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백중세
켄트는 자신만만하게 앞을 가로막고 선 흑마법사를 어렵지 않게 제압했다.
“이렇게 강한 사제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흑마법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통을 부르짖으며 소멸했다.
켄트는 전투 내내 흑마법사를 시종일관 압도했고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크게 지치지 않았다.
마기와 신성력은 서로에게 상성인 관계.
충돌한 힘의 크기가 같을 때는 큰 의미가 없지만, 균형이 깨지고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면 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성 관계가 작용, 더 강한 쪽이 더 약한 쪽에게 강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레벨이 낮을 때에 마왕군에게 당하던 일을 이제는 켄트가 반대가 되어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게 되네.”
사실 켄트도 이 상성 관계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지금까진 늘 당하는 입장이었던 까닭에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이번 전투에서 처음으로 이 상성 관계의 역전이 일어났고, 크게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감상에 취한 시간은 짧았다.
켄트는 곧바로 전투가 한창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려 도움이 필요한 곳을 체크했다.
가장 열세인 곳을 확인한 켄트는 곧바로 교전에 합류했다.
팟!
그는 성물 바리사를 이용해 거대한 신성망치를 소환해 흑마법사를 후려쳤다.
“뭣?!”
간신히 버티던 도시군을 향해 맹공을 펼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던 흑마법사는 별안간 날아드는 신성망치에 깜짝 놀라 방어막을 펼쳤다.
콰아앙!
강력한 충돌음과 함게 쩍! 금이 가버린 방어막에 흑마법사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그는 신성망치에 실린 힘을 받아내기 위해 마기를 더 쏟아부어야만 했다.
흑마법사가 신성망치와 씨름을 하는 동안, 켄트는 위기를 넘긴 마법사 옆으로 갔다.
“가, 감사합니다.”
고블린 마법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켄트는 곧바로 고블린 마법사의 상태를 확인했다.
찢어진 이마에서 쉴 새 없이 흐르는 피.
실핏줄이 터져 빨간 눈동자가 되어버린 눈.
통제되지 않는 거친 호흡.
그런 것들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아까 포로수용소에서 빠져나오다가 그만.”
돌아가선 안 될 방향으로 돌아가버린 발목이었다.
고블린 마법사는 켄트의 시선이 자신의 발로 향하는 것을 보고는 그리 설명했다.
“그렇군요.”
켄트는 짧게 고개를 주억인 다음, 곧바로 치유주문을 걸었다.
화아악──
발목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함과 동시에 원래의 방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부러진 뼈가 맞춰지고 늘어나고 찢어진 근육이 제모습을 되찾는다.
“오오……!”
고블린 마법사는 켄트의 치유주문에 절로 감탄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재생에 놀란 것도 있었지만,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한 놀람이 더 컸다.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에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건 퍽 신기한 경험이었으니 말이다.
켄트는 고블린 마법사를 치유함과 동시에 다음 신성주문을 준비했다.
번쩍! 꾸르릉─
마른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
“크으윽!”
힘을 다한 신성망치가 사라질 즈음 떨어진 천벌에 흑마법사가 신음을 크게 집어삼켰다.
쩌적!
단단하게 다시 이어놨던 방어막에 거미줄이라도 친 듯 무수한 금이 발생했다.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위력에 흑마법사의 혼이 나가버린 것 같았다.
본디 천벌은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위력이 결정되는 신성주문.
거기다 애석하게도 흑마법사는 이제 막 6레벨에 도달한 자였기에 기운 간 상성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도 있었다.
톡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방어막을 본 켄트는 재빠르게 하펠드를 운용했다.
파라락 일어난 신성력 다발이 예의 그 방어막을 두드렸다.
챙그랑!
기어코 박살 난 방어막을 파고든 신성력은.
“끄아악!”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흑마법사를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단숨에 흑마법사 하나를 해치운 켄트.
이를 멍하니 보던 고블린 마법사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고블린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켄트는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았다.
흑마법사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곳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켄트에게 상대가 6레벨이건 7레벨이건 그런 건 딱히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을 우선으로, 당장 치료가 필요할 만큼 큰 상처를 입은 곳을 그 다음으로 움직였을 따름이었다.
켄트의 도움은 전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만큼 강한 임팩트가 있었다.
세 가지의 성물이 모여 만든 시너지 효과였다
허나 켄트라고 모든 전투에 다 관여할 수는 없었다.
타츌과 지그렛이 그랬던 것처럼 아예 손 쓸 수조차 없이 속절없이 밀려버린 싸움도 있었고.
타츌의 함정에 입은 피해가 너무 커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없는 이들도 많았다.
또 전투를 끝낸 레이나와 켄트가 다른 전투에 손을 보탠 것처럼, 마왕군도 수적 우세를 앞세워 도시군을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투는 여전히 백중세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
가온이 타츌을 처리한 걸 기점으로, 전투의 흐름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 * *
“후우…….”
타츌을 소멸시킨 뒤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던 가온은 긴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정리했다.
“까딱 잘못했으면 쓰러진 건 내가 됐겠어.”
가온은 찢어진 어깨와 폭발의 여파로 옆구리 쪽의 표면이 상한 틸리티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거창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비를 위한 최소한의 양만 남겨둔 채 대부분을 차출한 까닭에 많이 얇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의지를 일으켜 표면을 바로 할 일말의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온은 곧바로 무한회복을 어깨에 집중시켰다.
우득! 우드득!
뼈가 자라고 그 위로 근육과 살점이 차오른다.
빠르게 회복되어가는 가온의 팔.
그가 손을 쥐었다폈다 하며 회복된 감각을 느끼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며칠을 통째로 숙소에서만 보냈던 초반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변화.
