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45
45화. 난입
다다다다다.
모두의 신경이 곤두선 그 순간, 매산곡 내부에서 수백 명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비켜라!”
“저자는……?”
사혼교의 부교주인 연무정을 위시한 사혼교의 정예세력들이 좌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을 보는 사파 세력들의 눈에서는 반가움이, 정파 세력의 눈에서는 곤혹감이, 그리고 암연백을 위시한 마교의 세력들의 눈에서는 당황스러움이 나타났다.
“본좌의 말을 들으라.”
현재 모든 화제의 중심이 되는 매산곡 내부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연무정이기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파천비의 주인이 정해졌다.”
쿠웅!
충격, 경악, 당혹 등의 감정이 돌덩어리가 되어 모두의 머리를 강타하는 것 같았다.
파천비를 얻고자 정, 사, 마의 세력들이 이곳에 모여 왈가왈부하고 있었거늘, 그것의 주인이 정해졌다니?
허탈감과 함께 누가 파천비의 주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치솟았다.
“?!”
“그게 무슨……?”
“정말로 파천비가 매산곡에 있었다는 것이오?”
연무정이 던진 한마디에 우왕좌왕하는 자부터 무기에 손을 올리는 자, 지금이라도 빨리 매산곡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 등 온갖 군상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갈!”
그런 이들을 지켜보던 연무정이 공력을 모아 크게 소리쳐 다시 한번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더니, 놀라운 말을 던졌다.
“본교의 15대 교주셨던, 수라마후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을 터.”
어찌 모르겠는가. 일인으로 아미의 정예세력을 전멸시킨 절세의 마후, 파천비의 전설을 만들어낸 여걸을.
“본교의 15대 교주 수라마후께서 재림하셨다.”
“그럴 수가…….”
“말도 안 돼. 그 저주받은 마녀가?!”
연무정의 발언은 거대한 충격이 파도가 되어 정사마의 세력을 덮쳤다.
수라마후가 파천비를 들고 재림한다는 건, 곧 인세에 다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는 말과 같았다.
‘사혼교의 세상이 오겠구나.’
연무정의 말에 매산곡에 모인 군중들이 아연실색하였다.
만약 수라마후가 재림한 게 맞고, 파천비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사혼교가 무림을 통일하는 것도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좌중에 퍼져나갔다.
“사도의 형제들이여,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시오. 수라마후와 파천비의 가호 아래 사도의 무인들이 힘을 모은다면, 그 무엇도 우리의 앞을 막을 수 없을 것이오!”
당혹감으로 혼란에 빠진 군중들을 득의양양한 미소와 함께 살펴보던 연무정이 사파의 세력들이 집결한 곳을 바라보며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제 뜻을 밝혔다.
“과연…….”
타다다닷!
사파의 수장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연무정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순간,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이번엔 수백의 도사들이 매산곡에서 튀어나왔다.
“저자의 말을 듣지 마시오!”
“아니, 저분은?”
갑작스레 등장한 모산파 도사들의 선두에서 모산문주 태을진인이 나타나, 연무정의 말을 끊어내고는 일갈했다.
“수라마후는 완전히 강림한 것이 아니오!”
쿠웅.
다시금 혼란이라는 이름의 돌멩이가 대중들의 머리를 강타했다.
“무슨 소리야?”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대체 매산곡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수라마후가 완전히 강림한 것이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일까.
추후 급변할 강호의 판도를 계산하느라 바쁜 무인들을 지켜보던 암연백의 눈빛이 변했다.
“갈!”
사파의 군세에 합류한 사혼교와 정파에 합류한 모산파를 사이에 두고서도 침착하게 사태를 관망하던 암연백의 일갈이 울려 퍼졌다.
“모산문주, 계속 말씀하시오.”
모산문주 태을진인이 암연백을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수라마후의 영혼이 파천비에 담겨 있었고, 모종의 이유로 본 파의 제자가 파천비를 소지하게 되었소. 본교는 사혼교에 속아서 수라마후의 강림을 도왔고, 그 결과 수라마후의 혼이 제자 몸에 들어가게 되었소.”
