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이륙
“세상에…….”
“정말 별천지로구나.”
신혁의 수송선에 탑승한 병사들과 문관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수송선 내부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지정된 좌석에 착석해 주세요.”
세 개의 수송선에 나뉘어 탄 병사들이 정신을 못 차리며 웅성거릴 때 갑자기 그들의 정면에 거대한 스크린이 켜지며 유시아의 영상이 나타나며 말했다.
“허억?!”
“저게 뭐시여?!”
당황하는 병사들을 향해 영상 속의 유시아가 포근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당황하지 마시고 앉아주세요.”
그들 한 명 한 명이 넓게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불편하지 않게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자 모두 앉으셨죠~?”
루시아의 질문에 착석한 병사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들의 대답에 유시아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중요사항을 안내하겠어요. 질문이 있으시더라도 제 말이 모두 끝난 뒤에 말씀해주세요. 먼저 본 함의 목적지는 남경이며, 1각 후 이륙하여 약 한 시진 후에 도착 예정이에요. 혹시라도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천장에서 조그만 선이 내려올 거예요. 그 선을 당기시면…….”
한동안 영상 속의 유시아가 손짓, 발짓과 함께 산소호흡기와 구명조끼 착용법 등을 시연하며 비상 탈출 통로의 위치 등을 설명하는 영상이 출력되었다.
“자~ 질문 있으신 분?”
“…….”
“…….”
유시아의 질문에 대답하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 되시길 바랍니다. 저희 테레사 수송선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영상이 종료되며 거대한 스크린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구먼.”
“금미촌의 병사들이 괴룡, 괴룡 하며 진짜 용이 변신을 한 것이네 마네 할 때 내 웃어넘겼더니 그 말이 농이 아닌 것 같네.”
“그러게 말일세. 아마 우리가 겪은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도 단체로 몽혼약이라도 먹고 헛소리를 지껄인다고 생각하겠지?”
주윤문과 형관오 역시 놀란 토끼 눈으로 신혁을 바라보았다.
“음?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정말 신혁 선생의 능력은 끝을 알 수가 없구려. 대체 이곳, 아니 이 배는 무엇이오? 이게 말로만 듣던 용들이 타고 세상을 거닌다는 구름이오?”
주윤문의 진지한 물음에 신혁은 쓴웃음을, 유시아는 눈웃음을 지었다.
“일단 이륙 후에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슬슬 출발해야 할 시간이라서요.”
“알겠소. 그리하시오.”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주윤문이었으나 신혁에 말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것을 더 이상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럼 잠시 뒤에 뵙지요.”
신혁과 유시아가 주윤문과 형관오를 두고 자리를 옮겼다.
‘중요한 걸 깜빡했군.’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난번 뇌진원이라는 자가 이끄는 습격자들의 배후.’
‘그건…….’
루시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보고드리려 하였으나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라서 보고를 보류했어요.’
‘정확하지 않다고?’
‘예, 스파이 버그를 통한 추적을 시행했는데, 중간지점에서 놓치고 말았어요.’
‘응? 대체 어떻게 스파이 버그를 따돌릴 수가 있지?’
‘사천을 벗어난 무리들이 사분오열하여 북동쪽으로 넓게 퍼졌어요. 수백 개의 무리로 쪼개져서요.’
‘이런…….’
루시아의 응답에 신혁이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리더로 보이던 뇌진원이라는 자의 행방도 놓쳤나?’
‘아뇨 코드네임 : 뇌진원 에게는 한 마리의 스파이 버그를 붙여 두었어요.’
‘그렇다면 그가 향한 곳은?’
‘북경에 위치한 대평원이었어요. 많은 수의 막사가 있었고 그곳을 지배하는 자는 주윤문의 최대정적 연왕 주체라는 자였어요.’
‘거의 확실하겠구나.’
‘예, 맞아요 오라버니. 아마도 연왕 주체라는 자가 동원한 세력이었을 거예요.’
‘그래. 적이 누구인지 알아낸 것만으로 큰 수확이지. 나머지는 주윤문에게 확인해보면 되겠지.’
‘네.’
삐이익. 삐이익.