그럼에도 가온은 아직 목마름을 느꼈다.
“부족해.”
실력도 그렇지만, 무한회복도 여전히 더 많은 성장이 필요했다.
적어도 잘려나간 즉시 회복할 수 있게는 되어야 전투에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아직 몇 분이나 소요되는 회복 속도로는 전투 중에 사용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았다.
가온은 아쉬움을 갈무리한 후 잠시 멈춰 서서 전장을 크게 훑었다.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싸움은 백중세였다.
어느 쪽의 승기도 장담하기 힘들 만큼 혼전 양상을 띠고 있었다.
신승과 석패가 뒤섞이고.
살아남은 이들이 동료를 돕기 위해 합류하거나, 간당간당하게 목숨을 이어가는 적들을 처리하기 위해 흩어지기도 했다.
가온은 틸리티를 고쳐 들고 투기를 점검했다.
그리곤 화륵! 생명력으로 불을 지펴 가공한 투기로.
콰앙──!
지축이 울릴 만큼 강하게 땅을 박찼다.
가온이 망설임도 없이 향한 방향은 바로 삼대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묶인 이들은 모두 7레벨의 강자들.
그들의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느냐에 따라서 이 전투의 결과도 달라지게 되리라.
거대한 창을 옆구리에 단단하게 고정한 채 홱 자신들을 지나치는 모습에 도시군 삼인 중 하나가 크게 소리쳤다.
“가온 님!”
소리친 이는 바로 교단쪽 인사인 아이기스였다.
아이기스가 가온을 알아본 것은 이미 그와 구면이기도 했거니와.
규칙 선포와 투기의 발산으로 금색과 적색이 뒤섞인 광채는 가온을 한 번이라도 본 자라면 쉽게 잊기 힘들 만큼 특색있는 모습이기도 했으므로.
가온은 아이기스의 외침을 들으며 돌진을 마무리했다.
[내가 막겠다!]미이라가 앞으로 나서며 흰 붕대를 촤르를 펼쳤다.
가지런히 펼쳐진 붕대는 순식간에 몇 겹으로 겹치더니 단단한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생성되는 방어막.
후위에 선 흑마법사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가온은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미이라 앞에 도착한 뒤.
콰드득!
강하게 디딤발을 짚어 가속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쳤고.
휘이익──!
공기가 사방으로 밀려날 만큼 힘있게 거창을 내질렀으며.
위이잉!
틸리티의 변형력을 이용해 드릴처럼 창 자체에 회전력을 일으켰을 따름이었다.
쨍그랑!
흑마법사의 방어막은 거창의 힘을 단 1할도 해소하지 못하고 바스라졌고,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한 힘을 받아내야 했던 건 당연하게도 미이라였다.
퍽!
붕대를 몇 겹이나 덧댄 것이 무색하게도 창날은 방어벽을 너무나도 손쉽게 꿰뚫었다.
그리고는.
위이잉!
드릴처럼 돌아가는 창날에 방어벽은 속절없이 형태를 잃고 말았다.
[케흑!]미이라는 몸을 휩쓰는 둔중한 충격에 수십 미터를 격하고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
“허?!”
공동 전선을 형성하고 있던 마왕군 동료들이 날아가는 미이라를 바라보며 긴장감을 바짝 조였다.
흑마법사는 지배한 마수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몇 가지 저주를 영창하기 시작했다.
“「쇠약Weakness」!”
“「둔화의 저주Curse of Slowdown」!”
“「노화Aging」!”
힘을 떨어트리고, 반응속도를 늦추는 저주와.
뼈와 근육, 그리고 여러 감각기관을 노쇠하게 만들어 종합적인 전투력을 떨어트리는 저주를 사용했다.
저주는 즉각적으로 가온에게 적용되었고, 이를 지켜보던 뱀파이어가 곧바로 자신의 공격을 연계했다.
“「인스네어Ensnare」!”
뱀파이어는 제 몸에서 탁한 피를 뽑아 강한 탄성을 지닌 점액질 물질을 만들어 쏘았다.
투확!
초록빛으로 변질된 액체가 가온의 몸을 뒤덮고는 가온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소용없다!”
가온은 낮게 읊조리며 투기를 강하게 발산했다.
퍽! 퍼벅!
가온의 몸을 뒤덮었던 음울한 기운이 무한히 발산하는 투기에 못이겨 깨져나간다.
정신을 헤집는 종류의 저주가 아니었기에 정신력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저주를 없애는 게 그리 어렵진 않았다.
흑마법사는 곧바로 저주를 깨버리는 가온을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준비한 다음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규칙 선포!”
「규칙 선포: 책임전가Pass the blame」!
「실패가 두렵지 않다. 실패를 대신 짊어져 줄 누군가가 있으니까.」
부글부글.
보기에도 역겨운 거품이 흑마법사의 몸을 뒤덮었다.
온몸을 뒤덮었던 거품은 흑마법사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단순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흑마법사에게서 사라진 만큼 가온의 몸에서 생겨났으니 말이다.
“크큭.”
흑마법사는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마기를 격발시켰다.
그리곤 그의 실력으로는 결코 완성시킬 수 없는 흑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실패의 위험성?
그런 걸 신경 왜 쓰나.
어차피 실패로 인한 부작용은 상대가 대신 짊어져 줄 터인데.
그것도 몇 배로 증폭된 부작용을.
과한 흑마법을 탐한 대가는 당연히 내상을 유발했다.
자신이 흑마법을 계속해서 영창할수록 눈앞의 상대는 피를 뿜고 쓰러지리라.
하지만 상황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소용 없다고 말했을 텐데?”
가온이 멀쩡한 안색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흑마법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