“클클클……. 비정한 강호의 생리를 모두가 알고 있을 터, 본교의 계략이 성공한 것일 뿐, 그 과정이 중요치 않음은 모두가 알 것이다. 결국에 결과만이 전부. 그것이 무림이고 강호이지 않겠는가!”
태을진인의 말을 연무정이 태연하게 받아쳤다.
정파에서야 용납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마교와 사파는 달랐다. 힘으로 상대를 꺾건 모략으로 속이건, 힘과 결과만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생리였다.
“당신이 말이 맞을 수도 있소. 그러나 당신이, 아니 사혼교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소이다.”
“클클, 그게 무엇이더냐?”
연무정이 코웃음 치며 태을진인의 말을 받았다.
“수라마후는 결코 소천이의 몸을 완전히 장악할 수 없을 것이오. 이 사실은 빈도와 모산의 명예를 걸고 장담할 수 있소이다.”
확신에 찬 모산문주의 말에 좌중이 흔들렸다.
일문의 문주가 자신과 문파의 명예를 건다고 했다. 특히나 명예를 중시하는 정파인들에게 명예를 건다는 말은 문주의 말에 충분한 설득력을 갖게 해주었다.
‘사혼교와 수라마후는 소천이의 잠재능력을 과소평가했다. 결코 그 아이의 몸을 온전히 뺏을 수 없을 것이야.’
“또한, 파천비의 능력은 그것에 베인 자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외다.”
“그건 또 무슨……?”
사혼교와 연무정조차도 태을진인의 말에 동공이 흔들렸다.
모두가 그렇다 알고 있던 파천비의 능력이 그것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파천비의 권능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파천비의 능력은…….”
* * *
[P202 소형로켓탄 레디.]‘Fire.’
신혁의 주변에서 나타난 세 개의 구슬이 일제히 빛을 발하며 팔뚝만 한 크기의 탄두를 발사하였다.
꽈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커다란 바위가 부서져 나가자 절진이 해제되고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삐삐삐삐삐 경고. 돌발상황 발생.]이제 파천비와 유신이 지척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제의 장소로 접근하려던 신혁의 귀에 루시아의 다급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보고.’
[예상이 틀렸어요. 오라버니.]경고음과 함께 다급하게 들려오는 루시아의 음성에 신혁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야?’
[유신도장의 생명이 경각에 달했어요. 이대로라면 파천비의 탈취도 어려워질뿐더러…….]‘주소천이라는 자가 유신도장을 제압했다고?’
유신은 이렇게 쉽게 패배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있으리라는 전제하에 작전을 세웠는데, 이토록 갑작스럽게 유신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듣게 되자 신혁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오페라, 고속 기동 모드 레디.’
[속도를 설정해 주십시오. 사령관님.]‘베리어를 가동하고, 약간의 장애물은 그대로 파괴하고 나아간다. 최대속력으로.’
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신혁의 몸이 순간적으로 허공에 세 치 정도 높이로 떠올랐다. 그리고 나타난 여섯 개의 구슬이 빛을 발하며, 신혁의 전신을 파란빛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곧이어 신혁의 신형이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악……. 하악…….”
입가에 한줄기 피를 흘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앳된 소녀 주소천. 아니, 그녀의 몸을 잠식한 수라마후의 영혼이 끔찍하다는 눈빛으로 눈앞에 엎어진 청년을 바라봤다.
‘만약 파천비가 없었다면……. 아니, 이 아이의 검이 보검 축에만 드는 검이었어도…….’
손잡이만 남은 채 가루가 되어버린 검 위로, 수라마후의 파천비가 유신의 심장을 겨누었다.
지금 이놈을 살려두면 두고두고 후환이 남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향후 3년. 아니, 1년만 지나면 자신이 이길 수 없을 잠룡이다.
그런 놈을 살려둘 수는 없었다.
‘무재는 아쉽다만. 정파에서 태어나 하필 나, 주약란을 만난 것을 탓하거라.’
