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Store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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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서오세요
“괜찮아?”
“용사님!”
허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 실비아는 주저앉은 채로 실눈을 떴고 목검을 가지고 나온 근호가 오크의 몽둥이를 막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오크는 몇 번이고 몽둥이를 내리쳤지만 모두 근호의 목검에 막힐 뿐이었다.
“용사님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 안 괜찮으니까 넌 좀 움직여.”
목검이 갈라지려는 듯 균열이 생긴다. 실비아가 아니라면 막고 있을 필요도 없었기에 근호는 그녀를 향해 움직이라며 발짓을 했다.
풀린 다리로 겨우 일어난 실비아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근호는 그제야 몽둥이를 피하고는 오크를 노려보았다. 놈 또한 공격의 대상을 그로 바꾸었는지 크게 소리쳤고 큰 덩치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부러진 목검 뿐. 하지만 근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주택가의 담벼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오크. 그 순간 근호의 손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가 손을 대고 있던 담벼락이 바스러졌다.
“정리부터 해놓고!”
내려치는 몽둥이를 피할 생각이 없는 듯 근호는 그 자리에 멈춰선 채로 목검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몽둥이가 머리에 닿지 직전. 거의 종이 한 장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상황에서 근호는 몸을 한 바퀴 돌려 그것을 피하고는 목검을 오크의 가슴에 찔러 넣는다.
울컥하고 흘러나오는 피. 멈춰 선 오크의 가슴께에 발을 얹은 근호는 목검을 빼려 했으나 그 순간 두 동강이 나버렸다.
“해치운 건가요?”
“그런 것 같은데. 대체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움직이지 않는 오크의 모습에 실비아는 놈을 발로 툭툭 차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설명 드리기 위해 제가, 아. 잠깐만요.”
“또 뭐?”
들어야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근호는 귀를 기울였지만 그 순간 실비아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회수업자죠? 예, 예 지금 바로요. 여기 주소가.”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어딘가를 전화를 건 실비아는 근호를 향해 눈짓을 했고, 그가 말하는 주소를 불러주자 경찰에 버금가는 속도로 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거기서 내린 작업복의 차림의 남자 넷은 오크의 시체를 싣고는 그 위로 방수포를 덮은 뒤 곧바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뭐, 뭐야 저건.”
“회수업자에요. 자세한 건 들어가서 설명할게요.”
목이 마르다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는 실비아의 모습에 근호는 순간 꿈을 꾸는 건가 싶었지만 손에 남겨진 살을 뚫는 감촉에 고개를 젓고는 발을 옮겼다.
눈곱만큼의 어색함도 없이 냉장고에서 콜라를 뽑아든 실비아는 그것과 함께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너, 마르티니아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냐?”
“맞는데요. 빨리 계산 좀 해주세요.”
머릿속에 드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근호는 우선 받은 카드를 리더기에 긁었다.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계산이 끝난 것을 확인하자 캔 뚜껑을 딴 실비아는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고 한방에 빈 캔으로 만들었다.
“캬아- 역시 좋네요, 이 세계의 음료는.”
하나부터 열까지 옷차림과는 전혀 다른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근호는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고, 실비아는 그런 그의 뜨거운 눈빛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됐어. 빨리 설명이나 해봐.”
“잠깐만요, 끄읍.”
어째 한 번에 너무 많이 마신다고 했다. 올라오는 트림을 참지 못한 실비아는 얼굴을 붉히며 머쓱한 듯 웃어보였고 그런 그녀를 향한 근호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음음, 이름이랑 제가 마르티니아 왕국에서 왔다는 건 말씀드렸죠?”
“실비아라고 했던가?”
“예, 실은 제가 용사님을 찾아오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려면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요.”
“괜찮아, 남는 게 시간이니까.”
시동을 걸듯 헛기침을 두세 번 하던 실비아는 과거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겠다며 운을 띄웠다.
“옛날… 이라고 해봤자 몇 년 전 이야기지만 아르티니아 대륙은 사악한 마왕에 의해 위협을 받았답니다.”
“그거야 알지. 직접 봤으니까.”
“예, 하지만 용사님과 함께 마법사님께서 마왕을 쓰러뜨려주셔서 지금까지 분열된 국가들이 연합해 마르티니아 왕국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알고 있다니깐. 거기까지 보고 왔으니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실비아의 고향 아르티니아 대륙은 마족과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초기에는 각 왕국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대처했지만 금방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뒤늦게 대륙의 모든 국가가 연합했지만 이미 판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가 되진 못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 학회에서는 이세계에 존재하는 힘을 빌리기 위해 두 명의 사람을 소환하였다.
소환된 존재는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힘겨운 수련을 해야 했고 이윽고 그를 물리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존재했기에 두 사람은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이 길고 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근호였다.
“그런 일도 있었지.”
하지만 당사자는 여전히 심드렁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었다.
“그래서 오크가 여기 있는 이유가 뭔데?”
“용사님께서 돌아가신 후 한동안 평화가 찾아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소얄
왕국이 연합에서 나가겠다고 선포한 거예요.”
대립했던 존재인 마왕이 사라진 이상 인간들끼리 연합할 필요는 없다. 연합국가 마르티니아 또한 이를 강요할 수 없었기에 소얄 왕국이 나가는 것을 말릴 수 없었다.
