기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군악 부교주가 재미있는 제안을 하더군요.”
상황은 최악이었다. 괴룡 사신혁의 무위를 매산곡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천마진천대였다. 이 정도 인원으로는 절대 사신혁과 대적할 수 없음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신혁의 곁을 지키는 진조로 인해, 도주조차 쉽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 하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었다.
“위지현오 천마교주가 현아진 교주와의 혈전 끝에 가까스로 도주하여 잠적하였는데, 그를 찾아내 없앴는지 천마진천대의 정리를 제게 부탁하였습니다.”
“이익…….”
전상필의 눈동자에 핏줄이 돋았다. 분노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천마진천대의 존재 목적은 천마교의 핏줄 위지가의 수호가 최우선이었는데, 천마교주가 살해당했다니.
“그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오, 괴룡?”
“거절할 이유가 없었지요. 사군악 부교주가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천마보도였으니까요. 게다가 마교와 함께 한다면 추후 무림을 정벌한 뒤, 모든 십대기보를 제게 넘겨준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사실이오?”
“왜 아니겠습니까. 사군악 부교주와 마교가 원하는 것은 무림정벌이고, 제가 원하는 것은 십대기보뿐이니 서로의 이해가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신혁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신혁은 중원인도 아닐뿐더러 그의 목적은 오로지 십대기보의 수집에 한정되어있었다. 그에 반해, 사군악 부교주의 목적은 마교의 장악과 무림정벌이었고, 사신혁이라는 초절정고수를 끌어들이는데 천마보도 한 자루와 앞으로 찾을지 못 찾을지도 모르는 십대기보라면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해서 이제 천마 진천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신혁이 살기를 자욱하게 들어내며 물었다.
“강자지존. 저는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충성을 맹세한 천마교의 천마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수하가 되십시오. 그게 여러분은 물론이고 천마교의 핏줄을 보존하는 길일 겁니다.”
신혁의 마지막 제안에 천마진천대는 말없이 검을 뽑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 천마진천대의 주인은 오직 천마교의 정통한 주인뿐. 끝을 보겠다.”
전상필의 눈동자가 복수심과 전의를 가득 담아 활활 타올랐다.
“끝은 다음에 보도록 하죠.”
신혁의 살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그거 천마령을 전상필에게 던졌다.
“무슨……?”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천마진천대의 변하지 않은 충성심을 확인한 신혁이 만족스럽게 위지현오를 불렀다. 탈출계획에서 천마진천대의 변절 여부는 매우 중요했다. 위지현오와 천마진천대를 탈출시키는 난이도는 차치하고 만약 천마진천대가 위지현오에게 등을 돌렸다면 신혁의 계획은 폭탄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교, 교주님?!”
몸을 드러낸 위지현오를 마주한 천마진천대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감정에 복받쳐 외쳤다.
천마재림(天魔再臨) 경천지복(驚天地覆).
-천마가 재림하니 하늘이 놀라고 땅이 뒤집힌다.
만마굴복(萬魔屈服) 천마독존(天魔獨存).
-모든 사마가 굴복하니 하늘 아래 천마만이 존재한다.
다시 만난 주군을 향한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천마진천대의 절절한 충심에 위지현오마저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정도였다.
“일어들 나거라.”
“존명!”
해후의 순간은 감동적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한 신혁이 위지현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교주님, 이 이상의 해후는 마교를 탈출해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소.”
“자, 그럼. 시간이 없으니 간략하게 탈출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모두 모여주십시오.”
위지현오가 신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천마진천대가 망설임 없이 신혁에게 모였다.
“전상필 부대주님.”
“예, 말씀하십시오 대협.”
“이곳에 없는 천마진천대원들을 소집하여 제 계획을 전하십시오.”
진마강위대에 배속된 이들 이외에 여러 곳으로 찢어진 천마진천대의 나머지 인원들을 찾아서 계획을 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협, 지금 말씀하신 사항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방법을 마련해뒀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신혁이 전상필의 말을 끊었다.
“진조.”
“예, 주군.”
“천마진천대분들과 함께 외총관을 찾아라.”
“예,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명을 이행하겠습니다.”
진조가 전상필과 천마진천대에게 자신을 따르라 눈짓하며 몸을 날렸다.
“진조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가는 길에 그에게 설명을 들으십시오. 그럼, 저도 준비할 것이 있어서.”
스스슥.
신혁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천마진천대 역시 위지현오에게 예를 갖추고서는 몸을 날렸다. 모두가 사라진 대마봉의 정상에 위지현오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 *
“그 말이 사실인가?”
외총관 탁지원이 반색하며 전조에게 물었다. 한창 마안천이대와의 훈련을 지휘해야 할 진조가 올린 보고는 정말 놀라운 말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과연, 그래서 자네 몰골이 그 모양이구먼.”
진조의 옷가지는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먼지가 가득 묻어 있었다. 크게 상처를 입거나 하진 않았지만, 절정의 극에 가까운 진조가 흙먼지를 뒤집어쓸 정도면 그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그래, 진마강위대로 배속된 전상필과 휘하대원들이 현아진 교주님께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그렇습니다. 강자지존의 율법에 따라 저에게 약속하였습니다.”