신혁과 유시아의 대화가 끝나자 세 개의 수송선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테레사 수송선의 기장 빅토리노입니다. 저는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이제 목적지 남경의 황궁을 향해 이륙하겠습니다. 5초 후 이륙합니다.] [5. 4. 3. 2. 1.]우우우웅!
카운트가 0으로 향할수록 엔진의 시동음이 커지며 수송선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엔진 예열 완료. 엔진 스타트.] [셔틀 오브 테레사. 이륙.]콰아아앙!
수송선의 하부에서 제트엔진이 점화되며 순식간에 상승하는 수송선들.
“으아아악!”
“어어어억!”
“내, 내려줘!”
함선에서 병사들의 비명이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하부의 로켓엔진의 불꽃이 서서히 수평으로 움직이자 수송선은 푸른 불꽃을 뿜으며 하늘을 갈랐다.
파아아앙!
빠른 속도로 금미촌과 청동현을 가로질러 남경으로 향하는 세 기의 수송선의 함 내에 빅토리노의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안전벨트를 풀고 움직이셔도 좋습니다. 화장실은 뒤편에, 다과방은 전면 우측에…….]* * *
대명제국의 황궁. 동서남북 방향으로 네 개의 큰 성문과 이중으로 설치된 열두 개의 중간 성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른여섯 개의 관문이 설치된 철옹성이오, 황제의 거처였다.
“뭣이?!”
열두 개의 성문 중 가장 크고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1번 성문의 대장이자, 황군 소속 백부장의 눈썹이 하늘로 솟구쳤다.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아라.”
그의 말에 다급하게 달려와서 소식을 전한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왕 전하께서 황궁으로 오고 계시다고 하옵니다.”
“연왕 전하가?”
“예.”
“요동에서 외적들을 토벌 중이시지 않은가? 그분이 황궁으로 귀환하신다고?”
“예.”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너는 즉시 각 관문의 수장들에게 전하라. 연왕 전하께서 입궁하실 터이니 현 시간부로 1성문과 3관문까지의 출입을 통제하라 이르라.”
“충!”
“또한 내금위장님께 연왕 전하께서 입궁하실 예정이라 이르라.”
“충!”
“좋아, 일각이 여삼추다. 가라.”
백부장의 명을 받은 병사가 성문 안쪽으로 다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제길, 갑자기 왜 그런 거물이 하필 이곳으로…….”
투덜거릴 시간조차 없음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던지, 그 역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둥둥둥둥둥둥!
“연왕~ 저언하~ 납시오~!”
“천세, 천세, 천천세!”
성문 앞의 모든 인원이 부복하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연왕과 함께 입궁한 호위병력 하나하나가 범인은 감히 눈도 마주칠 수 없을 정도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연왕 전하를 뵙습니다.”
성문을 수비하던 1성문 수비대장이 앞으로 나서 연왕을 맞이하였다.
“문을 열라.”
수비대장의 인사는 받아줄 가치조차 없었는지 연왕의 호위병력 중 가장 선두에 선 자가 차갑게 말했다.
“존명!”
원래대로라면 까다로운 입궁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상대는 연왕이었기에 당연히 그러한 절차 따위는 깡그리 무시되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문을 열라는 명령 따위는 필요도 없었는지 이미 연왕을 맞이하기 위해 성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입궁하는 연왕의 뒤로 수비대장과 성문수비조의 찬양이 울려 퍼졌다.
* * *
주윤문이 청해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은 여러 번왕들이 다시 황궁으로 돌아갈 길목들을 주시하고 감시하였다. 그중 몇몇은 직접 주윤문을 치기 위하여 잘 훈련된 무인들과 군대 수준의 병력까지 투입하였다.
노왕의 진영.
“뭐라고?!”
“하오나 정녕 사실이옵니다. 전하.”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
“…….”
“그러니까, 주윤문을 비롯한 병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사옵니다 전하…….”
“이 새끼가!”
퍼억!
수하의 보고에 분을 참지 못한 노왕이 수하의 복부를 걷어차셨다.
“…….”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감히 비명조차 낼 수가 없었다.
퍼억퍼억!
한동안 북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자신의 분노가 풀릴 때까지 수하를 구타한 노왕이 이제 좀 분이 풀렸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후욱, 후욱……. 그래 우리 조카님께서 아무도 모르게 황궁으로 귀환하셨다는 말이렷다?”
