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Store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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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끝이라는 시작점
28.끝이라는 시작점
세상은 지금 한 가지 사건으로 인하여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그것은 바로 마법에 대해 공표하고 이와 관련된 일들을 맡아온 NS마법 지부의 지부장 남성태가 살해당한 일에 대해서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에서 일어난 사건은 마침 지부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보란 듯이 일어났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언론사까지 있던 자리였기에 그 사건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이 촬영한 영상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부장이 살해당한 일에 대해서는 많은 추측이 있다.
한 언론사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마법사간의 다툼의 일환이라 하며 마법사의 역사에 관한 조사를 늘여놓았다.
당사자 간의 관계도 당연히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범인의 뚜렷하지 못한 과거가 드러난 탓에 사람들은 이에 관심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 마물에 의해 일련의 사건이 모두 지부장의 짓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범인이야 말로 정의를 구현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러나 모든 것은 추측일 뿐 정확한 대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수감된 범인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당연히 비난이 뒤따랐다. 몇몇 사람들은 진실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때로는 과격한 행동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였다.
중앙지법 앞. 그곳에는 수많은 언론인들과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 이들로 가득했다.
오늘 오후 두시, 드디어 범인의 첫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에 사람들은 몸을 떨면서도 사건의 행방만을 바라본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웅성거림이 일어나며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어올린다. 멀리서부터 달려온 차량은 입구에 멈춰 섰고 보조석에서 내린 이가 뒷좌석의 문을 연다.
그곳에서 내린 범인은 손을 구속당한 채 단색의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관계자에 의해 이송되는 그를 향해 기자진들이 몰린다. 녹음기와 스마트폰, 마이크를 들이밀며 샐 수 없을 정도로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뜨린다.
“장근호씨, 한 말씀 해주시죠.”
맨 앞에선 기자가 묻는다. 그러나 근호는 흔들림 없는 시선과 함께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는 일조차 없다. 몸이 쇠약한 듯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는 당당했다.
지금의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보는 이들로부터 비난과 욕설이 인다.
“사과라도 한 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답답한 기자가 외친다. 그러나 근호는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이내 관계자에 제재에 의해 안으로 나아갔다.
재판 현장이 생중계 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법정의 문이 열리고 드러난 광경은 십여 대나 설치된 카메라와 좌석을 가득 메운 방척객들의 모습이었다.
자리로 향하는 길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그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지금부터 NS마법지부 지부장 남성태를 살해한 피고인 장근호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판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장내로 퍼지고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검사측의 발언으로부터 시작한 재판은 사실상 형량을 정하기 위한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
근호가 성태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에 관한 증거는 너무나도 많았기에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짧은 재판이 될 예정이었다.
“변호사측 반론하시겠습니까?”
반론조차 필요 없다는 듯한 진행이었지만 짧은 대답과 함께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국선 변호사가 붙을 것이라는 통보는 들었다. 그러나 오늘 처음 만나는 그의 얼굴을 본 근호의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살짝 돌린 고개로 뒤에 앉은 미영은 살짝 지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해 간결하게 열거했다.
“그러므로 피고의 무죄와 함께 국정농단 및 국가안보를 위협한 지부장 남성태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새로운, 몰랐던 정보에 대해 장내는 물론 재판을 주목하는 이들까지 떠들썩해진다.
“검사측, 반론 있습니까?”
물론 그것만으로 손쉽게 끝날 일은 아니었다. 오고가는 공방전에 차례가 넘어간다.
“증인 채택 하겠습니다. 검사 측, 증인 신청하겠습니까?”
증인으로 나온 이들은 현장을 목격했던 이들과 비서였다. 허나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변호사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변호사측, 증인 신청하겠습니까?”
차례가 넘어와 미영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증인석에 선 그녀는 선서와 함께 간단한 질의응답을 끝냈다.
“지금까지 제가 봐왔던 일들에 대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녀가 이야기 하는 것은 근호와의 만남과 지부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성태와 싸웠던 날과 지하에서 발견한 마왕의 시체까지였다.
진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자라다.
설령 지부장의 범죄가 겉으로 드러났다고 한들 근호가 한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추가 증인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발언을 끝낸 미영이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 증인의 차례가 된다.
허나 증인 출석을 허락함에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모습에 장내는 다시 수군거림으로 물들었다.
잠깐의 기다림 후, 갑자기 멀리서부터 금관악기의 소리가 들려온다.
“정숙! 신성한 재판장에서 무슨 소란입니까?!”
제재를 요구하는 재판장의 말에 관계자들이 움직이지만 그 순간 법정의 문이 활짝 열린다.
“국왕 폐하 납시오!”
우렁차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메라가 등장한다. 이와 함께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렸고, 방청객들 사이로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나타났다.
“증인 레오날 핀 아르티니아 폐하입니다.”