“자네 생각보다 능력이 출중하구먼. 일을 이렇게 빨리 처리할 줄은 상상도 못 했건만. 그럼 밖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은 자네 휘하의 천마진천대원들인가.”
“그렇습니다. 외총관님.”
당당한 전조의 대답에 탁지원이 살짝 고개를 틀었다. 전조가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고 이번 합동훈련을 기회로 삼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왜 천마진천대원들을 모두 대동하고 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먼저 선수를 쳐야 해.’
신혁이 전조에게 당부한 것은 천마진천대 전원을 소집하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준비해줬다. 남은 것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전조가 탁지원을 속이느냐 뿐이었다.
“마안천이대와의 훈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저들을 대동하고 외총관님을 찾아왔습니다.”
“더욱 중요한 일? 그게 대체 뭔가?”
“저들과 함께 뿔뿔이 흩어져 있는 나머지 천마진천대원들을 설득하려 합니다.”
“뭐라?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가?”
“물론입니다. 강자지존이 마교의 율법이지 않습니까. 더욱이 시간을 지체한다면 일부의 변심을 눈치챈 다른 천마진천대원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 속전속결로 이들을 처리하고자 합니다. 만약 설득이 불가능하다면…….”
전조가 살짝 말을 끊으며 살기 가득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 자리에서 목을 칠 것입니다. 살려둬 봐야 백해무익한 것들이지 않겠습니까.”
“그건…… 자네가 독단으로 처리할 일이 아닌 것 같구만.”
“예, 그래서 외총관님의 도움을 청하고자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그래?”
탁지원의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전조를 주시했다. 입교한 지 얼마 안 된 전조가 이런 큰 성과를 내고 마교를 생각하는 모습은 분명 기꺼운 일이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바라고 이런 일을 한 걸까? 혹시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천마진천대원들을 설득한다면 정말 큰 공을 세우는 것이다. 그 대가로 바라는 게 있나?”
“없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해보게. 혹시 몸속의 혈마독고를 없애주기를 바란다거나…….”
탁지원이 은근히 전조의 속을 떠보았다. 만약 전조가 마교에 잠입한 세작이거나 해를 입힐 자라면 가장 먼저 혈마독고를 제거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아닙니다. 속하가 바라는 것은 무공입니다.”
“비급?”
“예, 마교의 최고 절학이라 불리는 무공을 익히고 싶습니다.”
“어떤 무공을 말인가?”
“천마진천대나 혼세혈불단의 단주급들이 익히는 마공을 익히고 싶습니다.”
“허어…….”
탁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확실히 이놈은 천생이 무인이었다. 조금이나마 전조를 의심했던 게 살짝 미안할 지경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부교주님께 한 번 청해보겠네. 천마진천대 모두의 충성을 받아낸다면 부교주님께서도 허락해 주실 가능성이 커지겠지.”
“감사합니다 외총관님.”
“아닐세. 자네가 수고했지. 그럼, 사람을 보내 천마진천대원들을 모아주겠네.”
외총관의 말에 전조가 살짝 당황한 듯이 되물었다.
“오래 걸립니까?”
조금은 안절부절못하는 듯한 모습에 탁지원이 전조의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물었다.
“왜 그러나?”
“마안천이대와의 훈련 중에 천마진천대를 모두 이끌고 예까지 왔습니다. 해서 시간이 길어진다면 아무래도 진마강위대가 마안천이대에게 패배할 것 같기에 마음이 급해 여쭤보았습니다.”
“클클클……. 과연, 자네의 뜻을 잘 알겠네. 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천마진천대를 소집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외총관님.”
외총관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전조가 포권하였다.
* * *
“부대주님, 마안 111호입니다.”
“응?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한창 진마강위대와의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야 할 신혁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었다.
“한 번에 진마강위대를 돌파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기회?”
“예, 혈전검귀 진조 대주와 천마진천대 소속의 절정고수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래?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파악했나?”
혹시나 진마강위대의 함정일 수도 있었기에 마안 13호가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혁에게 물었다.
“예, 탁지원 외총관님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자네는 그것을 어찌 알았나?”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았다?”
“예, 제가 매복해있던 곳에서 진마강위대의 절정고수들이 이탈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래?”
신혁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기회였다. 진조와 천마진천대 출신의 절정고수들을 제외한다면 진마강위대는 정면 대결에서도 마안천이대의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부대주님께서 마안천이대의 집결 명령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각개격파의 위험을 방지하고 힘을 하나로 집결하여 절정고수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한 점 돌파를 강행하는 게…….”
신혁이 슬쩍 말끝을 흐렸다. 마안 13호는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 정도만 운을 떼어도 충분히 신혁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터였다. 무엇보다 최종결정은 총지휘관인 마안 13호에게 넘겨주는 화술을 구사하는 신혁의 의도가 돋보였다.
“좋아. 그 말일 사실이라면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