그저 그것뿐만 이라면 괜찮았다. 하지만 소얄 왕국은 독립 국가를 선포하자마자 전쟁을 걸어왔다.
“그것도 마왕이 가진 기술을 사용해서 말이죠.”
“결국 너희들끼리 치고 박는 얘기잖아. 오크가 왜 여기 있는지 전혀 설명이 안 되는데?”
“아이참,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셔야 안다고요.”
“…누가 한국 사람이냐?”
허나 아무리 마왕의 기술이라고는 하지만 소얄 왕국이 연합국가인 마르티니아에게 이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연합국은 마지막 전쟁을 치르기 위해 모든 병력을 소얄 왕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전쟁은 끝이나나 싶었다.
“헌데, 이게 웬걸?! 소얄 왕국이 사라져버렸지 뭐예요.”
“왜 이렇게 신났어, 지어서 하는 얘기 아니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사라진 소얄 왕국이 어떻게 됐는데.”
소얄 왕국이 사라지고 나고 몇 개월 후. 아르티니아 대륙에는 평소 느껴보지 못한 마력이 종종 감지가 되었다. 마법 학회는 그것이 차원을 건널 때 생기는 현상이란 것을 발표하였고, 이 사실을 전하기 위해 두 사람의 마법사를 급히 파견한 것이다.
“그럼 이렇다는 거야? 그 소얄 왕국이란 곳이 이 세계를 노리기 시작했고, 넌 그걸 알리기 위해 왔다?”
“그런 셈이죠.”
아르티니아 대륙을 노리던 소얄 왕국이 어째서 갑작스레 이세계를 노리는지는 실비아는 물론 마르티니아 왕국의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골치 아픈 일이네.”
“정말 민폐가 따로 없다니까요.”
“그러게. 거기다 너도 참 고생이다. 낯선 세계로 오자마자 나 찾는다고 고생했을 거 아냐.”
“아뇨, 온지는 벌써 1년 정도 됐는걸요.”
물 흐르듯 했던 행동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듯 말하는 실비아의 말에 근호는 입을 벙긋거렸다.
“그럼 뭐야? 넌 이세계가 위기에 빠졌는데 1년이나 탱자탱자 지내다 날 찾아 왔다 이거야?”
“에이- 그럴 리가 있나요.”
도저히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실비아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좌표의 기준점은 마르티니아 왕국이 비밀리에 철저히 보관하고 있어요. 소얄 놈들은 지금 그걸 찾기 위해 마구잡이로 오크를 보내는 거예요.”
“아니, 그렇다고 해도 태평스레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껏 많은 수의 오크가 날아왔지만 아까 전처럼 제대로 된 위치로 오게 된 것은 드물다. 바위에 끼거나 물속으로 가라앉거나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좌표를 잡아가는지 종종 사람을 습격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슬슬 위험해졌으니까 날 찾아왔다?”
고개를 끄덕이는 실비아. 그것도 세 번이나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근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 이쪽은 그쪽 세상을 구해준 덕분에 인생의 바닥을 치고 있는데, 그런데 이제 와서 뭐? 위험하니까 찾아왔다?”
내가 누구 때문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는데. 그렇게 외치고 싶은 근호였지만 과정이야 어찌됐든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마법사님께서 이제 보내주셨는걸요.”
“성태가?”
이세계로 소환 된 또 한명의 사람. 근호와 함께 아르티니아 대륙을 구한 영웅.
“예. 마법사님께서 알아서 하시겠다고 그러시던 걸요.”
“뭐, 성태 자식이 하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들었을 때는 생각하지 못 했지만 낯선 이세계로 도착한 실비아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이 세상에 익숙해질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걔가 뭐라고 했는데.”
“이제 곧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될 테니 용사님한테 가보라고 하던데요.”
“그것뿐이야?”
“그것뿐이에요.”
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근호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 상황에 이마를 짚고는 신음을 내뱉었다.
이세계의 마물이 우리의 세상을 습격한다. 요점은 간단했지만 그런 만큼 골치 아픈 일이었다.
“어쨌든 나한테 도와달라는 맞지? 아냐?”
“예, 도와주세요.”
“그렇게 쉽게 할 말이냐, 그게.”
“왜요? 용사님이잖아요.”
아르티니아 대륙이라면 영웅일지 몰라도 지금의 근호는 고작 편의점의 점원, 아르바이트생일 뿐이다.
“성태, 성태는 뭐래? 어떻게 하겠데?”
“마법사님이요? 그냥 조만간 알 수 있을 거라고 하던데요.”
무엇을 묻는 들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다. 근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고 실비아는 그런 그를 보며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가만 있어봐, 생각 좀 하게.”
‘예, 그런데.’
“아 글쎄 가만 있어보라니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소얄 왕국은 분명 사정 봐주지 않고서 마물을 계속 보내올 것이고 그것들이 사람들을 습격하는 일은 더욱 잦아 질 것이다. 그 전에 놈들을 박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 없지만 마르티니아 왕국조차 놈들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저기, 용사님?”
“왜, 왜!”
지금은 그냥 좀 내버려두었으면 하는 것이 근호의 마음이었지만 실비아는 계속해서 그럴 불러대었고, 그 이유인 즉.
“손님 왔는데요.”
“…어서 오세요, Zu입니다.”
계산을 요구하는 손님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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