높이 뽑아드는 검의 길을 걷는 이는 다름 아닌 레오날이었다. 자수가 새겨진 새하얀 옷을 입은 그는 아르티니아 왕국의 국기가 그려진 망토를 휘날리며 증인석으로 향했다.
“흠흠, 이곳에서 선서를 하면 되는 것인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화려한 등장에 입을 다물지 못 한다. 근호조차도 놀란 얼굴이었지만 레오날과 눈을 마주친 그는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했다.
간단한 질의와 함께 이세계의 존재가 처음으로 공표된다.
“즈, 증인 발언하시죠.”
당황한 재판장의 말에 레오날이 숨을 들이킨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이곳뿐만 아니라 세상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마르티니아 대륙과 아르티니아 왕국. 그리고 마왕군과의 전쟁과 이를 승리를 이끈 영웅에 관한 이야기.
“저기 있는 저 자는 우리 아르티니아 왕국의 영웅이자 짐의 벗이기도 하지.”
근호를 가리키는 레오날의 손끝이 움직여 재판장을 가리킨다.
“그는 이곳의 국민이기도 하지만 짐의 국민이기도 하다. 결과에 따라서는 양국의 불화를 각오해야 할 걸세.”
성태와 대현자의 일은 비단 이곳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아르티니아 왕국으로서 합당한 대책을 세웠을 뿐이며 근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사안은 외교에 관해서까지 엮여든다.
“마지막 증인 출석을 요구합니다.”
당당한 모습으로 레오날이 물러난다. 그와 함께 사라지는 기사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여전한 반응을 보였지만 세 번째 증인 또한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변호사가 증인석에 올려둔 것은 네 개의 플라스크였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부터 불길이 이르며 바람이 불고 흙이 생겨나며 물이 생겨난다.
“이, 이건 대체.”
“지부장 남성태의 소유품입니다. 현재는 본인 의사에 따라 피고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입니다.”
라그나와 오운 세라가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고 온딘만이 슬픈 표정으로 근호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들이 담긴 플라스크를 받은 것은 미영이었다. 그것도 본인이 죽기 바로 전날에 말이다.
“마스터는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온딘이 말한다. 그녀의 증언은 모두 근호에게 유리한 것이었으며 자신이 했던 일들에 대해 모두 말하라는 것이 성태의 마지막 명령이었다.
이세계의 사람, 정령. 이들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그들의 발언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알게 되었다.
숨겨진 진실을, 비밀기지를 만들어 그곳에서 놀던 한 꼬마이가 겪은 이야기를.
그 누구도 몰랐던 이야기를 말이다.
*
매일 같이 반복되는 실험에 작은 아이의 몸과 마음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시도 때도 없이 끓어오르는 마력은 열을 동반한 고통을 주었고, 그 몸은 제대로 된 성장조차도 하지 못 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실험은 실패였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에게 마력을 쥐어준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괴로움 끝에 남겨진 것은 쓸모가 없다는 딱지뿐이다.
그간에 일들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쯤 된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나도 괴로운 시간이었다.
아니, 그 누구라도 한들 똑같았을 것이다.
고통은 참기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아이를 괴롭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쓸모가 없다.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어진 아이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했다.
모든 절망 속에서 지금이 꿈이라고 생각한 채, 그 꿈에서 깨어나기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미련은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아이는 끝을 맞이하기 직전 정처 없이 거리를 거닐었다.
본적 없는 풍경. 처음 보는 사람들. 모든 것이 낯설기만 그곳에서 아니는 점점 더 혼자라는 것을 느꼈다.
이젠 정말로 끝이다.
결심한 아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높은 곳에 선 아이는 그곳이 무서웠다. 깊은 물을 본 아이는 그곳이 너무 무서워 보였다.
마지막까지 괴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에 눈에 비친 모든 것은 다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굶주림조차도 괴로운 상황에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쪼그려 앉았다.
이대로 잠이 들면 모든 것이 끝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아이는 다시는 깨어나질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이는 잠에서 깨어났고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곳은 어스름한 불빛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장소였다. 아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두 명의 어른 남녀와 세 명의 아이를 발견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에게 그들이 건넨 것은 감자를 으깨어 만들어낸 죽이었다.
소금 따위는 전혀 들어가지 않은 죽은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맛있었기에 아이는 눈물을 흘렸다.
죽고 싶지 않다.
아이는 본심을 내비췄다. 가족은 그런 아이를 감싸 안아주었다.
따스하다.
따스함을 잊고 싶지 않다.
아이는 다시 한 번 결심했다. 이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이들의 행복이 자신에게도 행복을 주리라고.
그렇게 아이는 돌아와 검을 쥐었다. 강해지기 위해 수많은 땀과 피를 흘렸다.
그리고 영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