그렇게 그녀의 비도가 바로 유신의 심장을 뚫으려는 순간.
“사제!”
소을도장을 보살피던 도현도장이 대경하여 검을 날렸다. 도현도장의 검이 어기선회의 묘리에 따라 정확하게 수라마후를 향해 쏘아졌다.
“흥.”
까앙!
주약란이 파천비를 휘두른 것도 아닐진대, 무언가에 막힌 듯 도현도장의 검이 맥없이 튕겨 나갔다.
그럼에도 사제의 안위가 우선이었던 도현도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쉽게 막혔다는 사실 따위는 지금 그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제!’
타앗.
튕겨 나오는 검을 격공섭물의 수로 회수한 도현도장이 그의 성명절기, 양의문검(兩意紋劍)을 펼치며 수라마후를 향해 재차 쇄도했다.
“이 아이조차 본녀에게 무릎을 꿇었거늘!”
가당치도 않다는 태도로 무심하게 도현도장을 마주 보는 수라마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염부염왕(閻浮閻王)의 업화(業火).
그녀의 눈빛이 향하자 순식간에 생성된 지옥의 불꽃이 도현도장에게 쏘아졌다.
꽈아앙!
“크으윽.”
달려들던 도현도장의 신형이 쇄도하던 속도의 두 배는 됨직한 속도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그의 눈에 유신의 심장을 향해 파천비가 내리꽂히는 광경이 들어왔다.
“안돼!”
푸우우욱!
끔찍한 파육음과 함께 분수처럼 피가 솟아올랐다.
“응?”
“아니?!”
당황하는 수라마후의 눈빛과 경악이 느껴지는 도현도장의 단말마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수라마후의 주술에 의해 튕겨 나온 도현도장이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며 주변을 살피자 드러난 참혹한 광경.
그것은 최후의 기력을 짜내서 몸을 날린 소을도장의 배에 꽂힌 파천비와 주소천의 손을 잡고 애원하는 모습이었다.
“소천아……. 제발, 제발 정신 차리거라. 이 못난 사부가 이렇게 애원하마…….”
“이 빌어먹을 말코가 본녀를 방해하는 게냐.”
“소천아, 아니 된다. 원령 따위에게 져서는 안-”
“감히!”
분노한 수라마후의 왼손이 붉게 타올랐다.
공력이 가득 담긴 일장은 흔들림 없이 소을도장의 머리를 향해 뻗어 나갔다.
“소천아…….”
그대로 소을도장의 머리가 부서져 나갔다.
“도장!!!”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 다하는 순간에도 모든 공력을 집중하여 파천비와 수라마후의 오른손을 감싸고 숨을 거둔 소을도장.
피 끓는 외침과 함께, 이를 악문 도현도장이 지체 없이 유신의 신형을 들쳐 멨다.
‘목숨 바쳐 벌어준 이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겠소.’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매산곡의 출구로 달려나갔다.
“본녀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분노한 수라마후가 소을도장의 복부 깊숙이 박힌 파천비를 잡고 그대로 휘둘러 소을도장의 몸을 찢었다.
“가라!”
이내 소을도장의 몸을 뚫고 나온 파천비가 요사스러운 붉은 빛을 뿜어내며, 둘의 심장을 동시에 꿰뚫어버리겠다는 기세로 발사되었다.
쐐애애액! 파아아아앗!
다가오는 파천비의 기세를 느낀 도현도장이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돌렸다. 설령 죽더라도 최소한 사제보다 자신이 먼저 죽겠다는 각오였다.
파천비가 막 도현도장의 심장을 뚫으려는 순간.
강렬한 섬광이 그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허허……. 마지막 순간에는 환한 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더니…….’
“사제, 못난 사형이라 미안하네.”
터억.
“아니요, 제가 볼 땐 도현도장님 만큼 훌륭한 사형은 없을 것 같군요.”
“이 목소리는……?.”
“오랜만입니다. 도현도장님.”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파천비를 한 손에 쥔 신혁이 도현도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괴룡 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