“예, 전하.”
이제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자를 대신하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관 차림의 사내가 다가와서 말했다.
“입궁을 준비하라. 황상을 뵐 것이다.”
“충!”
* * *
영왕의 진영.
“공의 말은 주윤문이 청해에 무사히 도착하였다는 말이오?”
“예, 전하.”
“천하의 연왕이, 주체 형님이 실패하였다는 것이오?”
“그러하옵니다 전하.”
“과연 주표 형님의 아들답구나. 껄껄껄껄!”
반듯한 선비의 풍모였으나, 그 안에 숨겨진 장군의 기상을 갖춘 자. 황제 직속의 일백만 어림군의 군권을 공식적으로 이은 자. 그가 바로 연왕의 동생이요, 주윤문의 또 다른 숙부인 영왕 주권이었다.
“전하, 하오면……?”
영왕의 호탕한 웃음에 천생 학자처럼 보이는 그의 책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변하는 것은 없소. 아직까지 아버님이, 황상이 조카님의 든든한 그림자로 계시지 않소이까.”
“예, 알겠사옵니다 전하.”
“그런데, 조카가 어찌 연왕의 손길을 피했단 말이오? 아마도 청해에 도착하기 전에 끝장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말이오.”
“예, 신도 그리 생각하였사옵니다. 벽력궁(霹靂弓) 뇌진원과 수십의 절정고수들 그리고 무려 이천에 달하는 제령천위대가 세자를 급습했으니, 당연히 결착이 날 줄 알았사옵니다.”
“그 마수를 피했단 말이오? 주윤문의 호위장이 누구였소?”
“금의위장 형관오였습니다.”
“허면 형관오와 금의위 그리고 오백의 어림군이 옥쇄하여 주윤문을 피신시켰단 말이오?”
“놀랍게도 주윤문 세자전하도 금의위와 어림군도 단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청해에 도착했다 하옵니다.”
책사의 보고에 영왕 주권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였다.
“계속 이야기해 보시오.”
“예, 전하. 소신도 그것이 궁금하여 백방으로 사람을 풀어 수소문해본 결과, 강호에 삼대신룡이라는 자들이 나타났다 하옵니다.”
“삼대신룡? 그것이 주윤문과 무슨 상관이 있소?”
“삼대신룡 중 하나인 괴룡(怪龍) 사신혁이라는 자가 단신으로 벽력궁 뇌진원과 이천의 정예 무사들을 패퇴시켰고, 괴룡 하나를 넘지 못한 연왕의 세력이 발이 묶여있을 동안 세자전하의 일행은 청해로 도주하였다 들었습니다.”
“허허허……. 정녕 놀랍구려. 괴룡 사신혁이라 하였소?”
“예, 전하.”
“탐나는구려.”
인재에 대한 욕심은 주원장과 연왕 주체 못지않은 영왕 주권이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괴룡 사신혁이라는 이름에 말이다.
“그래, 방금 삼대신룡이라 하였는데 나머지 둘은 누구요?”
“예, 무당파 출신의 젊은 도사라 추측되는 무룡(武龍) 유신이라는 자와 모산파의 주룡(呪龍) 주소천입니다.”
“괴룡 사신혁을 위주로 나머지 둘의 소재와 신상도 알아 오시오.”
“예, 전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잠시 이야기가 삼대신룡에 관한 쪽으로 빠진 것을 상기한 영왕이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 공이 파견한 군세는 어찌 되었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고개를 떨구며 그의 책사가 말했다.
“무엇이 말이오?”
“주윤문 세자를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음? 남경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의 요소요소를 선점하였고, 몇 군데 주요 지점에는 함정까지 설치한다 하지 않으셨소?”
“그러하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주윤문의 행적은 발견되지 않았사옵니다.”
“그럼 지금도 청해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말이오?”
“믿기 어려운 사실이오나…….”
더욱더 고개를 숙이며 영왕 주권의 시선을 피하며 책사가 말을 이었다.
“백성들의 말로는 괴룡이 거대한 철선을 불러내어 그것을 타고 하늘로 이동하였다는 보고가 오늘 아침에 들어왔사옵니다…….”
“…….”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번왕들의 진영에서는 위와 같은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